[심층취재] ‘전범 기업’을 아십니까…일본만 ‘모르쇠’

입력 2012.03.01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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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든 넘은 김 할머니가 이토록 증오하는 대상! 일본의 한 철강회삽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수많은 한국인들이 이런 전범기업에 끌려가 강제 노역을 강요 받았죠.

세월이 많이 흐르고 피해자들은 하나 둘 눈을 감고 있지만 일본 전범기업들은 여전히 반성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김준범 기자입니다.

<리포트>

중일전쟁 도발 2년째인 1938년.

일본은 조선인 강제동원령을 내립니다.

이후 탄광으로… 군수공장으로… 70여만 명이 노무자로 끌려갔습니다.

앳된 소녀 양금덕도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불과 14살에 끌려가 2년 가까이 강제노역에 시달렸습니다.

<인터뷰>양금덕(근로정신대) : "비행기 공장으로 가서, 비행기로 들어가는 부속 중에 녹슨 것을 시너로 닦은 사람이었어요."

조선인 노무자는 형식상으로만 정식 직원이었을 뿐, 급여는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인터뷰>김정자(근로정신대) : "돈이 뭔 말입니까. 위생 주머니 하얀 거 하나 밖에 받은 게 없어요. 일본에서."

이는 명백한 전쟁 범죕니다.

일본 기업들은 당시의 이런 노동력 착취를 토대로 급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미쓰비시와 히타치, 도요타, 닛산 등 유수의 대기업을 포함한 일본 회사 194곳의 강제 동원이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우리 정부는 최근 이들을 이른바 '전범기업'으로 지정했습니다.

<인터뷰>정혜경(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지원위원회 과장) : "일본 기업 자체가 그 과정에서 임금도 주지 않았고 열악한 상황에서 했기 때문에 이득을 취할 수 있었고요."

따라서 일본 정부를 압박하듯이 일본 '전범기업'에도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입니다.

해외 사례도 충분합니다.

나치에 부역했던 유명 패션기업 보스는 강제 노역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죄했습니다.

이런 독일의 '전범기업'들은 피해자 5백만 명에게 무려 90조 원을 배상했습니다.

그러나 유독 일본 기업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국언(근로정신대시민모임 사무국장) : "도의적인 책임조차도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개별 기업이 이 문제에 대해서 특정하게 다른 조치를 해야 할 이유 자체가 없다는 반응이죠."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피땀과 눈물을 대가로 성장한 일본 전범기업들, 그들이 추악한 과거에 눈감는 한 진정한 화해는 멀기만 합니다.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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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전범 기업’을 아십니까…일본만 ‘모르쇠’
    • 입력 2012-03-01 22:08:07
    뉴스 9
<앵커 멘트> 여든 넘은 김 할머니가 이토록 증오하는 대상! 일본의 한 철강회삽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수많은 한국인들이 이런 전범기업에 끌려가 강제 노역을 강요 받았죠. 세월이 많이 흐르고 피해자들은 하나 둘 눈을 감고 있지만 일본 전범기업들은 여전히 반성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김준범 기자입니다. <리포트> 중일전쟁 도발 2년째인 1938년. 일본은 조선인 강제동원령을 내립니다. 이후 탄광으로… 군수공장으로… 70여만 명이 노무자로 끌려갔습니다. 앳된 소녀 양금덕도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불과 14살에 끌려가 2년 가까이 강제노역에 시달렸습니다. <인터뷰>양금덕(근로정신대) : "비행기 공장으로 가서, 비행기로 들어가는 부속 중에 녹슨 것을 시너로 닦은 사람이었어요." 조선인 노무자는 형식상으로만 정식 직원이었을 뿐, 급여는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인터뷰>김정자(근로정신대) : "돈이 뭔 말입니까. 위생 주머니 하얀 거 하나 밖에 받은 게 없어요. 일본에서." 이는 명백한 전쟁 범죕니다. 일본 기업들은 당시의 이런 노동력 착취를 토대로 급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미쓰비시와 히타치, 도요타, 닛산 등 유수의 대기업을 포함한 일본 회사 194곳의 강제 동원이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우리 정부는 최근 이들을 이른바 '전범기업'으로 지정했습니다. <인터뷰>정혜경(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지원위원회 과장) : "일본 기업 자체가 그 과정에서 임금도 주지 않았고 열악한 상황에서 했기 때문에 이득을 취할 수 있었고요." 따라서 일본 정부를 압박하듯이 일본 '전범기업'에도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입니다. 해외 사례도 충분합니다. 나치에 부역했던 유명 패션기업 보스는 강제 노역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죄했습니다. 이런 독일의 '전범기업'들은 피해자 5백만 명에게 무려 90조 원을 배상했습니다. 그러나 유독 일본 기업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국언(근로정신대시민모임 사무국장) : "도의적인 책임조차도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개별 기업이 이 문제에 대해서 특정하게 다른 조치를 해야 할 이유 자체가 없다는 반응이죠."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피땀과 눈물을 대가로 성장한 일본 전범기업들, 그들이 추악한 과거에 눈감는 한 진정한 화해는 멀기만 합니다.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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