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조폭 닮아가는 ‘학교폭력’

입력 2012.03.15 (09:14) 수정 2012.03.1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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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학생들이 폭력 서클을 만들어 동급생들의 돈을 빼앗아 온 혐의로 적발됐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들이 나름대로 정한 규칙이라는 게 기가 막힙니다.

어른들 폭력 조직의 운영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고, 영화에서나 봄 직한 인사법이나 말투까지 흉내 냈는데요.

오언종 아나운서, '조폭 따라잡기'다, 뭐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스스로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기도 한 학생들을 만나봤죠?

네. 그렇습니다. 선배를 보면 90도 각도로 몸을 숙여 인사하고, 말끝에는 ‘형님’!이란 말을 붙이는 등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조직폭력배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했습니다.

나이어린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포섭해 일정금액의 돈을 상납하게 했는데요, 상납금을 채우기 위해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의 돈을 빼앗고, 심지어 부모님의 지갑에도 손을 대야 했습니다.

상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견디기 힘든 선배들의 폭력이 가해졌기 때문인데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돼 버린 아이들... 조폭을 따라하는 학교 폭력써클의 실상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남 삼천포 지역의 한 중학교. 지난 한 해 동안 이 학교 1학년 학생들이 동급 학생들에게 금품을 갈취당해 왔다는 첩보가 경찰에 입수됐습니다.

<인터뷰> 김대규 (수사과장/사천경찰서): "매일 3만 원에서 10만 원까지 상납금을 정해두고, 중학교 1학년생 138명을 상대로 피라미드식으 로 상납받고,.."

돈을 갈취해 상납하도록 한 이들의 정체는 19살 이 모 군을 주축으로 결성한 지역 학교폭력써클의 조직원들인데요,

이 써클의 운영방식! 성인 조폭, 뺨치는 수준이었습니다.

학년별로 계급을 정하고, 철저히 성인조폭들처럼 말하고, 행동하게 했는데요,

<인터뷰> 김대규 (수사과장/사천경찰서): "선배를 만나면 허리를 90도 각도로 숙여서 인사를 하고, 선배 앞에서는 모자를 반드시 벗어야 되고, 선배가 앉으라 하기 전까지는 앉지 못합니다. 선배 말에 무조건 복종하고, 대답할 때 ‘형님’이라고 단어를 붙입니다."

특히 이군 등 지도층에 속하는 이들은 팔 등 신체일부에 이른바 조폭 문신을 새겨, 과시하기도 했는데요,

<인터뷰> 문재환 (경장/사천경찰서 강력3팀): "호랑이 문신을 한 학생도 있고, 뱀, 한문으로 글자를 파서 그런 식으로 팔이나 어깨 등에 용 문신을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조직의 일원으로 포섭한 중학교 1학년생들이 동급학생들의 돈을 갈취하는 법까지 가르치며, 상납금을 마련하게 했는데요,

만약 금액을 맞춰오지 못하면 무차별 폭행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대규 (수사과장/사천경찰서): "상납금을 채우지 못하고 피해 다닌다든지 휴대전화를 받지 않는다든지 하면 바로 상위 그룹을 시켜서 잡아오라고 (하고), 많이 맞아서 한 달 간 집에서 은신해서 대인기피증이 생긴 (사례도 있습니다.)"

어제 저녁, 오랜 설득 끝에 조직의 일원으로 이번사건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14살 한 모 군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 군은 지난 1년 여 동안 조폭이나 다름없는 이군 등 조직 선배들에게 끔찍한 협박과 폭력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는데요,

<녹취> 한 군 (음성변조): "실제로 삽 같은 걸로 산에 가서 진짜 묻으려고 하고, 밧줄 같은 걸로 다리 묶고, 바다에 던지려고 하고, 각목으로 눈 때리고... "

조폭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얘기죠? 고작 14살밖에 안된 한 군이 느꼈을 공포가 어땠는지 짐작이 가는데요,

이런 몹쓸 일을 당한 이유! 날마다 조직 선배들에게 상납해야할 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최소 3만원에서 많을 때는 10만원까지... 같은 학교 친구들에게 날마다 할당된 상납금을 모으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녹취> 한 군 (음성변조): "(상납금) 그걸 못 주면 집엘 못 갔어요. 두 세 번은 도망가고 (했는데), 그 뒷날 가면 맞을 생각하고 (선배한테) 맞으러 가고, 50대 이렇게는 그냥 항상 맞으니까 맞을 수 있는데, 막 서 너 시간 잡고, 1000대 가까이 맞고 그러니까 힘들고..."

결국 조직 선배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는데요, 자기가 맞지 않기 위해서라도, 선배들이 요구하는 돈을 갖다 바쳐야 했습니다.

조직 선배들은 한 군 등에게 또래 친구들에게 돈을 갈취하는 방법까지 알려줬는데요,

<녹취> 한 군 (음성변조): "형이 방법을 가르쳐 줬어요. 돈을 뺏을 때 어떻게 하냐면 (하면서) 돈을 안준다고 하면 때리고, 신고를 하면 또 때리라고. 그렇게 하면 되지 (했어요.)"

돈이 필요할 때는 학교 수업시간도 아랑곳 하지 않고, 돈을 보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독촉하기도 했는데요, 부랴부랴 콜택시를 불러 돈을 보낸 적도 있을 정도입니다.

<녹취> 한 군 (음성변조): "(수업시간인데) 문자를요, 어디 이리로 와보라고 하면서 (돈을) 어디어디 맡겨 놔라 하고 택시로 돈을 보내라... (택시기사한테는 뭐라고 말했나요?) (돈을) 봉투 같은 데 싸가지고 보냈는데, 000 PC방으로 보내주세요. (했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선배들이 요구하는 상납금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줄을 몰랐습니다. 결국 부모님의 지갑과 결혼반지까지 손을 대고야 말았는데요,

<녹취> 한 군 (음성변조): "(부모님) 지갑에 있는 거 돈 빼서 그냥 가져다 줬지요. 엄마 반지 구해오라고 해가지고, 집에 엄마 결혼반지랑 아빠거랑 금이고 뭐고 싹 다 가져다주고..."

이렇게까지 돈을 모아 상납해 온 건데요, 조직 선배들의 협박과 폭력에 시달린 피해자가 된 동시에, 또래친구들의 금품을 빼앗은 가해자가 돼버린 한 군.

상황이 이지경이 됐지만, 한 군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전혀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습니다.

<녹취> 한 군 (음성변조): "(형들이 어떤 존재였어요?) 그냥 법이라고 생각했어요. 법 말고는 없었어요. (친구들과) 도저히 못하겠다고 그냥 신고하자 이렇게 했는데, 신고해도 또 맞을 까봐 두렵고, 그러니까 못했죠. 보복이 두렵잖아요."

두려움 때문에, 꼬박 1년 동안 조직선배들이 요구하는 돈을 상납해 온 아이들...

그 금액이 무려 3천8백만 원에 이릅니다. 정말 엄청나죠? 그렇다면 이 많은 돈, 어디에 썼을까요?

<인터뷰> 김대규 (수사과장/사천경찰서): "저희들이 확인해 본 바로는 인터넷 스포츠토토, 도박 사이트에 많이 접속했습니다. 아웃도어나 일부는 오토바이도 구입했습니다. 우두머리 (이 군이) 직접 받은 돈은 여러 가지 회식을 한다든지 술 먹고, 밥 사먹고..."

뒤늦게나마 이 청소년 폭력조직의 실체가 드러나고, 이제는 선배들의 폭행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아이들...

하지만 한 군은 여전히 불안하다고 말합니다.

<녹취> 한 군 (음성변조): "구속됐다가 나오면 또 그게 문제고... 불안하지요. (이 군이) 네가 신고하면 또 때리고 또 (감옥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또 때리고 그런 식으로 하다가 안 되면 죽여 버리고 들어간다고 (했어요.)"

경찰은 조직폭력배를 모방해 상습폭행과 협박을 일삼은 중고등학생 30명 규모의 학교폭력써클을 적발해 19살 이 모 군을 구속하고, 써클회원 중고생 20명을 불구속했습니다.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학교폭력, 청소년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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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3-15 09:14:02
    • 수정2012-03-15 17: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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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학생들이 폭력 서클을 만들어 동급생들의 돈을 빼앗아 온 혐의로 적발됐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들이 나름대로 정한 규칙이라는 게 기가 막힙니다. 어른들 폭력 조직의 운영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고, 영화에서나 봄 직한 인사법이나 말투까지 흉내 냈는데요. 오언종 아나운서, '조폭 따라잡기'다, 뭐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스스로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기도 한 학생들을 만나봤죠? 네. 그렇습니다. 선배를 보면 90도 각도로 몸을 숙여 인사하고, 말끝에는 ‘형님’!이란 말을 붙이는 등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조직폭력배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했습니다. 나이어린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포섭해 일정금액의 돈을 상납하게 했는데요, 상납금을 채우기 위해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의 돈을 빼앗고, 심지어 부모님의 지갑에도 손을 대야 했습니다. 상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견디기 힘든 선배들의 폭력이 가해졌기 때문인데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돼 버린 아이들... 조폭을 따라하는 학교 폭력써클의 실상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남 삼천포 지역의 한 중학교. 지난 한 해 동안 이 학교 1학년 학생들이 동급 학생들에게 금품을 갈취당해 왔다는 첩보가 경찰에 입수됐습니다. <인터뷰> 김대규 (수사과장/사천경찰서): "매일 3만 원에서 10만 원까지 상납금을 정해두고, 중학교 1학년생 138명을 상대로 피라미드식으 로 상납받고,.." 돈을 갈취해 상납하도록 한 이들의 정체는 19살 이 모 군을 주축으로 결성한 지역 학교폭력써클의 조직원들인데요, 이 써클의 운영방식! 성인 조폭, 뺨치는 수준이었습니다. 학년별로 계급을 정하고, 철저히 성인조폭들처럼 말하고, 행동하게 했는데요, <인터뷰> 김대규 (수사과장/사천경찰서): "선배를 만나면 허리를 90도 각도로 숙여서 인사를 하고, 선배 앞에서는 모자를 반드시 벗어야 되고, 선배가 앉으라 하기 전까지는 앉지 못합니다. 선배 말에 무조건 복종하고, 대답할 때 ‘형님’이라고 단어를 붙입니다." 특히 이군 등 지도층에 속하는 이들은 팔 등 신체일부에 이른바 조폭 문신을 새겨, 과시하기도 했는데요, <인터뷰> 문재환 (경장/사천경찰서 강력3팀): "호랑이 문신을 한 학생도 있고, 뱀, 한문으로 글자를 파서 그런 식으로 팔이나 어깨 등에 용 문신을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조직의 일원으로 포섭한 중학교 1학년생들이 동급학생들의 돈을 갈취하는 법까지 가르치며, 상납금을 마련하게 했는데요, 만약 금액을 맞춰오지 못하면 무차별 폭행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대규 (수사과장/사천경찰서): "상납금을 채우지 못하고 피해 다닌다든지 휴대전화를 받지 않는다든지 하면 바로 상위 그룹을 시켜서 잡아오라고 (하고), 많이 맞아서 한 달 간 집에서 은신해서 대인기피증이 생긴 (사례도 있습니다.)" 어제 저녁, 오랜 설득 끝에 조직의 일원으로 이번사건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14살 한 모 군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 군은 지난 1년 여 동안 조폭이나 다름없는 이군 등 조직 선배들에게 끔찍한 협박과 폭력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는데요, <녹취> 한 군 (음성변조): "실제로 삽 같은 걸로 산에 가서 진짜 묻으려고 하고, 밧줄 같은 걸로 다리 묶고, 바다에 던지려고 하고, 각목으로 눈 때리고... " 조폭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얘기죠? 고작 14살밖에 안된 한 군이 느꼈을 공포가 어땠는지 짐작이 가는데요, 이런 몹쓸 일을 당한 이유! 날마다 조직 선배들에게 상납해야할 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최소 3만원에서 많을 때는 10만원까지... 같은 학교 친구들에게 날마다 할당된 상납금을 모으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녹취> 한 군 (음성변조): "(상납금) 그걸 못 주면 집엘 못 갔어요. 두 세 번은 도망가고 (했는데), 그 뒷날 가면 맞을 생각하고 (선배한테) 맞으러 가고, 50대 이렇게는 그냥 항상 맞으니까 맞을 수 있는데, 막 서 너 시간 잡고, 1000대 가까이 맞고 그러니까 힘들고..." 결국 조직 선배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는데요, 자기가 맞지 않기 위해서라도, 선배들이 요구하는 돈을 갖다 바쳐야 했습니다. 조직 선배들은 한 군 등에게 또래 친구들에게 돈을 갈취하는 방법까지 알려줬는데요, <녹취> 한 군 (음성변조): "형이 방법을 가르쳐 줬어요. 돈을 뺏을 때 어떻게 하냐면 (하면서) 돈을 안준다고 하면 때리고, 신고를 하면 또 때리라고. 그렇게 하면 되지 (했어요.)" 돈이 필요할 때는 학교 수업시간도 아랑곳 하지 않고, 돈을 보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독촉하기도 했는데요, 부랴부랴 콜택시를 불러 돈을 보낸 적도 있을 정도입니다. <녹취> 한 군 (음성변조): "(수업시간인데) 문자를요, 어디 이리로 와보라고 하면서 (돈을) 어디어디 맡겨 놔라 하고 택시로 돈을 보내라... (택시기사한테는 뭐라고 말했나요?) (돈을) 봉투 같은 데 싸가지고 보냈는데, 000 PC방으로 보내주세요. (했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선배들이 요구하는 상납금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줄을 몰랐습니다. 결국 부모님의 지갑과 결혼반지까지 손을 대고야 말았는데요, <녹취> 한 군 (음성변조): "(부모님) 지갑에 있는 거 돈 빼서 그냥 가져다 줬지요. 엄마 반지 구해오라고 해가지고, 집에 엄마 결혼반지랑 아빠거랑 금이고 뭐고 싹 다 가져다주고..." 이렇게까지 돈을 모아 상납해 온 건데요, 조직 선배들의 협박과 폭력에 시달린 피해자가 된 동시에, 또래친구들의 금품을 빼앗은 가해자가 돼버린 한 군. 상황이 이지경이 됐지만, 한 군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전혀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습니다. <녹취> 한 군 (음성변조): "(형들이 어떤 존재였어요?) 그냥 법이라고 생각했어요. 법 말고는 없었어요. (친구들과) 도저히 못하겠다고 그냥 신고하자 이렇게 했는데, 신고해도 또 맞을 까봐 두렵고, 그러니까 못했죠. 보복이 두렵잖아요." 두려움 때문에, 꼬박 1년 동안 조직선배들이 요구하는 돈을 상납해 온 아이들... 그 금액이 무려 3천8백만 원에 이릅니다. 정말 엄청나죠? 그렇다면 이 많은 돈, 어디에 썼을까요? <인터뷰> 김대규 (수사과장/사천경찰서): "저희들이 확인해 본 바로는 인터넷 스포츠토토, 도박 사이트에 많이 접속했습니다. 아웃도어나 일부는 오토바이도 구입했습니다. 우두머리 (이 군이) 직접 받은 돈은 여러 가지 회식을 한다든지 술 먹고, 밥 사먹고..." 뒤늦게나마 이 청소년 폭력조직의 실체가 드러나고, 이제는 선배들의 폭행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아이들... 하지만 한 군은 여전히 불안하다고 말합니다. <녹취> 한 군 (음성변조): "구속됐다가 나오면 또 그게 문제고... 불안하지요. (이 군이) 네가 신고하면 또 때리고 또 (감옥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또 때리고 그런 식으로 하다가 안 되면 죽여 버리고 들어간다고 (했어요.)" 경찰은 조직폭력배를 모방해 상습폭행과 협박을 일삼은 중고등학생 30명 규모의 학교폭력써클을 적발해 19살 이 모 군을 구속하고, 써클회원 중고생 20명을 불구속했습니다.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학교폭력, 청소년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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