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정년 연장’ 어디까지?…각국 해법은?

입력 2012.04.0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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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무라카미(도쿄 시민/50대) : "건강이 괜찮다면 되도록 길게 일하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멘트>



일본에서는 65세 정년시대가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회사원이나 공무원 가릴 것 없이 내년부터는 희망자 모두가 65세까지 일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이미 상당수 일본 기업들은 ’재고용’이라는 형태를 통해 초고령 사회에 대처해가고 있는데요, 먼저 실태를 홍수진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스테인레스 문을 만드는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정년 퇴직자를 재고용하고 있습니다.



65세 다카하시 씨가 첫 수혜자로, 퇴직 전보다 월급은 반으로 줄었지만, 탄력근무를 통해 건강관리를 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다카하시(65세) : "회사에서 고용해준다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좋은 일이죠."



트럭운전을 하던 고령 직원들을 퇴직 후 재고용하기 위해 포장사업을 새롭게 시작한 회사도 있습니다.



초고령 사회인 일본의 기업은 2006년부터 시행된 법에 따라 현 60세인 정년을 폐지하거나, 연장하지 않을 경우, 퇴직자 중 희망자를 65세까지 재고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기업의 부담과 청년실업 악화 등을 이유로 이를 시행하는 기업은 전체의 절반에도 못미칩니다.



<인터뷰> 요네쿠라(경단련 회장) : "재고용은 의무화가 아니라 노사가 의논해서 결정할 문제입니다."



일본 정부는 기업이 예외규정을 핑계로 재고용을 거부할 수 없도록 보다 강력해진 법안을 각의에서 결정했고,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일본의 기업들은 퇴직자의 재고용을 요리조리 피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이는데요,



일본은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정년 연장을 고집하는 걸까요?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김진수 국제부장이 설명해 드립니다.



<기자 멘트>



재계의 강력한 반대, 또 대졸자들의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정년 연장을 강력히 시행하려는 배경에는 연금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은 60세에 정년퇴직하면 바로 후생연금이 지급됩니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이 순차적으로 높아져 14년 후엔 65세까지 올라갑니다.



그러니까 그 사이 월급도, 연금도 못받는 사람이 없도록 하려는 고육지책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일본 정부가 지급한 연금은 52조엔 가량인데, 이 중에 40% 인 20조엔은 국가가 부담했습니다.



이 중 상당 부분을 이미 GDP의 200%를 넘어선 국채 발행을 통해 메우고 있어 재정에 상당한 압박을 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더내고 덜받는 세대인 2,30대 젊은층의 연금 납부율이 절반밖에 안되는 점도 연금 재원을 부족하게 하고 있는 원인입니다.



연금 재정의 위기로, 지급 연령을 늦추는 대신 정년 연장을 논의하고 있는 것은 일본 뿐이 아닙니다.



박장범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일찍 은퇴해서 연금으로 편안한 삶을 누린다는 유럽인들의 노후 계획은 재정위기 이후 뿌리째 흔들렸습니다.



<녹취> "경제적 이유 때문에 더 오래 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녹취> "저는 아마 죽을 때까지 일할 것 같아요."



영국 정부는 향후 25년 동안 정년을 68살로 늘리자고 제안했고, 독일은 67세 정년의 법제화를 추진 중입니다.



국민들이 더 오래 일하는 방향으로 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 때문입니다.



<녹취> 캐머런(영국총리) : "연금을 건전하게 유지하려면 좀 더 늦게 은퇴해서 사회에 더 오래 기여해야만 합니다."



스웨덴의 레인펠트 총리가 제안한 파격적인 75세 정년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닙니다.



<녹취> 톰 맥파일(연금 전문가) : "은퇴 연령이 60대 후반이나 70대로 늦춰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21세기 선진국 국민들 역시 재정 압박을 견디지 못해 일찍 쉬고 싶다는 개인의 희망을 접고 과거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일해야 하는 운명을 맞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정년 연장 대책이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정년 연장을 늘리자는데는 노사정 모두 원론적으로 합의를 했지만 60살을 법으로 의무화시키는 데는 생각이 조금씩 다릅니다.



김상협 기자가 짚어봅니다.



<리포트>



대형마트에서 일한 지 10여 년, 올해가 정년이지만 앞으로 5년 더 일할 수 있습니다.



회사 측이 정년을 55살에서 60살로 연장한 덕분에, 직원 2만 명이 혜택을 봤습니다.



<인터뷰> 유병욱(홈플러스 사원/55살) : "55살이면 한창 일할 나이인데 그만두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게 돼서 좋아요."



하지만, 이런 정년 연장은 개별 회사 차원의 결정일 뿐, 극히 드문 경웁니다.



우리나라도 연금 지급이 65세로 늦춰지는 것에 대비해 2년 전 정년 연장을 위한 노사정 논의를 시작했지만, 원론적인 합의만 했을 뿐 법제화 논의는 부진합니다.



기업은 일률적인 정년 연장을 반대하고, 노측도 정년 연장으로 임금이 줄어드는 게 부담입니다.



<인터뷰> 최강식(교수/고령사회 인력 정책 포럼 회장) : "연령이 높아지면 계속해서 임금이 올라가다 보니까 기업으로선 감당하기가 힘든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임금체계의 개편이 병행이 되어야만 기업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여기에다 정년 연장이 안 그래도 실업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여전한 데다 재계의 경제적 추가 부담에 따른 기피현상이 맞물려 현실화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KBS 뉴스 김상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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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4-03 21: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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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무라카미(도쿄 시민/50대) : "건강이 괜찮다면 되도록 길게 일하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멘트>

일본에서는 65세 정년시대가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회사원이나 공무원 가릴 것 없이 내년부터는 희망자 모두가 65세까지 일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이미 상당수 일본 기업들은 ’재고용’이라는 형태를 통해 초고령 사회에 대처해가고 있는데요, 먼저 실태를 홍수진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스테인레스 문을 만드는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정년 퇴직자를 재고용하고 있습니다.

65세 다카하시 씨가 첫 수혜자로, 퇴직 전보다 월급은 반으로 줄었지만, 탄력근무를 통해 건강관리를 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다카하시(65세) : "회사에서 고용해준다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좋은 일이죠."

트럭운전을 하던 고령 직원들을 퇴직 후 재고용하기 위해 포장사업을 새롭게 시작한 회사도 있습니다.

초고령 사회인 일본의 기업은 2006년부터 시행된 법에 따라 현 60세인 정년을 폐지하거나, 연장하지 않을 경우, 퇴직자 중 희망자를 65세까지 재고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기업의 부담과 청년실업 악화 등을 이유로 이를 시행하는 기업은 전체의 절반에도 못미칩니다.

<인터뷰> 요네쿠라(경단련 회장) : "재고용은 의무화가 아니라 노사가 의논해서 결정할 문제입니다."

일본 정부는 기업이 예외규정을 핑계로 재고용을 거부할 수 없도록 보다 강력해진 법안을 각의에서 결정했고,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일본의 기업들은 퇴직자의 재고용을 요리조리 피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이는데요,

일본은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정년 연장을 고집하는 걸까요?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김진수 국제부장이 설명해 드립니다.

<기자 멘트>

재계의 강력한 반대, 또 대졸자들의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정년 연장을 강력히 시행하려는 배경에는 연금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은 60세에 정년퇴직하면 바로 후생연금이 지급됩니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이 순차적으로 높아져 14년 후엔 65세까지 올라갑니다.

그러니까 그 사이 월급도, 연금도 못받는 사람이 없도록 하려는 고육지책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일본 정부가 지급한 연금은 52조엔 가량인데, 이 중에 40% 인 20조엔은 국가가 부담했습니다.

이 중 상당 부분을 이미 GDP의 200%를 넘어선 국채 발행을 통해 메우고 있어 재정에 상당한 압박을 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더내고 덜받는 세대인 2,30대 젊은층의 연금 납부율이 절반밖에 안되는 점도 연금 재원을 부족하게 하고 있는 원인입니다.

연금 재정의 위기로, 지급 연령을 늦추는 대신 정년 연장을 논의하고 있는 것은 일본 뿐이 아닙니다.

박장범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일찍 은퇴해서 연금으로 편안한 삶을 누린다는 유럽인들의 노후 계획은 재정위기 이후 뿌리째 흔들렸습니다.

<녹취> "경제적 이유 때문에 더 오래 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녹취> "저는 아마 죽을 때까지 일할 것 같아요."

영국 정부는 향후 25년 동안 정년을 68살로 늘리자고 제안했고, 독일은 67세 정년의 법제화를 추진 중입니다.

국민들이 더 오래 일하는 방향으로 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 때문입니다.

<녹취> 캐머런(영국총리) : "연금을 건전하게 유지하려면 좀 더 늦게 은퇴해서 사회에 더 오래 기여해야만 합니다."

스웨덴의 레인펠트 총리가 제안한 파격적인 75세 정년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닙니다.

<녹취> 톰 맥파일(연금 전문가) : "은퇴 연령이 60대 후반이나 70대로 늦춰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21세기 선진국 국민들 역시 재정 압박을 견디지 못해 일찍 쉬고 싶다는 개인의 희망을 접고 과거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일해야 하는 운명을 맞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정년 연장 대책이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정년 연장을 늘리자는데는 노사정 모두 원론적으로 합의를 했지만 60살을 법으로 의무화시키는 데는 생각이 조금씩 다릅니다.

김상협 기자가 짚어봅니다.

<리포트>

대형마트에서 일한 지 10여 년, 올해가 정년이지만 앞으로 5년 더 일할 수 있습니다.

회사 측이 정년을 55살에서 60살로 연장한 덕분에, 직원 2만 명이 혜택을 봤습니다.

<인터뷰> 유병욱(홈플러스 사원/55살) : "55살이면 한창 일할 나이인데 그만두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게 돼서 좋아요."

하지만, 이런 정년 연장은 개별 회사 차원의 결정일 뿐, 극히 드문 경웁니다.

우리나라도 연금 지급이 65세로 늦춰지는 것에 대비해 2년 전 정년 연장을 위한 노사정 논의를 시작했지만, 원론적인 합의만 했을 뿐 법제화 논의는 부진합니다.

기업은 일률적인 정년 연장을 반대하고, 노측도 정년 연장으로 임금이 줄어드는 게 부담입니다.

<인터뷰> 최강식(교수/고령사회 인력 정책 포럼 회장) : "연령이 높아지면 계속해서 임금이 올라가다 보니까 기업으로선 감당하기가 힘든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임금체계의 개편이 병행이 되어야만 기업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여기에다 정년 연장이 안 그래도 실업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여전한 데다 재계의 경제적 추가 부담에 따른 기피현상이 맞물려 현실화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KBS 뉴스 김상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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