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다시보기] 합창으로 이룬 독립

<앵커 멘트>

합창을 통해 독립을 쟁취한 독특한 역사를 지닌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발트해 연안에 있는 에스토니아인데요.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에스토니아인들의 합창을 지구촌 다시 보기에서 들려드립니다.

<리포트>

에스토니아에서는 이 맑고 고운 합창을 매일 들을 수 있습니다.

이곳 젊은 여성들의 가장 큰 꿈 가운데 하나가 합창 단원이 되는 것일 정도로 합창에 대한 에스토니아인들의 애정은 각별합니다.

주로 부르는 합창곡 또한 특별한 의미를 지닌 노래입니다.

<녹취> 합창곡 '나의 조국 나의 사랑' : “나의 조국은 나의 사랑 애정을 바쳤던 그대에게...”

<인터뷰> 엉그리 하이드(지휘자) : “이 노래는 에스토니아 합창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노래입니다. 에스토니아의 독립을 일깨웠습니다.”

에스토니아는 15세기 이후 50년 이상 독립 국가로 존재해 본 적이 없는 국가입니다.

700년이 넘는 기간을 덴마크, 스웨덴, 독일, 러시아 등 열강의 지배를 받았고, 2차 세계 대전 뒤에는 소련에 편입됩니다.

소련 지배하의 1985년, 에스토니아는 소련의 고르바초프가 표방한 개혁, 개방 물결을 타고 독립의 기회를 맞았습니다.

그리고 1988년 8월 에스토니아의 유명한 독립 혁명인 '합창 혁명'이 시작됩니다.

3년여의 '합창 혁명' 기간에 광장에서 독립을 노래한 사람들이 30여만 명.

에스토니아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 인원이었습니다.

소련이 탱크를 앞세워 위협했지만, 에스토니아인들은 손에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결국 1991년, 에스토니아는 비폭력 합창으로 독립 국가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녹취> '합창 혁명' 당시 불렀던 노래 : “나는 언제나 에스토니아 곁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인터뷰> 아르뜨르('합창 혁명' 참가 시민) : “이 노래는 '합창 혁명' 당시 유명했던 노래이고 지금도 이 노래를 부르면 울컥하는 마음이 듭니다.”

에스토니아인들의 합창에 대한 애정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송 페스티벌(song festival)의 전통 때문입니다.

1869년 시작된 대규모 합창 축제로 20여만 명이 참여하는 국민 대축제입니다.

광장 무대에 서는 합창 단원만 3만여 명에 이릅니다.

<인터뷰> 트리비미(에스토니아 독립 운동가) : “이틀 동안 열리는 축제의 음악적인 수준은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이 축제로 인해 에스토니아인들은 서로 긴밀한 관계를 갖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합창 혁명'의 중요한 배경입니다.”

합창 혁명이 있고 20여 년, 에스토니아는 옛 소련 국가 가운데 경제 성장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 발돋움했습니다.

‘노래하는 민족', 에스토니아의 국민들은 이제 조국의 희망찬 미래를 위한 합창을 합니다.

지구촌 다시 보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