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대학 ‘총장직선제’ 유지? 폐지?

입력 2012.07.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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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직선제로 뽑힌 전남대 총장 1순위 후보자가 검찰수사를 받던 중 결국 사퇴했습니다.



지방의 몇몇 국립대에선 총장 선거가 끝나면 교수 사회는 지나친 파벌주의로 홍역을 앓을 지경이라고 합니다.



기성 정치판 뺨칠 정도의 혼탁선거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그 실태를 유동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5월 총장 선거를 치른 이 대학은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일부 후보가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했습니다.



<녹취> 00대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특정) 교수를 지지 한 분들은 표정관리를 하는게 상당히 (어렵죠)"



결국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혐의를 상당 부분 시인하고 총장 후보에서 사퇴했습니다.



이 대학도 지난 2010년 5월 총장 선거 직후에 검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1순위 후보자가 교수들에게 골프공 세트 등을 선물하고 식사 접대를 했다는 혐의였습니다.



<녹취> 00 교대 관계자 : "선거를 처음 하다보니까 잘 모르고 같은 교수끼리 인간적으로 이야기 나눈 걸 가지고..."



해당 교수는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결국은 총장으로 임용됐습니다.



경남의 한 대학에선 지난해 금품 수수 행위가 선관위에 의해 확인돼 해당 후보가 자진 사퇴했습니다.



이처럼 지난해 이후 총장 부정선거와 관련해 교수가 수사를 받고 있거나 처벌받은 대학이 4곳에 이를 정도로 총장 선거를 둘러싼 잡음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20 여년 전 대학 자율화, 학내 민주화의 상징이었던 총장 직선제가 이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도가 돼 버린 것 같습니다.



국립대 총장 직선제의 변천사와 최근 추세를 이영풍 기자가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총장 투표장 데모장면 보시는 장면은 지난 89년 고려대 총장선거 투표장인데요, 학생들이 자신들에게도 투표권을 달라며 집회를 벌였습니다.



이처럼 당시 총장 직선제는 국, 사립을 막론하고 대학의 자율화를 상징할 만큼 관심이 높았습니다.



그럼 최근 논란이 지속돼온 국립대 총장 선임 절차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알아볼까요?



지난 53년부터 10년 동안은 정부가 교수회 동의를 얻어 임명했고 63년부터 30년 가까이 정부가 직접 임명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난 91년부터는 교수들이 중심이 된 총장 직선제가 도입됐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정부의 구조개혁 중점추진 대학 발표를 계기로 국립대들이 공모제를 채택하기 시작해 현재 직선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립대는 38개교 가운데 5군데에 불과합니다.



총장 직선제를 왜 폐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직선제를 유지하는 대학은 어떤 입장인지를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한동안 총장 직선제는 학내 민주화의 상징으로 평가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교수 사회의 파벌 조성과 혼탁 선거 등의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녹취> 대학 관계자 : "총장 자리에 오르려고 하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요."



감사원 조사 결과 총장 직선제를 유지한 대학들은 대부분 급여 보조성 경비가 인상됐고 최고 10.5%까지 올린 대학도 있었습니다.



교과부는 급여 인상 등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이 등록금 인상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직선제 폐지 대학에는 대학 평가에서의 가점 부여, 직선제 유지 대학에는 지원 사업 탈락 등 당근과 채찍으로 직선제 폐지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구자문(교육과학기술부 대학지원실장) : "8월말까지 국립대학 구조개혁 중점추진 대학을 선정할 예정인데, 총장 직선제 폐지 여부가 지표 가운데 하나로 활용됩니다. "



총장 직선제를 유지중인 대학에서는 자율성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인터뷰> 박병덕(전북대학교 교수회장) : "법에서 보장되고 있는 제도를 행정 조치를 통해서 강제로 폐지하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죠."



상당수 대학에서 총장 직선제가 폐지됐지만 아직 일부 대학에서는 학내 구성원들 간의 존폐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리포트>



그럼 외국의 유수 대학들은 어떻게 총장을 선출할까요?



미국의 경우 총장선출위원회에서 후보를 물색하는데 여기에는 교수뿐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 교직원들까지 참여해 대학발전을 위한 최고의 선택을 위해 지혜를 모은다고 합니다.



워싱턴 최규식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240년 전통의 미 동부 명문사립 다트머스대학은 지난 2009년 새 총장을 발표했습니다.



자기 대학 출신도, 자기 대학 교수도 아닌, (하버드대 의대에 재직중이던) 한국계 김용 교수 였습니다.



<인터뷰> 에드 헬드만(총장선출위원회 동문대표) : "선출위원회와 이사회는 학문과 혁신, 사회봉사에 대한 차기 총장의 구상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교수와 학생, 동문대표 들이 누가 차기 총장으로 적임자인지를 놓고 8달 동안 머리를 맞댄 결과였습니다.



하버드나 예일대 등 아이비 리그 명문사립대학들은 이처럼 총장선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이사회가 총장을 임명합니다.



버클리 등 주립대들도 주지사가 총장을 최종 임명하는 것을 제외하곤 비슷한 절차를 거칩니다.



물론 추천위원회 구성비율을 놓고 논란은 있지만 절차는 개방적이고 투명합니다.



인상적인 것은 우수한 인물을 모셔오기 위해 쏟아붓는 노력입니다.



총장 선출위원회가 헤드헌터 업체를 고용해 적임자를 물색하는 건 관행화 돼있고 아예 전문 경영인을 총장으로 초빙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새 총장감을 찾으면서 이해 당사자들이 지혜를 모으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미국 대학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최규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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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대학 ‘총장직선제’ 유지? 폐지?
    • 입력 2012-07-20 22:00:16
    뉴스 9
<앵커 멘트>

직선제로 뽑힌 전남대 총장 1순위 후보자가 검찰수사를 받던 중 결국 사퇴했습니다.

지방의 몇몇 국립대에선 총장 선거가 끝나면 교수 사회는 지나친 파벌주의로 홍역을 앓을 지경이라고 합니다.

기성 정치판 뺨칠 정도의 혼탁선거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그 실태를 유동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5월 총장 선거를 치른 이 대학은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일부 후보가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했습니다.

<녹취> 00대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특정) 교수를 지지 한 분들은 표정관리를 하는게 상당히 (어렵죠)"

결국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혐의를 상당 부분 시인하고 총장 후보에서 사퇴했습니다.

이 대학도 지난 2010년 5월 총장 선거 직후에 검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1순위 후보자가 교수들에게 골프공 세트 등을 선물하고 식사 접대를 했다는 혐의였습니다.

<녹취> 00 교대 관계자 : "선거를 처음 하다보니까 잘 모르고 같은 교수끼리 인간적으로 이야기 나눈 걸 가지고..."

해당 교수는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결국은 총장으로 임용됐습니다.

경남의 한 대학에선 지난해 금품 수수 행위가 선관위에 의해 확인돼 해당 후보가 자진 사퇴했습니다.

이처럼 지난해 이후 총장 부정선거와 관련해 교수가 수사를 받고 있거나 처벌받은 대학이 4곳에 이를 정도로 총장 선거를 둘러싼 잡음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20 여년 전 대학 자율화, 학내 민주화의 상징이었던 총장 직선제가 이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도가 돼 버린 것 같습니다.

국립대 총장 직선제의 변천사와 최근 추세를 이영풍 기자가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총장 투표장 데모장면 보시는 장면은 지난 89년 고려대 총장선거 투표장인데요, 학생들이 자신들에게도 투표권을 달라며 집회를 벌였습니다.

이처럼 당시 총장 직선제는 국, 사립을 막론하고 대학의 자율화를 상징할 만큼 관심이 높았습니다.

그럼 최근 논란이 지속돼온 국립대 총장 선임 절차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알아볼까요?

지난 53년부터 10년 동안은 정부가 교수회 동의를 얻어 임명했고 63년부터 30년 가까이 정부가 직접 임명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난 91년부터는 교수들이 중심이 된 총장 직선제가 도입됐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정부의 구조개혁 중점추진 대학 발표를 계기로 국립대들이 공모제를 채택하기 시작해 현재 직선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립대는 38개교 가운데 5군데에 불과합니다.

총장 직선제를 왜 폐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직선제를 유지하는 대학은 어떤 입장인지를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한동안 총장 직선제는 학내 민주화의 상징으로 평가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교수 사회의 파벌 조성과 혼탁 선거 등의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녹취> 대학 관계자 : "총장 자리에 오르려고 하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요."

감사원 조사 결과 총장 직선제를 유지한 대학들은 대부분 급여 보조성 경비가 인상됐고 최고 10.5%까지 올린 대학도 있었습니다.

교과부는 급여 인상 등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이 등록금 인상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직선제 폐지 대학에는 대학 평가에서의 가점 부여, 직선제 유지 대학에는 지원 사업 탈락 등 당근과 채찍으로 직선제 폐지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구자문(교육과학기술부 대학지원실장) : "8월말까지 국립대학 구조개혁 중점추진 대학을 선정할 예정인데, 총장 직선제 폐지 여부가 지표 가운데 하나로 활용됩니다. "

총장 직선제를 유지중인 대학에서는 자율성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인터뷰> 박병덕(전북대학교 교수회장) : "법에서 보장되고 있는 제도를 행정 조치를 통해서 강제로 폐지하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죠."

상당수 대학에서 총장 직선제가 폐지됐지만 아직 일부 대학에서는 학내 구성원들 간의 존폐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리포트>

그럼 외국의 유수 대학들은 어떻게 총장을 선출할까요?

미국의 경우 총장선출위원회에서 후보를 물색하는데 여기에는 교수뿐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 교직원들까지 참여해 대학발전을 위한 최고의 선택을 위해 지혜를 모은다고 합니다.

워싱턴 최규식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240년 전통의 미 동부 명문사립 다트머스대학은 지난 2009년 새 총장을 발표했습니다.

자기 대학 출신도, 자기 대학 교수도 아닌, (하버드대 의대에 재직중이던) 한국계 김용 교수 였습니다.

<인터뷰> 에드 헬드만(총장선출위원회 동문대표) : "선출위원회와 이사회는 학문과 혁신, 사회봉사에 대한 차기 총장의 구상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교수와 학생, 동문대표 들이 누가 차기 총장으로 적임자인지를 놓고 8달 동안 머리를 맞댄 결과였습니다.

하버드나 예일대 등 아이비 리그 명문사립대학들은 이처럼 총장선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이사회가 총장을 임명합니다.

버클리 등 주립대들도 주지사가 총장을 최종 임명하는 것을 제외하곤 비슷한 절차를 거칩니다.

물론 추천위원회 구성비율을 놓고 논란은 있지만 절차는 개방적이고 투명합니다.

인상적인 것은 우수한 인물을 모셔오기 위해 쏟아붓는 노력입니다.

총장 선출위원회가 헤드헌터 업체를 고용해 적임자를 물색하는 건 관행화 돼있고 아예 전문 경영인을 총장으로 초빙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새 총장감을 찾으면서 이해 당사자들이 지혜를 모으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미국 대학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최규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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