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고통받는 말기 암환자…품위있는 죽음 어떻게

입력 2012.10.3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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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의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입니다.



여기 환자 스무 명 가운데 4명이 말기 암환자입니다.



이처럼 많은 말기 암환자들이 인공호흡기와 각종 기계에 의지해 생명을 연장하다가 죽음을 맞게 됩니다.



이러다 보니 OECD 국가를 포함한 전 세계 40개국을 대상으로 ’죽음의 질’을 평가한 결과, 우리나라는 하위권인 33위에 그쳤습니다.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을 수 있는 호스피스 병상이 부족한데다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 또한 부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말기 암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정홍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평일 낮인데도 대학병원 응급실은 환자들로 붐빕니다.



직장암 환자인 이 70대 여성도 증상이 악화돼 병원을 찾았지만 사흘째 응급실에서 대기 중입니다.



<인터뷰> 김순노미(직장암 환자/74살) : "(담당 의사가) 빨리 입원해야 한다고 해서 입원실에 가니까 병실이 없다고 해서 응급실로 가라고."



이 병원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20%가량은 말기 암환자입니다.



일반 병의원은 말기암 환자를 돌볼 시설이나 임상경험이 부족해 환자를 기피하기 때문입니다.



병원에 입원해도 말기 암환자들은 사망 직전까지 각종 검사와 치료에 시달리기 일수입니다.



이러다 보니 암 사망자 가운데 임종 직전 한 달 안에도 항암치료를 받은 비율은 30%로 선진국에 비해 3배나 됩니다.



사실상 효과가 없는 무의미한 치료가 그만큼 많은 겁니다.



<인터뷰> 말기 신장암 환자 보호자 : "보험 안 되는 (항암) 신약까지도 먹었는데 그 약까지 내성이 생기면 더 이상 먹을 약이 없기 때문에 치료 중단을 한 상태입니다."



무의미한 치료나 연명 시술을 계속하는 건 환자 측과 의료진 모두 인식이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정권(서울삼성병원 교수) : "환자들이 완화치료를 받는 것을 꺼려하고 환자를 대하는 의사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이 환자 입장에서 포기하는 것으로 비춰질까봐."



암 사망자는 한해 7만여 명,말기암 진단을 받은 환자 10명 가운데 8명은 진단 뒤 6개월 안에 숨집니다.



<앵커 멘트>



이처럼 상당수 말기 암환자들은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응급실을 전전하거나 값비싼 중환자실에 있다가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러다 보니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도 큰데요, 이에 비해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어떤 효과가 있는지, 그 실태를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이충헌 의학전문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중환자실엔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각종 기계가 꽉 차 있습니다.



하루 입원 비용은 평균 7십만 원, 장기간 있다 보면 경제적 부담도 커서 암 때문에 가족 전체가 빈곤에 빠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암 사망자의 사망 직전 1년간 진료비는 평균 2천8백만 원으로 일반환자에 비해 입원치료비는 14배, 외래치료비는 3배 더 많습니다.



더구나 이렇게 기계에 의지해 연명하다가 임종을 맞는다면 마지막 순간을 가족과 함께하기도 힘듭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의사나 환자 가족이나 치료에 매달릴 뿐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에 대해선 얘기하길 꺼립니다.



호스피스 병동은 죽음 직전에 들어가는 임종 환자만을 위한 시설이 아닙니다.



완치 가능성은 없지만, 통증이나 부작용이 심한 말기 암 환자가 통증 조절 등을 통해 남은 생의 가치와 질을 높일 수 있는 곳입니다.



암 사망자 중 이런 호스피스 병동을 이용하는 비율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지난해 12%에 그쳤습니다.



호스피스 병상이 부족한 탓입니다. 국내 호스피스 병상은 8백 개에 못 미쳐 필요 병상의 56% 수준입니다.



그럼, 말기 암환자의 고통을 덜고, 죽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과제를 한승복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래와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가을 햇살......



5년간의 항암 치료를 중단하고 10여 일 전부터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양순자(말기암 환자/67세) : "마음도 첫째 편안하고 내가 갈 때 되면 아! 그래, 세상 태어나서 한 번 가니까 모든 걸 털고 편안하게 갈 수 있겠다. 이렇게......"



완화의료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대신 1차적으로 환자의 통증과 각종 증상을 줄여 신체적으로 편안하게 만들어줍니다.



이때 환자가 느끼는 정신적, 정서적 고통도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남은 시간이 길든 짧든, 그 동안의 삶의 질을 최대한 높여주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기관을 환자들이 스스로 알아보기 전에는 안내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여서 인식개선과 홍보가 시급합니다.



<인터뷰> 라정란(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팀장) : "치료하는 선생님조차 완화의료가 있다는 걸 잘 모르고 있고 본인들의 입으로 그런 것을 소개해 주기가 아직은 어려운 것 같아요."



전국 50개 완화의료기관에 한 해 5천만 원씩 지원되는 국고지원금도 더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각 지역 사회에 완화의료 기반을 확충해 환자들이 임종 순간까지 집이 있는 곳에서 좀 더 편안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한승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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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고통받는 말기 암환자…품위있는 죽음 어떻게
    • 입력 2012-10-31 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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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의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입니다.

여기 환자 스무 명 가운데 4명이 말기 암환자입니다.

이처럼 많은 말기 암환자들이 인공호흡기와 각종 기계에 의지해 생명을 연장하다가 죽음을 맞게 됩니다.

이러다 보니 OECD 국가를 포함한 전 세계 40개국을 대상으로 ’죽음의 질’을 평가한 결과, 우리나라는 하위권인 33위에 그쳤습니다.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을 수 있는 호스피스 병상이 부족한데다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 또한 부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말기 암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정홍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평일 낮인데도 대학병원 응급실은 환자들로 붐빕니다.

직장암 환자인 이 70대 여성도 증상이 악화돼 병원을 찾았지만 사흘째 응급실에서 대기 중입니다.

<인터뷰> 김순노미(직장암 환자/74살) : "(담당 의사가) 빨리 입원해야 한다고 해서 입원실에 가니까 병실이 없다고 해서 응급실로 가라고."

이 병원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20%가량은 말기 암환자입니다.

일반 병의원은 말기암 환자를 돌볼 시설이나 임상경험이 부족해 환자를 기피하기 때문입니다.

병원에 입원해도 말기 암환자들은 사망 직전까지 각종 검사와 치료에 시달리기 일수입니다.

이러다 보니 암 사망자 가운데 임종 직전 한 달 안에도 항암치료를 받은 비율은 30%로 선진국에 비해 3배나 됩니다.

사실상 효과가 없는 무의미한 치료가 그만큼 많은 겁니다.

<인터뷰> 말기 신장암 환자 보호자 : "보험 안 되는 (항암) 신약까지도 먹었는데 그 약까지 내성이 생기면 더 이상 먹을 약이 없기 때문에 치료 중단을 한 상태입니다."

무의미한 치료나 연명 시술을 계속하는 건 환자 측과 의료진 모두 인식이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정권(서울삼성병원 교수) : "환자들이 완화치료를 받는 것을 꺼려하고 환자를 대하는 의사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이 환자 입장에서 포기하는 것으로 비춰질까봐."

암 사망자는 한해 7만여 명,말기암 진단을 받은 환자 10명 가운데 8명은 진단 뒤 6개월 안에 숨집니다.

<앵커 멘트>

이처럼 상당수 말기 암환자들은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응급실을 전전하거나 값비싼 중환자실에 있다가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러다 보니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도 큰데요, 이에 비해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어떤 효과가 있는지, 그 실태를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이충헌 의학전문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중환자실엔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각종 기계가 꽉 차 있습니다.

하루 입원 비용은 평균 7십만 원, 장기간 있다 보면 경제적 부담도 커서 암 때문에 가족 전체가 빈곤에 빠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암 사망자의 사망 직전 1년간 진료비는 평균 2천8백만 원으로 일반환자에 비해 입원치료비는 14배, 외래치료비는 3배 더 많습니다.

더구나 이렇게 기계에 의지해 연명하다가 임종을 맞는다면 마지막 순간을 가족과 함께하기도 힘듭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의사나 환자 가족이나 치료에 매달릴 뿐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에 대해선 얘기하길 꺼립니다.

호스피스 병동은 죽음 직전에 들어가는 임종 환자만을 위한 시설이 아닙니다.

완치 가능성은 없지만, 통증이나 부작용이 심한 말기 암 환자가 통증 조절 등을 통해 남은 생의 가치와 질을 높일 수 있는 곳입니다.

암 사망자 중 이런 호스피스 병동을 이용하는 비율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지난해 12%에 그쳤습니다.

호스피스 병상이 부족한 탓입니다. 국내 호스피스 병상은 8백 개에 못 미쳐 필요 병상의 56% 수준입니다.

그럼, 말기 암환자의 고통을 덜고, 죽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과제를 한승복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래와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가을 햇살......

5년간의 항암 치료를 중단하고 10여 일 전부터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양순자(말기암 환자/67세) : "마음도 첫째 편안하고 내가 갈 때 되면 아! 그래, 세상 태어나서 한 번 가니까 모든 걸 털고 편안하게 갈 수 있겠다. 이렇게......"

완화의료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대신 1차적으로 환자의 통증과 각종 증상을 줄여 신체적으로 편안하게 만들어줍니다.

이때 환자가 느끼는 정신적, 정서적 고통도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남은 시간이 길든 짧든, 그 동안의 삶의 질을 최대한 높여주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기관을 환자들이 스스로 알아보기 전에는 안내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여서 인식개선과 홍보가 시급합니다.

<인터뷰> 라정란(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팀장) : "치료하는 선생님조차 완화의료가 있다는 걸 잘 모르고 있고 본인들의 입으로 그런 것을 소개해 주기가 아직은 어려운 것 같아요."

전국 50개 완화의료기관에 한 해 5천만 원씩 지원되는 국고지원금도 더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각 지역 사회에 완화의료 기반을 확충해 환자들이 임종 순간까지 집이 있는 곳에서 좀 더 편안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한승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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