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나 경찰이야” 옛 동료 납치해 돈 갈취

입력 2012.11.30 (08:59) 수정 2012.11.3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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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찰 행세를 하며 마치 체포하는 것처럼 30대 남성을 납치해 몸값을 받아낸 사건이 있었죠.

아무리 경찰이라고 믿었어도, 잘못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납치되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예전에 불법 행위를 저질렀던 일.

또 돈을 많이 갖고 있는 것 등 납치범들이 피해자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김기흥 기자, 납치범 가운데 피해자를 오래전부터 잘 아는 사람이 있었다죠?

<기자 멘트>

납치범 일당 가운데에는 피해자 형의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들도 있었는데요.

어릴 때부터 스스럼없이 지내온 터라 피해자는 이들과 같이 사업을 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럼 만큼 납치범 일당이 검거되자 피해자 가족들의 충격은 더 컸는데요.

납치범들은 납치조와 감시조로 역할을 나눠 석 달 전부터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해왔다고 합니다.

경찰관을 사칭해 친구의 동생을 납치한 낯 두꺼운 일당의 범죄행각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사건은 지난 13일 밤에 발생했습니다.

고요하기만 하던 이 건물 안에선 사실 끔찍한 납치극이 벌어지고 있었던 건데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경찰들이 여기 와서 알았어요. 불안하죠. 안 불안하겠습니까."

30대 남성 황모 씨가 납치된 건 그날 저녁 8시 30분 쯤.

집 근처에서 찍힌 블랙박스 영상에는 납치범이 황 씨에게 수갑을 채워 어디론가 끌고 가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공범으로 보이는 또 다른 남성이 그 뒤를 쫓고 있었는데요.

황 씨는 경찰인 줄 알고 이들을 따라갔다고 합니다.

<인터뷰> 최문태(경감/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경찰관을 사칭해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으로) 당신을 긴급 체포한다'는 고지를 하면서 피해자에게 수갑을 채우면서 납치를 한 겁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이미 차에 올라탄 뒤였습니다."

경찰이라던 두 남성. 갑자기 황 씨를 억압하고 두 눈을 가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황 씨는 40여 킬로미터 떨어진 원룸에 감금됐는데요.

납치범들은 황 씨에게 위협을 가하며 몸값으로 수 억 원을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동생(음성변조) : "네 형 뭐하지, 어디 살지 (납치범이) 다 알더래요. 그러면서 (돈 안 주면) 다 잡으러 온다고 했으니 어떻겠어요. 우리 오빠 딴에 우리 가족 전부 해칠까봐..."

협박과 폭행은 하루가 넘도록 계속됐습니다.

결국 황 씨는 다음날 밤,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녹취> 피해자 동생(음성변조) : "그냥 돈 필요하다 그 말만 했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너만 알라고 하면서... 어디냐고 물으니까 경찰이랑 있다고 하면서 갑자기 떠나야 된다고 이상한 소리를 자꾸 하더라고요."

동생은 오빠가 시키는 대로 집에 보관하던 현금 6억 원을 급히 챙겨 나왔습니다.

그리곤 납치범이 원하는 장소에 돈 가방을 가져다 놓았는데요.

<녹취> 피해자 동생(음성변조) : "(밤) 9시 30분쯤 서대구 IC로 가라, 한 30분 있다가 또 무슨 주유소로 오라, 계속 돌다가 칠곡 IC 지나서 무슨 쉼터가 있더라고요. 거기에 가방을 내려놓고 가라고 하더라고요."

납치범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건너편 차도에서 중앙 분리대를 넘어와 이곳에 있던 돈 가방을 챙겼습니다.

이후 납치범들은 서른 시간 만에 황 씨를 풀어줬는데요.

황 씨의 어머니는 그때서야 아들이 납치됐었단 사실을 알았습니다.

<녹취> 피해자 어머니(음성변조) : "놀랐죠. 깜짝 놀랐죠. 너무 잔인하게 했더라고... (아들이) 그러다가 죽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소리 듣는데 얼마나 안 됐던지..."

그런데 황 씨의 어머니는 납치범들이 경찰에 붙잡힌 뒤, 더 큰 충격에 휩싸였다고 하는데요.

납치범들이 황 씨는 물론 가족 모두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였기 때문입니다.

<녹취> 피해자 어머니(음성변조) : "둘째 아들(피해자 형)하고 초등학교, 중학교 다 같이 나왔어요. 그런데도 그랬다니까. 얼마나 더 열 받아요. 우리 남편이 더 깜짝 놀란 거예요. 아이고, 세상에 우리 00이가 이럴 줄은 진짜 몰랐다고 하면서..."

경찰에 검거된 일당은 모두 여섯 명.

황 씨는 이 가운데 장모 씨 등과 함께 한때 동업까지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는데요.

그 뒤 황 씨가 불법으로 게임머니를 팔아 큰돈을 벌게 되자, 장 씨 등은 그 돈을 노리고 이번 범행을 계획했습니다.

범행 준비 기간은 3개월.

그동안 이들은 납치조와 감시조로 역할을 나눠 황 씨의 집 주변과 황 씨의 주변을 면밀히 살펴왔습니다.

<녹취> 피해자 어머니(음성변조) : "그런 줄도 모르고 여기 (집 앞) 나가니까 편의점 앞에 (피의자가) 서있더래요. 그래서 '00아 너 오랜만이다' 그랬는데 그때 어디 가는 지 그런 거 다 살피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납치범들은 또 황 씨를 유인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수갑과 가짜 경찰 흉장 등을 구입했습니다.

이 가짜 흉장은 진짜와 그 모양이 확연히 달랐는데요.

당황한 황 씨는 이를 구분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경찰이라고 해도, 황 씨는 왜 갑자기 찾아와 연행하려는 이 ‘가짜 경찰’의 요구에 곧바로 응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인터뷰> 최문태(경감/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피해자 입장에서는 과거에 (불법) 게임 환전으로 처벌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경찰의 체포 상황으로 인식을 한 것 같습니다."

추가 범죄를 저지르진 않았지만 경찰이라는 말에 지레 겁을 먹었던 겁니다.

이런 황 씨를 이용해 수 억 원을 챙긴 납치범들은 황 씨를 풀어준 뒤, 또 다시 협박전화를 걸어 거액을 요구했습니다.

<녹취> 실제 통화 내용(음성변조) : "다시는 또 이런 일이 안 생긴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가족도 다 여기 살고 있는데, (신변에) 해롭습니다."

과거 범죄 사실을 주변에 폭로하겠다며 협박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녹취> 실제 통화 내용(음성변조) : "우리도 알 만큼 다 알고 있으니까 이번에 한 것, 우리 준 것 만큼만 내일 더 주면..."

하지만 경찰은 이 협박전화를 토대로 통신 수사를 벌여 납치범 일당을 검거했습니다.

조사 결과, 이들은 갈취한 6억 원 가운데 2억3천여만 원을 유흥비 등으로 이미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경찰은 경찰관을 사칭해 옛 동료를 납치한 다섯 명을 구속하고.

이에 가담한 한 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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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나 경찰이야” 옛 동료 납치해 돈 갈취
    • 입력 2012-11-30 08:59:54
    • 수정2012-11-30 15: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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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찰 행세를 하며 마치 체포하는 것처럼 30대 남성을 납치해 몸값을 받아낸 사건이 있었죠. 아무리 경찰이라고 믿었어도, 잘못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납치되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예전에 불법 행위를 저질렀던 일. 또 돈을 많이 갖고 있는 것 등 납치범들이 피해자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김기흥 기자, 납치범 가운데 피해자를 오래전부터 잘 아는 사람이 있었다죠? <기자 멘트> 납치범 일당 가운데에는 피해자 형의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들도 있었는데요. 어릴 때부터 스스럼없이 지내온 터라 피해자는 이들과 같이 사업을 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럼 만큼 납치범 일당이 검거되자 피해자 가족들의 충격은 더 컸는데요. 납치범들은 납치조와 감시조로 역할을 나눠 석 달 전부터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해왔다고 합니다. 경찰관을 사칭해 친구의 동생을 납치한 낯 두꺼운 일당의 범죄행각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사건은 지난 13일 밤에 발생했습니다. 고요하기만 하던 이 건물 안에선 사실 끔찍한 납치극이 벌어지고 있었던 건데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경찰들이 여기 와서 알았어요. 불안하죠. 안 불안하겠습니까." 30대 남성 황모 씨가 납치된 건 그날 저녁 8시 30분 쯤. 집 근처에서 찍힌 블랙박스 영상에는 납치범이 황 씨에게 수갑을 채워 어디론가 끌고 가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공범으로 보이는 또 다른 남성이 그 뒤를 쫓고 있었는데요. 황 씨는 경찰인 줄 알고 이들을 따라갔다고 합니다. <인터뷰> 최문태(경감/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경찰관을 사칭해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으로) 당신을 긴급 체포한다'는 고지를 하면서 피해자에게 수갑을 채우면서 납치를 한 겁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이미 차에 올라탄 뒤였습니다." 경찰이라던 두 남성. 갑자기 황 씨를 억압하고 두 눈을 가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황 씨는 40여 킬로미터 떨어진 원룸에 감금됐는데요. 납치범들은 황 씨에게 위협을 가하며 몸값으로 수 억 원을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동생(음성변조) : "네 형 뭐하지, 어디 살지 (납치범이) 다 알더래요. 그러면서 (돈 안 주면) 다 잡으러 온다고 했으니 어떻겠어요. 우리 오빠 딴에 우리 가족 전부 해칠까봐..." 협박과 폭행은 하루가 넘도록 계속됐습니다. 결국 황 씨는 다음날 밤,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녹취> 피해자 동생(음성변조) : "그냥 돈 필요하다 그 말만 했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너만 알라고 하면서... 어디냐고 물으니까 경찰이랑 있다고 하면서 갑자기 떠나야 된다고 이상한 소리를 자꾸 하더라고요." 동생은 오빠가 시키는 대로 집에 보관하던 현금 6억 원을 급히 챙겨 나왔습니다. 그리곤 납치범이 원하는 장소에 돈 가방을 가져다 놓았는데요. <녹취> 피해자 동생(음성변조) : "(밤) 9시 30분쯤 서대구 IC로 가라, 한 30분 있다가 또 무슨 주유소로 오라, 계속 돌다가 칠곡 IC 지나서 무슨 쉼터가 있더라고요. 거기에 가방을 내려놓고 가라고 하더라고요." 납치범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건너편 차도에서 중앙 분리대를 넘어와 이곳에 있던 돈 가방을 챙겼습니다. 이후 납치범들은 서른 시간 만에 황 씨를 풀어줬는데요. 황 씨의 어머니는 그때서야 아들이 납치됐었단 사실을 알았습니다. <녹취> 피해자 어머니(음성변조) : "놀랐죠. 깜짝 놀랐죠. 너무 잔인하게 했더라고... (아들이) 그러다가 죽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소리 듣는데 얼마나 안 됐던지..." 그런데 황 씨의 어머니는 납치범들이 경찰에 붙잡힌 뒤, 더 큰 충격에 휩싸였다고 하는데요. 납치범들이 황 씨는 물론 가족 모두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였기 때문입니다. <녹취> 피해자 어머니(음성변조) : "둘째 아들(피해자 형)하고 초등학교, 중학교 다 같이 나왔어요. 그런데도 그랬다니까. 얼마나 더 열 받아요. 우리 남편이 더 깜짝 놀란 거예요. 아이고, 세상에 우리 00이가 이럴 줄은 진짜 몰랐다고 하면서..." 경찰에 검거된 일당은 모두 여섯 명. 황 씨는 이 가운데 장모 씨 등과 함께 한때 동업까지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는데요. 그 뒤 황 씨가 불법으로 게임머니를 팔아 큰돈을 벌게 되자, 장 씨 등은 그 돈을 노리고 이번 범행을 계획했습니다. 범행 준비 기간은 3개월. 그동안 이들은 납치조와 감시조로 역할을 나눠 황 씨의 집 주변과 황 씨의 주변을 면밀히 살펴왔습니다. <녹취> 피해자 어머니(음성변조) : "그런 줄도 모르고 여기 (집 앞) 나가니까 편의점 앞에 (피의자가) 서있더래요. 그래서 '00아 너 오랜만이다' 그랬는데 그때 어디 가는 지 그런 거 다 살피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납치범들은 또 황 씨를 유인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수갑과 가짜 경찰 흉장 등을 구입했습니다. 이 가짜 흉장은 진짜와 그 모양이 확연히 달랐는데요. 당황한 황 씨는 이를 구분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경찰이라고 해도, 황 씨는 왜 갑자기 찾아와 연행하려는 이 ‘가짜 경찰’의 요구에 곧바로 응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인터뷰> 최문태(경감/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피해자 입장에서는 과거에 (불법) 게임 환전으로 처벌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경찰의 체포 상황으로 인식을 한 것 같습니다." 추가 범죄를 저지르진 않았지만 경찰이라는 말에 지레 겁을 먹었던 겁니다. 이런 황 씨를 이용해 수 억 원을 챙긴 납치범들은 황 씨를 풀어준 뒤, 또 다시 협박전화를 걸어 거액을 요구했습니다. <녹취> 실제 통화 내용(음성변조) : "다시는 또 이런 일이 안 생긴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가족도 다 여기 살고 있는데, (신변에) 해롭습니다." 과거 범죄 사실을 주변에 폭로하겠다며 협박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녹취> 실제 통화 내용(음성변조) : "우리도 알 만큼 다 알고 있으니까 이번에 한 것, 우리 준 것 만큼만 내일 더 주면..." 하지만 경찰은 이 협박전화를 토대로 통신 수사를 벌여 납치범 일당을 검거했습니다. 조사 결과, 이들은 갈취한 6억 원 가운데 2억3천여만 원을 유흥비 등으로 이미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경찰은 경찰관을 사칭해 옛 동료를 납치한 다섯 명을 구속하고. 이에 가담한 한 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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