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아직 어린 내 아들 차가운 바닷 속에…

입력 2012.12.19 (08:39) 수정 2012.12.1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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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울산 앞바다에서 대형 바지선이 침몰해 7명이 숨지고, 다섯 명이 실종상탭니다.

오늘로 벌써 엿새쨉니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이 사고는 애초부터 나지 않을 사고였다는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요.

유족이나 실종자 가족들 심정은 오죽할까 싶습니다.

네, 김기흥 기자, 아직 생사가 확인 안 된 실종자 가운데는 특히 실습 나왔던 고등학생도 있잖아요.

<기자 멘트>

19살의 홍성대 군인데요.

성탄절을 앞두고 부모님을 꼭 찾아뵙겠다는 아들은 아직까지는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성대 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사회 경험을 하고 싶다며 타지로 떠날 때 너무나 대견스러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꿈도 펼쳐 보지 못하고 차가운 바다 속에 있다고 생각하니 아버지로서 너무나 미안하다고 하는데요.

평소 남에 대한 배려심이 깊었던 성대 군은 사고 당시 잠을 자고 있던 친구를 깨워 주고 대피시켰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작 본인은 파도에 휩쓰렸는데요.

선원 24명의 생사를 가른 그날의 사고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리포트>

살을 에는 듯한 바닷바람이 뼈 속까지 파고듭니다.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지난 14일 바지선 침몰사고로 실종된 선원 가족들입니다.

급기야 한 중년여성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아직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다섯 명의 실종자들 오늘로 벌써 엿새쨉니다.

<녹취> 홍성대 군 할머니 (음성변조) : “ 꽃다운 청춘에... 우리 성대 찾아줘요...”

어린 손자의 이름을 부르며 주저앉아버린 할머니.

사랑하는 손자를 집어삼켜버린 바다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엿새 전, 이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울산해상교통관제센터에 긴급 구조요청이 들어온 건 지난 14일 저녁 7시 10분쯤.

방파제 준설 작업을 벌이고 항구로 돌아오는 바지선이 침몰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녹취> 관제센터 관계자 (음성변조/지난 14일) : “19시 13분에 이제 사고가 났다고 구조를 해달라고 했어요. (바지선)에 5개짜리 큰 파이프가 쭉 있어요. 그게 갑자기 꺾여서 무너지면서 그랬어요.”

그런데 이 사고가 일어난 1시간 30분전부터, 바지선에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관제센터에도 이를 알려왔는데요.

<녹취> 관제센터 관계자 (음성변조) : “17시 40분에 우리 직원이 00건설 소장하고 통화했을 때 (바지선의) 총 6개 앵카(닻올림기) 중 2개의 앵카를 올리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무려 2천 6백 톤 급의 대형 바지선.

80미터 높이의 크레인 기둥 구조물을 싣고 있는 이 선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예삿일이 아니었습니다.

관제센터에서는 앵카를 끊어서라도 항구로 피항 할 것을 권고했는데요.

<녹취> 관제사 (당시 교신 내용) : “앵카 (고칠) 그런 상황이 아니고, 일단 저거(바지선을) 제일 먼저 옮겨야 되는 문제거든요 ”

하지만 바지선의 현장소장은 기상이 곧 나아질 테니 바다에서 기다리겠다며, 관제센터의 권고를 무시했다고 합니다.

<녹취> 당시 교신한 관제사 “(현장소장이) 괜찮다는 얘기를 하면서 자정 이후에는 (기상이) 괜찮습니다. 하면서 안심시키려고 (했어요.) 제가 자꾸 압박을 하니까.”

관제센터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형 예인선을 현장에 출동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는데요.

<녹취> 당시 출동한 예인선 무전내용 : “지금 (접근하고) 그럴 수 있는 상황이 못 됩니다. 줄을 잡을 수 있는 그런 여건이 안 됩니다. ”

결국 저녁 7시 10분쯤... 파도에 선체가 흔들리면서 크레인 기둥이 부러졌고, 중량을 이기지 못한 바지선은 전복되고 맙니다.

깜깜한 한겨울의 바다...

갑작스런 사고는 바지선에 타고 있던 선원 24명의 생사를 갈라놓고 말았습니다.

<녹취> 김동민 (사고 선박 실습생) : “(홍성대 라는) 친구가 갑자기 깨우는데, 일어나라고 빨리 지금 나가야 한다고 그래가지고 나왔는데, 갑자기 막 파도가 덮치는 거예요.”

그런데, 자고 있는 친구를 깨워주고 대피시킨 홍성대 군은 정작 구조자 명단에 없었습니다.

<녹취> 홍성대 군 아버지 : “(구조된) 그 친구가 와서 그 얘기 하더라고요. 자기가 그날 배 멀미가 심해가지고 자고 있었는데, (성대가) 밖으로 나오라고 성질을 내면서 막 깨우더래요. 그 친구 눈앞에서 (성대가) 파도에 휩쓸려 나갔다고...”

선원 24명 가운데 7명의 사망자와 5명의 실종자를 낸 한 밤의 재앙.

실종된 19살 홍성대군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두 달간의 현장실습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열흘 후면 현장실습도 끝날 예정이었는데요.

<녹취> 홍성대 군 아버지 : “10일 만 있으면 집으로 온다고 했는데, 10일을 못 참고 이런 (사고를 당했어요.) 자기 엄마한테 그랬대요. 크리스마스 이브 안에 일이 끝나니까 그 안에 집에 간다고, 집에 오면 운전면허 학원 다니고, 나중에 취직하려면 군대를 갔다 와야 되요 (하면서...)”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하던 홍 군.

늘 부모에게 효도하고 싶다고 말하던 장남이었습니다.

사회경험을 쌓고 싶다고 타지로 떠나는 아들을 말리지 못한 게 후회가 될 뿐입니다.

<녹취> 홍성대 군 아버지 : “아빠 고생하고 있으니까 얼른 취업해서 돈 벌어서 항상 그랬어요. 월급 타면 아빠 돈 많이 줄게 (했어요) 이렇게 힘든 열악한 환경인지 모르고, 이럴 줄 알았으면 진짜 안 보냈죠.”

지난 4월, 해당 회사는 이 바지선에 무게 5백 톤에 달하는 타설 장비 2기를 추가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이 바지선, 선박검사조차 받지 않았는데요.

바다에 떠서 작업하는 무동력선이라는 허점을 이용한 겁니다.

관제센터의 권고를 무시하고, 대규모 구조물 변경까지 한 겁니다.

모두가 안전 불감증이 불러온 인재였습니다.

<녹취> 남상욱 서장 (울산해양경찰서) : “(현장소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및 업무상 과실 선박 매몰죄로 입건 중에 있습니다. 현장관리자로써 선박을 조기에 대피를 시키거나 선원을 조기에 대피를 시켰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좀 미흡한 점이 있었던 거죠. “

아직까지 차디찬 바다 속에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실종자들.

피해자 가족들은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홍성대 군 아버지 : “이 사고가 안 일어날 (수 있었던) 사고거든요. 저는 (아들을) 끝까지 찾을 거예요. 그리고 또 찾아질 거라고 믿고 있고요. ”

12명의 사망, 실종자를 낸 바지선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은 하루하루 애타는 심정으로 가족의 생사라도 확인할 수 있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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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2-19 08:40:39
    • 수정2012-12-19 17: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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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울산 앞바다에서 대형 바지선이 침몰해 7명이 숨지고, 다섯 명이 실종상탭니다. 오늘로 벌써 엿새쨉니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이 사고는 애초부터 나지 않을 사고였다는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요. 유족이나 실종자 가족들 심정은 오죽할까 싶습니다. 네, 김기흥 기자, 아직 생사가 확인 안 된 실종자 가운데는 특히 실습 나왔던 고등학생도 있잖아요. <기자 멘트> 19살의 홍성대 군인데요. 성탄절을 앞두고 부모님을 꼭 찾아뵙겠다는 아들은 아직까지는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성대 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사회 경험을 하고 싶다며 타지로 떠날 때 너무나 대견스러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꿈도 펼쳐 보지 못하고 차가운 바다 속에 있다고 생각하니 아버지로서 너무나 미안하다고 하는데요. 평소 남에 대한 배려심이 깊었던 성대 군은 사고 당시 잠을 자고 있던 친구를 깨워 주고 대피시켰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작 본인은 파도에 휩쓰렸는데요. 선원 24명의 생사를 가른 그날의 사고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리포트> 살을 에는 듯한 바닷바람이 뼈 속까지 파고듭니다.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지난 14일 바지선 침몰사고로 실종된 선원 가족들입니다. 급기야 한 중년여성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아직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다섯 명의 실종자들 오늘로 벌써 엿새쨉니다. <녹취> 홍성대 군 할머니 (음성변조) : “ 꽃다운 청춘에... 우리 성대 찾아줘요...” 어린 손자의 이름을 부르며 주저앉아버린 할머니. 사랑하는 손자를 집어삼켜버린 바다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엿새 전, 이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울산해상교통관제센터에 긴급 구조요청이 들어온 건 지난 14일 저녁 7시 10분쯤. 방파제 준설 작업을 벌이고 항구로 돌아오는 바지선이 침몰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녹취> 관제센터 관계자 (음성변조/지난 14일) : “19시 13분에 이제 사고가 났다고 구조를 해달라고 했어요. (바지선)에 5개짜리 큰 파이프가 쭉 있어요. 그게 갑자기 꺾여서 무너지면서 그랬어요.” 그런데 이 사고가 일어난 1시간 30분전부터, 바지선에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관제센터에도 이를 알려왔는데요. <녹취> 관제센터 관계자 (음성변조) : “17시 40분에 우리 직원이 00건설 소장하고 통화했을 때 (바지선의) 총 6개 앵카(닻올림기) 중 2개의 앵카를 올리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무려 2천 6백 톤 급의 대형 바지선. 80미터 높이의 크레인 기둥 구조물을 싣고 있는 이 선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예삿일이 아니었습니다. 관제센터에서는 앵카를 끊어서라도 항구로 피항 할 것을 권고했는데요. <녹취> 관제사 (당시 교신 내용) : “앵카 (고칠) 그런 상황이 아니고, 일단 저거(바지선을) 제일 먼저 옮겨야 되는 문제거든요 ” 하지만 바지선의 현장소장은 기상이 곧 나아질 테니 바다에서 기다리겠다며, 관제센터의 권고를 무시했다고 합니다. <녹취> 당시 교신한 관제사 “(현장소장이) 괜찮다는 얘기를 하면서 자정 이후에는 (기상이) 괜찮습니다. 하면서 안심시키려고 (했어요.) 제가 자꾸 압박을 하니까.” 관제센터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형 예인선을 현장에 출동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는데요. <녹취> 당시 출동한 예인선 무전내용 : “지금 (접근하고) 그럴 수 있는 상황이 못 됩니다. 줄을 잡을 수 있는 그런 여건이 안 됩니다. ” 결국 저녁 7시 10분쯤... 파도에 선체가 흔들리면서 크레인 기둥이 부러졌고, 중량을 이기지 못한 바지선은 전복되고 맙니다. 깜깜한 한겨울의 바다... 갑작스런 사고는 바지선에 타고 있던 선원 24명의 생사를 갈라놓고 말았습니다. <녹취> 김동민 (사고 선박 실습생) : “(홍성대 라는) 친구가 갑자기 깨우는데, 일어나라고 빨리 지금 나가야 한다고 그래가지고 나왔는데, 갑자기 막 파도가 덮치는 거예요.” 그런데, 자고 있는 친구를 깨워주고 대피시킨 홍성대 군은 정작 구조자 명단에 없었습니다. <녹취> 홍성대 군 아버지 : “(구조된) 그 친구가 와서 그 얘기 하더라고요. 자기가 그날 배 멀미가 심해가지고 자고 있었는데, (성대가) 밖으로 나오라고 성질을 내면서 막 깨우더래요. 그 친구 눈앞에서 (성대가) 파도에 휩쓸려 나갔다고...” 선원 24명 가운데 7명의 사망자와 5명의 실종자를 낸 한 밤의 재앙. 실종된 19살 홍성대군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두 달간의 현장실습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열흘 후면 현장실습도 끝날 예정이었는데요. <녹취> 홍성대 군 아버지 : “10일 만 있으면 집으로 온다고 했는데, 10일을 못 참고 이런 (사고를 당했어요.) 자기 엄마한테 그랬대요. 크리스마스 이브 안에 일이 끝나니까 그 안에 집에 간다고, 집에 오면 운전면허 학원 다니고, 나중에 취직하려면 군대를 갔다 와야 되요 (하면서...)”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하던 홍 군. 늘 부모에게 효도하고 싶다고 말하던 장남이었습니다. 사회경험을 쌓고 싶다고 타지로 떠나는 아들을 말리지 못한 게 후회가 될 뿐입니다. <녹취> 홍성대 군 아버지 : “아빠 고생하고 있으니까 얼른 취업해서 돈 벌어서 항상 그랬어요. 월급 타면 아빠 돈 많이 줄게 (했어요) 이렇게 힘든 열악한 환경인지 모르고, 이럴 줄 알았으면 진짜 안 보냈죠.” 지난 4월, 해당 회사는 이 바지선에 무게 5백 톤에 달하는 타설 장비 2기를 추가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이 바지선, 선박검사조차 받지 않았는데요. 바다에 떠서 작업하는 무동력선이라는 허점을 이용한 겁니다. 관제센터의 권고를 무시하고, 대규모 구조물 변경까지 한 겁니다. 모두가 안전 불감증이 불러온 인재였습니다. <녹취> 남상욱 서장 (울산해양경찰서) : “(현장소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및 업무상 과실 선박 매몰죄로 입건 중에 있습니다. 현장관리자로써 선박을 조기에 대피를 시키거나 선원을 조기에 대피를 시켰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좀 미흡한 점이 있었던 거죠. “ 아직까지 차디찬 바다 속에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실종자들. 피해자 가족들은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홍성대 군 아버지 : “이 사고가 안 일어날 (수 있었던) 사고거든요. 저는 (아들을) 끝까지 찾을 거예요. 그리고 또 찾아질 거라고 믿고 있고요. ” 12명의 사망, 실종자를 낸 바지선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은 하루하루 애타는 심정으로 가족의 생사라도 확인할 수 있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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