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야구공을 겨울에 만드는 이유는?

입력 2012.12.19 (08:46) 수정 2012.12.1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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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 같은 날씨엔 잠깐만 밖에 나가있어도 금방 손발이 꽁꽁 얼어버리죠.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다보면 추위가 정말 원망스럽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런 추위가 마냥 반가운 분들도 있습니다.

겨울이 찾아와야 본격적으로 돈을 벌수 있다는 분들인데요.

얼핏 생각하면 군고구마 장수나 방한용품 파는 분들 떠오르는데 오늘 주인공들은 이와는 전혀 다른 직종이라는데요.

조빛나 기자, 겨울이어야만 제대로 만들어지는 제품들이 따로 있다고요?

<기자 멘트>

네, 대표적인 게 야구공입니다.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끝났는데 야구공 생산업체는 오히려 더 바쁜 이유가 궁금해서 취재를 시작했는데요.

겨울이 와야 비로소 작업 속도가 빨라지는 곳이 꽤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여름과 정반대의 기후 조건, 그러니까 온도와 습도차이 때문이었는데요.

추위를 느낄 새도 없이 바쁘다는 현장으로 화제포착 카메라가 출동했습니다.

<리포트>

홈런볼의 행운을 만드는 이곳!

야구 시즌은 끝났어도 지금이 대목이랍니다.

<인터뷰> 이미영(야구공 제작업체 직원 ) : "전지훈련 가는 선수도 있고 동계 훈련하는 사람도 있고 매년 시즌 때 써야하는 물량을 맞추려면 겨울이 제일 바쁜 것 같아요."

내년을 대비해야 하는 것 외에도 겨울에 생산량이 늘어나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인터뷰> 이미영(야구공 제작업체 직원 ) : "야구공 속공 감는 거거든요? 네, 이게 코어인데 기계에 넣으면 튕겨져 나오거든요. 그걸 방지 하기 위해서 일차적으로 코어에 양모를 한 번 덧씌워서 감는 거예요."

네, 양모로 만든 이 굵은 실 때문인데요.

장마가 잦은 여름엔 습기를 빨아들여서 공의 무게를 더 나가게 만든다고요.

때문에 늦가을부터 겨울에 한해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만든답니다.

<녹취> 이미영(야구공 제작업체 직원 ) : "다섯 번의 공정이 들어가요. 야구 속공만 감는 데만 다섯 번의 공정이 들어가고 그 외에 작업이 또 몇 번 더 있어요."

실이 공기 중의 습기를 빨아들이는 게 얼마나 차이 날까 싶으신가요?

하지만 야구공 하나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실의 양을 보면 생각 달라지실 겁니다.

<인터뷰> 이미영(야구공 제작업체 직원 ) : "500미터요. 타자가 홈런을 쳐서 1루 2루 3루 다시 홈 레이스 밟고 다섯 번 도는 길이만큼 될 거예요. "

공 하나에 울고 웃는 야구팀들!

그래서 0.001의 무게 오차도 허용할 수 없나봅니다.

실로 단단하게 감은 공에 이제 가죽을 씌우고 백 여덟개의 구멍을 일정하게 꿰매면 됩니다.

<인터뷰> 이미영(야구공 제작업체 직원 ) : "공을 꿰매는 것은 다 사람 손으로 하지 기계로는 지금까지 한 적이 없어요. 그만큼 사람 손이 섬세하기 때문에 미세한 부분까지 다 잡을 수 있는 것 같아요. "

야구공 만들기에 최적의 조건.

야구공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 겨울, 추위를 느낄 틈이 없습니다.

<인터뷰> 오민호(야구공 제작업체 직원) : "내년 시즌 준비하는 것 때문에 (겨울이) 많이 바쁜 시간이에요. 적게 해도 1000여 개 이상은 만드니까요. 숨 쉴 시간 빼고는 이렇게 일만 합니다. "

추위를 느낄 새도 없이 꼼꼼한 손길 거친 야구공, 드디어 완성됐습니다.

<인터뷰> 이미영(야구공 제작업체 직원 ) : "타자들이 홈런 치면 매우 기쁘고 투수들도 삼진 같은 거 많이 잡으면 그 나름대로 (야구공 만드는) 보람은 있어요. "

겨울에 만들어야 제격인 또 다른 물건은 맛인 또 다른 물건은 바로 달콤한 엿입니다.

<인터뷰> 황윤근(엿 생산 공장 대표) : "(겨울에 생산량이 달라요?) 아, 많이 다르죠. 이 엿은 원래 사람들이 겨울에 많이 먹지 여름엔 안 먹어요. 겨울에 주로 (엿을 만들어서) 많이 팔지요. "

물론 사람들이 겨울에 엿을 많이 찾기도 하지만 만드는 과정 보시면 왜 겨울에 만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엿가루를 큰 가마솥에 넣고 계속 저으며 끓여야 하는데요.

이 고된 작업은 아침이 될 때까지 계속됩니다.

전통적인 방식이 이렇다네요.

<인터뷰> 이현순 : "옛날부터 여기는 엿 장사를 해먹는 곳이에요. 몇 대를 대물림해서 내려오는 데예요. "

이렇게 저은 이렇게 저은 엿물을 걸러서 또 졸이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녹취> 황윤근(엿 생산공장 대표) : "퍼서 짜서 여기다 넣고 끓입니다. 졸이면 엿이 됩니다. "

여름이라면 이렇게 뜨거운 열기를 견디기 힘들겠죠.

<녹취> 이현순(황윤근 씨 어머니) : "차이가 있죠. 요새는 이렇게 (불 앞에서) 일해도 할 수가 있는데 여름에는 뜨겁고 땀나고 이렇게 하려면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 요새는 손이 시려도 (엿 만들기는) 괜찮아요. "

이렇게 뭉근하게 졸인 엿을 판에 펴서 굳히면 되는데요.

엿을 잘 굳히는 데 겨울만한 자연 조건이 또 있을까요?

그래서 예부터 겨울하면 엿이었나 봅니다.

손님들, 제철인 줄 알고 시린 바람 뚫고 이렇게 찾아옵니다.

<녹취> 손님 : "먹은 지 오래돼서 맛있네~. 옛날 추억도 생각나니까 먹는 거지. 지금이야 이렇게 사먹지만 옛날에야 다 이렇게 불 때서 만들어먹었지. "

겨울에 바쁜 또다른 곳을 찾아갔습니다.

여긴 도예공방들이 몰려있는 경기도 광주인데요.

도자기를 만드는 흙 때문이랍니다.

도자기는 가마에 굽기 전에 건조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흙이 공기 중 습기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건조가 잘 되는 겨울이 최적의 시기라고요.

<인터뷰> 한기석(도자기공방 운영 ) : "가을부터 흙을 준비해서 겨울 시즌이 되면 큰 도자기 같은 것은 겨울에 추우니까 못하고 생활자기는 신상품으로 겨울에 주로 많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큰 것은 손이 시려서 못 만들고 겨울 작업으로는 생활자기가 제일 적합합니다. "

내년 판매용 제품을 미리 출시하기 위해, 그리고 명절용 선물 수요가 크게 늘기 때문에 11월부터 2월까지가 특히 바쁘답니다.

<녹취> 한기석(도자기공방 운영 ) : "오늘 나갈 겁니다. 신상품으로 오늘 생산된 겁니다. 지금 여기 있는 게 한 이백 여 점 됩니다. "

도자기 그릇을 배달한 곳은 인근의 한 식당.

겨울엔 역시 뜨끈한 국물이죠~

도자기 역시 뚝배기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겨울에 더 인깁니다.

<녹취> 윤형구(손님 ) : "처음에 받아먹는 음식이 거의 끝날 때까지 그 온도가 유지 되는 것 같아요."

민감한 전자기기가 아니어도 이렇게 온도와 습도에 큰 영향을 받는 제품이 많았네요.

지금까지 겨울이 더 바쁜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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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2-19 08:51:19
    • 수정2012-12-19 13: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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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 같은 날씨엔 잠깐만 밖에 나가있어도 금방 손발이 꽁꽁 얼어버리죠.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다보면 추위가 정말 원망스럽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런 추위가 마냥 반가운 분들도 있습니다. 겨울이 찾아와야 본격적으로 돈을 벌수 있다는 분들인데요. 얼핏 생각하면 군고구마 장수나 방한용품 파는 분들 떠오르는데 오늘 주인공들은 이와는 전혀 다른 직종이라는데요. 조빛나 기자, 겨울이어야만 제대로 만들어지는 제품들이 따로 있다고요? <기자 멘트> 네, 대표적인 게 야구공입니다.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끝났는데 야구공 생산업체는 오히려 더 바쁜 이유가 궁금해서 취재를 시작했는데요. 겨울이 와야 비로소 작업 속도가 빨라지는 곳이 꽤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여름과 정반대의 기후 조건, 그러니까 온도와 습도차이 때문이었는데요. 추위를 느낄 새도 없이 바쁘다는 현장으로 화제포착 카메라가 출동했습니다. <리포트> 홈런볼의 행운을 만드는 이곳! 야구 시즌은 끝났어도 지금이 대목이랍니다. <인터뷰> 이미영(야구공 제작업체 직원 ) : "전지훈련 가는 선수도 있고 동계 훈련하는 사람도 있고 매년 시즌 때 써야하는 물량을 맞추려면 겨울이 제일 바쁜 것 같아요." 내년을 대비해야 하는 것 외에도 겨울에 생산량이 늘어나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인터뷰> 이미영(야구공 제작업체 직원 ) : "야구공 속공 감는 거거든요? 네, 이게 코어인데 기계에 넣으면 튕겨져 나오거든요. 그걸 방지 하기 위해서 일차적으로 코어에 양모를 한 번 덧씌워서 감는 거예요." 네, 양모로 만든 이 굵은 실 때문인데요. 장마가 잦은 여름엔 습기를 빨아들여서 공의 무게를 더 나가게 만든다고요. 때문에 늦가을부터 겨울에 한해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만든답니다. <녹취> 이미영(야구공 제작업체 직원 ) : "다섯 번의 공정이 들어가요. 야구 속공만 감는 데만 다섯 번의 공정이 들어가고 그 외에 작업이 또 몇 번 더 있어요." 실이 공기 중의 습기를 빨아들이는 게 얼마나 차이 날까 싶으신가요? 하지만 야구공 하나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실의 양을 보면 생각 달라지실 겁니다. <인터뷰> 이미영(야구공 제작업체 직원 ) : "500미터요. 타자가 홈런을 쳐서 1루 2루 3루 다시 홈 레이스 밟고 다섯 번 도는 길이만큼 될 거예요. " 공 하나에 울고 웃는 야구팀들! 그래서 0.001의 무게 오차도 허용할 수 없나봅니다. 실로 단단하게 감은 공에 이제 가죽을 씌우고 백 여덟개의 구멍을 일정하게 꿰매면 됩니다. <인터뷰> 이미영(야구공 제작업체 직원 ) : "공을 꿰매는 것은 다 사람 손으로 하지 기계로는 지금까지 한 적이 없어요. 그만큼 사람 손이 섬세하기 때문에 미세한 부분까지 다 잡을 수 있는 것 같아요. " 야구공 만들기에 최적의 조건. 야구공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 겨울, 추위를 느낄 틈이 없습니다. <인터뷰> 오민호(야구공 제작업체 직원) : "내년 시즌 준비하는 것 때문에 (겨울이) 많이 바쁜 시간이에요. 적게 해도 1000여 개 이상은 만드니까요. 숨 쉴 시간 빼고는 이렇게 일만 합니다. " 추위를 느낄 새도 없이 꼼꼼한 손길 거친 야구공, 드디어 완성됐습니다. <인터뷰> 이미영(야구공 제작업체 직원 ) : "타자들이 홈런 치면 매우 기쁘고 투수들도 삼진 같은 거 많이 잡으면 그 나름대로 (야구공 만드는) 보람은 있어요. " 겨울에 만들어야 제격인 또 다른 물건은 맛인 또 다른 물건은 바로 달콤한 엿입니다. <인터뷰> 황윤근(엿 생산 공장 대표) : "(겨울에 생산량이 달라요?) 아, 많이 다르죠. 이 엿은 원래 사람들이 겨울에 많이 먹지 여름엔 안 먹어요. 겨울에 주로 (엿을 만들어서) 많이 팔지요. " 물론 사람들이 겨울에 엿을 많이 찾기도 하지만 만드는 과정 보시면 왜 겨울에 만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엿가루를 큰 가마솥에 넣고 계속 저으며 끓여야 하는데요. 이 고된 작업은 아침이 될 때까지 계속됩니다. 전통적인 방식이 이렇다네요. <인터뷰> 이현순 : "옛날부터 여기는 엿 장사를 해먹는 곳이에요. 몇 대를 대물림해서 내려오는 데예요. " 이렇게 저은 이렇게 저은 엿물을 걸러서 또 졸이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녹취> 황윤근(엿 생산공장 대표) : "퍼서 짜서 여기다 넣고 끓입니다. 졸이면 엿이 됩니다. " 여름이라면 이렇게 뜨거운 열기를 견디기 힘들겠죠. <녹취> 이현순(황윤근 씨 어머니) : "차이가 있죠. 요새는 이렇게 (불 앞에서) 일해도 할 수가 있는데 여름에는 뜨겁고 땀나고 이렇게 하려면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 요새는 손이 시려도 (엿 만들기는) 괜찮아요. " 이렇게 뭉근하게 졸인 엿을 판에 펴서 굳히면 되는데요. 엿을 잘 굳히는 데 겨울만한 자연 조건이 또 있을까요? 그래서 예부터 겨울하면 엿이었나 봅니다. 손님들, 제철인 줄 알고 시린 바람 뚫고 이렇게 찾아옵니다. <녹취> 손님 : "먹은 지 오래돼서 맛있네~. 옛날 추억도 생각나니까 먹는 거지. 지금이야 이렇게 사먹지만 옛날에야 다 이렇게 불 때서 만들어먹었지. " 겨울에 바쁜 또다른 곳을 찾아갔습니다. 여긴 도예공방들이 몰려있는 경기도 광주인데요. 도자기를 만드는 흙 때문이랍니다. 도자기는 가마에 굽기 전에 건조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흙이 공기 중 습기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건조가 잘 되는 겨울이 최적의 시기라고요. <인터뷰> 한기석(도자기공방 운영 ) : "가을부터 흙을 준비해서 겨울 시즌이 되면 큰 도자기 같은 것은 겨울에 추우니까 못하고 생활자기는 신상품으로 겨울에 주로 많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큰 것은 손이 시려서 못 만들고 겨울 작업으로는 생활자기가 제일 적합합니다. " 내년 판매용 제품을 미리 출시하기 위해, 그리고 명절용 선물 수요가 크게 늘기 때문에 11월부터 2월까지가 특히 바쁘답니다. <녹취> 한기석(도자기공방 운영 ) : "오늘 나갈 겁니다. 신상품으로 오늘 생산된 겁니다. 지금 여기 있는 게 한 이백 여 점 됩니다. " 도자기 그릇을 배달한 곳은 인근의 한 식당. 겨울엔 역시 뜨끈한 국물이죠~ 도자기 역시 뚝배기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겨울에 더 인깁니다. <녹취> 윤형구(손님 ) : "처음에 받아먹는 음식이 거의 끝날 때까지 그 온도가 유지 되는 것 같아요." 민감한 전자기기가 아니어도 이렇게 온도와 습도에 큰 영향을 받는 제품이 많았네요. 지금까지 겨울이 더 바쁜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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