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조선업 침체’ 마을이 통째로 경매

입력 2013.02.11 (08:36) 수정 2013.02.1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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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남 고성에 있는 작은 마을이 통째로 경매에 부쳐질 위기를 맞았습니다.

주민이 사는 집은 물론이고, 논과 밭에, 산까지 모든 게 경매된다고 합니다.

이대로 경매가 진행되면 주민들은 그대로 쫓겨날 처지라고 하는데요.

김기흥 기자, 이렇게 마을 전체가 경매로 넘어갈 수가 있나요?

믿기지가 않네요.

<기자 멘트>

네, 땅이나 건물 등이 경매로 나오는 경우는 자주 봤지만 이렇게 마을이 통째로 경매에 나오는 건 저도 처음입니다.

조선소가 들어선다는 업체의 말을 믿고 집과 땅 값의 일부를 받은 채 소유권을 넘겨줬다가 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마을 전체가 경매로 넘어간 건데요.

주민들이 옮겨가려고 만들어 놓은 이주 예정지 마저도 경매로 넘어가 주민들은 정말 오갈 곳이 없어졌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오히려 적막감마저 감도는 경남 고성의 한 마을을 찾았습니다.

<리포트>

한적한 바닷가 마을.

16가구 30여 명이 사는 이 작은 마을이 거의 통째로 경매 매물로 나왔습니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과 논, 밭, 임야 등 76건에, 7만 제곱미터가 넘는 땅이 모두 경매에 넘어갔고 감정평가액은 63억 원에 이릅니다.

경매 소식을 듣고 충격에 휩싸인 주민들은 설 연휴에도 명절 기분을 내기는커녕, 한숨만 쉬고 있는 상황인데요.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우리 마을 주민들만 속을 태우고 있는 거죠."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말도 못하지요. (군청에) 여러 번 가서 항의도 해보고 그랬는데 참 우리 주민들이 온순하기 때문에 가서 말 한 마디도 못하고..."

조용했던 시골마을이 경매에 나오게 된 건 바로 입주 예정이었던 한 업체가 조선업 불황으로 인해 부도가 났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7년, 고성군청은 이 마을을 포함한 고성군 일대를 남해의 조선산업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조선산업특구로 지정했습니다.

2008년을 전후로 한 조선업체가 조선기자재 공장을 지을 계획으로 마을 땅 대부분을 매입했다고 하는데요.

<녹취> 마을 이장(음성변조) : "마을이 16가구인데 (업체가) 이것을 팔아라, 공장을 짓겠다고 해서 팔았어요. 논은 논대로 밭은 밭대로 집은 집대로..."

조선소가 들어선다는 말에 마을 주민들은 보상비를 받고 집과 임야 등에 대한 소유권을 넘겼습니다.

하지만 이주비가 문제였습니다.

업체는 이주하는 시점에 주민들에게 이주비를 지급하기로 했지만 공장조차 지어보지 못한 채 파산해, 매입한 부지가 모두 경매에 넘어가면서 주민들이 낭패를 보게 된 겁니다.

<녹취> 고성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주민들이 조상 대대로 살던 땅이다 보니까 한 1억5천만 원 정도 받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래서 1/4 정도는 지급을 했고, 나머지 돈은 공장을 건립하면 지급하겠다고 했는데 그러던 중에 부도가 난 것 같습니다."

곧 경매가 이뤄지면, 주민들은 나머지 20억 원 가량의 이주비도 받지 못한 채 길거리에 나앉을 지도 모르는 상황.

새 터전으로 옮길 계획이었던 주민들은 가슴이 먹먹할 따릅니다.

<녹취> 마을 이장(음성변조) : "다른 사람이 (매물을) 사버리면 끝나는 것이잖아요. (경매 낙찰 받은) 사람들이 나가라면 나가야지 어쩌겠어요. 그러니까 이주비 못 받으면 뭐 뿔뿔이 흩어져서 어디로든 가야 되겠죠."

심지어 업체 측에서 주민들을 위해 마련 중이던 이주 예정지까지도 함께 경매에 넘어가 주민들은 더욱 오갈 곳이 없어져버렸는데요.

<녹취> 마을 이장(음성변조) : "집터 닦아놓은 데가 있었어요. 그곳에다가 이주시켜주기로 하고 집터를 닦았는데 지금 그것도 경매로 나와가지고 지금 매매도 안 되지 뭐 이렇다 하는 회사도 안 들어오지 그러니까 사람들이 죽을 지경이죠."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해당 업체가 공장을 짓기 위해 개발 중이던 임야는 파헤쳐진 상태로 몇 년 째 방치되어 있고, 마을주민들이 바지락을 캐던 갯벌은 곳곳이 매립되어 버렸습니다.

한 평생 살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게 된 겁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바지락은 이제 전혀 기대를 못하겠네요?)못해요. 먹을 것도 없어요. 속 많이 상하죠. 그 전엔 (바지락을) 차로 몇 대씩 캤는데..."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바다에 의존해서 사는데 바다가 지금 전부다 저 상태로 되어 가지고 고기 잡는 어장을 철폐시켜 버리고 그런 상태에서 정말 생계나 이런 건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많죠."

주민들에게 있어 평생을 살아온 고향을 떠난다는 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

하지만 팔았던 집을 다시 되찾으려 해도, 당시 받았던 보상금으로는 어림 없는 일이 돼 버렸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그때는 뭐 평당 40만 원 선인가 그렇게 주었는데 이제는 뭐 100만 원 선이 나와 버리니까요. 이것을 어떻게 사요. 어쩌면 좋아요."

생계까지 위협 받고 있는 지금, 마을주민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했던 자신들의 선택이 그저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갈 데가 당장 없는데 그렇다고 젊지도 않은데 어디 가서 돈을 벌겠어요, 뭘 하겠어요. 할 수가 없잖아요. 우리 나이에 지금. 가만히 생각하면 눈물 밖에 안 나와요."

지난 7일로 예정되어 있었던 경매는 우선 해당 업체의 요청으로 한 달 뒤로 연기됐습니다.

업체는 주민들에게 절대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지만, 아직까지 보상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녹취> 해당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주민들이 요구하는 이주비에 대해서 이제 어떻게 할 것인지 뭐 다들 지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마을을 떠날 수도, 그렇다고 남아있을 수도 없는 주민들.

하루하루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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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3-02-11 09: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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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남 고성에 있는 작은 마을이 통째로 경매에 부쳐질 위기를 맞았습니다. 주민이 사는 집은 물론이고, 논과 밭에, 산까지 모든 게 경매된다고 합니다. 이대로 경매가 진행되면 주민들은 그대로 쫓겨날 처지라고 하는데요. 김기흥 기자, 이렇게 마을 전체가 경매로 넘어갈 수가 있나요? 믿기지가 않네요. <기자 멘트> 네, 땅이나 건물 등이 경매로 나오는 경우는 자주 봤지만 이렇게 마을이 통째로 경매에 나오는 건 저도 처음입니다. 조선소가 들어선다는 업체의 말을 믿고 집과 땅 값의 일부를 받은 채 소유권을 넘겨줬다가 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마을 전체가 경매로 넘어간 건데요. 주민들이 옮겨가려고 만들어 놓은 이주 예정지 마저도 경매로 넘어가 주민들은 정말 오갈 곳이 없어졌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오히려 적막감마저 감도는 경남 고성의 한 마을을 찾았습니다. <리포트> 한적한 바닷가 마을. 16가구 30여 명이 사는 이 작은 마을이 거의 통째로 경매 매물로 나왔습니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과 논, 밭, 임야 등 76건에, 7만 제곱미터가 넘는 땅이 모두 경매에 넘어갔고 감정평가액은 63억 원에 이릅니다. 경매 소식을 듣고 충격에 휩싸인 주민들은 설 연휴에도 명절 기분을 내기는커녕, 한숨만 쉬고 있는 상황인데요.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우리 마을 주민들만 속을 태우고 있는 거죠."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말도 못하지요. (군청에) 여러 번 가서 항의도 해보고 그랬는데 참 우리 주민들이 온순하기 때문에 가서 말 한 마디도 못하고..." 조용했던 시골마을이 경매에 나오게 된 건 바로 입주 예정이었던 한 업체가 조선업 불황으로 인해 부도가 났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7년, 고성군청은 이 마을을 포함한 고성군 일대를 남해의 조선산업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조선산업특구로 지정했습니다. 2008년을 전후로 한 조선업체가 조선기자재 공장을 지을 계획으로 마을 땅 대부분을 매입했다고 하는데요. <녹취> 마을 이장(음성변조) : "마을이 16가구인데 (업체가) 이것을 팔아라, 공장을 짓겠다고 해서 팔았어요. 논은 논대로 밭은 밭대로 집은 집대로..." 조선소가 들어선다는 말에 마을 주민들은 보상비를 받고 집과 임야 등에 대한 소유권을 넘겼습니다. 하지만 이주비가 문제였습니다. 업체는 이주하는 시점에 주민들에게 이주비를 지급하기로 했지만 공장조차 지어보지 못한 채 파산해, 매입한 부지가 모두 경매에 넘어가면서 주민들이 낭패를 보게 된 겁니다. <녹취> 고성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주민들이 조상 대대로 살던 땅이다 보니까 한 1억5천만 원 정도 받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래서 1/4 정도는 지급을 했고, 나머지 돈은 공장을 건립하면 지급하겠다고 했는데 그러던 중에 부도가 난 것 같습니다." 곧 경매가 이뤄지면, 주민들은 나머지 20억 원 가량의 이주비도 받지 못한 채 길거리에 나앉을 지도 모르는 상황. 새 터전으로 옮길 계획이었던 주민들은 가슴이 먹먹할 따릅니다. <녹취> 마을 이장(음성변조) : "다른 사람이 (매물을) 사버리면 끝나는 것이잖아요. (경매 낙찰 받은) 사람들이 나가라면 나가야지 어쩌겠어요. 그러니까 이주비 못 받으면 뭐 뿔뿔이 흩어져서 어디로든 가야 되겠죠." 심지어 업체 측에서 주민들을 위해 마련 중이던 이주 예정지까지도 함께 경매에 넘어가 주민들은 더욱 오갈 곳이 없어져버렸는데요. <녹취> 마을 이장(음성변조) : "집터 닦아놓은 데가 있었어요. 그곳에다가 이주시켜주기로 하고 집터를 닦았는데 지금 그것도 경매로 나와가지고 지금 매매도 안 되지 뭐 이렇다 하는 회사도 안 들어오지 그러니까 사람들이 죽을 지경이죠."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해당 업체가 공장을 짓기 위해 개발 중이던 임야는 파헤쳐진 상태로 몇 년 째 방치되어 있고, 마을주민들이 바지락을 캐던 갯벌은 곳곳이 매립되어 버렸습니다. 한 평생 살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게 된 겁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바지락은 이제 전혀 기대를 못하겠네요?)못해요. 먹을 것도 없어요. 속 많이 상하죠. 그 전엔 (바지락을) 차로 몇 대씩 캤는데..."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바다에 의존해서 사는데 바다가 지금 전부다 저 상태로 되어 가지고 고기 잡는 어장을 철폐시켜 버리고 그런 상태에서 정말 생계나 이런 건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많죠." 주민들에게 있어 평생을 살아온 고향을 떠난다는 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 하지만 팔았던 집을 다시 되찾으려 해도, 당시 받았던 보상금으로는 어림 없는 일이 돼 버렸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그때는 뭐 평당 40만 원 선인가 그렇게 주었는데 이제는 뭐 100만 원 선이 나와 버리니까요. 이것을 어떻게 사요. 어쩌면 좋아요." 생계까지 위협 받고 있는 지금, 마을주민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했던 자신들의 선택이 그저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갈 데가 당장 없는데 그렇다고 젊지도 않은데 어디 가서 돈을 벌겠어요, 뭘 하겠어요. 할 수가 없잖아요. 우리 나이에 지금. 가만히 생각하면 눈물 밖에 안 나와요." 지난 7일로 예정되어 있었던 경매는 우선 해당 업체의 요청으로 한 달 뒤로 연기됐습니다. 업체는 주민들에게 절대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지만, 아직까지 보상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녹취> 해당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주민들이 요구하는 이주비에 대해서 이제 어떻게 할 것인지 뭐 다들 지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마을을 떠날 수도, 그렇다고 남아있을 수도 없는 주민들. 하루하루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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