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월세 받으러 갔다가…집주인·세입자 사망

입력 2013.02.18 (08:36) 수정 2013.02.1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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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파트를 세준 집주인과 이 집에 세들어 살던 세입자가 둘 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세입자가 집주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로 보입니다.

세입자를 만나러 갔던 집주인이 실종된 지 22일 만이었는데요.

다섯 달 동안 밀린 월세 150만 원이 발단이 된 걸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김기흥 기자, 150만 원, 물론 적지 않은 돈이지만, 그래도 이 돈 때문에 두 명이나 목숨을 잃어야 하나 싶네요.

<기자 멘트>

네, 정말 안타까운 일인데요.

세입자가 살았던 곳은 50제곱미터의 낡은 아파트였습니다.

원래 보증금 300만원에 월 30만 짜리 집이었지만, 이번 사건의 세입자는 지난해 9월 보증금 없이 월 30만 원에 이 곳에 들어왔습니다.

월세 5개월 치가 밀렸다는 말은 결국 입주한 뒤에 한 번도 월세를 내지 않았다는 얘긴데요.

밀린 월세 150만 원을 받으려다 일어난 비극적인 살인 사건과 이어진 자살 사건, 뉴스 따라잡기에서 되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어제 저녁, 인천의 한 장례식장.

실종 22일 만에 끝내 시신으로 돌아온 어머니 앞에서 자식들은 망연자실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 “삭막한 곳에서 이렇게 발견이 돼서 더 마음이 아프죠.”

73살 강모 씨의 시신이 발견된 건 어제 오후 5시쯤, 한 아파트의 지하 쓰레기장에서였습니다.

<인터뷰> 시신 발견자 (음성변조) : “처음에 손이 살짝 보였어요, 손이. 그래서 나는 인형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인형이 아니었어요.”

시신이 발견된 아파트단지에는 강 씨 소유의 낡은 아파트 한 채가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강 씨는 세입자를 만나기 위해 두세 차례 이곳을 찾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이 일 일어나기 한 3일 전이었을 거예요. (집주인이) 한 번 오셨어요. 약간 화가 나셔서 뭐라 그러셨거든요. 그랬더니 아저씨가 그 때 사건 실종되는 날, 할머니 실종되는 날 오라 그랬어요. 돈을 드리겠다고.”

약속한 지난달 26일에 5개월 치 밀린 월세 150만원을 받기 위해 세입자 백 모씨를 만나러 나간 강 씨.

하지만 그날 이후 그녀의 행적은 묘연해졌습니다.

자정이 넘어도 돌아오지 않는 강 씨를 찾기 위해 가족들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세입자 백 씨 집이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 “형사 한 분 대동해서 같이 가서 (세입자를) 만났었어요.”

<인터뷰>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 “그 사람 얘기로는 (오후)2시 40분에 오셔서 3시 20분에 돈 받아서 가셨다. 이렇게 된 거예요.”

강 씨가 밀린 월세를 받은 뒤 집으로 돌아갔다는 백 씨의 증언.

그런데 그로부터 사흘 뒤, 세입자 백 씨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녹취> 인천중부경찰서 관계자 (음성변조) : “실종되고 나서 29일에 없어졌으니까. 만 이틀이죠. 26,27,28이니까.”

그 때부터 강 씨 실종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백 씨.

경찰은 인근 여관과 찜질방 등을 돌며 백 씨를 찾았지만 백 씨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이 갈수록 강 씨 가족의 가슴은 새카맣게 타들어갔는데요.

<인터뷰>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 “보름동안 뭐 계속 (백 씨가)휴대폰을 안 써서 탐문이 어렵다. 뭐 주변에 (수색인원) 다 깔아놨다. 이런 얘기만 계속 했지..”

강 씨가 사라진 지 21일째인 지난 주 토요일.

인천의 한 야산 중턱에서 나무에 목을 맨 채 숨져있는 백 씨의 시신이 등산객에 의해 발견됐는데요.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세입자 백 씨가 남긴 짧은 유서 한 장으로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녹취> 인천중부경찰서 관계자 (음성변조) : “(유서) 내용이 한 줄이었다고. 피해자 가족에게 미안하다, 딱 그 한 줄이에요.”

그제야 경찰도 백씨가 집주인인 강씨를 살해했을 것으로 보고 백씨가 살던 아파트 일대를 집중적으로 수색했는데요.

결국 백씨의 시신이 발견된 지 만 하루만인 어제 오후, 폐쇄된 지하 쓰레기장에서 강 씨의 휴대전화와 신발.

그리고 시신이 잇따라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박동렬 과장/ 인천중부경찰서 형사과 (음성변조) : “육안으로는 그게 확인이 안됐어요. 그래서 이제 전문 업자를 불러서 확인해보니까 거기가 연탄 내려가는 곳이다, 그래서 이렇게 우리가 점검을 한 번 해보게 된 것이죠.”

실종된 지 3주가 넘어서야 발견된 강 씨.

하지만 결국 용의자가 살던 아파트 지하에서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유족은 경찰의 수사에 불만을 토해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 “등잔 밑이 어두웠어요. 어두웠어…. 경찰한테 처음부터 이상하다 수상하다 조사를 하라 그랬더니 인권침해니 뭐니 해서 안했거든요. 결국은 그 집에서 지금 사람이 발견된 거잖아요. 처음부터 의심이 간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었는데도 초동수사가 늦은 거죠.”

유족들은 애초 백 씨집을 찾아갔던 첫날부터 백씨에게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 “우리가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이렇게 올라오더라고. 그래서 여기 사시냐고 그러니까 자기가 거기 산대요. 그런데 이상한거야. 자기 집을 두드리고 있으면 누구냐고 그래야 되는데 밑에서 3층인데 올라와서 쳐다보고 있더라고.”

이웃들도 집주인 강 씨가 찾아왔던 날, 백 씨 집이 소란스러웠다며 유족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인터뷰> 이웃 주민 (음성변조) : “막 싸우는 소리가 났어요. 우당탕 소리.”

<인터뷰>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 “2층에 사시는 분이 낮에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두시에서 세시 사이에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쿵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다는 얘기를 ….”

하지만 집주인 강 씨의 실종 이후 진술확보를 위해 두 차례나 백 씨를 대면했던 경찰은 수사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인천중부경찰서 관계자 (음성변조) : “인권도 있고, 전혀 그 사람에 대한 자료라든지 증거라든지 확인될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단지 참고인으로서 확인만 하고 귀가를 시킨 거죠. ”

용의자라는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전과조회를 할 수 없었다는 경찰.

그러나 백 씨가 살인 혐의로 13년 동안 실형을 산 뒤 3년 전 출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 측의 허술했던 초기대응에 대한 비난은 피해갈 수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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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2-18 08:37:38
    • 수정2013-02-18 17: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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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파트를 세준 집주인과 이 집에 세들어 살던 세입자가 둘 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세입자가 집주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로 보입니다. 세입자를 만나러 갔던 집주인이 실종된 지 22일 만이었는데요. 다섯 달 동안 밀린 월세 150만 원이 발단이 된 걸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김기흥 기자, 150만 원, 물론 적지 않은 돈이지만, 그래도 이 돈 때문에 두 명이나 목숨을 잃어야 하나 싶네요. <기자 멘트> 네, 정말 안타까운 일인데요. 세입자가 살았던 곳은 50제곱미터의 낡은 아파트였습니다. 원래 보증금 300만원에 월 30만 짜리 집이었지만, 이번 사건의 세입자는 지난해 9월 보증금 없이 월 30만 원에 이 곳에 들어왔습니다. 월세 5개월 치가 밀렸다는 말은 결국 입주한 뒤에 한 번도 월세를 내지 않았다는 얘긴데요. 밀린 월세 150만 원을 받으려다 일어난 비극적인 살인 사건과 이어진 자살 사건, 뉴스 따라잡기에서 되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어제 저녁, 인천의 한 장례식장. 실종 22일 만에 끝내 시신으로 돌아온 어머니 앞에서 자식들은 망연자실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 “삭막한 곳에서 이렇게 발견이 돼서 더 마음이 아프죠.” 73살 강모 씨의 시신이 발견된 건 어제 오후 5시쯤, 한 아파트의 지하 쓰레기장에서였습니다. <인터뷰> 시신 발견자 (음성변조) : “처음에 손이 살짝 보였어요, 손이. 그래서 나는 인형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인형이 아니었어요.” 시신이 발견된 아파트단지에는 강 씨 소유의 낡은 아파트 한 채가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강 씨는 세입자를 만나기 위해 두세 차례 이곳을 찾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이 일 일어나기 한 3일 전이었을 거예요. (집주인이) 한 번 오셨어요. 약간 화가 나셔서 뭐라 그러셨거든요. 그랬더니 아저씨가 그 때 사건 실종되는 날, 할머니 실종되는 날 오라 그랬어요. 돈을 드리겠다고.” 약속한 지난달 26일에 5개월 치 밀린 월세 150만원을 받기 위해 세입자 백 모씨를 만나러 나간 강 씨. 하지만 그날 이후 그녀의 행적은 묘연해졌습니다. 자정이 넘어도 돌아오지 않는 강 씨를 찾기 위해 가족들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세입자 백 씨 집이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 “형사 한 분 대동해서 같이 가서 (세입자를) 만났었어요.” <인터뷰>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 “그 사람 얘기로는 (오후)2시 40분에 오셔서 3시 20분에 돈 받아서 가셨다. 이렇게 된 거예요.” 강 씨가 밀린 월세를 받은 뒤 집으로 돌아갔다는 백 씨의 증언. 그런데 그로부터 사흘 뒤, 세입자 백 씨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녹취> 인천중부경찰서 관계자 (음성변조) : “실종되고 나서 29일에 없어졌으니까. 만 이틀이죠. 26,27,28이니까.” 그 때부터 강 씨 실종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백 씨. 경찰은 인근 여관과 찜질방 등을 돌며 백 씨를 찾았지만 백 씨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이 갈수록 강 씨 가족의 가슴은 새카맣게 타들어갔는데요. <인터뷰>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 “보름동안 뭐 계속 (백 씨가)휴대폰을 안 써서 탐문이 어렵다. 뭐 주변에 (수색인원) 다 깔아놨다. 이런 얘기만 계속 했지..” 강 씨가 사라진 지 21일째인 지난 주 토요일. 인천의 한 야산 중턱에서 나무에 목을 맨 채 숨져있는 백 씨의 시신이 등산객에 의해 발견됐는데요.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세입자 백 씨가 남긴 짧은 유서 한 장으로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녹취> 인천중부경찰서 관계자 (음성변조) : “(유서) 내용이 한 줄이었다고. 피해자 가족에게 미안하다, 딱 그 한 줄이에요.” 그제야 경찰도 백씨가 집주인인 강씨를 살해했을 것으로 보고 백씨가 살던 아파트 일대를 집중적으로 수색했는데요. 결국 백씨의 시신이 발견된 지 만 하루만인 어제 오후, 폐쇄된 지하 쓰레기장에서 강 씨의 휴대전화와 신발. 그리고 시신이 잇따라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박동렬 과장/ 인천중부경찰서 형사과 (음성변조) : “육안으로는 그게 확인이 안됐어요. 그래서 이제 전문 업자를 불러서 확인해보니까 거기가 연탄 내려가는 곳이다, 그래서 이렇게 우리가 점검을 한 번 해보게 된 것이죠.” 실종된 지 3주가 넘어서야 발견된 강 씨. 하지만 결국 용의자가 살던 아파트 지하에서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유족은 경찰의 수사에 불만을 토해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 “등잔 밑이 어두웠어요. 어두웠어…. 경찰한테 처음부터 이상하다 수상하다 조사를 하라 그랬더니 인권침해니 뭐니 해서 안했거든요. 결국은 그 집에서 지금 사람이 발견된 거잖아요. 처음부터 의심이 간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었는데도 초동수사가 늦은 거죠.” 유족들은 애초 백 씨집을 찾아갔던 첫날부터 백씨에게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 “우리가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이렇게 올라오더라고. 그래서 여기 사시냐고 그러니까 자기가 거기 산대요. 그런데 이상한거야. 자기 집을 두드리고 있으면 누구냐고 그래야 되는데 밑에서 3층인데 올라와서 쳐다보고 있더라고.” 이웃들도 집주인 강 씨가 찾아왔던 날, 백 씨 집이 소란스러웠다며 유족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인터뷰> 이웃 주민 (음성변조) : “막 싸우는 소리가 났어요. 우당탕 소리.” <인터뷰>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 “2층에 사시는 분이 낮에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두시에서 세시 사이에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쿵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다는 얘기를 ….” 하지만 집주인 강 씨의 실종 이후 진술확보를 위해 두 차례나 백 씨를 대면했던 경찰은 수사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인천중부경찰서 관계자 (음성변조) : “인권도 있고, 전혀 그 사람에 대한 자료라든지 증거라든지 확인될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단지 참고인으로서 확인만 하고 귀가를 시킨 거죠. ” 용의자라는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전과조회를 할 수 없었다는 경찰. 그러나 백 씨가 살인 혐의로 13년 동안 실형을 산 뒤 3년 전 출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 측의 허술했던 초기대응에 대한 비난은 피해갈 수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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