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머리카락 한 올에…공소시효 3달 앞두고 체포

입력 2013.02.27 (08:35) 수정 2013.02.2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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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0년 전에 있었던 강도 사건의 용의자로 한 50대 남성이 체포됐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은 붙잡히기 직전까지 자신이 강도짓을 했었는지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합니다.

당사자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의 용의자를 10년이 지난 뒤 어떻게 잡을 수 있었을까요?

오언종 아나운서, DNA 검사란 게 참 신기하네요.

<기자 멘트>

네, 50대 남성이 술에 취해 행인과 시비가 붙었다가 경찰서에 연행됐는데요.

10년 전 자신이 벌인 강도 사건을 잊고 순순히 DNA 검사에 응했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힌 사건입니다.

이 남성은 무엇보다도 10년 전 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됐다는 사실을 무척 억울해했는데요.

사건 당시 남긴 머리카락 한 가닥 때문에 공소시효 석 달을 앞두고 체포된 남성의 이야기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술에 취해 행인과 사소한 시비가 붙어 경찰서에 연행된 김모 씨.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김 씨의 전과기록에 주목했습니다.

<인터뷰> 이창녕(팀장/대구남부경찰서 강력5팀) : “전과가 13범에 강도, 절도 등으로 20년 넘게 징역살이를 해왔던 사람입니다.”

경찰은 강력범의 DNA 정보를 보관하는 최근의 관례에 따라 김 씨의 DNA를 채취하고는 김 씨를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김 씨의 DNA는 10년 전 일어난 강도 사건 유력 용의자의 DNA와 일치했습니다.

<인터뷰> 김한태(수사과장/ 대구남부경찰서) : “그때 당시에는 인상, 인적사항을 특정을 못했죠. 못하고 있다가 이제 DNA 유전자 채취 결과가 확인돼서 검거하게 된 겁니다. ”

강도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2003년 6월.

귀가하던 여성에게 남자 두 명이 접근해 흉기로 찌른 뒤 현금과 차를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인터뷰> 이창녕(팀장/대구남부경찰서 강력5팀) : “(피해자가) 주차를 하고 집으로 들어가려는 찰나에 범행이 일어난 사건입니다. (집에서 불과 몇 미터 안 되네요?) 불과 한 3~4미터. 그래서 피해자의 고함소리를 듣고 아들이 뛰어나와서 112에 신고를 했고 긴급하게 병원으로 후송을 했습니다.“

자신의 집 앞에서 끔찍한 일을 당한 피해자.

10년 전 일이지만 담당 의사는 당시 사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천종률(의사) : “당시 그때 당시 새벽 2시 반에 우리 응급실에 들어왔는데 환자분이 굉장히 불안해하고 당황해하는. 좌측 옆구리 쪽에 4cm 정도 큰 자상이 있었고 또 좌측 둔부 쪽에 2cm 정도의 자상이 있었습니다.“

사건 당시 수사는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창녕(팀장/대구남부경찰서 강력5팀) : “골목길이었고, 어두웠고, 피해자가 갑자기 당했고... 피의자의 인상착의라든지 우리가 수사를 할 만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 친구들이 범죄 전력이 많기 때문에 지문이라든지 이런 것도 (안 남기려고) 아마 차도 뭐 걸레로 닦고 하지 않았겠느냐”

유일한 실마리는 김 씨가 범행 뒤 버리고 달아난 차 안에서 발견된 머리카락 한 가닥.

<녹취> “머리카락 한 올. 딱 한 올입니다. DNA 채취를 해서...”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무심코 DNA 채취에 응했던 김 씨.

<인터뷰> 김한태(수사과장/대구남부경찰서) : “머리카락을 국과수에 DNA 감정의뢰 했습니다. 의뢰한 결과 (피의자와) 동일범으로 판단이 돼서 저희들에게 통보가 왔습니다.“

이후 탐문 수사 끝에 김 씨는 지난 20일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공소 시효 석 달을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창녕(팀장/대구남부경찰서 강력5팀) : “체포 영장을 제시하면서 2003년도 6월 5일 발생한 사건이라고 얘기를 하니까 아주 황당해 하고 어이없다고 얘기를 했죠. 왜? 자기는 잊어버렸으니까.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는 사건인데...“

피의자 김 씨는 자신의 범행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00(피의자/음성변조) : “지금 세월이 이렇게 많이 지난 후에 그게 뭐 DNA가 일치한다는 그 자체도 의문스럽고 그리고 DNA가 어디서 나왔는지... 당시 범인이 아니라는? 당연히 아니죠. 나는 분명히 아닙니다.”

지난 13일에는 여성 2명을 성폭행하고 달아난 남성이 공소시효 66일을 남기고 DNA 대조로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전혀 다른 사건에 연루됐다가 공소시효를 얼마 안 남기고 DNA 대조를 통해 해결되는 등 공통점이 많은 이 사건들...

미제 사건으로 남을뻔 했던 여러사건들이 해결된 건 이른바 'DNA 법’ 덕분입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DNA 법’ 시행 이후, 지난 2010년 1120명, 2011년 2259명, 지난해 1808명 등 지금까지 총 5100명 이상의 범죄자 DNA를 채취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9월 전남 해남에서는 성폭행범을 잡는다며 경찰이 마을 주민 100명의 DNA를 채취해 인권 침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남용되지 않는다면 확보된 범죄자의 DNA는 국과수에 보관돼 미궁에 빠졌던 각종 미제사건을 해결하는 단초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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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3-02-27 09: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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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0년 전에 있었던 강도 사건의 용의자로 한 50대 남성이 체포됐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은 붙잡히기 직전까지 자신이 강도짓을 했었는지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합니다. 당사자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의 용의자를 10년이 지난 뒤 어떻게 잡을 수 있었을까요? 오언종 아나운서, DNA 검사란 게 참 신기하네요. <기자 멘트> 네, 50대 남성이 술에 취해 행인과 시비가 붙었다가 경찰서에 연행됐는데요. 10년 전 자신이 벌인 강도 사건을 잊고 순순히 DNA 검사에 응했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힌 사건입니다. 이 남성은 무엇보다도 10년 전 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됐다는 사실을 무척 억울해했는데요. 사건 당시 남긴 머리카락 한 가닥 때문에 공소시효 석 달을 앞두고 체포된 남성의 이야기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술에 취해 행인과 사소한 시비가 붙어 경찰서에 연행된 김모 씨.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김 씨의 전과기록에 주목했습니다. <인터뷰> 이창녕(팀장/대구남부경찰서 강력5팀) : “전과가 13범에 강도, 절도 등으로 20년 넘게 징역살이를 해왔던 사람입니다.” 경찰은 강력범의 DNA 정보를 보관하는 최근의 관례에 따라 김 씨의 DNA를 채취하고는 김 씨를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김 씨의 DNA는 10년 전 일어난 강도 사건 유력 용의자의 DNA와 일치했습니다. <인터뷰> 김한태(수사과장/ 대구남부경찰서) : “그때 당시에는 인상, 인적사항을 특정을 못했죠. 못하고 있다가 이제 DNA 유전자 채취 결과가 확인돼서 검거하게 된 겁니다. ” 강도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2003년 6월. 귀가하던 여성에게 남자 두 명이 접근해 흉기로 찌른 뒤 현금과 차를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인터뷰> 이창녕(팀장/대구남부경찰서 강력5팀) : “(피해자가) 주차를 하고 집으로 들어가려는 찰나에 범행이 일어난 사건입니다. (집에서 불과 몇 미터 안 되네요?) 불과 한 3~4미터. 그래서 피해자의 고함소리를 듣고 아들이 뛰어나와서 112에 신고를 했고 긴급하게 병원으로 후송을 했습니다.“ 자신의 집 앞에서 끔찍한 일을 당한 피해자. 10년 전 일이지만 담당 의사는 당시 사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천종률(의사) : “당시 그때 당시 새벽 2시 반에 우리 응급실에 들어왔는데 환자분이 굉장히 불안해하고 당황해하는. 좌측 옆구리 쪽에 4cm 정도 큰 자상이 있었고 또 좌측 둔부 쪽에 2cm 정도의 자상이 있었습니다.“ 사건 당시 수사는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창녕(팀장/대구남부경찰서 강력5팀) : “골목길이었고, 어두웠고, 피해자가 갑자기 당했고... 피의자의 인상착의라든지 우리가 수사를 할 만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 친구들이 범죄 전력이 많기 때문에 지문이라든지 이런 것도 (안 남기려고) 아마 차도 뭐 걸레로 닦고 하지 않았겠느냐” 유일한 실마리는 김 씨가 범행 뒤 버리고 달아난 차 안에서 발견된 머리카락 한 가닥. <녹취> “머리카락 한 올. 딱 한 올입니다. DNA 채취를 해서...”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무심코 DNA 채취에 응했던 김 씨. <인터뷰> 김한태(수사과장/대구남부경찰서) : “머리카락을 국과수에 DNA 감정의뢰 했습니다. 의뢰한 결과 (피의자와) 동일범으로 판단이 돼서 저희들에게 통보가 왔습니다.“ 이후 탐문 수사 끝에 김 씨는 지난 20일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공소 시효 석 달을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창녕(팀장/대구남부경찰서 강력5팀) : “체포 영장을 제시하면서 2003년도 6월 5일 발생한 사건이라고 얘기를 하니까 아주 황당해 하고 어이없다고 얘기를 했죠. 왜? 자기는 잊어버렸으니까.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는 사건인데...“ 피의자 김 씨는 자신의 범행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00(피의자/음성변조) : “지금 세월이 이렇게 많이 지난 후에 그게 뭐 DNA가 일치한다는 그 자체도 의문스럽고 그리고 DNA가 어디서 나왔는지... 당시 범인이 아니라는? 당연히 아니죠. 나는 분명히 아닙니다.” 지난 13일에는 여성 2명을 성폭행하고 달아난 남성이 공소시효 66일을 남기고 DNA 대조로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전혀 다른 사건에 연루됐다가 공소시효를 얼마 안 남기고 DNA 대조를 통해 해결되는 등 공통점이 많은 이 사건들... 미제 사건으로 남을뻔 했던 여러사건들이 해결된 건 이른바 'DNA 법’ 덕분입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DNA 법’ 시행 이후, 지난 2010년 1120명, 2011년 2259명, 지난해 1808명 등 지금까지 총 5100명 이상의 범죄자 DNA를 채취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9월 전남 해남에서는 성폭행범을 잡는다며 경찰이 마을 주민 100명의 DNA를 채취해 인권 침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남용되지 않는다면 확보된 범죄자의 DNA는 국과수에 보관돼 미궁에 빠졌던 각종 미제사건을 해결하는 단초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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