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신기술 각축장 스웨덴 시골마을

입력 2013.03.10 (09:33) 수정 2013.03.1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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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음 위를 미친 듯 달리는 자동차. 보기만 해도 신나시죠? 일반 자동차가 아니라 혹한기 성능 테스트 중인 시험용 자동차입니다.

북극권에서 백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스웨덴의 한 작은 마을에서 기나긴 겨울 동안 볼 수 있는 이색 풍경입니다. 영하 20~30도 까지 떨어지는 혹한을 견디는지 시험하기위한 자동차 경쟁인데요.

악 조건인 지역 특성을 오히려 잘 살려 산업으로 끌어올린 노력의 결실입니다. 조지현 순회특파원이 찾았습니다.

<리포트>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65km 떨어진 아르예플러그. 3천 명이 살고 있는 조그마한 시골 마을입니다. 하지만, 호수는 8천7백여 개. 인구의 2배가 넘습니다.

겨울이면 꽁꽁 얼어붙은 이 호수들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해집니다.

눈으로 뒤덮인 얼음 트랙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고, 위태롭게 좌우로 회전합니다. 혹한의 상황에서 차량 부품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하는 중입니다.

<인터뷰>정경화(현대모비스 제동시스템설계팀):“얼음 위에서 시험하는 이유는 차량이 과한 스핀이나 위험한 상황을 일부러 만들어서 그 안에서 저희 만든 제품이 이 차를 어떻게 안전하게 잡는가 이런 부분을 시험하는 거죠.”

꽁꽁 얼어붙은 호수가 천연 얼음트랙이 된 것입니다.

지금 제가 서있는 이곳은 수심 200미터에 달하는 깊은 호수 위입니다. 이곳은 겨울이면 50센티미터 이상의 얼음이 얼기 때문에 차들이 주행시험을 하는데도 문제가 없습니다.

넓게 펼쳐진 천연 얼음 트랙 위에서 자유롭게 차량을 움직이며 주로 제동장치와 차량 자세 제어 장치 등을 시험합니다.

<인터뷰>최용진(현대모비스 샤시평가팀):“저속 30km에서부터 140~50km까지 고속으로 차량을 좌우로 슬라럼을 한다 던지 레인을 바꾸는 방식으로 시험합니다.”

아르예플러그 지역은 1년의 절반이 겨울입니다. 겨울 평균 기온은 영하 20~30도까지 떨어집니다. 거기에 호수와 산, 평지가 골고루 섞여있어 자동차 혹한기 테스트에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터뷰>루디어 히에멘즈(만도 유럽 R&D 책임자):“이런 언덕에서는 바퀴가 공회전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이나 자동제어 기능을 시험할 수 있고, 많은 호수에서는 안전 동작 등을 시험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부품사들과 완성차 업체들이 아르예플러그 지역을 찾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지금은 매년 겨울마다 보쉬 등 부품사와 볼보, 벤츠, 피아트 등 20개 넘는 유수의 자동차 업체가 이곳에서 혹한기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업계의 대표기업들이 몰려들면서 이제는 신기술 경쟁과 고객사 유치에 필수적인 장소가 됐습니다.

<인터뷰>마시모 포레케티(피아트 시험주행 담당):“여기가 최적의 장소입니다. 모든 자동차 관련 회사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고객들과 연결되기도 쉽습니다.”

지난 40년간 쌓아온 자동차 성능 시험장 운영업체의 노하우도 이 지역의 중요한 자산입니다. 호수 위에 얼음 트랙을 만들고 트랙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 기술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중국과 뉴질랜드 등의 다른 시험장에서도 이곳의 기술을 배워갈 정도입니다.

<인터뷰> 알프 선드스르롬(자동차시험장 대표):“우리는 어떻게 얼음 트랙을 만들고 운용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이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냥 눈만 치우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동차 성능시험장으로 각광받으면서 겨울이면 이 지역의 인구가 2배로 늘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인터뷰>이므레 퍼기(호텔 투숙객):“이곳에 13~14번 정도 왔어요. 시험 일정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2주 정도 머물러요.”

이 지역 호텔은 겨울마다 객실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붐빕니다.

<인터뷰>요한 순드(호텔 대표):“겨울 시즌이 전체 매출에서 90% 가까이 차지합니다. 12월부터 3월까지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죠.”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다양한 분야의 고용까지 창출돼 이 지역 실업률은 6%대로 스웨덴 전체 실업률 보다 1% 이상 낮습니다. 자동차 시험 산업 관련 종사자만 550여 명. 이 지역 인구의 6분의 1이 넘습니다. 자동차 시험 산업으로 먹고 사는 셈입니다.

<인터뷰>브리타 잰슨(아르예플러그 시장):“아르예플러그는 면적은 넓지만 인구는 매우 적습니다. 자동차 성능시험산업이 많은 경제적 효과를 내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입니다.”

자동차 성능시험 산업을 지켜가기 위한 시 차원의 지원과 노력도 더해졌습니다. 우선 좋은 인력을 공급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1993년 문을 연 이 직업학교는 스웨덴 전역에서 학생들이 모여듭니다.

<인터뷰>죠엘(학생):“엔진 등 자동차 쪽에 관심이 있어서 이 학교를 선택했습니다.”

150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는데 절반 이상이 자동차 관련 전공을 갖고 있습니다. 정비에서부터 프로그래밍에 이르기 까지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것을 배웁니다. 이 학교는 지역의 자동차 시험 업체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유수의 자동차업체들과도 긴밀하게 협조합니다.

자동차 업체들은 실습용으로 엔진 같은 장비를 제공하면서 학생들에게 실습 기회를 줍니다.그리고 학교는 기업들과 교육 과정까지 협의하며 실질적으로 필요한 인재를 길러냅니다.

<인터뷰>카트린 소더버그(교사):“새로운 교육을 할 때는 기업들과 함께 모여서 어떤 것에 집중해야 할지 논의합니다.”

자동차 시험 주행 운전 자격증 수업도 기업에서 실질적으로 요구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실제 얼음 트랙에서 자동차 주행을 연습하는 학생들. 이곳 학생들은 대부분이 졸업할 때까지 이 자격증을 취득합니다.

<인터뷰>사이먼(학생):“대부분 큰 회사들은 시험주행 운전자격증을 요구하기 때문에 취업에 큰 도움이 됩니다.”

강원도 정도 넓이에 인구는 단 3천명. 척박한 환경의 시골 마을이 최첨단 기술 경쟁의 마당이 되면서 이곳의 겨울은 전 세계 어느 곳보다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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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eye] 신기술 각축장 스웨덴 시골마을
    • 입력 2013-03-10 09:33:11
    • 수정2013-03-10 09:49:47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얼음 위를 미친 듯 달리는 자동차. 보기만 해도 신나시죠? 일반 자동차가 아니라 혹한기 성능 테스트 중인 시험용 자동차입니다.

북극권에서 백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스웨덴의 한 작은 마을에서 기나긴 겨울 동안 볼 수 있는 이색 풍경입니다. 영하 20~30도 까지 떨어지는 혹한을 견디는지 시험하기위한 자동차 경쟁인데요.

악 조건인 지역 특성을 오히려 잘 살려 산업으로 끌어올린 노력의 결실입니다. 조지현 순회특파원이 찾았습니다.

<리포트>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65km 떨어진 아르예플러그. 3천 명이 살고 있는 조그마한 시골 마을입니다. 하지만, 호수는 8천7백여 개. 인구의 2배가 넘습니다.

겨울이면 꽁꽁 얼어붙은 이 호수들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해집니다.

눈으로 뒤덮인 얼음 트랙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고, 위태롭게 좌우로 회전합니다. 혹한의 상황에서 차량 부품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하는 중입니다.

<인터뷰>정경화(현대모비스 제동시스템설계팀):“얼음 위에서 시험하는 이유는 차량이 과한 스핀이나 위험한 상황을 일부러 만들어서 그 안에서 저희 만든 제품이 이 차를 어떻게 안전하게 잡는가 이런 부분을 시험하는 거죠.”

꽁꽁 얼어붙은 호수가 천연 얼음트랙이 된 것입니다.

지금 제가 서있는 이곳은 수심 200미터에 달하는 깊은 호수 위입니다. 이곳은 겨울이면 50센티미터 이상의 얼음이 얼기 때문에 차들이 주행시험을 하는데도 문제가 없습니다.

넓게 펼쳐진 천연 얼음 트랙 위에서 자유롭게 차량을 움직이며 주로 제동장치와 차량 자세 제어 장치 등을 시험합니다.

<인터뷰>최용진(현대모비스 샤시평가팀):“저속 30km에서부터 140~50km까지 고속으로 차량을 좌우로 슬라럼을 한다 던지 레인을 바꾸는 방식으로 시험합니다.”

아르예플러그 지역은 1년의 절반이 겨울입니다. 겨울 평균 기온은 영하 20~30도까지 떨어집니다. 거기에 호수와 산, 평지가 골고루 섞여있어 자동차 혹한기 테스트에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터뷰>루디어 히에멘즈(만도 유럽 R&D 책임자):“이런 언덕에서는 바퀴가 공회전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이나 자동제어 기능을 시험할 수 있고, 많은 호수에서는 안전 동작 등을 시험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부품사들과 완성차 업체들이 아르예플러그 지역을 찾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지금은 매년 겨울마다 보쉬 등 부품사와 볼보, 벤츠, 피아트 등 20개 넘는 유수의 자동차 업체가 이곳에서 혹한기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업계의 대표기업들이 몰려들면서 이제는 신기술 경쟁과 고객사 유치에 필수적인 장소가 됐습니다.

<인터뷰>마시모 포레케티(피아트 시험주행 담당):“여기가 최적의 장소입니다. 모든 자동차 관련 회사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고객들과 연결되기도 쉽습니다.”

지난 40년간 쌓아온 자동차 성능 시험장 운영업체의 노하우도 이 지역의 중요한 자산입니다. 호수 위에 얼음 트랙을 만들고 트랙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 기술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중국과 뉴질랜드 등의 다른 시험장에서도 이곳의 기술을 배워갈 정도입니다.

<인터뷰> 알프 선드스르롬(자동차시험장 대표):“우리는 어떻게 얼음 트랙을 만들고 운용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이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냥 눈만 치우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동차 성능시험장으로 각광받으면서 겨울이면 이 지역의 인구가 2배로 늘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인터뷰>이므레 퍼기(호텔 투숙객):“이곳에 13~14번 정도 왔어요. 시험 일정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2주 정도 머물러요.”

이 지역 호텔은 겨울마다 객실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붐빕니다.

<인터뷰>요한 순드(호텔 대표):“겨울 시즌이 전체 매출에서 90% 가까이 차지합니다. 12월부터 3월까지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죠.”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다양한 분야의 고용까지 창출돼 이 지역 실업률은 6%대로 스웨덴 전체 실업률 보다 1% 이상 낮습니다. 자동차 시험 산업 관련 종사자만 550여 명. 이 지역 인구의 6분의 1이 넘습니다. 자동차 시험 산업으로 먹고 사는 셈입니다.

<인터뷰>브리타 잰슨(아르예플러그 시장):“아르예플러그는 면적은 넓지만 인구는 매우 적습니다. 자동차 성능시험산업이 많은 경제적 효과를 내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입니다.”

자동차 성능시험 산업을 지켜가기 위한 시 차원의 지원과 노력도 더해졌습니다. 우선 좋은 인력을 공급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1993년 문을 연 이 직업학교는 스웨덴 전역에서 학생들이 모여듭니다.

<인터뷰>죠엘(학생):“엔진 등 자동차 쪽에 관심이 있어서 이 학교를 선택했습니다.”

150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는데 절반 이상이 자동차 관련 전공을 갖고 있습니다. 정비에서부터 프로그래밍에 이르기 까지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것을 배웁니다. 이 학교는 지역의 자동차 시험 업체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유수의 자동차업체들과도 긴밀하게 협조합니다.

자동차 업체들은 실습용으로 엔진 같은 장비를 제공하면서 학생들에게 실습 기회를 줍니다.그리고 학교는 기업들과 교육 과정까지 협의하며 실질적으로 필요한 인재를 길러냅니다.

<인터뷰>카트린 소더버그(교사):“새로운 교육을 할 때는 기업들과 함께 모여서 어떤 것에 집중해야 할지 논의합니다.”

자동차 시험 주행 운전 자격증 수업도 기업에서 실질적으로 요구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실제 얼음 트랙에서 자동차 주행을 연습하는 학생들. 이곳 학생들은 대부분이 졸업할 때까지 이 자격증을 취득합니다.

<인터뷰>사이먼(학생):“대부분 큰 회사들은 시험주행 운전자격증을 요구하기 때문에 취업에 큰 도움이 됩니다.”

강원도 정도 넓이에 인구는 단 3천명. 척박한 환경의 시골 마을이 최첨단 기술 경쟁의 마당이 되면서 이곳의 겨울은 전 세계 어느 곳보다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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