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다시보기] 도시를 바꾸다! 공공건축의 힘

입력 2013.05.28 (11:01) 수정 2013.05.28 (14:2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도시라면 피할 수 없는 혐오시설, 사람들이 꺼려했던 낡은 옛 도심을 오스트리아는 이렇게 바꿨습니다.

회색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은 지혜를 지구촌 다시 보기에서 확인하시죠.

<리포트>

우뚝 솟은 굴뚝이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옵니다.

빨간 사과와 딸기, 금색 왕관 등이 알록달록 벽면을 장식하고, 발코니와 지붕에는 작은 숲이 생겨났습니다.

흡사 놀이 공원을 떠올리게 하는 이곳은 해마다 25만 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대형 소각장입니다.

지난 1971년 문을 열 당시.

칙칙한 외관에 흉물스럽게 여겨지던 이 소각장은 1987년 화재 이후 지금의 모습으로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2년 반에 걸친 리모델링 작업을 거친 소각장은 예술 작품 못지않은 멋을 더해 친환경 소각장으로 거듭났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자랑거리가 된 것은 물론, 해마다 전 세계에서 수십만 명의 관광객과 공무원이 찾는 공공 건축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인터뷰> 가브리엘 지크문트(인근 주민) : "아름다운 외관의 소각장이 도시와 조화를 이뤘고, 또 최첨단 필터를 사용해 도시의 오염을 막았습니다."

건축가 훈데르트바서가 시립 아파트를 개조해 1985년 문을 연 훈데르트바서 하우스.

최상의 거주 조건 때문에 부자들이 앞다퉈 입주를 원했지만, 정작 건축가는 가난한 이들에게만 입주를 허용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마르셀 트림멜(독일 관광객) : "큰 나라는 아니지만 오스트리아의 창조적인 면을 과시할 수 있는 아주 멋진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오스트리아 제2의 도시 그라츠엔 그 역사만큼이나 오랫동안 말 못할 걱정거리가 있었습니다.

도시의 젖줄 무어강을 경계로 동쪽과 서쪽의 불균형이 심각했던 것입니다.

동쪽 구도심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다양하고 멋진 건축 양식이 보존된 중상류층 거주 지역인 반면, 강 서쪽은 인근 동유럽 국가들의 가난한 이민자들이 거주하는 빈곤층 밀집 지역이 된 것입니다.

이렇게 동과 서로 갈라진 도시를 어떻게 하나로 통합할 수 있을지 고심 끝에 그라츠 시는 그 해법을 공공 건축과 문화에서 찾았습니다.

복합문화공간 쿤스트하우스.

시 당국이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키려 2004년 5백억 원의 예산을 들여 도시 서쪽에 건설한 건물입니다.

쿤스트하우스 주변에 공연장과 카페가 하나 둘씩 들어서며, 도시 공간을 문화적으로 변화시킨 것입니다.

범죄율이 높아 밤이면 아예 강을 건너오지 않던 동쪽 구 도심 지역 시민들도 이제 밤마다 자연스럽게 강 건너 서쪽 이웃을 찾게 됐습니다.

<인터뷰> 에버하르트 쉬렘프(전 도시 건설 담당) : "쿤스트하우스를 통해 새로운 지역이 생겨났고, 이 곳에서 젊은이들이 서로 한데 어울리는 광경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10년 전, 무어강 위에 놓인 '문화의 다리'는 강 양쪽의 충돌을 화합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취지로 건설된 다립니다.

혐오스러운 공간에 예술적 상상력을 불어넣어 문화와 관광 자원으로 재탄생시키고, 더 나아가 주민 갈등을 치유하며 사회 통합까지 이뤄낸 공공건축이 삭막했던 잿빛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지구촌 다시보기 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구촌 다시보기] 도시를 바꾸다! 공공건축의 힘
    • 입력 2013-05-28 11:05:12
    • 수정2013-05-28 14:22:34
    지구촌뉴스
<앵커 멘트>

도시라면 피할 수 없는 혐오시설, 사람들이 꺼려했던 낡은 옛 도심을 오스트리아는 이렇게 바꿨습니다.

회색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은 지혜를 지구촌 다시 보기에서 확인하시죠.

<리포트>

우뚝 솟은 굴뚝이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옵니다.

빨간 사과와 딸기, 금색 왕관 등이 알록달록 벽면을 장식하고, 발코니와 지붕에는 작은 숲이 생겨났습니다.

흡사 놀이 공원을 떠올리게 하는 이곳은 해마다 25만 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대형 소각장입니다.

지난 1971년 문을 열 당시.

칙칙한 외관에 흉물스럽게 여겨지던 이 소각장은 1987년 화재 이후 지금의 모습으로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2년 반에 걸친 리모델링 작업을 거친 소각장은 예술 작품 못지않은 멋을 더해 친환경 소각장으로 거듭났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자랑거리가 된 것은 물론, 해마다 전 세계에서 수십만 명의 관광객과 공무원이 찾는 공공 건축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인터뷰> 가브리엘 지크문트(인근 주민) : "아름다운 외관의 소각장이 도시와 조화를 이뤘고, 또 최첨단 필터를 사용해 도시의 오염을 막았습니다."

건축가 훈데르트바서가 시립 아파트를 개조해 1985년 문을 연 훈데르트바서 하우스.

최상의 거주 조건 때문에 부자들이 앞다퉈 입주를 원했지만, 정작 건축가는 가난한 이들에게만 입주를 허용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마르셀 트림멜(독일 관광객) : "큰 나라는 아니지만 오스트리아의 창조적인 면을 과시할 수 있는 아주 멋진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오스트리아 제2의 도시 그라츠엔 그 역사만큼이나 오랫동안 말 못할 걱정거리가 있었습니다.

도시의 젖줄 무어강을 경계로 동쪽과 서쪽의 불균형이 심각했던 것입니다.

동쪽 구도심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다양하고 멋진 건축 양식이 보존된 중상류층 거주 지역인 반면, 강 서쪽은 인근 동유럽 국가들의 가난한 이민자들이 거주하는 빈곤층 밀집 지역이 된 것입니다.

이렇게 동과 서로 갈라진 도시를 어떻게 하나로 통합할 수 있을지 고심 끝에 그라츠 시는 그 해법을 공공 건축과 문화에서 찾았습니다.

복합문화공간 쿤스트하우스.

시 당국이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키려 2004년 5백억 원의 예산을 들여 도시 서쪽에 건설한 건물입니다.

쿤스트하우스 주변에 공연장과 카페가 하나 둘씩 들어서며, 도시 공간을 문화적으로 변화시킨 것입니다.

범죄율이 높아 밤이면 아예 강을 건너오지 않던 동쪽 구 도심 지역 시민들도 이제 밤마다 자연스럽게 강 건너 서쪽 이웃을 찾게 됐습니다.

<인터뷰> 에버하르트 쉬렘프(전 도시 건설 담당) : "쿤스트하우스를 통해 새로운 지역이 생겨났고, 이 곳에서 젊은이들이 서로 한데 어울리는 광경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10년 전, 무어강 위에 놓인 '문화의 다리'는 강 양쪽의 충돌을 화합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취지로 건설된 다립니다.

혐오스러운 공간에 예술적 상상력을 불어넣어 문화와 관광 자원으로 재탄생시키고, 더 나아가 주민 갈등을 치유하며 사회 통합까지 이뤄낸 공공건축이 삭막했던 잿빛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지구촌 다시보기 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