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인터넷 댓글 논쟁’하다 살인까지…
입력 2013.07.18 (08:36)
수정 2013.07.1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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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모 인터넷 사이트 커뮤니티에서 정치적인 견해로 댓글 싸움을 하던 남녀 사이에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광주에 사는 남성이 부산까지 찾아가서 계획적으로 피해 여성을 살해한 건데요.
김기흥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왜 이렇게 극단적인 범행을 저지른 걸까요?
<기자 멘트>
정치적인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격한 논쟁을 벌이다 이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는데요.
처음에는 정치적인 논쟁이 발단이 됐지만 여기에 성적 비하 발언이나 지역 비하 발언 그리고 욕설 등이 끼어들면서 상황은 점점 악화됐습니다.
급기야 인터넷상의 싸움이 계획적인 원정 살인극으로 막을 내리게 됐는데요.
그런데 이 두 사람이 논쟁을 벌이던 커뮤니티에는 숨진 여성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글이 올라와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0일 밤 9시 10분쯤, 부산시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여성의 다급한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인터뷰> 목격 주민(음성변조) : “차가 가다가 브레이크 잡아서‘끽’하는 소리. 우리 딸은 그러더라고요. 고양이가 같이 싸우면서 내는 소리 있죠.‘끽’하다 말았는데 조금 길었어요, 그 소리가.”
아파트 4층과 5층 사이의 계단에서 30대로 보이는 여성이 흉기에 찔린 채 쓰러져 있었는데요.
<인터뷰> 목격 주민(음성변조) : “가보니까 4층 올라가는 계단부터 피가 떨어져 있더라고요. 좀 더 올라가니까 구석에 여자가 쓰러져 있었어요.”
피해 여성은 이 아파트에 살고 있던 서른 살, 김 모씨.
주민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119구조대가 김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녹취> 이종민(부산 동래소방서 119 구급대원) :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복부 쪽에 자상과 왼쪽 어깨 쪽에 자상, 흉기나 여러 가지 뾰족한 것으로 찔린 상처가 있었고 상태 확인을 해보니까 호흡과 맥박은 없고 생체 징후가 전혀 없었습니다.”
김씨를 발견하기 전, 아파트 현관에서 30대 남성이 황급히 지나가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주민.
<인터뷰> 목격 주민(음성변조) : “(비명 소리를 듣고) 문을 살짝 열었을 때, (남자) 한 명이 내려가기에 ‘왜 그러세요.’이렇게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남자가) ‘위로 올라가보세요. 한 번 올라가보세요.’ (위층을) 오른손으로 가리키면서 그랬어요.”
경찰은 주민의 진술과 주변 CCTV를 토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는데요.
사건 발생 6일 만인 지난 화요일 밤 9시 45분쯤 한 고시원에서 살인 혐의로 30대 남성을 검거했습니다.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아파트 현관을 나갈 때 피의자가 아주 태연하게 자연스럽게 걸어 나갔다고 해서 (주변) CCTV를 추적했죠. 그래서 은신처 수색에 집중을 했어요."
피의자는 김씨와 동갑내기인 서른 살 백 모씨. 알고 보니, 광주에 사는 백씨가 2주 전쯤, 부산까지 내려와 김씨를 살해한 건데요.
백씨는 왜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까.
<인터뷰> 백 모씨(살인 피의자/음성변조) : “(피해자가 쓴 글 중에) 5.18 모욕과 전라도(에 대한) 비하나 ‘배신을 때린다’ ‘홍어다’ 이런 단어에 상당히 거부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 인터넷 사이트의 커뮤니티를 통해 김씨를 처음 알게 된 백씨.
김씨는 논리정연한 글을 올려 남성 회원이 대부분인 이 커뮤니티에서 꽤 유명했다고 하는데요.
두 사람은 이곳에 진보적인 성향의 글을 올리고 댓글을 주고받으면서 친해졌습니다.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모 사이트에서 서로 정치적인 성향이 맞았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댓글로 의견을) 서로 주고받고 하다가...”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김씨가 갑자기 보수적인 성향으로 돌아서자, 둘 사이는 급속도로 나빠졌는데요.
지난해 9월, 백씨가 김씨의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김씨가 명예훼손으로 백씨를 고소하겠다고 맞서면서 감정싸움은 극한으로 치달았습니다.
그 후, 백씨가 해당 사이트에 대자보 형식의 사과 글을 올리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는데요.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피의자가 피해자의) 신상 털기를 하면서 여자한테 성적으로 모욕적인 발언을 해서 (피해자가) 고소를 하겠다고 하니까 피의자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대자보를 쓴 후 사진을 찍어서 게시를 했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 남북관계 현안과 같은 정치적인 문제를 두고 또다시 첨예하게 맞서면서 갈등의 골은 걷잡을 수 없이 깊어졌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김씨에게 앙심을 품게 된 백씨.
급기야 한 채팅 사이트를 통해서 김씨의 얼굴과 주소를 알아냈는데요.
백씨가 부산에 온 건 지난 5일.
부산에 오기 전에 이미 흉기를 구입했습니다.
계획적인 범행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범행한 흉기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구입해서 소지를 부산으로 내려왔다고 (했어요.)"
백씨는 연제구의 한 고시원에 머물면서 서너 차례에 걸쳐 김씨의 집 근처를 사전 답사하는 치밀함을 보였는데요.
<인터뷰> 고시원 관계자(음성변조) : “(여기에서 지내려면) 보증금 10만 원을 내셔야 한다고 그러니까 제가 일주일 있을지 열흘 있을지 모르는데 보증금을 꼭 내야 하냐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급한 일이 생기면 또 올라가야 한다면서.”
김씨가 자주 들어가는 한 채팅사이트에서 김씨가 접속한 시간대를 분석해 외출시간을 파악해둘 만큼 범행 계획은 치밀했습니다.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피해자가 채팅 사이트에 들어와서 채팅을 하러 들어왔다 나가는 것을 (두 사람이) 친구 등록이 되어 있으니까 알게 된 거죠. 채팅을 하고 나가면 나가는 시점에 피해자가 외출을 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건 당일, 김씨가 집을 나서는 시간에 맞춰 집 앞으로 찾아간 백씨는 준비했던 흉기로 김씨를 무참히 살해했는데요.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극적인 정치댓글 싸움이 현실에서 참혹한 원정 살인극으로 이어진 겁니다.
<녹취> 공정식(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신념은 중요한 가치관이기 때문에 그것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면 극단적으로 분노하게 되는 거죠. 인터넷 상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들은 상대의 감정을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상대를 굉장히 나쁘게 생각하고...”
백씨는 범행 후 불과 5시간 만에, 해당 사이트에 김씨를 살해한 사실을 암시하는 패러디 물까지 올린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경찰은 피의자 백씨에 대해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입니다.
모 인터넷 사이트 커뮤니티에서 정치적인 견해로 댓글 싸움을 하던 남녀 사이에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광주에 사는 남성이 부산까지 찾아가서 계획적으로 피해 여성을 살해한 건데요.
김기흥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왜 이렇게 극단적인 범행을 저지른 걸까요?
<기자 멘트>
정치적인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격한 논쟁을 벌이다 이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는데요.
처음에는 정치적인 논쟁이 발단이 됐지만 여기에 성적 비하 발언이나 지역 비하 발언 그리고 욕설 등이 끼어들면서 상황은 점점 악화됐습니다.
급기야 인터넷상의 싸움이 계획적인 원정 살인극으로 막을 내리게 됐는데요.
그런데 이 두 사람이 논쟁을 벌이던 커뮤니티에는 숨진 여성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글이 올라와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0일 밤 9시 10분쯤, 부산시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여성의 다급한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인터뷰> 목격 주민(음성변조) : “차가 가다가 브레이크 잡아서‘끽’하는 소리. 우리 딸은 그러더라고요. 고양이가 같이 싸우면서 내는 소리 있죠.‘끽’하다 말았는데 조금 길었어요, 그 소리가.”
아파트 4층과 5층 사이의 계단에서 30대로 보이는 여성이 흉기에 찔린 채 쓰러져 있었는데요.
<인터뷰> 목격 주민(음성변조) : “가보니까 4층 올라가는 계단부터 피가 떨어져 있더라고요. 좀 더 올라가니까 구석에 여자가 쓰러져 있었어요.”
피해 여성은 이 아파트에 살고 있던 서른 살, 김 모씨.
주민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119구조대가 김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녹취> 이종민(부산 동래소방서 119 구급대원) :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복부 쪽에 자상과 왼쪽 어깨 쪽에 자상, 흉기나 여러 가지 뾰족한 것으로 찔린 상처가 있었고 상태 확인을 해보니까 호흡과 맥박은 없고 생체 징후가 전혀 없었습니다.”
김씨를 발견하기 전, 아파트 현관에서 30대 남성이 황급히 지나가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주민.
<인터뷰> 목격 주민(음성변조) : “(비명 소리를 듣고) 문을 살짝 열었을 때, (남자) 한 명이 내려가기에 ‘왜 그러세요.’이렇게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남자가) ‘위로 올라가보세요. 한 번 올라가보세요.’ (위층을) 오른손으로 가리키면서 그랬어요.”
경찰은 주민의 진술과 주변 CCTV를 토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는데요.
사건 발생 6일 만인 지난 화요일 밤 9시 45분쯤 한 고시원에서 살인 혐의로 30대 남성을 검거했습니다.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아파트 현관을 나갈 때 피의자가 아주 태연하게 자연스럽게 걸어 나갔다고 해서 (주변) CCTV를 추적했죠. 그래서 은신처 수색에 집중을 했어요."
피의자는 김씨와 동갑내기인 서른 살 백 모씨. 알고 보니, 광주에 사는 백씨가 2주 전쯤, 부산까지 내려와 김씨를 살해한 건데요.
백씨는 왜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까.
<인터뷰> 백 모씨(살인 피의자/음성변조) : “(피해자가 쓴 글 중에) 5.18 모욕과 전라도(에 대한) 비하나 ‘배신을 때린다’ ‘홍어다’ 이런 단어에 상당히 거부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 인터넷 사이트의 커뮤니티를 통해 김씨를 처음 알게 된 백씨.
김씨는 논리정연한 글을 올려 남성 회원이 대부분인 이 커뮤니티에서 꽤 유명했다고 하는데요.
두 사람은 이곳에 진보적인 성향의 글을 올리고 댓글을 주고받으면서 친해졌습니다.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모 사이트에서 서로 정치적인 성향이 맞았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댓글로 의견을) 서로 주고받고 하다가...”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김씨가 갑자기 보수적인 성향으로 돌아서자, 둘 사이는 급속도로 나빠졌는데요.
지난해 9월, 백씨가 김씨의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김씨가 명예훼손으로 백씨를 고소하겠다고 맞서면서 감정싸움은 극한으로 치달았습니다.
그 후, 백씨가 해당 사이트에 대자보 형식의 사과 글을 올리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는데요.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피의자가 피해자의) 신상 털기를 하면서 여자한테 성적으로 모욕적인 발언을 해서 (피해자가) 고소를 하겠다고 하니까 피의자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대자보를 쓴 후 사진을 찍어서 게시를 했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 남북관계 현안과 같은 정치적인 문제를 두고 또다시 첨예하게 맞서면서 갈등의 골은 걷잡을 수 없이 깊어졌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김씨에게 앙심을 품게 된 백씨.
급기야 한 채팅 사이트를 통해서 김씨의 얼굴과 주소를 알아냈는데요.
백씨가 부산에 온 건 지난 5일.
부산에 오기 전에 이미 흉기를 구입했습니다.
계획적인 범행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범행한 흉기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구입해서 소지를 부산으로 내려왔다고 (했어요.)"
백씨는 연제구의 한 고시원에 머물면서 서너 차례에 걸쳐 김씨의 집 근처를 사전 답사하는 치밀함을 보였는데요.
<인터뷰> 고시원 관계자(음성변조) : “(여기에서 지내려면) 보증금 10만 원을 내셔야 한다고 그러니까 제가 일주일 있을지 열흘 있을지 모르는데 보증금을 꼭 내야 하냐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급한 일이 생기면 또 올라가야 한다면서.”
김씨가 자주 들어가는 한 채팅사이트에서 김씨가 접속한 시간대를 분석해 외출시간을 파악해둘 만큼 범행 계획은 치밀했습니다.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피해자가 채팅 사이트에 들어와서 채팅을 하러 들어왔다 나가는 것을 (두 사람이) 친구 등록이 되어 있으니까 알게 된 거죠. 채팅을 하고 나가면 나가는 시점에 피해자가 외출을 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건 당일, 김씨가 집을 나서는 시간에 맞춰 집 앞으로 찾아간 백씨는 준비했던 흉기로 김씨를 무참히 살해했는데요.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극적인 정치댓글 싸움이 현실에서 참혹한 원정 살인극으로 이어진 겁니다.
<녹취> 공정식(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신념은 중요한 가치관이기 때문에 그것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면 극단적으로 분노하게 되는 거죠. 인터넷 상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들은 상대의 감정을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상대를 굉장히 나쁘게 생각하고...”
백씨는 범행 후 불과 5시간 만에, 해당 사이트에 김씨를 살해한 사실을 암시하는 패러디 물까지 올린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경찰은 피의자 백씨에 대해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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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따라잡기] ‘인터넷 댓글 논쟁’하다 살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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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3-07-18 08:51:53
- 수정2013-07-18 09:29:37

<앵커 멘트>
모 인터넷 사이트 커뮤니티에서 정치적인 견해로 댓글 싸움을 하던 남녀 사이에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광주에 사는 남성이 부산까지 찾아가서 계획적으로 피해 여성을 살해한 건데요.
김기흥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왜 이렇게 극단적인 범행을 저지른 걸까요?
<기자 멘트>
정치적인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격한 논쟁을 벌이다 이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는데요.
처음에는 정치적인 논쟁이 발단이 됐지만 여기에 성적 비하 발언이나 지역 비하 발언 그리고 욕설 등이 끼어들면서 상황은 점점 악화됐습니다.
급기야 인터넷상의 싸움이 계획적인 원정 살인극으로 막을 내리게 됐는데요.
그런데 이 두 사람이 논쟁을 벌이던 커뮤니티에는 숨진 여성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글이 올라와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0일 밤 9시 10분쯤, 부산시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여성의 다급한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인터뷰> 목격 주민(음성변조) : “차가 가다가 브레이크 잡아서‘끽’하는 소리. 우리 딸은 그러더라고요. 고양이가 같이 싸우면서 내는 소리 있죠.‘끽’하다 말았는데 조금 길었어요, 그 소리가.”
아파트 4층과 5층 사이의 계단에서 30대로 보이는 여성이 흉기에 찔린 채 쓰러져 있었는데요.
<인터뷰> 목격 주민(음성변조) : “가보니까 4층 올라가는 계단부터 피가 떨어져 있더라고요. 좀 더 올라가니까 구석에 여자가 쓰러져 있었어요.”
피해 여성은 이 아파트에 살고 있던 서른 살, 김 모씨.
주민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119구조대가 김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녹취> 이종민(부산 동래소방서 119 구급대원) :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복부 쪽에 자상과 왼쪽 어깨 쪽에 자상, 흉기나 여러 가지 뾰족한 것으로 찔린 상처가 있었고 상태 확인을 해보니까 호흡과 맥박은 없고 생체 징후가 전혀 없었습니다.”
김씨를 발견하기 전, 아파트 현관에서 30대 남성이 황급히 지나가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주민.
<인터뷰> 목격 주민(음성변조) : “(비명 소리를 듣고) 문을 살짝 열었을 때, (남자) 한 명이 내려가기에 ‘왜 그러세요.’이렇게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남자가) ‘위로 올라가보세요. 한 번 올라가보세요.’ (위층을) 오른손으로 가리키면서 그랬어요.”
경찰은 주민의 진술과 주변 CCTV를 토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는데요.
사건 발생 6일 만인 지난 화요일 밤 9시 45분쯤 한 고시원에서 살인 혐의로 30대 남성을 검거했습니다.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아파트 현관을 나갈 때 피의자가 아주 태연하게 자연스럽게 걸어 나갔다고 해서 (주변) CCTV를 추적했죠. 그래서 은신처 수색에 집중을 했어요."
피의자는 김씨와 동갑내기인 서른 살 백 모씨. 알고 보니, 광주에 사는 백씨가 2주 전쯤, 부산까지 내려와 김씨를 살해한 건데요.
백씨는 왜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까.
<인터뷰> 백 모씨(살인 피의자/음성변조) : “(피해자가 쓴 글 중에) 5.18 모욕과 전라도(에 대한) 비하나 ‘배신을 때린다’ ‘홍어다’ 이런 단어에 상당히 거부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 인터넷 사이트의 커뮤니티를 통해 김씨를 처음 알게 된 백씨.
김씨는 논리정연한 글을 올려 남성 회원이 대부분인 이 커뮤니티에서 꽤 유명했다고 하는데요.
두 사람은 이곳에 진보적인 성향의 글을 올리고 댓글을 주고받으면서 친해졌습니다.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모 사이트에서 서로 정치적인 성향이 맞았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댓글로 의견을) 서로 주고받고 하다가...”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김씨가 갑자기 보수적인 성향으로 돌아서자, 둘 사이는 급속도로 나빠졌는데요.
지난해 9월, 백씨가 김씨의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김씨가 명예훼손으로 백씨를 고소하겠다고 맞서면서 감정싸움은 극한으로 치달았습니다.
그 후, 백씨가 해당 사이트에 대자보 형식의 사과 글을 올리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는데요.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피의자가 피해자의) 신상 털기를 하면서 여자한테 성적으로 모욕적인 발언을 해서 (피해자가) 고소를 하겠다고 하니까 피의자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대자보를 쓴 후 사진을 찍어서 게시를 했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 남북관계 현안과 같은 정치적인 문제를 두고 또다시 첨예하게 맞서면서 갈등의 골은 걷잡을 수 없이 깊어졌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김씨에게 앙심을 품게 된 백씨.
급기야 한 채팅 사이트를 통해서 김씨의 얼굴과 주소를 알아냈는데요.
백씨가 부산에 온 건 지난 5일.
부산에 오기 전에 이미 흉기를 구입했습니다.
계획적인 범행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범행한 흉기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구입해서 소지를 부산으로 내려왔다고 (했어요.)"
백씨는 연제구의 한 고시원에 머물면서 서너 차례에 걸쳐 김씨의 집 근처를 사전 답사하는 치밀함을 보였는데요.
<인터뷰> 고시원 관계자(음성변조) : “(여기에서 지내려면) 보증금 10만 원을 내셔야 한다고 그러니까 제가 일주일 있을지 열흘 있을지 모르는데 보증금을 꼭 내야 하냐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급한 일이 생기면 또 올라가야 한다면서.”
김씨가 자주 들어가는 한 채팅사이트에서 김씨가 접속한 시간대를 분석해 외출시간을 파악해둘 만큼 범행 계획은 치밀했습니다.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피해자가 채팅 사이트에 들어와서 채팅을 하러 들어왔다 나가는 것을 (두 사람이) 친구 등록이 되어 있으니까 알게 된 거죠. 채팅을 하고 나가면 나가는 시점에 피해자가 외출을 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건 당일, 김씨가 집을 나서는 시간에 맞춰 집 앞으로 찾아간 백씨는 준비했던 흉기로 김씨를 무참히 살해했는데요.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극적인 정치댓글 싸움이 현실에서 참혹한 원정 살인극으로 이어진 겁니다.
<녹취> 공정식(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신념은 중요한 가치관이기 때문에 그것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면 극단적으로 분노하게 되는 거죠. 인터넷 상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들은 상대의 감정을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상대를 굉장히 나쁘게 생각하고...”
백씨는 범행 후 불과 5시간 만에, 해당 사이트에 김씨를 살해한 사실을 암시하는 패러디 물까지 올린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경찰은 피의자 백씨에 대해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입니다.
모 인터넷 사이트 커뮤니티에서 정치적인 견해로 댓글 싸움을 하던 남녀 사이에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광주에 사는 남성이 부산까지 찾아가서 계획적으로 피해 여성을 살해한 건데요.
김기흥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왜 이렇게 극단적인 범행을 저지른 걸까요?
<기자 멘트>
정치적인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격한 논쟁을 벌이다 이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는데요.
처음에는 정치적인 논쟁이 발단이 됐지만 여기에 성적 비하 발언이나 지역 비하 발언 그리고 욕설 등이 끼어들면서 상황은 점점 악화됐습니다.
급기야 인터넷상의 싸움이 계획적인 원정 살인극으로 막을 내리게 됐는데요.
그런데 이 두 사람이 논쟁을 벌이던 커뮤니티에는 숨진 여성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글이 올라와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0일 밤 9시 10분쯤, 부산시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여성의 다급한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인터뷰> 목격 주민(음성변조) : “차가 가다가 브레이크 잡아서‘끽’하는 소리. 우리 딸은 그러더라고요. 고양이가 같이 싸우면서 내는 소리 있죠.‘끽’하다 말았는데 조금 길었어요, 그 소리가.”
아파트 4층과 5층 사이의 계단에서 30대로 보이는 여성이 흉기에 찔린 채 쓰러져 있었는데요.
<인터뷰> 목격 주민(음성변조) : “가보니까 4층 올라가는 계단부터 피가 떨어져 있더라고요. 좀 더 올라가니까 구석에 여자가 쓰러져 있었어요.”
피해 여성은 이 아파트에 살고 있던 서른 살, 김 모씨.
주민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119구조대가 김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녹취> 이종민(부산 동래소방서 119 구급대원) :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복부 쪽에 자상과 왼쪽 어깨 쪽에 자상, 흉기나 여러 가지 뾰족한 것으로 찔린 상처가 있었고 상태 확인을 해보니까 호흡과 맥박은 없고 생체 징후가 전혀 없었습니다.”
김씨를 발견하기 전, 아파트 현관에서 30대 남성이 황급히 지나가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주민.
<인터뷰> 목격 주민(음성변조) : “(비명 소리를 듣고) 문을 살짝 열었을 때, (남자) 한 명이 내려가기에 ‘왜 그러세요.’이렇게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남자가) ‘위로 올라가보세요. 한 번 올라가보세요.’ (위층을) 오른손으로 가리키면서 그랬어요.”
경찰은 주민의 진술과 주변 CCTV를 토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는데요.
사건 발생 6일 만인 지난 화요일 밤 9시 45분쯤 한 고시원에서 살인 혐의로 30대 남성을 검거했습니다.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아파트 현관을 나갈 때 피의자가 아주 태연하게 자연스럽게 걸어 나갔다고 해서 (주변) CCTV를 추적했죠. 그래서 은신처 수색에 집중을 했어요."
피의자는 김씨와 동갑내기인 서른 살 백 모씨. 알고 보니, 광주에 사는 백씨가 2주 전쯤, 부산까지 내려와 김씨를 살해한 건데요.
백씨는 왜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까.
<인터뷰> 백 모씨(살인 피의자/음성변조) : “(피해자가 쓴 글 중에) 5.18 모욕과 전라도(에 대한) 비하나 ‘배신을 때린다’ ‘홍어다’ 이런 단어에 상당히 거부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 인터넷 사이트의 커뮤니티를 통해 김씨를 처음 알게 된 백씨.
김씨는 논리정연한 글을 올려 남성 회원이 대부분인 이 커뮤니티에서 꽤 유명했다고 하는데요.
두 사람은 이곳에 진보적인 성향의 글을 올리고 댓글을 주고받으면서 친해졌습니다.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모 사이트에서 서로 정치적인 성향이 맞았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댓글로 의견을) 서로 주고받고 하다가...”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김씨가 갑자기 보수적인 성향으로 돌아서자, 둘 사이는 급속도로 나빠졌는데요.
지난해 9월, 백씨가 김씨의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김씨가 명예훼손으로 백씨를 고소하겠다고 맞서면서 감정싸움은 극한으로 치달았습니다.
그 후, 백씨가 해당 사이트에 대자보 형식의 사과 글을 올리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는데요.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피의자가 피해자의) 신상 털기를 하면서 여자한테 성적으로 모욕적인 발언을 해서 (피해자가) 고소를 하겠다고 하니까 피의자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대자보를 쓴 후 사진을 찍어서 게시를 했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 남북관계 현안과 같은 정치적인 문제를 두고 또다시 첨예하게 맞서면서 갈등의 골은 걷잡을 수 없이 깊어졌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김씨에게 앙심을 품게 된 백씨.
급기야 한 채팅 사이트를 통해서 김씨의 얼굴과 주소를 알아냈는데요.
백씨가 부산에 온 건 지난 5일.
부산에 오기 전에 이미 흉기를 구입했습니다.
계획적인 범행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범행한 흉기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구입해서 소지를 부산으로 내려왔다고 (했어요.)"
백씨는 연제구의 한 고시원에 머물면서 서너 차례에 걸쳐 김씨의 집 근처를 사전 답사하는 치밀함을 보였는데요.
<인터뷰> 고시원 관계자(음성변조) : “(여기에서 지내려면) 보증금 10만 원을 내셔야 한다고 그러니까 제가 일주일 있을지 열흘 있을지 모르는데 보증금을 꼭 내야 하냐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급한 일이 생기면 또 올라가야 한다면서.”
김씨가 자주 들어가는 한 채팅사이트에서 김씨가 접속한 시간대를 분석해 외출시간을 파악해둘 만큼 범행 계획은 치밀했습니다.
<인터뷰> 김종호(형사과장/부산 해운대경찰서) : “피해자가 채팅 사이트에 들어와서 채팅을 하러 들어왔다 나가는 것을 (두 사람이) 친구 등록이 되어 있으니까 알게 된 거죠. 채팅을 하고 나가면 나가는 시점에 피해자가 외출을 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건 당일, 김씨가 집을 나서는 시간에 맞춰 집 앞으로 찾아간 백씨는 준비했던 흉기로 김씨를 무참히 살해했는데요.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극적인 정치댓글 싸움이 현실에서 참혹한 원정 살인극으로 이어진 겁니다.
<녹취> 공정식(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신념은 중요한 가치관이기 때문에 그것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면 극단적으로 분노하게 되는 거죠. 인터넷 상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들은 상대의 감정을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상대를 굉장히 나쁘게 생각하고...”
백씨는 범행 후 불과 5시간 만에, 해당 사이트에 김씨를 살해한 사실을 암시하는 패러디 물까지 올린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경찰은 피의자 백씨에 대해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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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흥 기자 heu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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