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맛집으로 소개하겠다” 억대 가로채

입력 2013.08.14 (08:35) 수정 2013.08.1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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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보통 TV 맛집 프로그램들을 보다 보면 저 집은 한 번 찾아가 봐야겠다는 생각들 하실텐데요.

이런 홍보 효과 때문에 음식점 주인들은 맛집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것을 원하기도 합니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 자신이 방송사 PD라며 접근해 업주들의 돈을 뜯어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김기흥 기자,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봤다고요?

<기자 멘트>

주인 입장에서는 방송 출연이 곧 매출로 직결되기 때문에 이 남성의 제안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방송 프로그램에 맛집으로 소개된 음식점은 사람이 몰리고 되고 그런 모습이 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면서 매출 상승의 효과를 낳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pd나 방송 작가 등을 사칭하며 방송 출연을 미끼로 돈을 뜯어내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게 되는데요.

이번의 사기범은 돈 뿐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리포트>

지난 5월 초,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자신을 방송사 최모 피디라고 소개한 남성은 솔깃한 제안을 해왔는데요.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전화가 와서 이러이러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거기 나오면 좋다,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출연)해 봐라. 그렇게 됐죠 이야기가."

한 번 방송만 나오면 매출이 쑥쑥 오른다며 TV 맛집 프로그램에 김 씨의 음식점을 소개해 주겠다는 것.

영업이 잘 되지 않았던 김 씨는 혹할 수밖에 없었고 촬영 전에 비용이 든다는 말에 수백만 원을 최피디에게 송금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섭외하고 이런 비용이 들어간다…."

인근의 또 다른 식당 주인인 이 모 씨도 최피디에게서 똑같은 제안을 받았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저한테 준 명함에는 00방송국 (이라 적혀 있고) 제가 전화를 했을 때 거기서 바꿔줬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방송 쪽에 있는 것은 확실하구나라고 생각을 하죠."

이번에도 최피디는 촬영에 앞서 돈을 요구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음성변조) "돈 주는 것은 관행이고 다 있다, 어느 맛집이든 다 (돈이) 나간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최 피디에게 돈을 건네고 촬영날짜를 기다리던 두 사람은 얼마 전,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심권택(경감/ 부천소사경찰서 지능팀장) : "내가 방송국 촬영팀장이다, 그래서 방송 출연이 되려면 촬영지원비가 필요하다. 그런 식으로 방송국 팀장 사칭한 겁니다."

최피디가 사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는 건데요.

사기를 당한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올해 1월부터 6개월 동안 무려 19개 업체의 주인들이 TV 프로그램 출연을 약속받고 피디를 사칭한 최 씨에게 돈을 보냈던 겁니다.

<인터뷰> 고민성(수사관/부천소사경찰서 지능팀) : "영세한 업체의 경우에는 70여만 원, 보다 큰 업체는 천만 원이 넘는 금액을 줬고 총 1억 6천만 원을 피의자들한테 건넨 것으로 보입니다."

무려 19명이나 되는 피해자들이 최 씨에게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인터뷰> 고민성(수사관/부천소사경찰서 지능팀) : "피의자는 과거 자신이 외주업체에 실제로 근무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피디나 방송작가들이 하는 일들이나 용어, 방송 콘티 등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들도 실제 방송이 촬영되는 것인지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5년동안 방송 관련 광고 업체에서 일하며 맛집 섭외 등을 담당했던 최 씨.

촬영부터 편집까지의 방송제작과정을 술술 설명하는 최 씨가 피해자들 눈에는 영락없는 PD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저한테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내가 당신의 창업스토리를 보여주겠대요. 창업하는 사람 교육시키는 장면이랑 이런 것을 보여 주자라고 이야기했단 말이에요."

최 씨의 달변에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채 고스란히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약정서? 계약서? 그런 것들이 왔었어요. 이메일로."

방송 광고 업체에 근무했던 최 씨가 보낸 서류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습니다.

그런만큼 촬영날짜가 미뤄져도 피해자들은 최 씨를 믿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저는 그 계통을 모르니까 프로그램이 미뤄질 수도 있는 거구나, 그랬죠."

하지만 최 씨는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업체 사장들에게 갖가지 명목으로 돈을 뜯어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피의자가) 술을 되게 좋아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나를 계속 불러요 주말마다. 그래서 내가 두 번, 세 번까지는 갔어요. 네 번째 되니까 나도 이제 짜증이 나는 거죠. 그래서 안 찍으면 안 찍는거지 이런 생각을 가졌어요."

최 씨의 행각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피의자가) 모텔에 가서 소위 말하는 안마시술소 직원을 두 명 불렀는데 돈이 없어서 잡혔어요. 아침에 전화가 와서 아홉시에 급하게 80만 원을 부쳐 달라, 미안하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요."

'성매매 대금' 까지 치러줬다는 충격적인 이야기.

경찰은 피해자들 대부분이 이같은 최 씨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그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인터뷰> 고민성(수사관/부천소사경찰서 지능팀) : "방송출연을 하면 이 불경기를 타개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피의자가 요구하는 대로 순순히 응해서 접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최 씨의 사기에 걸려든 업체는 비단 음식점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한의원, 동물병원, 학원, 펜션에 차량 정비업소까지.

고객유치를 원하는 곳이라면 업종을 불문하고 범행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매번 PD에 작가, 촬영감독까지 직종을 바꿔가며 업주들을 속였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자기가 촬영팀장이라고 000 방송사에 내보내주겠다. 정규방송에...나보고 또 그래요. 아침 방송 (스튜디오에) 나와서 (차량 정비에 대한) 설명을 해줄 수 있냐 이런 식으로까지 이야기 했었다니까요."

촬영날짜가 미뤄져 의심을 받게 될 경우에는 미리 받은 돈을 돌려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안심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촬영 안하겠다, 그리고 돈 돌려주겠다고 해놓고 그것도 차일피일 계속 나한테 사기를 치더라고요."

불경기에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이용해 불법 편취한 돈을 도박자금과 유흥비로 탕진한 최 씨.

하지만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TV의 홍보효과에 대한 기대를 거둘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음식점 운영 상인(음성변조) : "장사하는 사람들치고 방송 나오는데 싫다는 사람 있을 것 같아요? 아무도 없어요. 진짜 완전 대박 집 아닌 이상 홍보효과가 굉장히 좋단 말이에요. 몇 개월 동안은 (고수익이)오래갈 수도 있고."

사문서 위조와 상습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된 최 씨.

경찰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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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맛집으로 소개하겠다” 억대 가로채
    • 입력 2013-08-14 08:38:32
    • 수정2013-08-14 10: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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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보통 TV 맛집 프로그램들을 보다 보면 저 집은 한 번 찾아가 봐야겠다는 생각들 하실텐데요.

이런 홍보 효과 때문에 음식점 주인들은 맛집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것을 원하기도 합니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 자신이 방송사 PD라며 접근해 업주들의 돈을 뜯어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김기흥 기자,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봤다고요?

<기자 멘트>

주인 입장에서는 방송 출연이 곧 매출로 직결되기 때문에 이 남성의 제안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방송 프로그램에 맛집으로 소개된 음식점은 사람이 몰리고 되고 그런 모습이 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면서 매출 상승의 효과를 낳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pd나 방송 작가 등을 사칭하며 방송 출연을 미끼로 돈을 뜯어내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게 되는데요.

이번의 사기범은 돈 뿐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리포트>

지난 5월 초,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자신을 방송사 최모 피디라고 소개한 남성은 솔깃한 제안을 해왔는데요.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전화가 와서 이러이러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거기 나오면 좋다,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출연)해 봐라. 그렇게 됐죠 이야기가."

한 번 방송만 나오면 매출이 쑥쑥 오른다며 TV 맛집 프로그램에 김 씨의 음식점을 소개해 주겠다는 것.

영업이 잘 되지 않았던 김 씨는 혹할 수밖에 없었고 촬영 전에 비용이 든다는 말에 수백만 원을 최피디에게 송금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섭외하고 이런 비용이 들어간다…."

인근의 또 다른 식당 주인인 이 모 씨도 최피디에게서 똑같은 제안을 받았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저한테 준 명함에는 00방송국 (이라 적혀 있고) 제가 전화를 했을 때 거기서 바꿔줬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방송 쪽에 있는 것은 확실하구나라고 생각을 하죠."

이번에도 최피디는 촬영에 앞서 돈을 요구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음성변조) "돈 주는 것은 관행이고 다 있다, 어느 맛집이든 다 (돈이) 나간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최 피디에게 돈을 건네고 촬영날짜를 기다리던 두 사람은 얼마 전,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심권택(경감/ 부천소사경찰서 지능팀장) : "내가 방송국 촬영팀장이다, 그래서 방송 출연이 되려면 촬영지원비가 필요하다. 그런 식으로 방송국 팀장 사칭한 겁니다."

최피디가 사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는 건데요.

사기를 당한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올해 1월부터 6개월 동안 무려 19개 업체의 주인들이 TV 프로그램 출연을 약속받고 피디를 사칭한 최 씨에게 돈을 보냈던 겁니다.

<인터뷰> 고민성(수사관/부천소사경찰서 지능팀) : "영세한 업체의 경우에는 70여만 원, 보다 큰 업체는 천만 원이 넘는 금액을 줬고 총 1억 6천만 원을 피의자들한테 건넨 것으로 보입니다."

무려 19명이나 되는 피해자들이 최 씨에게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인터뷰> 고민성(수사관/부천소사경찰서 지능팀) : "피의자는 과거 자신이 외주업체에 실제로 근무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피디나 방송작가들이 하는 일들이나 용어, 방송 콘티 등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들도 실제 방송이 촬영되는 것인지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5년동안 방송 관련 광고 업체에서 일하며 맛집 섭외 등을 담당했던 최 씨.

촬영부터 편집까지의 방송제작과정을 술술 설명하는 최 씨가 피해자들 눈에는 영락없는 PD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저한테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내가 당신의 창업스토리를 보여주겠대요. 창업하는 사람 교육시키는 장면이랑 이런 것을 보여 주자라고 이야기했단 말이에요."

최 씨의 달변에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채 고스란히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약정서? 계약서? 그런 것들이 왔었어요. 이메일로."

방송 광고 업체에 근무했던 최 씨가 보낸 서류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습니다.

그런만큼 촬영날짜가 미뤄져도 피해자들은 최 씨를 믿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저는 그 계통을 모르니까 프로그램이 미뤄질 수도 있는 거구나, 그랬죠."

하지만 최 씨는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업체 사장들에게 갖가지 명목으로 돈을 뜯어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피의자가) 술을 되게 좋아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나를 계속 불러요 주말마다. 그래서 내가 두 번, 세 번까지는 갔어요. 네 번째 되니까 나도 이제 짜증이 나는 거죠. 그래서 안 찍으면 안 찍는거지 이런 생각을 가졌어요."

최 씨의 행각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피의자가) 모텔에 가서 소위 말하는 안마시술소 직원을 두 명 불렀는데 돈이 없어서 잡혔어요. 아침에 전화가 와서 아홉시에 급하게 80만 원을 부쳐 달라, 미안하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요."

'성매매 대금' 까지 치러줬다는 충격적인 이야기.

경찰은 피해자들 대부분이 이같은 최 씨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그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인터뷰> 고민성(수사관/부천소사경찰서 지능팀) : "방송출연을 하면 이 불경기를 타개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피의자가 요구하는 대로 순순히 응해서 접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최 씨의 사기에 걸려든 업체는 비단 음식점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한의원, 동물병원, 학원, 펜션에 차량 정비업소까지.

고객유치를 원하는 곳이라면 업종을 불문하고 범행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매번 PD에 작가, 촬영감독까지 직종을 바꿔가며 업주들을 속였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자기가 촬영팀장이라고 000 방송사에 내보내주겠다. 정규방송에...나보고 또 그래요. 아침 방송 (스튜디오에) 나와서 (차량 정비에 대한) 설명을 해줄 수 있냐 이런 식으로까지 이야기 했었다니까요."

촬영날짜가 미뤄져 의심을 받게 될 경우에는 미리 받은 돈을 돌려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안심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촬영 안하겠다, 그리고 돈 돌려주겠다고 해놓고 그것도 차일피일 계속 나한테 사기를 치더라고요."

불경기에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이용해 불법 편취한 돈을 도박자금과 유흥비로 탕진한 최 씨.

하지만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TV의 홍보효과에 대한 기대를 거둘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음식점 운영 상인(음성변조) : "장사하는 사람들치고 방송 나오는데 싫다는 사람 있을 것 같아요? 아무도 없어요. 진짜 완전 대박 집 아닌 이상 홍보효과가 굉장히 좋단 말이에요. 몇 개월 동안은 (고수익이)오래갈 수도 있고."

사문서 위조와 상습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된 최 씨.

경찰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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