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변종 SSM’ 우후죽순…골목상권 위협

입력 2013.08.28 (21:23) 수정 2013.08.2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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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유통 전문 대기업의 기업형 수퍼마켓과 똑같은 간판.

그런데 오른쪽에 상품공급점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상품공급점이란 유통대기업으로부터 제품을 직접 공급받는 마을 슈퍼인데요,

대기업의 직영도 아니고 가맹점도 아닌 새로운 영업 방식으로, 최근 1년 새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습니다.

대형마트에서 기업형 슈퍼, 그리고 이 상품공급점으로... 대기업들은 사업영역을 넓혔습니다.

골목 상권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한 상품공급점의 실태를 먼저 우한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상품공급점입니다.

간판부터 매장 분위기.

각종 신선식품과 정육, 수산물, 문구류 카트와 영수증까지.

대기업 직영의 기업형 수퍼마켓, 이른바 SSM과 거의 같습니다.

원래 골목슈퍼였지만, 대기업과 계약을 맺고 상품공급점으로 변모했습니다.

<녹취> 상품공급점 업주(음성변조) : "이마트는 자기 직영점(상품공급점)갖고 장사하니까 재밌지요, 물량을 그만큼 빼니까..."

또 다른곳, 이곳으로부터 반경 1km도 안되는 곳엔 각종 편의점을 비롯해 10곳이 넘는 골목 슈퍼들이 있습니다.

석달 전 상품공급점이 들어선 이후 상권은 지각변동 중입니다.

유통대기업으로부터 직접 공급받는 값싼 제품들.

거기다 24시간 영업까지, 경쟁이 되질 않습니다.

<인터뷰> 김학규(편의점 운영) : "가격경쟁력이나 물건의 상품구성력, 더군다나 배달까지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도저히 쫓아갈 수가 없어요."

골목상권에 물건을 대주던 중소 도매업체들도 거래처를 잃었습니다.

<인터뷰> 김재열(대리점 업주) : "(거래처들이) 자꾸 멀어지고 하다보니까 대리점이 머지않아 고사위기가 되지 않을까..."

상품 공급점이란 변종 SSM의 등장으로, 중소 도매업체와 골목가게들 모두 생존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기자 멘트>

상품공급점은 개인사업자 명의기 때문에 영업시간과 점포확대의 제한 등 유통산업 발전법의 규제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재래시장 한가운데도 입점할 수 있고, 앞서 보신것처럼 연중무휴, 24시간 운영을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SSM, 기업형 슈퍼를 규제하는 유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해 말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이미 기존의 SSM 점포수를 넘어섰는데요..

업계 1위, 신세계 이마트의 예를 볼까요?

서울 25개 자치구에 이마트는 31개 매장이 있습니다.

이마트가 직접 운영하는 SSM, 기업형 수퍼마켓이죠,

'이마트 에브리데이' 역시 31개 업소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나머지 빈 곳들... 불과 1년도 안돼 44곳의 상품공급점들이 빈틈없이 들어섰습니다.

전국적으로 이마트와 계약을 맺고 이마트 간판을 단 상품공급점이 이미 353곳,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을 합치면 600곳이 넘어섰습니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려해도 대기업과 관련된 가게를 이용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이 피부에 와 닿습니다.

그런데 대기업들은 이 상품공급점을 상생모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상품공급점.

그들의 주장처럼 골목상권과의 상생모델일까요?

아니면 골목상권까지 침범하는 독식자일까요?

<리포트>

3년전, 중소기업청과 이마트, 수퍼마켓 협동조합은 '상생협약'을 맺습니다.

이후 이마트는 골목 슈퍼마켓들을 대상으로 상품공급점 계약을 늘립니다.

<인터뷰> 황영신(이마트에브리데이 신사업영업팀장) : "대기업의 어떤 경영노하우라든가 매장관리라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 우리한테 무상으로 지원을 해달라 이런 요구가..."

슈퍼주인들의 요청에 따른 상생차원의 협력모델이란 건데 중소기업청의 말은 다릅니다.

<녹취> 중소기업청 관계자 (음성변조) : "골목슈퍼에 출점을 안하게 자제를 하겠다 그런 내용도 있는데 아예 그때부터 (이마트는) 700 몇 퍼센트정도 출점을 했어요. 처음부터 (협약식)지지를 안했다니까."

상품공급점이 한 달에 2천만원 어치의 물품을 구매하면 대기업은 월 백만원의 회비를 깎아줍니다.

경영지도와 물류 시스템 이용까지, 사실상의 대리점 운영방식입니다.

<녹취> 중소기업청 관계자(음성변조) : "자기네들이 사용하는 (발주)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는거지요. 물건이 얼마 들어갔는지 너 지금 얼마 나갔어 이게 금방 나타나지요."

결국 대기업 상품공급점이 골목시장을 잠식할 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녹취> 중소 도매업자(음성변조) : "무법천지라니까요. 무법천지. 완전 공룡인데 더 공룡을 만들어 놓은거야..."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윱니다.

<인터뷰> 이강후(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 "상생법이라든가 유통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지 이렇게 그냥 내버려두면 문제가 더욱 커지지요."

골목상권 보호, 상생경영을 다시 생각해 볼 땝니다.

KBS 뉴스 박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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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변종 SSM’ 우후죽순…골목상권 위협
    • 입력 2013-08-28 21:23:35
    • 수정2013-08-28 22:10:43
    뉴스 9
<앵커 멘트>

유통 전문 대기업의 기업형 수퍼마켓과 똑같은 간판.

그런데 오른쪽에 상품공급점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상품공급점이란 유통대기업으로부터 제품을 직접 공급받는 마을 슈퍼인데요,

대기업의 직영도 아니고 가맹점도 아닌 새로운 영업 방식으로, 최근 1년 새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습니다.

대형마트에서 기업형 슈퍼, 그리고 이 상품공급점으로... 대기업들은 사업영역을 넓혔습니다.

골목 상권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한 상품공급점의 실태를 먼저 우한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상품공급점입니다.

간판부터 매장 분위기.

각종 신선식품과 정육, 수산물, 문구류 카트와 영수증까지.

대기업 직영의 기업형 수퍼마켓, 이른바 SSM과 거의 같습니다.

원래 골목슈퍼였지만, 대기업과 계약을 맺고 상품공급점으로 변모했습니다.

<녹취> 상품공급점 업주(음성변조) : "이마트는 자기 직영점(상품공급점)갖고 장사하니까 재밌지요, 물량을 그만큼 빼니까..."

또 다른곳, 이곳으로부터 반경 1km도 안되는 곳엔 각종 편의점을 비롯해 10곳이 넘는 골목 슈퍼들이 있습니다.

석달 전 상품공급점이 들어선 이후 상권은 지각변동 중입니다.

유통대기업으로부터 직접 공급받는 값싼 제품들.

거기다 24시간 영업까지, 경쟁이 되질 않습니다.

<인터뷰> 김학규(편의점 운영) : "가격경쟁력이나 물건의 상품구성력, 더군다나 배달까지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도저히 쫓아갈 수가 없어요."

골목상권에 물건을 대주던 중소 도매업체들도 거래처를 잃었습니다.

<인터뷰> 김재열(대리점 업주) : "(거래처들이) 자꾸 멀어지고 하다보니까 대리점이 머지않아 고사위기가 되지 않을까..."

상품 공급점이란 변종 SSM의 등장으로, 중소 도매업체와 골목가게들 모두 생존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기자 멘트>

상품공급점은 개인사업자 명의기 때문에 영업시간과 점포확대의 제한 등 유통산업 발전법의 규제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재래시장 한가운데도 입점할 수 있고, 앞서 보신것처럼 연중무휴, 24시간 운영을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SSM, 기업형 슈퍼를 규제하는 유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해 말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이미 기존의 SSM 점포수를 넘어섰는데요..

업계 1위, 신세계 이마트의 예를 볼까요?

서울 25개 자치구에 이마트는 31개 매장이 있습니다.

이마트가 직접 운영하는 SSM, 기업형 수퍼마켓이죠,

'이마트 에브리데이' 역시 31개 업소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나머지 빈 곳들... 불과 1년도 안돼 44곳의 상품공급점들이 빈틈없이 들어섰습니다.

전국적으로 이마트와 계약을 맺고 이마트 간판을 단 상품공급점이 이미 353곳,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을 합치면 600곳이 넘어섰습니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려해도 대기업과 관련된 가게를 이용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이 피부에 와 닿습니다.

그런데 대기업들은 이 상품공급점을 상생모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상품공급점.

그들의 주장처럼 골목상권과의 상생모델일까요?

아니면 골목상권까지 침범하는 독식자일까요?

<리포트>

3년전, 중소기업청과 이마트, 수퍼마켓 협동조합은 '상생협약'을 맺습니다.

이후 이마트는 골목 슈퍼마켓들을 대상으로 상품공급점 계약을 늘립니다.

<인터뷰> 황영신(이마트에브리데이 신사업영업팀장) : "대기업의 어떤 경영노하우라든가 매장관리라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 우리한테 무상으로 지원을 해달라 이런 요구가..."

슈퍼주인들의 요청에 따른 상생차원의 협력모델이란 건데 중소기업청의 말은 다릅니다.

<녹취> 중소기업청 관계자 (음성변조) : "골목슈퍼에 출점을 안하게 자제를 하겠다 그런 내용도 있는데 아예 그때부터 (이마트는) 700 몇 퍼센트정도 출점을 했어요. 처음부터 (협약식)지지를 안했다니까."

상품공급점이 한 달에 2천만원 어치의 물품을 구매하면 대기업은 월 백만원의 회비를 깎아줍니다.

경영지도와 물류 시스템 이용까지, 사실상의 대리점 운영방식입니다.

<녹취> 중소기업청 관계자(음성변조) : "자기네들이 사용하는 (발주)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는거지요. 물건이 얼마 들어갔는지 너 지금 얼마 나갔어 이게 금방 나타나지요."

결국 대기업 상품공급점이 골목시장을 잠식할 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녹취> 중소 도매업자(음성변조) : "무법천지라니까요. 무법천지. 완전 공룡인데 더 공룡을 만들어 놓은거야..."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윱니다.

<인터뷰> 이강후(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 "상생법이라든가 유통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지 이렇게 그냥 내버려두면 문제가 더욱 커지지요."

골목상권 보호, 상생경영을 다시 생각해 볼 땝니다.

KBS 뉴스 박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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