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이슈] ‘그들만의 리그’ 공기업 ‘인사 마피아’

입력 2013.09.19 (21:29) 수정 2013.09.19 (22:2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멘트>

<녹취> 지난 1월 30일 당선인 당시 :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도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공언한 약속입니다.

공공기관의 수장 자리가 정치권의 보은인사, 관료들의 노후보장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를 낙하산으로 볼 것이냐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비전문가가 낙점돼서 온다거나 특정인맥이 지속적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문제다,하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이른바 '노른자위'라 불리는 금융공기업 사장들 한번 보실까요?

현 정부에서 인선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사장들을 보면 단 한 곳을 빼곤 경제관료 출신이거나 대통령의 측근이라 불린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해왔습니다.

그야말로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기관장 자리가 이렇다보니 공기업 내부에서도 마치 마피아처럼 자신들끼리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가 만연해 있습니다.

그 실태를 이철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폭염에도 전력이 부족해 냉방기기를 꺼야 했던 지난 여름, 가장 큰 이유는 원전 비리에 따른 원전 가동 중단 때문이었습니다.

비리의 중심에는 국내 원전 20여 개를 독점 관리하는 공기업, 한국 수력원자력이 있었습니다.

한수원을 중심으로 얽히고 섥힌 여러 부품 제조 업체들.

원자력 발전이라는 전문 영역이다 보니 특정 대학 특정 학과 출신이 득세했고, 부품 업체의 임원 자리는 한수원 직원들이 퇴직 이후 옮겨가는 직장이 됐습니다.

엉터리 부품이 정상으로 판정되고 납품을 대가로 수 억원이 건네진 이면에 자리한 인적관계입니다.

<인터뷰> 원전업계 관계자 : "여러가지 모순과 비합리가 판을 치는데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한수원이) 모든 돈을 장악하고 있으니까. 얘기하는 순간 완전 매장이죠."

LH,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내부 근거 없이 전직 직원 등 19명을 자문위원이나 고문으로 위촉했다가 최근 감사원에 적발됐습니다.

판매 경력이 없는 사람을 마케팅 자문위원으로 임명하는 식이었습니다.

자문위원 한 명에게 연간 최대 9600만 원을 주는 등 4년 간 모두 20억96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인터뷰> LH 관계자 : "(감사원이) 지적한 사항은 사실이 맞고요. 전체적으로..."

심지어 비리로 파면, 해임된 직원 19명에게 퇴직금 5억천 여만 원을 전액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LH의 부채 규모는 무려 138조 원, 우리나라 공기업 중 가장 큽니다.

KBS 뉴스 이철호입니다.

<기자 멘트>

이처럼 공기업의 낙하산 행태, 패거리 정실주의가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공기업은 다시 이런 조직의 방패가 돼 줄 힘있는 권력실세나 관료 출신을 원하는 악순환 구조가 굳어진 셈입니다.

경영실적이 좋을 리 없겠죠.

공기업에 낙하산 인사가 오면 해당 기업의 고객만족도가 2년 뒤 8.2%포인트, 전문성을 내세운 관료 출신이 와도 3.5%포인트 하락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그만큼 세금이 낭비된다는 뜻입니다.

공기업 개혁의 핵심, 투명한 인사와 엄정한 인적관리가 그 출발점입니다.

KBS 뉴스 김태욱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미니이슈] ‘그들만의 리그’ 공기업 ‘인사 마피아’
    • 입력 2013-09-19 21:32:16
    • 수정2013-09-19 22:27:14
    뉴스 9
<기자 멘트>

<녹취> 지난 1월 30일 당선인 당시 :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도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공언한 약속입니다.

공공기관의 수장 자리가 정치권의 보은인사, 관료들의 노후보장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를 낙하산으로 볼 것이냐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비전문가가 낙점돼서 온다거나 특정인맥이 지속적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문제다,하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이른바 '노른자위'라 불리는 금융공기업 사장들 한번 보실까요?

현 정부에서 인선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사장들을 보면 단 한 곳을 빼곤 경제관료 출신이거나 대통령의 측근이라 불린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해왔습니다.

그야말로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기관장 자리가 이렇다보니 공기업 내부에서도 마치 마피아처럼 자신들끼리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가 만연해 있습니다.

그 실태를 이철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폭염에도 전력이 부족해 냉방기기를 꺼야 했던 지난 여름, 가장 큰 이유는 원전 비리에 따른 원전 가동 중단 때문이었습니다.

비리의 중심에는 국내 원전 20여 개를 독점 관리하는 공기업, 한국 수력원자력이 있었습니다.

한수원을 중심으로 얽히고 섥힌 여러 부품 제조 업체들.

원자력 발전이라는 전문 영역이다 보니 특정 대학 특정 학과 출신이 득세했고, 부품 업체의 임원 자리는 한수원 직원들이 퇴직 이후 옮겨가는 직장이 됐습니다.

엉터리 부품이 정상으로 판정되고 납품을 대가로 수 억원이 건네진 이면에 자리한 인적관계입니다.

<인터뷰> 원전업계 관계자 : "여러가지 모순과 비합리가 판을 치는데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한수원이) 모든 돈을 장악하고 있으니까. 얘기하는 순간 완전 매장이죠."

LH,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내부 근거 없이 전직 직원 등 19명을 자문위원이나 고문으로 위촉했다가 최근 감사원에 적발됐습니다.

판매 경력이 없는 사람을 마케팅 자문위원으로 임명하는 식이었습니다.

자문위원 한 명에게 연간 최대 9600만 원을 주는 등 4년 간 모두 20억96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인터뷰> LH 관계자 : "(감사원이) 지적한 사항은 사실이 맞고요. 전체적으로..."

심지어 비리로 파면, 해임된 직원 19명에게 퇴직금 5억천 여만 원을 전액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LH의 부채 규모는 무려 138조 원, 우리나라 공기업 중 가장 큽니다.

KBS 뉴스 이철호입니다.

<기자 멘트>

이처럼 공기업의 낙하산 행태, 패거리 정실주의가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공기업은 다시 이런 조직의 방패가 돼 줄 힘있는 권력실세나 관료 출신을 원하는 악순환 구조가 굳어진 셈입니다.

경영실적이 좋을 리 없겠죠.

공기업에 낙하산 인사가 오면 해당 기업의 고객만족도가 2년 뒤 8.2%포인트, 전문성을 내세운 관료 출신이 와도 3.5%포인트 하락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그만큼 세금이 낭비된다는 뜻입니다.

공기업 개혁의 핵심, 투명한 인사와 엄정한 인적관리가 그 출발점입니다.

KBS 뉴스 김태욱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