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기사] “엉터리 등기행정, 주민 피해”
입력 2013.10.13 (17:20)
수정 2013.10.13 (17:4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엉터리 등기행정에 주택채권 억지 매입 법을 가장 잘 아는 법원이 법 적용을 잘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도 법원이 법을 잘못 적용해서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면, 대체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할 수 있을까요.
주목 이 기사, 오늘은 매입하지 않아도 될 수십억 원대의 국민주택채권을 사들이도록 법 적용을 잘못한 등기소의 엉터리 행정을 고발한 부산일보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먼저 기사 내용을 정리합니다.
<리포트>
부산일보는 지난 8월 중순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남부산등기소의 엉터리 등기행정 때문에 주민들이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는 기사를 실었다.
등기소가 부산시 용호동의 한 아파트 소유권 이전등기 과정에서 법을 잘못 적용해 집 주인들에게 매입하지 않아도 될 국민주택채권을 사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부산일보/08.13. 1면> “용호예가아파트는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따라 지어져 관련 법상 국민주택채권 매입규정 적용 면제대상에 해당된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제42조는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따른 부동산 등기에는 국민주택채권 매입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법 적용 잘못으로 이 아파트 770여 가구가 매입한 채권은 한 가구에 300만~500만 어치씩, 모두 합치면 수십억 원대에 이른다.
등기과정에서 일부 소유자와 법무사들은 관련 법률 규정을 들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등기소 측은 이를 묵살했다고 이 기사는 지적했다.
<부산일보/08.14. 1면> “민원인들에게 필요하다면 직접 증빙서류를 준비해 제시하라고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등기소 측은 이 아파트가 국민주택채권 매입 면제대상인 주거환경정비사업 구역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이미 접수해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일보/08.16. 2면> “부산도시공사가 지난 6월 중순 이 아파트 최초 등기인 소유권 보존등기를 위해 남부산등기소에 제출한 자료 가운데 ‘건축물대장’과 ‘분양주택 입주자 모집공고’에 이 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다.”
파문이 커지자 부산지법은 잘못을 공식 인정하고 매입한 채권의 환급 절차에 들어갔다.
이 보도를 계기로 피해 금액을 돌려받게 된 것은 다행입니다만, 국민의 재산 보호에 어느 기관보다 앞장서야 할 법원 산하 기관의 무책임과 고압적 태도 역시 시정돼야 할 것 같습니다.
기사를 취재한 부산일보 이현우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이현우 기자, 상식적으로 법을 가장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법원 산하 기관이 법 적용을 잘못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데, 등기소가 법을 잘못 적용했다는 사실을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됐습니까?
<답변> 독자의 제보에서 시작됐습니다. 부산 남구 용호동 용호예가 입주민 가운데 일부가 법원의 고압적 대응에 지쳐 기자를 찾았습니다.
“관련 법률에 주거환경개선사업 아파트 등기는 국민주택채권 매입이 면제된다는 조항이 분명히 있는데 법원 등기소가 자꾸만 아니라고 한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법원 관계자들은 각종 비용 면제 업무는 소극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면제 조항을 잘못 적용했다가 나중에 감사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법원 내부에서는 “규정이야 어떻든 무조건 돈을 받는 게 안전하다”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그에 따른 국민의 경제적 피해는 안중에 없는 겁니다.
<질문> 등기소 측의 잘못은 그렇다 치고 아파트를 공급한 부산도시공사 측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사전에 입주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 않을까요?
<답변> 맞습니다. 부산도시공사도 이번 사태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이 아파트는 부산 최초의 ‘반값 아파트’입니다.
부산도시공사는 무주택 서민층을 위해 각종 비용을 줄여 반값에 아파트를 공급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경제적 약자계층을 위한 획기적인 사업으로 포장하기도 했습니다. 출발은 거창했지만 마무리는 엉성했습니다.
무주택 서민들이 등기소의 고압적 태도에 밀릴 때 부산도시공사는 소극적 대응으로 사태를 외면했습니다.
서민들이 억울하게 경제적 피해를 입어야 하는 상황인데도 진화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질문> 등기소가 증빙자료가 없다고 했지만 취재결과 국민주택채권 면제 대상이 되는 서류를 이미 갖고 있는 걸로 확인됐죠. 거짓말을 했다는 결정적인 단서였는데, 이 자료는 어떻게 입수한 겁니까?
<답변> 아파트 등기를 위해 어떤 서류가 제출됐는지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했습니다.
이들 서류는 부산도시공사와 집주인들이 준비해 제출한 것이어서 입수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등기소 측이 보관 서류를 다시 검토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등기소 측은 보관 서류의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라는 표기를 뒤늦게 확인하고는 당황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등기소 측은 업무가 많아 서류를 일일이 검토하지 못한다고 변명했습니다.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등기행정 전담 기관으로서 올바른 자세는 아니라고 봅니다.
<질문> 후속 기사를 보면 부산에서 6년 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했는데, 전국적으로 보면 이런 사례가 더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답변> 맞습니다.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 입주민들이 같은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사실을 모르고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 부산 용호동 용호예가 아파트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도 피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돈을 돌려받았습니다.
등기 업무가 복잡해 거의 모든 집주인들이 돈을 주고 법무사 등에게 일을 맡기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차원에서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벌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네, 오늘 멀리서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엉터리 등기행정에 주택채권 억지 매입 법을 가장 잘 아는 법원이 법 적용을 잘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도 법원이 법을 잘못 적용해서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면, 대체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할 수 있을까요.
주목 이 기사, 오늘은 매입하지 않아도 될 수십억 원대의 국민주택채권을 사들이도록 법 적용을 잘못한 등기소의 엉터리 행정을 고발한 부산일보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먼저 기사 내용을 정리합니다.
<리포트>
부산일보는 지난 8월 중순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남부산등기소의 엉터리 등기행정 때문에 주민들이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는 기사를 실었다.
등기소가 부산시 용호동의 한 아파트 소유권 이전등기 과정에서 법을 잘못 적용해 집 주인들에게 매입하지 않아도 될 국민주택채권을 사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부산일보/08.13. 1면> “용호예가아파트는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따라 지어져 관련 법상 국민주택채권 매입규정 적용 면제대상에 해당된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제42조는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따른 부동산 등기에는 국민주택채권 매입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법 적용 잘못으로 이 아파트 770여 가구가 매입한 채권은 한 가구에 300만~500만 어치씩, 모두 합치면 수십억 원대에 이른다.
등기과정에서 일부 소유자와 법무사들은 관련 법률 규정을 들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등기소 측은 이를 묵살했다고 이 기사는 지적했다.
<부산일보/08.14. 1면> “민원인들에게 필요하다면 직접 증빙서류를 준비해 제시하라고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등기소 측은 이 아파트가 국민주택채권 매입 면제대상인 주거환경정비사업 구역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이미 접수해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일보/08.16. 2면> “부산도시공사가 지난 6월 중순 이 아파트 최초 등기인 소유권 보존등기를 위해 남부산등기소에 제출한 자료 가운데 ‘건축물대장’과 ‘분양주택 입주자 모집공고’에 이 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다.”
파문이 커지자 부산지법은 잘못을 공식 인정하고 매입한 채권의 환급 절차에 들어갔다.
이 보도를 계기로 피해 금액을 돌려받게 된 것은 다행입니다만, 국민의 재산 보호에 어느 기관보다 앞장서야 할 법원 산하 기관의 무책임과 고압적 태도 역시 시정돼야 할 것 같습니다.
기사를 취재한 부산일보 이현우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이현우 기자, 상식적으로 법을 가장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법원 산하 기관이 법 적용을 잘못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데, 등기소가 법을 잘못 적용했다는 사실을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됐습니까?
<답변> 독자의 제보에서 시작됐습니다. 부산 남구 용호동 용호예가 입주민 가운데 일부가 법원의 고압적 대응에 지쳐 기자를 찾았습니다.
“관련 법률에 주거환경개선사업 아파트 등기는 국민주택채권 매입이 면제된다는 조항이 분명히 있는데 법원 등기소가 자꾸만 아니라고 한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법원 관계자들은 각종 비용 면제 업무는 소극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면제 조항을 잘못 적용했다가 나중에 감사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법원 내부에서는 “규정이야 어떻든 무조건 돈을 받는 게 안전하다”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그에 따른 국민의 경제적 피해는 안중에 없는 겁니다.
<질문> 등기소 측의 잘못은 그렇다 치고 아파트를 공급한 부산도시공사 측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사전에 입주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 않을까요?
<답변> 맞습니다. 부산도시공사도 이번 사태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이 아파트는 부산 최초의 ‘반값 아파트’입니다.
부산도시공사는 무주택 서민층을 위해 각종 비용을 줄여 반값에 아파트를 공급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경제적 약자계층을 위한 획기적인 사업으로 포장하기도 했습니다. 출발은 거창했지만 마무리는 엉성했습니다.
무주택 서민들이 등기소의 고압적 태도에 밀릴 때 부산도시공사는 소극적 대응으로 사태를 외면했습니다.
서민들이 억울하게 경제적 피해를 입어야 하는 상황인데도 진화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질문> 등기소가 증빙자료가 없다고 했지만 취재결과 국민주택채권 면제 대상이 되는 서류를 이미 갖고 있는 걸로 확인됐죠. 거짓말을 했다는 결정적인 단서였는데, 이 자료는 어떻게 입수한 겁니까?
<답변> 아파트 등기를 위해 어떤 서류가 제출됐는지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했습니다.
이들 서류는 부산도시공사와 집주인들이 준비해 제출한 것이어서 입수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등기소 측이 보관 서류를 다시 검토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등기소 측은 보관 서류의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라는 표기를 뒤늦게 확인하고는 당황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등기소 측은 업무가 많아 서류를 일일이 검토하지 못한다고 변명했습니다.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등기행정 전담 기관으로서 올바른 자세는 아니라고 봅니다.
<질문> 후속 기사를 보면 부산에서 6년 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했는데, 전국적으로 보면 이런 사례가 더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답변> 맞습니다.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 입주민들이 같은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사실을 모르고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 부산 용호동 용호예가 아파트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도 피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돈을 돌려받았습니다.
등기 업무가 복잡해 거의 모든 집주인들이 돈을 주고 법무사 등에게 일을 맡기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차원에서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벌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네, 오늘 멀리서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주목! 이기사] “엉터리 등기행정, 주민 피해”
-
- 입력 2013-10-13 17:37:38
- 수정2013-10-13 17:43:56
<앵커 멘트>
엉터리 등기행정에 주택채권 억지 매입 법을 가장 잘 아는 법원이 법 적용을 잘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도 법원이 법을 잘못 적용해서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면, 대체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할 수 있을까요.
주목 이 기사, 오늘은 매입하지 않아도 될 수십억 원대의 국민주택채권을 사들이도록 법 적용을 잘못한 등기소의 엉터리 행정을 고발한 부산일보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먼저 기사 내용을 정리합니다.
<리포트>
부산일보는 지난 8월 중순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남부산등기소의 엉터리 등기행정 때문에 주민들이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는 기사를 실었다.
등기소가 부산시 용호동의 한 아파트 소유권 이전등기 과정에서 법을 잘못 적용해 집 주인들에게 매입하지 않아도 될 국민주택채권을 사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부산일보/08.13. 1면> “용호예가아파트는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따라 지어져 관련 법상 국민주택채권 매입규정 적용 면제대상에 해당된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제42조는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따른 부동산 등기에는 국민주택채권 매입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법 적용 잘못으로 이 아파트 770여 가구가 매입한 채권은 한 가구에 300만~500만 어치씩, 모두 합치면 수십억 원대에 이른다.
등기과정에서 일부 소유자와 법무사들은 관련 법률 규정을 들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등기소 측은 이를 묵살했다고 이 기사는 지적했다.
<부산일보/08.14. 1면> “민원인들에게 필요하다면 직접 증빙서류를 준비해 제시하라고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등기소 측은 이 아파트가 국민주택채권 매입 면제대상인 주거환경정비사업 구역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이미 접수해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일보/08.16. 2면> “부산도시공사가 지난 6월 중순 이 아파트 최초 등기인 소유권 보존등기를 위해 남부산등기소에 제출한 자료 가운데 ‘건축물대장’과 ‘분양주택 입주자 모집공고’에 이 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다.”
파문이 커지자 부산지법은 잘못을 공식 인정하고 매입한 채권의 환급 절차에 들어갔다.
이 보도를 계기로 피해 금액을 돌려받게 된 것은 다행입니다만, 국민의 재산 보호에 어느 기관보다 앞장서야 할 법원 산하 기관의 무책임과 고압적 태도 역시 시정돼야 할 것 같습니다.
기사를 취재한 부산일보 이현우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이현우 기자, 상식적으로 법을 가장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법원 산하 기관이 법 적용을 잘못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데, 등기소가 법을 잘못 적용했다는 사실을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됐습니까?
<답변> 독자의 제보에서 시작됐습니다. 부산 남구 용호동 용호예가 입주민 가운데 일부가 법원의 고압적 대응에 지쳐 기자를 찾았습니다.
“관련 법률에 주거환경개선사업 아파트 등기는 국민주택채권 매입이 면제된다는 조항이 분명히 있는데 법원 등기소가 자꾸만 아니라고 한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법원 관계자들은 각종 비용 면제 업무는 소극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면제 조항을 잘못 적용했다가 나중에 감사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법원 내부에서는 “규정이야 어떻든 무조건 돈을 받는 게 안전하다”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그에 따른 국민의 경제적 피해는 안중에 없는 겁니다.
<질문> 등기소 측의 잘못은 그렇다 치고 아파트를 공급한 부산도시공사 측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사전에 입주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 않을까요?
<답변> 맞습니다. 부산도시공사도 이번 사태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이 아파트는 부산 최초의 ‘반값 아파트’입니다.
부산도시공사는 무주택 서민층을 위해 각종 비용을 줄여 반값에 아파트를 공급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경제적 약자계층을 위한 획기적인 사업으로 포장하기도 했습니다. 출발은 거창했지만 마무리는 엉성했습니다.
무주택 서민들이 등기소의 고압적 태도에 밀릴 때 부산도시공사는 소극적 대응으로 사태를 외면했습니다.
서민들이 억울하게 경제적 피해를 입어야 하는 상황인데도 진화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질문> 등기소가 증빙자료가 없다고 했지만 취재결과 국민주택채권 면제 대상이 되는 서류를 이미 갖고 있는 걸로 확인됐죠. 거짓말을 했다는 결정적인 단서였는데, 이 자료는 어떻게 입수한 겁니까?
<답변> 아파트 등기를 위해 어떤 서류가 제출됐는지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했습니다.
이들 서류는 부산도시공사와 집주인들이 준비해 제출한 것이어서 입수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등기소 측이 보관 서류를 다시 검토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등기소 측은 보관 서류의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라는 표기를 뒤늦게 확인하고는 당황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등기소 측은 업무가 많아 서류를 일일이 검토하지 못한다고 변명했습니다.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등기행정 전담 기관으로서 올바른 자세는 아니라고 봅니다.
<질문> 후속 기사를 보면 부산에서 6년 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했는데, 전국적으로 보면 이런 사례가 더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답변> 맞습니다.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 입주민들이 같은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사실을 모르고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 부산 용호동 용호예가 아파트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도 피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돈을 돌려받았습니다.
등기 업무가 복잡해 거의 모든 집주인들이 돈을 주고 법무사 등에게 일을 맡기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차원에서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벌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네, 오늘 멀리서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엉터리 등기행정에 주택채권 억지 매입 법을 가장 잘 아는 법원이 법 적용을 잘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도 법원이 법을 잘못 적용해서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면, 대체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할 수 있을까요.
주목 이 기사, 오늘은 매입하지 않아도 될 수십억 원대의 국민주택채권을 사들이도록 법 적용을 잘못한 등기소의 엉터리 행정을 고발한 부산일보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먼저 기사 내용을 정리합니다.
<리포트>
부산일보는 지난 8월 중순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남부산등기소의 엉터리 등기행정 때문에 주민들이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는 기사를 실었다.
등기소가 부산시 용호동의 한 아파트 소유권 이전등기 과정에서 법을 잘못 적용해 집 주인들에게 매입하지 않아도 될 국민주택채권을 사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부산일보/08.13. 1면> “용호예가아파트는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따라 지어져 관련 법상 국민주택채권 매입규정 적용 면제대상에 해당된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제42조는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따른 부동산 등기에는 국민주택채권 매입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법 적용 잘못으로 이 아파트 770여 가구가 매입한 채권은 한 가구에 300만~500만 어치씩, 모두 합치면 수십억 원대에 이른다.
등기과정에서 일부 소유자와 법무사들은 관련 법률 규정을 들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등기소 측은 이를 묵살했다고 이 기사는 지적했다.
<부산일보/08.14. 1면> “민원인들에게 필요하다면 직접 증빙서류를 준비해 제시하라고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등기소 측은 이 아파트가 국민주택채권 매입 면제대상인 주거환경정비사업 구역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이미 접수해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일보/08.16. 2면> “부산도시공사가 지난 6월 중순 이 아파트 최초 등기인 소유권 보존등기를 위해 남부산등기소에 제출한 자료 가운데 ‘건축물대장’과 ‘분양주택 입주자 모집공고’에 이 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다.”
파문이 커지자 부산지법은 잘못을 공식 인정하고 매입한 채권의 환급 절차에 들어갔다.
이 보도를 계기로 피해 금액을 돌려받게 된 것은 다행입니다만, 국민의 재산 보호에 어느 기관보다 앞장서야 할 법원 산하 기관의 무책임과 고압적 태도 역시 시정돼야 할 것 같습니다.
기사를 취재한 부산일보 이현우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이현우 기자, 상식적으로 법을 가장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법원 산하 기관이 법 적용을 잘못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데, 등기소가 법을 잘못 적용했다는 사실을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됐습니까?
<답변> 독자의 제보에서 시작됐습니다. 부산 남구 용호동 용호예가 입주민 가운데 일부가 법원의 고압적 대응에 지쳐 기자를 찾았습니다.
“관련 법률에 주거환경개선사업 아파트 등기는 국민주택채권 매입이 면제된다는 조항이 분명히 있는데 법원 등기소가 자꾸만 아니라고 한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법원 관계자들은 각종 비용 면제 업무는 소극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면제 조항을 잘못 적용했다가 나중에 감사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법원 내부에서는 “규정이야 어떻든 무조건 돈을 받는 게 안전하다”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그에 따른 국민의 경제적 피해는 안중에 없는 겁니다.
<질문> 등기소 측의 잘못은 그렇다 치고 아파트를 공급한 부산도시공사 측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사전에 입주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 않을까요?
<답변> 맞습니다. 부산도시공사도 이번 사태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이 아파트는 부산 최초의 ‘반값 아파트’입니다.
부산도시공사는 무주택 서민층을 위해 각종 비용을 줄여 반값에 아파트를 공급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경제적 약자계층을 위한 획기적인 사업으로 포장하기도 했습니다. 출발은 거창했지만 마무리는 엉성했습니다.
무주택 서민들이 등기소의 고압적 태도에 밀릴 때 부산도시공사는 소극적 대응으로 사태를 외면했습니다.
서민들이 억울하게 경제적 피해를 입어야 하는 상황인데도 진화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질문> 등기소가 증빙자료가 없다고 했지만 취재결과 국민주택채권 면제 대상이 되는 서류를 이미 갖고 있는 걸로 확인됐죠. 거짓말을 했다는 결정적인 단서였는데, 이 자료는 어떻게 입수한 겁니까?
<답변> 아파트 등기를 위해 어떤 서류가 제출됐는지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했습니다.
이들 서류는 부산도시공사와 집주인들이 준비해 제출한 것이어서 입수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등기소 측이 보관 서류를 다시 검토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등기소 측은 보관 서류의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라는 표기를 뒤늦게 확인하고는 당황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등기소 측은 업무가 많아 서류를 일일이 검토하지 못한다고 변명했습니다.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등기행정 전담 기관으로서 올바른 자세는 아니라고 봅니다.
<질문> 후속 기사를 보면 부산에서 6년 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했는데, 전국적으로 보면 이런 사례가 더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답변> 맞습니다.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 입주민들이 같은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사실을 모르고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 부산 용호동 용호예가 아파트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도 피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돈을 돌려받았습니다.
등기 업무가 복잡해 거의 모든 집주인들이 돈을 주고 법무사 등에게 일을 맡기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차원에서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벌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네, 오늘 멀리서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
구영희 기자 younghee@kbs.co.kr
구영희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