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혼자서 3.6km를…물개 야반도주 미스터리

입력 2013.12.10 (08:37) 수정 2013.12.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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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동물원들의 관리소홀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얼마전 서울대공원에서 호랑이의 공격을 당했던 사육사가 안타깝게 숨지는 사고도 있었죠.

이런 와중에 경기도의 한 사설 동물원에서 물개 한 마리가 도주했다 붙잡혔다는 소식 바로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김기흥 기자 나와있습니다.

다행히 물개가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는다던데요, 만약 다른 맹수였다면 큰 일 날 뻔 했군요.

<기자 멘트>

네, 그나마 우리에서 탈출한 동물이 물개라서 다행이었는데요.

물개는 물속에서 먹이 사냥을 하기 때문에 물 밖에서는 공격성을 보이질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물개 탈출 사건을 보면 의문점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먼저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탈출하고 어떻게 동물원에서 4km 가까이 떨어진 곳까지 갈 수 있었느냐 하는 건데요.

동물원 측은 경위를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밝혀 낸 게 없습니다.

혼자서 저질렀다고 하기엔 너무나 완벽한 물개 야반 도주 사건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8일 새벽, 경기도 고양시의 한 주택가 주변 도로입니다.

주행 중인 자동차 밖으로 동물 한 마리가 포착됐는데요.

<녹취> 강승용(목격자) : "어어! 하지 마, 하지 마. 물개야! 와!"

물개 한 마리가 도로 곳곳을 뛰어 다니고 있었던 겁니다.

<녹취> 강승용(목격자) : "덤비지 마라. 엄마야! 오지 마, 오지 마!"

<녹취> 강승용(목격자) : "차들이 계속 다녀서 (물개가) 찻길로 못 나오게 계속 경적을 울리면서 물개를 따라가면서 119에 신고를 했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원은 20분 만에 이 물개를 포획했습니다.

<인터뷰> 박현성(고양소방서 구조대원) : "그물망을 들이대니까 이빨을 드러내면서 물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확 덮어서 잡아버렸죠."

이 물개는 현장에서 3.6킬로미터 떨어진 한 사설 동물원에서 탈출한 거였습니다.

동물원은 119 구조대의 연락을 받고 나서야 이런 상황을 파악했다고 하는데요, 이날 탈출한 물개는 몸길이 50센티미터, 몸무게 20킬로그램의 3년생 수컷. 지금은 격리된 상태입니다.

<녹취> 해당 동물원 관계자 (음성변조) : "정확한 탈출 방법이 어떤 것이었는지 확인되기 전까지는 재탈출의 우려가 있어서 현재 격리사에 별도로 격리돼 있습니다."

동물원은 경위 파악에 나섰는데요. 하지만 여러 가지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먼저 물개가 어떻게 우리에서 탈출했느냐 하는 겁니다.

우리에 설치된 CCTV에 마지막으로 포착된 시간은 7일 밤 11시 36분.

11시 38분에 찍힌 이 화면에선 물개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문이 활짝 열려있는데요, 불과 2분 40초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물개.

문제는 바로 이 시간에 CCTV가 녹화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녹취> 해당 동물원 관계자(음성변조) : "물체의 움직임이 있을 때만 녹화를 하거든요, CCTV가. 물체의 움직임이 없는 것처럼 녹화가 전혀 안 됐었던 것이죠, 그 사이에는. 물개가 지내던 우리는 유리벽으로 에워싸여 있고, 물개와 사육사가 드나드는 곳은 이 문이 유일합니다."

이날 당직을 한 사육사에 따르면 이중 잠금장치가 돼 있는 출입문은 잘 잠겨있었다고 하는데요.

다음날 새벽 3시 30분쯤 소방서의 연락을 받은 뒤 확인했을 땐 왠일인지 이 출입문이 열려 있었다고 합니다.

<녹취> 해당 동물원 관계자(음성변조) : "일단 문이 열려 있었으니까...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는데요."

누군가 침입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

이쯤에서 드는 또 하나의 궁금증은 물개가 어떻게 그렇게 멀리까지 이동했느냐 하는 겁니다.

물개가 잡힌 곳은 동물원에서 3.6킬로미터 떨어진 곳.

성인 남자 걸음으로 1시간 정도 거리인데요, 동물원에서 밖으로 나가면 바로 옆에 하천이 있습니다.

물개는 이 하천이나, 그 옆으로 난 도로를 따라 이동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박현성(고양소방서 구조대원) : "쫓아가면서 보니까 폴짝폴짝 뛰는 모양이더라고요. 생각보다 빨랐어요."

물개는 물에서 시속 25킬로미터로 빠르게 헤엄치는데요, 땅에서는 사람과 비슷하거나 약간 빠른 속도로 걷거나 뛸 수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신남식(교수/서울대 수의과대학) ; "앞다리가 지상에 사는 동물의 앞발과 똑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여러 가지 장애물도 있을 테고, 왔다 갔다 했을 테고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그런데 바다에 사는 물개가 물이 없는 곳에서 어떻게 네 시간가량을 버틸 수 있었던 걸까요?

<인터뷰> 이항(교수/서울대 수의과대학) : "바다에서 먹이를 구하기는 하는데 번식은 육지에서 해요. 쉴 때에도 육지에 나와서 쉬고. 육지에서 오랜 시간 동안 있을 수가 있습니다."

<기자 멘트>

물개는 지난 9월에 동물원이 남미 우루과이에서 들여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물개는 동물원에 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지난 10월 초 이미 한 차례 동물원을 탈출한 전력이 있다고 합니다.

<리포트>

이번에 출동한 119 대원들은, 지난 10월에 처음으로 이 물개가 동물원을 탈출했을 때도 출동해 물개를 구조했다고 합니다.

동물원 근처의 농가에서였습니다.

<인터뷰> 박현성(고양소방서 구조대원) : "딱 느낌이 왔어요. 저번에 탈출한 애구나... 그때가 정말로 처음이어서 물개라기에 깜짝 놀랐어요."

동물원은 당시 이 물개가 1미터 높이의 유리벽을 넘어 달아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오자마자 사고를 친 터라 주요 감시 대상이 됐다고 하는데요.

<녹취> 해당 동물원 관계자(음성변조) : "이름도 '범이'라고 지었던 것이 '전과범'이라고 '범이'라고 지은 거예요. 5년 동안 다른 물개들은 단 한 번도 안 넘어간 사육장을 처음 온 친구가 넘어가게 된 것이죠."

이후 동물원은 유리벽 위에 나무 울타리를 만들고, 일부엔 지붕을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탈출 사건이 있기 전날 CCTV에는, 이 물개가 유리벽을 타고 나무 울타리로 올라가는 등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또 이 물개는 함께 지내던 다른 물개 두 마리와 사이가 안 좋아 며칠 전부터 떨어져 지냈다고 하는데요.

사육사들은 이 물개의 활발한 성격을 감안해, 원래 지내던 넓은 사육장을 혼자 쓰게 해줬다고 합니다.

<녹취> 해당 동물원 관계자(음성변조) : "물개라는 종이 아닌 탈출한 개체의 특징이라고 보고 있어요. 아주 활동력이 넘치는 친구여서..."

한편, 이 동물원은 지난 10월부터 조련사들이 동물들을 학대하는 동영상이 잇따라 공개돼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동물보호단체의 고발로 검찰 조사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데요, 여기에 두 번이나 같은 동물이 탈출하는 일까지 벌어져, 동물 관리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해당 동물원 관계자(음성변조) : "어쨌든 이래저래 관리가 소홀했던 것은 당연하고요. 저희 쪽에 책임이 있는 것은 당연하고요."

앞서 서울대공원 우리에서 호랑이가 탈출해 사육사가 숨지고 코뿔소와 개코 원숭이가 탈출한 사실가지 뒤늦게 알려졌지만, 이번에 또다시 사설 동물원에서 물개 야반도주 사건까지 벌어진 만큼, 동물원 전체 관리 실태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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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혼자서 3.6km를…물개 야반도주 미스터리
    • 입력 2013-12-10 08:32:50
    • 수정2013-12-10 0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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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동물원들의 관리소홀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얼마전 서울대공원에서 호랑이의 공격을 당했던 사육사가 안타깝게 숨지는 사고도 있었죠.

이런 와중에 경기도의 한 사설 동물원에서 물개 한 마리가 도주했다 붙잡혔다는 소식 바로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김기흥 기자 나와있습니다.

다행히 물개가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는다던데요, 만약 다른 맹수였다면 큰 일 날 뻔 했군요.

<기자 멘트>

네, 그나마 우리에서 탈출한 동물이 물개라서 다행이었는데요.

물개는 물속에서 먹이 사냥을 하기 때문에 물 밖에서는 공격성을 보이질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물개 탈출 사건을 보면 의문점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먼저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탈출하고 어떻게 동물원에서 4km 가까이 떨어진 곳까지 갈 수 있었느냐 하는 건데요.

동물원 측은 경위를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밝혀 낸 게 없습니다.

혼자서 저질렀다고 하기엔 너무나 완벽한 물개 야반 도주 사건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8일 새벽, 경기도 고양시의 한 주택가 주변 도로입니다.

주행 중인 자동차 밖으로 동물 한 마리가 포착됐는데요.

<녹취> 강승용(목격자) : "어어! 하지 마, 하지 마. 물개야! 와!"

물개 한 마리가 도로 곳곳을 뛰어 다니고 있었던 겁니다.

<녹취> 강승용(목격자) : "덤비지 마라. 엄마야! 오지 마, 오지 마!"

<녹취> 강승용(목격자) : "차들이 계속 다녀서 (물개가) 찻길로 못 나오게 계속 경적을 울리면서 물개를 따라가면서 119에 신고를 했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원은 20분 만에 이 물개를 포획했습니다.

<인터뷰> 박현성(고양소방서 구조대원) : "그물망을 들이대니까 이빨을 드러내면서 물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확 덮어서 잡아버렸죠."

이 물개는 현장에서 3.6킬로미터 떨어진 한 사설 동물원에서 탈출한 거였습니다.

동물원은 119 구조대의 연락을 받고 나서야 이런 상황을 파악했다고 하는데요, 이날 탈출한 물개는 몸길이 50센티미터, 몸무게 20킬로그램의 3년생 수컷. 지금은 격리된 상태입니다.

<녹취> 해당 동물원 관계자 (음성변조) : "정확한 탈출 방법이 어떤 것이었는지 확인되기 전까지는 재탈출의 우려가 있어서 현재 격리사에 별도로 격리돼 있습니다."

동물원은 경위 파악에 나섰는데요. 하지만 여러 가지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먼저 물개가 어떻게 우리에서 탈출했느냐 하는 겁니다.

우리에 설치된 CCTV에 마지막으로 포착된 시간은 7일 밤 11시 36분.

11시 38분에 찍힌 이 화면에선 물개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문이 활짝 열려있는데요, 불과 2분 40초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물개.

문제는 바로 이 시간에 CCTV가 녹화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녹취> 해당 동물원 관계자(음성변조) : "물체의 움직임이 있을 때만 녹화를 하거든요, CCTV가. 물체의 움직임이 없는 것처럼 녹화가 전혀 안 됐었던 것이죠, 그 사이에는. 물개가 지내던 우리는 유리벽으로 에워싸여 있고, 물개와 사육사가 드나드는 곳은 이 문이 유일합니다."

이날 당직을 한 사육사에 따르면 이중 잠금장치가 돼 있는 출입문은 잘 잠겨있었다고 하는데요.

다음날 새벽 3시 30분쯤 소방서의 연락을 받은 뒤 확인했을 땐 왠일인지 이 출입문이 열려 있었다고 합니다.

<녹취> 해당 동물원 관계자(음성변조) : "일단 문이 열려 있었으니까...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는데요."

누군가 침입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

이쯤에서 드는 또 하나의 궁금증은 물개가 어떻게 그렇게 멀리까지 이동했느냐 하는 겁니다.

물개가 잡힌 곳은 동물원에서 3.6킬로미터 떨어진 곳.

성인 남자 걸음으로 1시간 정도 거리인데요, 동물원에서 밖으로 나가면 바로 옆에 하천이 있습니다.

물개는 이 하천이나, 그 옆으로 난 도로를 따라 이동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박현성(고양소방서 구조대원) : "쫓아가면서 보니까 폴짝폴짝 뛰는 모양이더라고요. 생각보다 빨랐어요."

물개는 물에서 시속 25킬로미터로 빠르게 헤엄치는데요, 땅에서는 사람과 비슷하거나 약간 빠른 속도로 걷거나 뛸 수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신남식(교수/서울대 수의과대학) ; "앞다리가 지상에 사는 동물의 앞발과 똑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여러 가지 장애물도 있을 테고, 왔다 갔다 했을 테고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그런데 바다에 사는 물개가 물이 없는 곳에서 어떻게 네 시간가량을 버틸 수 있었던 걸까요?

<인터뷰> 이항(교수/서울대 수의과대학) : "바다에서 먹이를 구하기는 하는데 번식은 육지에서 해요. 쉴 때에도 육지에 나와서 쉬고. 육지에서 오랜 시간 동안 있을 수가 있습니다."

<기자 멘트>

물개는 지난 9월에 동물원이 남미 우루과이에서 들여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물개는 동물원에 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지난 10월 초 이미 한 차례 동물원을 탈출한 전력이 있다고 합니다.

<리포트>

이번에 출동한 119 대원들은, 지난 10월에 처음으로 이 물개가 동물원을 탈출했을 때도 출동해 물개를 구조했다고 합니다.

동물원 근처의 농가에서였습니다.

<인터뷰> 박현성(고양소방서 구조대원) : "딱 느낌이 왔어요. 저번에 탈출한 애구나... 그때가 정말로 처음이어서 물개라기에 깜짝 놀랐어요."

동물원은 당시 이 물개가 1미터 높이의 유리벽을 넘어 달아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오자마자 사고를 친 터라 주요 감시 대상이 됐다고 하는데요.

<녹취> 해당 동물원 관계자(음성변조) : "이름도 '범이'라고 지었던 것이 '전과범'이라고 '범이'라고 지은 거예요. 5년 동안 다른 물개들은 단 한 번도 안 넘어간 사육장을 처음 온 친구가 넘어가게 된 것이죠."

이후 동물원은 유리벽 위에 나무 울타리를 만들고, 일부엔 지붕을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탈출 사건이 있기 전날 CCTV에는, 이 물개가 유리벽을 타고 나무 울타리로 올라가는 등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또 이 물개는 함께 지내던 다른 물개 두 마리와 사이가 안 좋아 며칠 전부터 떨어져 지냈다고 하는데요.

사육사들은 이 물개의 활발한 성격을 감안해, 원래 지내던 넓은 사육장을 혼자 쓰게 해줬다고 합니다.

<녹취> 해당 동물원 관계자(음성변조) : "물개라는 종이 아닌 탈출한 개체의 특징이라고 보고 있어요. 아주 활동력이 넘치는 친구여서..."

한편, 이 동물원은 지난 10월부터 조련사들이 동물들을 학대하는 동영상이 잇따라 공개돼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동물보호단체의 고발로 검찰 조사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데요, 여기에 두 번이나 같은 동물이 탈출하는 일까지 벌어져, 동물 관리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해당 동물원 관계자(음성변조) : "어쨌든 이래저래 관리가 소홀했던 것은 당연하고요. 저희 쪽에 책임이 있는 것은 당연하고요."

앞서 서울대공원 우리에서 호랑이가 탈출해 사육사가 숨지고 코뿔소와 개코 원숭이가 탈출한 사실가지 뒤늦게 알려졌지만, 이번에 또다시 사설 동물원에서 물개 야반도주 사건까지 벌어진 만큼, 동물원 전체 관리 실태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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