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아이들 품에 안고…불길 속의 모정

입력 2013.12.13 (08:37) 수정 2013.12.1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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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그제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나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남편이 일을 나간 사이에 부인과 아이들 3명이 변을 당하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는데요.

김기흥 기자 나와있습니다.

화재원인이 밝혀졌나요?

<기자 멘트>

어제 오전에 경찰이 현장 감식을 실시했습니다.

이번 불은 누전으로 일어난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는데요.

현관 쪽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불은 거실 천장에 있던 형광등에서 누전으로 시작된 것으로 일단 확인됐습니다.

당시 불길이 워낙 거세고 시커먼 연기가 복도를 따라 빠르게 번지면서 아파트 주민 6명도 병원으로 옮겨졌는데요.

일가족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아파트 화재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1일 밤 9시쯤.

화마가 휩쓸고 간 부산의 한 아파트입니다.

아파트 벽면을 따라 검게 그을린 흉측스런 흔적이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줍니다.

<인터뷰> 주민 (음성변조):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지금도 떨려요.”

<인터뷰> 주민 (음성변조): “ 집이 흔들렸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엄청 크게 전쟁이 일어난 느낌 같은 소리가 (들렸어요.)“

불은 이 아파트의 7층 맨 끝, 5호에서 시작됐습니다.

한밤중,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치솟은 불꽃, 창문으로 시꺼먼 연기가 무서운 기세로 뿜어 나옵니다.

그리고 연기는 복도를 따라 삽시간에 퍼져나가면서 주민들이 밖으로 대피했습니다.

<인터뷰> 주민 (음성변조): “빨리 옷 입으라고 해서 (창문) 밖을 보니까 연기가 너무 많이 나고 있는 거예요.“

<인터뷰> 주민 (음성변조): “우리 손녀가 ‘불이야’ 하는 바람에 맨발로 뛰쳐나왔는데 (복도가) 캄캄하니까.. 응급실로 갔지요. 연기를 들이마셔서..."

화재현장은 무엇하나 성한 것 없이 완전히 잿더미로 변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당시 집 안에 있던 34살 홍 모씨와 어린 아이 셋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터뷰> 류정호 (팀장/ 부산 북부소방서 지휘조사담당): “구조대에서 아이 2명을 처음으로 발견했는데 잔해를 걷어내고서야 어린아이의 머리 같은 것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사람이구나“

주민들의 피해도 컸습니다.

한밤중 난데없이 집 밖으로 몸을 피해야 했던 주민들 가운데 연기를 마신 6명이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는데요.

56살 최 모씨는 흡입화상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 (가명) 피해자: “거실에 연기가 쫙 깔려버린 거예요. 그래서 베란다 (아래를) 내려다보니까 검은 연기가 올라 오는데. (아래가) 캄캄한 절벽인 거예요. 내가 11층에서 뛰어내릴 수도 없고...“

아파트 전체를 집어삼킬 기세로 치솟은 불길.

도대체 집안 어디서 시작된 걸까요?

엄마 홍 씨는 ‘현관 쪽에서 불이 난 것 같다’며 119상황실에 직접 도움을 요청해왔다고 합니다.

<인터뷰> 하운규 (경정/ 부산 북부경찰서): “(엄마 홍 씨가) 불이 난 것을 보고 신<녹취> 고를 하거든요. 그때 출입문 쪽에서 불이 났다고 했어요.“

현관 쪽 작은 방에서 9살 큰 딸이, 엄마 홍 씨는 한 살배기 딸과 8살 아들과 함께 발코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최○○ (피해자/음성변조): “우리는 이렇게만 당했지만, 그 사람은 아기를 낳고, 또 죽고 슬픈 일이지요.“

하지만, 현관에선 뚜렷한 화재 원인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어제 오전 10시, 경찰과 국과수 등이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3시, 경찰은 감식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인터뷰> 하운규 (경정/ 부산 북부경찰서): “발화 원인은 아파트 천장 전등에서 누전으로 인한 화재 발생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니까 당시 큰 방에서 두 아이를 재우고 있던 엄마 홍 씨가 화재 신고를 했을 때는 거실에서 난 불이 이미 집 안 전체를 집어 삼킨 뒤였고, 결국, 출구를 찾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하운규 (경정/ 부산 북부경찰서): “큰 방 침실 뒤에 보면 미닫이로 된 유리문이 있습니다. 그 문으로 (엄마와 두 아이들이) 베란다로 넘어가지 않았을 까... (작은방에 있던 큰 아이는) 출입문 쪽을 못 나가고 있었을 것 같아요. 거기 문이 (불길에) 막혔을 것으로..“

<기자 멘트>

그런데 베란다에서 발견된 엄마는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아이들을 품 안에서 놓지 않은 채 엎드려 있었는데요.

화마가 덮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식을 지켜내려고 했던 겁니다.

<리포트>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을 가봤습니다.

영정 사진 앞에 켜진 촛불 하나는 못다 한 생의 마지막을 밝힙니다.

멍하니 빈소를 바라보던 남편은 애써 참아온 울음을 쏟아냅니다.

집에 불이 나기 3시간 전인 오후 6시쯤.

남편은 야간 근무를 위해 아내와 아이들을 뒤로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출근해서는 여느 때처럼 아내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사고 소식은) 출근하고 나서 회사에서 연락을 받았고 (남편 조 씨의 충격이 크실 듯한데요.) 혼자서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그러고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집도, 가족마저도 모두 잃어버린 남편 조 씨.

이 기막히고, 기막힌 상황을 애써 부정하고 싶은 건 남은 가족 역시 마찬가집니다.

<인터뷰>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아직도 사실이 안 믿겨요. 내가 몸만 지금 여기 와 있는 것 같아요.“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아내 홍 씨는 남편 곁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세 아이를 살뜰히 보살피는 다정한 엄마였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제수씨가 엄청 착하고, 시댁에도 잘하고 그다음에 남편에게 많이 의지하면서 아이들도 잘 키웠고..“

성별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채로 발견된 시신 4구.

구급대원은 처음엔 엄마와 큰 딸, 두 사람만 숨진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몸을 깊게 숙인 채로 뭔가를 꼭 숨기는 듯 한 자세였다는 엄마.

그 품에서 아이 시신 2구가 추가로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류정호 (팀장/ 부산 북부소방서 지휘조사담당): “우리가 볼 때는 (엄마 의) 등만, 한 사람으로 등만 보여서 그 밑에 아기가 있다는 걸 실제로 몰랐습니다. 그 정도로 모성애가 지극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화염을 피하기 위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엄마의 마지막 선택.

아이들만은 어떻게든 지켜주려 했던 엄마는 불길 속에서 온몸으로 아이들을 끌어안고, 그대로 숨지고 말았던 겁니다.

올해 막내 딸을 얻어 어느 때보다 기쁨이 컸다는 부부 한 살배기 아기는 돌을 한 달여 앞두고 숨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합니다.

<인터뷰> 주민 (음성변조): “(숨진 막내) 아기가 2013년도에 태어났다고. 잠을 못 잤어요. 저도 마음이 아파서 어제..“

치솟는 화염 속에서 숨을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이들을 지켜 내려 한 눈물겨운 모정.

일가족의 비통한 소식은 모두를 슬프고, 아프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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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아이들 품에 안고…불길 속의 모정
    • 입력 2013-12-13 08:39:53
    • 수정2013-12-13 10: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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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그제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나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남편이 일을 나간 사이에 부인과 아이들 3명이 변을 당하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는데요.

김기흥 기자 나와있습니다.

화재원인이 밝혀졌나요?

<기자 멘트>

어제 오전에 경찰이 현장 감식을 실시했습니다.

이번 불은 누전으로 일어난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는데요.

현관 쪽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불은 거실 천장에 있던 형광등에서 누전으로 시작된 것으로 일단 확인됐습니다.

당시 불길이 워낙 거세고 시커먼 연기가 복도를 따라 빠르게 번지면서 아파트 주민 6명도 병원으로 옮겨졌는데요.

일가족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아파트 화재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1일 밤 9시쯤.

화마가 휩쓸고 간 부산의 한 아파트입니다.

아파트 벽면을 따라 검게 그을린 흉측스런 흔적이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줍니다.

<인터뷰> 주민 (음성변조):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지금도 떨려요.”

<인터뷰> 주민 (음성변조): “ 집이 흔들렸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엄청 크게 전쟁이 일어난 느낌 같은 소리가 (들렸어요.)“

불은 이 아파트의 7층 맨 끝, 5호에서 시작됐습니다.

한밤중,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치솟은 불꽃, 창문으로 시꺼먼 연기가 무서운 기세로 뿜어 나옵니다.

그리고 연기는 복도를 따라 삽시간에 퍼져나가면서 주민들이 밖으로 대피했습니다.

<인터뷰> 주민 (음성변조): “빨리 옷 입으라고 해서 (창문) 밖을 보니까 연기가 너무 많이 나고 있는 거예요.“

<인터뷰> 주민 (음성변조): “우리 손녀가 ‘불이야’ 하는 바람에 맨발로 뛰쳐나왔는데 (복도가) 캄캄하니까.. 응급실로 갔지요. 연기를 들이마셔서..."

화재현장은 무엇하나 성한 것 없이 완전히 잿더미로 변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당시 집 안에 있던 34살 홍 모씨와 어린 아이 셋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터뷰> 류정호 (팀장/ 부산 북부소방서 지휘조사담당): “구조대에서 아이 2명을 처음으로 발견했는데 잔해를 걷어내고서야 어린아이의 머리 같은 것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사람이구나“

주민들의 피해도 컸습니다.

한밤중 난데없이 집 밖으로 몸을 피해야 했던 주민들 가운데 연기를 마신 6명이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는데요.

56살 최 모씨는 흡입화상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 (가명) 피해자: “거실에 연기가 쫙 깔려버린 거예요. 그래서 베란다 (아래를) 내려다보니까 검은 연기가 올라 오는데. (아래가) 캄캄한 절벽인 거예요. 내가 11층에서 뛰어내릴 수도 없고...“

아파트 전체를 집어삼킬 기세로 치솟은 불길.

도대체 집안 어디서 시작된 걸까요?

엄마 홍 씨는 ‘현관 쪽에서 불이 난 것 같다’며 119상황실에 직접 도움을 요청해왔다고 합니다.

<인터뷰> 하운규 (경정/ 부산 북부경찰서): “(엄마 홍 씨가) 불이 난 것을 보고 신<녹취> 고를 하거든요. 그때 출입문 쪽에서 불이 났다고 했어요.“

현관 쪽 작은 방에서 9살 큰 딸이, 엄마 홍 씨는 한 살배기 딸과 8살 아들과 함께 발코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최○○ (피해자/음성변조): “우리는 이렇게만 당했지만, 그 사람은 아기를 낳고, 또 죽고 슬픈 일이지요.“

하지만, 현관에선 뚜렷한 화재 원인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어제 오전 10시, 경찰과 국과수 등이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3시, 경찰은 감식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인터뷰> 하운규 (경정/ 부산 북부경찰서): “발화 원인은 아파트 천장 전등에서 누전으로 인한 화재 발생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니까 당시 큰 방에서 두 아이를 재우고 있던 엄마 홍 씨가 화재 신고를 했을 때는 거실에서 난 불이 이미 집 안 전체를 집어 삼킨 뒤였고, 결국, 출구를 찾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하운규 (경정/ 부산 북부경찰서): “큰 방 침실 뒤에 보면 미닫이로 된 유리문이 있습니다. 그 문으로 (엄마와 두 아이들이) 베란다로 넘어가지 않았을 까... (작은방에 있던 큰 아이는) 출입문 쪽을 못 나가고 있었을 것 같아요. 거기 문이 (불길에) 막혔을 것으로..“

<기자 멘트>

그런데 베란다에서 발견된 엄마는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아이들을 품 안에서 놓지 않은 채 엎드려 있었는데요.

화마가 덮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식을 지켜내려고 했던 겁니다.

<리포트>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을 가봤습니다.

영정 사진 앞에 켜진 촛불 하나는 못다 한 생의 마지막을 밝힙니다.

멍하니 빈소를 바라보던 남편은 애써 참아온 울음을 쏟아냅니다.

집에 불이 나기 3시간 전인 오후 6시쯤.

남편은 야간 근무를 위해 아내와 아이들을 뒤로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출근해서는 여느 때처럼 아내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사고 소식은) 출근하고 나서 회사에서 연락을 받았고 (남편 조 씨의 충격이 크실 듯한데요.) 혼자서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그러고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집도, 가족마저도 모두 잃어버린 남편 조 씨.

이 기막히고, 기막힌 상황을 애써 부정하고 싶은 건 남은 가족 역시 마찬가집니다.

<인터뷰>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아직도 사실이 안 믿겨요. 내가 몸만 지금 여기 와 있는 것 같아요.“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아내 홍 씨는 남편 곁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세 아이를 살뜰히 보살피는 다정한 엄마였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유가족 (음성변조): “제수씨가 엄청 착하고, 시댁에도 잘하고 그다음에 남편에게 많이 의지하면서 아이들도 잘 키웠고..“

성별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채로 발견된 시신 4구.

구급대원은 처음엔 엄마와 큰 딸, 두 사람만 숨진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몸을 깊게 숙인 채로 뭔가를 꼭 숨기는 듯 한 자세였다는 엄마.

그 품에서 아이 시신 2구가 추가로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류정호 (팀장/ 부산 북부소방서 지휘조사담당): “우리가 볼 때는 (엄마 의) 등만, 한 사람으로 등만 보여서 그 밑에 아기가 있다는 걸 실제로 몰랐습니다. 그 정도로 모성애가 지극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화염을 피하기 위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엄마의 마지막 선택.

아이들만은 어떻게든 지켜주려 했던 엄마는 불길 속에서 온몸으로 아이들을 끌어안고, 그대로 숨지고 말았던 겁니다.

올해 막내 딸을 얻어 어느 때보다 기쁨이 컸다는 부부 한 살배기 아기는 돌을 한 달여 앞두고 숨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합니다.

<인터뷰> 주민 (음성변조): “(숨진 막내) 아기가 2013년도에 태어났다고. 잠을 못 잤어요. 저도 마음이 아파서 어제..“

치솟는 화염 속에서 숨을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이들을 지켜 내려 한 눈물겨운 모정.

일가족의 비통한 소식은 모두를 슬프고, 아프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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