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겨울의 따뜻한 추억’ 연탄의 부활

입력 2014.01.15 (08:16) 수정 2014.01.1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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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한 음식점에 갔는데 입구에 연탄을 쌓아뒀더라고요,

그 모습이 참 정겨웠습니다.

옛날 만큼은 아니지만요,

요즘 그렇게 연탄 쓰는 곳들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노태영 기자가 취재했는데요,

이게 사회상과도 연관이 있나요?

<기자 멘트>

예전에는 겨울이면 쉽게 볼 수 있었던 장면이 바로 김장하고 그리고 연탄을 들여놓는 건데요.

연탄 두 장이면 추운 겨울 밤을 거뜬히 날 수 있어서 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하지만 가스와 기름의 편리함에 밀려서 점차 사라졌었는데 최근 고유가에 경제난까지 겹치면서 다시 연탄 사용량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검은 진주라고도 불렸던 서민 연료 연탄의 생산과정부터 소비현장까지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충북 제천에 있는 한 연탄공장.

겨울철 성수기를 맞아 요즘 한창 분주한데요.

컨베이어 벨트 위로 연탄들이 줄지어 쏟아져 나옵니다.

<녹취> “엄청 바쁘죠. 추운 겨울인데.”

<녹취> “쉴 틈 없을 정도로 바빠요.”

<녹취> "지금 주문량을 다 (소화)하지를 못합니다.”

겨울이 되면 이 공장에선 하루 6만 장에서 8만 장 정도의 연탄을 생산하는데요.

원재료인 무연탄을 곱게 갈아준 다음 응고가 될 수 있게 물을 섞어 압축시켜 주면 비로소, 연탄이 완성됩니다.

그런데 연탄이 본연의 모습을 갖추려면 꼭 거쳐야 할 과정이 하나 있는데요.

<녹취> “연탄구멍 내는 도구예요. 연탄구멍 낼 때 쓰는 거요. ”

이 도구를 이용해 연탄에 스무 개 넘는 구멍을 뚫어줘야, 불도 더 잘 붙고 연소도 더 잘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지막 완성 단계까지 와서 버려지는 연탄들도 있습니다.

<녹취> “이렇게 깨진 거는 버려야 해요. 불량품이에요.”

<녹취> “이렇게 빨리 작업하는데도 금방 (불량품을) 잘 보시네요?”

<인터뷰> 권만순(연탄 소매업자) : “그럼요. (빨리) 보고 해야죠. 소비자한테 팔 건데 여기서 점검을 다 해야죠.”

꼼꼼한 점검까지 다 마치고 나서야 배달 트럭에 실리는 연탄!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아직은 일반 가정이나 상가에서 연탄을 찾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습니다.

30년 전만 해도 연탄은 국민연료로 각광을 받았는데요.

도시가스나 기름보일러가 없던 70, 80년대! 집안에 연탄을 든든하게 쌓아둬야 겨울날 채비를 끝마쳤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목동균(연탄 공장 대표) : “1970년에서 80년대 초반에는 취사와 난방을 하는 데 연탄을 다 사용했기 때문에 연탄으로 사시는 분들이 90% 이상은 됐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탄가스 사고가 끊이질 않았던데다 도시가스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연탄 소비량은 점차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는데요.

한 때 2000만 톤도 넘던 연탄 소비량은 2012년 183만톤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아직 연탄을 쓰는 가정은 전국에 20만 가구 정도 되는데요.

값싸고 화력이 좋은 덕분에 서민연료로서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녹취> "(하루에 연탄 몇 번이나 갈아요?) 2번요. 연탄 600장이면 겨울을 나요. ”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연탄 한 장의 가격은 약 500-600원.

한 가구당 보통 하루 4-5장을 쓴다면 2000원 조금 넘는 돈에 하루 종일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는 건데요.

<인터뷰> 유복순(서울시 광진구) : “(연탄 가는 게) 귀찮아도 방 따뜻하게 살면 되는 거죠.”

긴긴 겨울밤, 야식이 생각나는 시간이면, 연탄에 이것저것 구워먹는 재미도 쏠쏠한데요.

오늘의 야식메뉴는 구운 오징어입니다.

연탄불로 따뜻해진 방 안에 둘러 앉아 야식을 나눠먹는 즐거움!

가족끼리 이웃끼리 연탄만큼 훈훈한 정을 쌓아갑니다.

<인터뷰> 오석환(서울시 광진구) : “(연탄은) 연료비가 저렴한 게 장점이겠죠.”

<인터뷰> 유복순(서울시 광진구) : "우리는 연탄 때서 좋아요. 방 따뜻하고요. 연탄만 많이 쌓여 있어도 좋아요."

가정에서 연탄보일러를 많이 사용한다면, 상가에선 연탄난로를 주로 쓰는데요.

저렴한 가격 덕분에 심지어 기름을 파는 주유소에서도 연탄을 쓸 정돕니다.

<녹취> “기름값 비싼데 싼 거(연탄) 때야죠.”

<녹취> “당연하잖아요.”

<녹취> "(여기서는 연탄을 어디서 써요?) 사무실에서 난로 땝니다.”

한 구석에 가득 쌓아둔 연탄 덕에 매서운 겨울 추위도 거뜬히 이겨낼 것 같습니다.

특히 농가에서는 시설 하우스나 창고 난방을 위해 연탄을 쓰곤 하는데요.

난방비 걱정이 앞서는 농민들에게 연탄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선옥(충청북도 충주시) : “고구마 (저장고) 보일러 연료로 써요. 고구마 (저장고) 보일러 때문에 연탄을 많이 써요.”

한 철 정성들여 지은 고구마를 썩히지 않기 위해 온도 조절을 하는 건데요.

연탄난로 덕에 고구마도 온전히 보관하고, 시린 손발도 녹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입니다.

<인터뷰> 박선옥(충청북도 충주시) : “연탄은 겨울에 나를 따뜻하게 해주잖아요 나만 따뜻하게 해주는 게 아니고 고구마도 따뜻하게 해주고요 뿌듯하고 행복하죠."

서민들의 겨울지기, 연탄!

지금도 연탄은 동네 구석구석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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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겨울의 따뜻한 추억’ 연탄의 부활
    • 입력 2014-01-15 08:19:32
    • 수정2014-01-15 10: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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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한 음식점에 갔는데 입구에 연탄을 쌓아뒀더라고요,

그 모습이 참 정겨웠습니다.

옛날 만큼은 아니지만요,

요즘 그렇게 연탄 쓰는 곳들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노태영 기자가 취재했는데요,

이게 사회상과도 연관이 있나요?

<기자 멘트>

예전에는 겨울이면 쉽게 볼 수 있었던 장면이 바로 김장하고 그리고 연탄을 들여놓는 건데요.

연탄 두 장이면 추운 겨울 밤을 거뜬히 날 수 있어서 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하지만 가스와 기름의 편리함에 밀려서 점차 사라졌었는데 최근 고유가에 경제난까지 겹치면서 다시 연탄 사용량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검은 진주라고도 불렸던 서민 연료 연탄의 생산과정부터 소비현장까지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충북 제천에 있는 한 연탄공장.

겨울철 성수기를 맞아 요즘 한창 분주한데요.

컨베이어 벨트 위로 연탄들이 줄지어 쏟아져 나옵니다.

<녹취> “엄청 바쁘죠. 추운 겨울인데.”

<녹취> “쉴 틈 없을 정도로 바빠요.”

<녹취> "지금 주문량을 다 (소화)하지를 못합니다.”

겨울이 되면 이 공장에선 하루 6만 장에서 8만 장 정도의 연탄을 생산하는데요.

원재료인 무연탄을 곱게 갈아준 다음 응고가 될 수 있게 물을 섞어 압축시켜 주면 비로소, 연탄이 완성됩니다.

그런데 연탄이 본연의 모습을 갖추려면 꼭 거쳐야 할 과정이 하나 있는데요.

<녹취> “연탄구멍 내는 도구예요. 연탄구멍 낼 때 쓰는 거요. ”

이 도구를 이용해 연탄에 스무 개 넘는 구멍을 뚫어줘야, 불도 더 잘 붙고 연소도 더 잘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지막 완성 단계까지 와서 버려지는 연탄들도 있습니다.

<녹취> “이렇게 깨진 거는 버려야 해요. 불량품이에요.”

<녹취> “이렇게 빨리 작업하는데도 금방 (불량품을) 잘 보시네요?”

<인터뷰> 권만순(연탄 소매업자) : “그럼요. (빨리) 보고 해야죠. 소비자한테 팔 건데 여기서 점검을 다 해야죠.”

꼼꼼한 점검까지 다 마치고 나서야 배달 트럭에 실리는 연탄!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아직은 일반 가정이나 상가에서 연탄을 찾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습니다.

30년 전만 해도 연탄은 국민연료로 각광을 받았는데요.

도시가스나 기름보일러가 없던 70, 80년대! 집안에 연탄을 든든하게 쌓아둬야 겨울날 채비를 끝마쳤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목동균(연탄 공장 대표) : “1970년에서 80년대 초반에는 취사와 난방을 하는 데 연탄을 다 사용했기 때문에 연탄으로 사시는 분들이 90% 이상은 됐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탄가스 사고가 끊이질 않았던데다 도시가스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연탄 소비량은 점차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는데요.

한 때 2000만 톤도 넘던 연탄 소비량은 2012년 183만톤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아직 연탄을 쓰는 가정은 전국에 20만 가구 정도 되는데요.

값싸고 화력이 좋은 덕분에 서민연료로서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녹취> "(하루에 연탄 몇 번이나 갈아요?) 2번요. 연탄 600장이면 겨울을 나요. ”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연탄 한 장의 가격은 약 500-600원.

한 가구당 보통 하루 4-5장을 쓴다면 2000원 조금 넘는 돈에 하루 종일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는 건데요.

<인터뷰> 유복순(서울시 광진구) : “(연탄 가는 게) 귀찮아도 방 따뜻하게 살면 되는 거죠.”

긴긴 겨울밤, 야식이 생각나는 시간이면, 연탄에 이것저것 구워먹는 재미도 쏠쏠한데요.

오늘의 야식메뉴는 구운 오징어입니다.

연탄불로 따뜻해진 방 안에 둘러 앉아 야식을 나눠먹는 즐거움!

가족끼리 이웃끼리 연탄만큼 훈훈한 정을 쌓아갑니다.

<인터뷰> 오석환(서울시 광진구) : “(연탄은) 연료비가 저렴한 게 장점이겠죠.”

<인터뷰> 유복순(서울시 광진구) : "우리는 연탄 때서 좋아요. 방 따뜻하고요. 연탄만 많이 쌓여 있어도 좋아요."

가정에서 연탄보일러를 많이 사용한다면, 상가에선 연탄난로를 주로 쓰는데요.

저렴한 가격 덕분에 심지어 기름을 파는 주유소에서도 연탄을 쓸 정돕니다.

<녹취> “기름값 비싼데 싼 거(연탄) 때야죠.”

<녹취> “당연하잖아요.”

<녹취> "(여기서는 연탄을 어디서 써요?) 사무실에서 난로 땝니다.”

한 구석에 가득 쌓아둔 연탄 덕에 매서운 겨울 추위도 거뜬히 이겨낼 것 같습니다.

특히 농가에서는 시설 하우스나 창고 난방을 위해 연탄을 쓰곤 하는데요.

난방비 걱정이 앞서는 농민들에게 연탄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선옥(충청북도 충주시) : “고구마 (저장고) 보일러 연료로 써요. 고구마 (저장고) 보일러 때문에 연탄을 많이 써요.”

한 철 정성들여 지은 고구마를 썩히지 않기 위해 온도 조절을 하는 건데요.

연탄난로 덕에 고구마도 온전히 보관하고, 시린 손발도 녹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입니다.

<인터뷰> 박선옥(충청북도 충주시) : “연탄은 겨울에 나를 따뜻하게 해주잖아요 나만 따뜻하게 해주는 게 아니고 고구마도 따뜻하게 해주고요 뿌듯하고 행복하죠."

서민들의 겨울지기, 연탄!

지금도 연탄은 동네 구석구석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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