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도로명 주소는 “몰라도 되는 주소?”

입력 2014.01.15 (21:26) 수정 2014.01.1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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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도로명 주소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안전행정부가 제작한 TV 광고입니다.

100년 넘게 사용하던 지번 주소가 도로명 주소로 바뀌어 본격 시행된 지 오늘로 보름이 됐습니다.

1996년 도로명 주소로 교체가 결정된 뒤 그동안 4천억 원 넘는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새 주소체계의 본격 시행 보름째.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시민들에게 주소를 물었습니다.

<인터뷰> 유경엽(서울시 성동구) : "(주소가 어떻게 되세요?) 옥수동 500번지..."

바뀐 도로명 주소는 알지 못합니다.

<인터뷰>김종수(서울시 은평구) : "(자기집 주소가 도로명주소로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잘 모르죠."

하지만 문제는 없습니다.

실은 옛 지번주소를 같이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정민( 경기도 성남시) : "동으로 얘기하던 주소 그게 사실 편해서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어요. 경찰도...소방도..."

<녹취> 소방방재청 관계자 : "두 개를 다 같이 혼용해서 쓰기 때문에...유선은 자동 표시되고 무선은 주소입력시 자동으로 변환됩니다. (그런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거예요?) 그렇죠."

하루 10만 개의 물품이 거쳐가는 택배회사.

90% 이상이 옛 지번 주소가 적혀 있습니다.

간혹 새 주소가 써 있으면 옛 지번 주소를 같이 적습니다.

<인터뷰> 김종갑(택배업 종사자) : "아직까지 도로명 주소가 확실하게 정착이 안 되어있기 때문에 지번하고 같이 해야지 찾기가 쉽습니다."

옛 주소와 새 주소를 동시에 쓰고, 또 쓸 수 밖에 없어 비용과 인력 번거로움만 더 늘어났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기자 멘트>

국회 앞 국회대로.

당연히 있어야 할 곳에 있죠.

하지만 다리를 건너고 영등포구청 사거리를 지나 목동을 통과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강서구 화곡동을 거치고 경인고속도로가 시작되는 곳.

양천구 신정동까지 국회대로는 이어집니다.

국회대로 인근의 아파트입니다.

우리가 과거에 써왔던 주소죠.

기존의 지번 주소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아파트 이름이 빠지니까 생소하시죠.

그래서 정부에서는 이렇게 한시적으로 괄호로 표시할 수 있게 했습니다.

간소화가 아니라 8.4km 국회대로 만큼이나 주소가 더 길어졌습니다.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KBS가 전국 19세 이상 남.녀 국민패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 3.11%p입니다.

응답자의 87%는 도로명 주소를 알고 있다고 응답했고 67%는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꽤 높은 수치죠?

그런데 사용해봤더니 도로명 주소가 불편했다는 응답이 46.4%, 별 차이가 없다가 29.3%, 편리하다는 응답은 24.2%에 불과했습니다.

정부는 새 주소체계에 적응만 하면 편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애초부터 우리 실정과는 맞지 않는 것을 무분별하게 들여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습니다.

<리포트>

바둑판 모양으로 설계된 미국의 대도시.

도로명과 건물번호만 있으면 누구나 어디든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주소는 도로명과 건물번호면 충분합니다.

<인터뷰> 넬슨(뉴욕 택시기사) : "차가 다니는 도로 중심으로 주소가 설계돼 있어 찾기가 쉽죠."

영국과 프랑스도 마찬가지, 새 주소체계는 바로 이 방식을 따른 겁니다.

하지만, 이같은 도로명 주소는 평지에 도로를 체계적으로 설계한 서양에 맞을 뿐, 자연 발생적 마을이 많은 우리 실정에는 적합치 않다는 지적이 애초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인터뷰> 조명래(단국대 교수) : "선을 나타내는 도로명으로 공동체라든가 장소를 이야기 하게 되면 주민들이 이해를 못합니다. 우리 공간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반발이라 봐야돼요."

복잡하게 나뉜 토지구획을 나타낼 수도 없어 토지대장에는 지번주소가 그대로 쓰입니다.

6월 지방 선거에도 선거구나 이를 관리하는 선관위 모두 현행 읍면동을 기준으로 진행됩니다.

<인터뷰> 최인욱(좋은예산센터 사무국장) : "(제기해 왔던 비판들)이것을 오로지 국민들이 무지하고 기존 습성에 안주하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냐, 근본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KBS 국민 패널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2.3%는 두가지 주소의 병행 사용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답해 새 주소 사용에 회의적이었습니다.

KBS 뉴스 이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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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도로명 주소는 “몰라도 되는 주소?”
    • 입력 2014-01-15 21:32:29
    • 수정2014-01-15 22: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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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도로명 주소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안전행정부가 제작한 TV 광고입니다.

100년 넘게 사용하던 지번 주소가 도로명 주소로 바뀌어 본격 시행된 지 오늘로 보름이 됐습니다.

1996년 도로명 주소로 교체가 결정된 뒤 그동안 4천억 원 넘는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새 주소체계의 본격 시행 보름째.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시민들에게 주소를 물었습니다.

<인터뷰> 유경엽(서울시 성동구) : "(주소가 어떻게 되세요?) 옥수동 500번지..."

바뀐 도로명 주소는 알지 못합니다.

<인터뷰>김종수(서울시 은평구) : "(자기집 주소가 도로명주소로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잘 모르죠."

하지만 문제는 없습니다.

실은 옛 지번주소를 같이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정민( 경기도 성남시) : "동으로 얘기하던 주소 그게 사실 편해서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어요. 경찰도...소방도..."

<녹취> 소방방재청 관계자 : "두 개를 다 같이 혼용해서 쓰기 때문에...유선은 자동 표시되고 무선은 주소입력시 자동으로 변환됩니다. (그런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거예요?) 그렇죠."

하루 10만 개의 물품이 거쳐가는 택배회사.

90% 이상이 옛 지번 주소가 적혀 있습니다.

간혹 새 주소가 써 있으면 옛 지번 주소를 같이 적습니다.

<인터뷰> 김종갑(택배업 종사자) : "아직까지 도로명 주소가 확실하게 정착이 안 되어있기 때문에 지번하고 같이 해야지 찾기가 쉽습니다."

옛 주소와 새 주소를 동시에 쓰고, 또 쓸 수 밖에 없어 비용과 인력 번거로움만 더 늘어났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기자 멘트>

국회 앞 국회대로.

당연히 있어야 할 곳에 있죠.

하지만 다리를 건너고 영등포구청 사거리를 지나 목동을 통과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강서구 화곡동을 거치고 경인고속도로가 시작되는 곳.

양천구 신정동까지 국회대로는 이어집니다.

국회대로 인근의 아파트입니다.

우리가 과거에 써왔던 주소죠.

기존의 지번 주소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아파트 이름이 빠지니까 생소하시죠.

그래서 정부에서는 이렇게 한시적으로 괄호로 표시할 수 있게 했습니다.

간소화가 아니라 8.4km 국회대로 만큼이나 주소가 더 길어졌습니다.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KBS가 전국 19세 이상 남.녀 국민패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 3.11%p입니다.

응답자의 87%는 도로명 주소를 알고 있다고 응답했고 67%는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꽤 높은 수치죠?

그런데 사용해봤더니 도로명 주소가 불편했다는 응답이 46.4%, 별 차이가 없다가 29.3%, 편리하다는 응답은 24.2%에 불과했습니다.

정부는 새 주소체계에 적응만 하면 편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애초부터 우리 실정과는 맞지 않는 것을 무분별하게 들여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습니다.

<리포트>

바둑판 모양으로 설계된 미국의 대도시.

도로명과 건물번호만 있으면 누구나 어디든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주소는 도로명과 건물번호면 충분합니다.

<인터뷰> 넬슨(뉴욕 택시기사) : "차가 다니는 도로 중심으로 주소가 설계돼 있어 찾기가 쉽죠."

영국과 프랑스도 마찬가지, 새 주소체계는 바로 이 방식을 따른 겁니다.

하지만, 이같은 도로명 주소는 평지에 도로를 체계적으로 설계한 서양에 맞을 뿐, 자연 발생적 마을이 많은 우리 실정에는 적합치 않다는 지적이 애초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인터뷰> 조명래(단국대 교수) : "선을 나타내는 도로명으로 공동체라든가 장소를 이야기 하게 되면 주민들이 이해를 못합니다. 우리 공간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반발이라 봐야돼요."

복잡하게 나뉜 토지구획을 나타낼 수도 없어 토지대장에는 지번주소가 그대로 쓰입니다.

6월 지방 선거에도 선거구나 이를 관리하는 선관위 모두 현행 읍면동을 기준으로 진행됩니다.

<인터뷰> 최인욱(좋은예산센터 사무국장) : "(제기해 왔던 비판들)이것을 오로지 국민들이 무지하고 기존 습성에 안주하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냐, 근본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KBS 국민 패널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2.3%는 두가지 주소의 병행 사용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답해 새 주소 사용에 회의적이었습니다.

KBS 뉴스 이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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