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스위스 이민규제안 통과…EU 앞날은?

입력 2014.02.12 (18:09) 수정 2014.02.1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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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유럽은 이민자 문제로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내 모든 노동자들에게 거주 이전과 취업의 자유가 시행됐지만, 일부 국가들의 반대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스위스가 국민투표로 이민을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켰는데요,

독일 등 유럽연합 내 주요 국가들이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국제부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봅니다.

<질문>
정창화 기자? 스위스가 통과시킨 이민 제한법 내용부터 좀 살펴볼까요?

<답변>
네,유럽연합 시민권자들의 자국 내 취업이민 숫자를 제한하겠다는 게 골자인데요.

지난 9일 국민투표를 통해 찬성 50.34%로 통과됐습니다.

<녹취> 제네바 주의회 의장

스위스는 1999년 자국 국민과 유럽연합 시민이 동등한 조건으로 노동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유럽연합과 조약을 체결하고 2007년부터 시행해 왔습니다.

이후 스위스 이민자는 해마다 8만 명 가량이 늘어서 현재 스위스 전체 인구 810만 명 가운데 100만 명 이상이 외국인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민자 중 3분의 2 이상은 유럽연합 시민인데요,

이민 반대주의자들은 늘어나는 이민자가 임금을 떨어뜨리고, 집값을 올리고 있다며 부작용만 커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녹취> 제네바 시민

<질문>
스위스 국민들의 심정도 이해할 만 한데요, 유럽연합 측은 심기가 불편하겠어요?

<답변>
그렇죠.

유로화라는 하나의 통화로 역내 모든 차별과 장벽을 없애가겠다는 게 유럽연합의 목표인데요.

스위스가 제대로 반기를 든 셈이죠.

유럽 통합의 핵심 축인 독일은 즉각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한 마디로 스위스가 거주 이전의 자유는 불허한 채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으로 과실만 취하려 한다는 겁니다.

유럽연합의 다른 회원국들도 비슷한 반응인데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측은 서둘러 유럽연합과 스위스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까지 밝혔습니다.

<질문>
그런데 스위스 투표 결과로 유럽 통합과 이민자에 반대하는 세력이 더욱 힘을 얻을 수도 있겠어요?

<답변>
네, 실제로 유럽연합에 소속된 국가들의 극우정당들이 고무된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유럽의 정치 지형이 크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영국은 극우정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고, 심지어 유럽연합 탈퇴론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좌파가 집권한 프랑스도 극우정당이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할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독일은 연립정권을 이루고 있는데요, 연정 내 보수당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이민자들의 복지혜택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규제안을 추진하고 있구요.

심지어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그리스와 스페인에선 '네오나치'가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질문>
그럼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유럽연합이 추진하고 있는 거주이전의 자유라는 건 어떤 겁니까?

<답변>
네, 쉽게 얘기하자면 유럽연합 역내 국가들에선 비자없이 이동도 자유롭게, 취업도 차별없이 이뤄지게 하겠단 겁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실업수당이나 주택수당도 받게 하구요.

특히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떨어지는 동유럽 국가들을 배려하는 분위깁니다.

그리고 올해 마지막 제한국가였던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 대해 서유럽 국가들이 노동시장을 전면 개방한 거죠.

<녹취> 루마니아 입국자

이렇게 새해 첫날부터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주요도시 공항에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서 일자리를 찾아 온 행렬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동안 제한조처를 풀지 않고 있던 영국과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9개 나라가 올해부터 이들 나라의 이주민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서는 서유럽행 비행기표가 일찌감치 동이나는 등 러시 조짐이 일었습니다.

<질문>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쪽이나, 문을 닫고 싶어하는 쪽이나 이래저래 고민이 많군요. 이제 시행 두 달째에 접어드는 데 유럽 이민자들 실태는 어떻습니까?

<답변>
아직까지는 우려처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시행 초기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이 제도를 놓고 서유럽 국가들과 동유럽 국가들의 갈등은 증폭되고 있습니다.

<녹취> 파라지(영국독립당 총재)

<녹취> 오레샤르스키(불가리아 대사)

한편 영국인의 45%, 독일인의 34%는 유럽연합 내의 자유로운 이주에 대해서 최근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과거 한때 미국은 전 세계인들에게 꿈과 기회의 나라였죠.

영국과 독일 같은 부자 나라가 지금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젊은이들에겐 그런 나라일 겁니다.

이민자와의 갈등을 어떻게 풀고 경제사회적 통합을 계속해 나갈지, 유럽연합의 고민이 깊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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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2-12 20:32:13
    • 수정2014-02-12 21:01:40
    글로벌24
<앵커 멘트>

요즘 유럽은 이민자 문제로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내 모든 노동자들에게 거주 이전과 취업의 자유가 시행됐지만, 일부 국가들의 반대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스위스가 국민투표로 이민을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켰는데요,

독일 등 유럽연합 내 주요 국가들이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국제부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봅니다.

<질문>
정창화 기자? 스위스가 통과시킨 이민 제한법 내용부터 좀 살펴볼까요?

<답변>
네,유럽연합 시민권자들의 자국 내 취업이민 숫자를 제한하겠다는 게 골자인데요.

지난 9일 국민투표를 통해 찬성 50.34%로 통과됐습니다.

<녹취> 제네바 주의회 의장

스위스는 1999년 자국 국민과 유럽연합 시민이 동등한 조건으로 노동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유럽연합과 조약을 체결하고 2007년부터 시행해 왔습니다.

이후 스위스 이민자는 해마다 8만 명 가량이 늘어서 현재 스위스 전체 인구 810만 명 가운데 100만 명 이상이 외국인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민자 중 3분의 2 이상은 유럽연합 시민인데요,

이민 반대주의자들은 늘어나는 이민자가 임금을 떨어뜨리고, 집값을 올리고 있다며 부작용만 커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녹취> 제네바 시민

<질문>
스위스 국민들의 심정도 이해할 만 한데요, 유럽연합 측은 심기가 불편하겠어요?

<답변>
그렇죠.

유로화라는 하나의 통화로 역내 모든 차별과 장벽을 없애가겠다는 게 유럽연합의 목표인데요.

스위스가 제대로 반기를 든 셈이죠.

유럽 통합의 핵심 축인 독일은 즉각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한 마디로 스위스가 거주 이전의 자유는 불허한 채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으로 과실만 취하려 한다는 겁니다.

유럽연합의 다른 회원국들도 비슷한 반응인데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측은 서둘러 유럽연합과 스위스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까지 밝혔습니다.

<질문>
그런데 스위스 투표 결과로 유럽 통합과 이민자에 반대하는 세력이 더욱 힘을 얻을 수도 있겠어요?

<답변>
네, 실제로 유럽연합에 소속된 국가들의 극우정당들이 고무된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유럽의 정치 지형이 크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영국은 극우정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고, 심지어 유럽연합 탈퇴론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좌파가 집권한 프랑스도 극우정당이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할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독일은 연립정권을 이루고 있는데요, 연정 내 보수당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이민자들의 복지혜택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규제안을 추진하고 있구요.

심지어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그리스와 스페인에선 '네오나치'가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질문>
그럼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유럽연합이 추진하고 있는 거주이전의 자유라는 건 어떤 겁니까?

<답변>
네, 쉽게 얘기하자면 유럽연합 역내 국가들에선 비자없이 이동도 자유롭게, 취업도 차별없이 이뤄지게 하겠단 겁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실업수당이나 주택수당도 받게 하구요.

특히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떨어지는 동유럽 국가들을 배려하는 분위깁니다.

그리고 올해 마지막 제한국가였던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 대해 서유럽 국가들이 노동시장을 전면 개방한 거죠.

<녹취> 루마니아 입국자

이렇게 새해 첫날부터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주요도시 공항에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서 일자리를 찾아 온 행렬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동안 제한조처를 풀지 않고 있던 영국과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9개 나라가 올해부터 이들 나라의 이주민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서는 서유럽행 비행기표가 일찌감치 동이나는 등 러시 조짐이 일었습니다.

<질문>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쪽이나, 문을 닫고 싶어하는 쪽이나 이래저래 고민이 많군요. 이제 시행 두 달째에 접어드는 데 유럽 이민자들 실태는 어떻습니까?

<답변>
아직까지는 우려처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시행 초기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이 제도를 놓고 서유럽 국가들과 동유럽 국가들의 갈등은 증폭되고 있습니다.

<녹취> 파라지(영국독립당 총재)

<녹취> 오레샤르스키(불가리아 대사)

한편 영국인의 45%, 독일인의 34%는 유럽연합 내의 자유로운 이주에 대해서 최근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과거 한때 미국은 전 세계인들에게 꿈과 기회의 나라였죠.

영국과 독일 같은 부자 나라가 지금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젊은이들에겐 그런 나라일 겁니다.

이민자와의 갈등을 어떻게 풀고 경제사회적 통합을 계속해 나갈지, 유럽연합의 고민이 깊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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