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가격 표시제

⊙앵커: 월드컵을 앞두고 외국 관광객들에게 우리나라 상품에 대한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가격표시제의 정착이 시급합니다.
이것만은 고치자, 오늘은 실종된 가격표시제의 실태를 홍수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서울 이태원의 쇼핑타운입니다.
각종 의류와 잡화가 외국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하지만 물건을 사려던 외국인들은 가격이 표시되어 있지 않아 당황하기 일쑤입니다.
⊙레이첼(미국인): 저는 이쪽 가게에서 물건을 샀는데, (같은 물건이) 옆 가게에서는 비싸요.
⊙기자: 전자제품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용산 전자상가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녹음기나 비디오 카메라는 아예 가격이 표시되어 있지 않고 그나마 붙어 있는 가격도 형식적입니다.
⊙상인: 깎아 드려야 사는 사람도 기분 좋게 사지, 최저가격 붙여놓고 안 깎아주면 손님도 기분 나쁘죠.
⊙기자: 흥정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그저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잭슨(미국인): 가게마다 가격 차이가 너무 많이 납니다.
⊙기자: 최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서울 시내 점포 200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40%가 가격표시제를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대형 쇼핑몰과 전자상가 대부분은 가격표시제를 실시하고 있지 않지만 마땅히 규제할 만한 법적 근거도 없는 상태입니다.
가격표시제를 외면하는 절반에 가까운 점포들 때문에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 상품이 믿음을 잃고 있습니다.
KBS뉴스 홍수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