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대벌레’ 이상 번식…생태계 교란?

입력 2014.07.18 (08:37) 수정 2014.07.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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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해 도심에 날벌레 떼가 출현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은 데 이어서 최근에는 도심 공원지역에 대벌레떼가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승훈 기자 나와 있는데요.

우선 대벌레라는 게 생소하기도 하고 이런 현상이 자꾸 나타나는 이유도 궁금하네요?

<기자 멘트>

네,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요.

나뭇가지처럼 길쭉하게 생긴 곤충인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몸의 색을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학자들은 대벌레가 집단 발생한 원인을 이상 고온 현상과 도시화 등에서 찾고 있는데요.

결국 개발에 따른 환경파괴와 생태계 훼손이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먼저, 대벌레가 집단 발생한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리포트>

벌레 떼가 극성이라는 경기도 고양시의 한 체육공원.

<인터뷰> 주민 : "아침에 약을 뿌렸는데 엄청 많아. 메뚜기 비슷한 것... 저기 바퀴에 봐. 처음 봤다니까. 여기에 운동하러 10년을 다녔는데 처음 봤어."

가늘고 긴~ 나뭇가지처럼 생긴 다소 생소한 모양의 벌레.

바로 문제의 대벌레입니다.

벽에 붙어 기어다니는 것부터 바닥에 널부러진 벌레까지.

공원은 온통 이 대벌레로 뒤덮였습니다.

<인터뷰> 주민 : "말도 못해요. 대벌레가 요즘 근래 들어서 심하게 많아요."

몸 길이를 재봤더니 무려 13센티미터.

천적을 피하기 위해 평소에는 녹색을 띄다가 주위 환경에 따라 담갈색로 변하는가 하면 모양도 나뭇가지와 흡사하게 바꿉니다.

언뜻봐서는 나뭇가지인지, 곤충인지 잘 모르시겠죠?

모양 자체가 크게 혐오스러운건 아니지만, 주민들은 낯선 벌레의 출현에 놀라 공원에 오는 것조차 꺼려하고 있었는데요.

<인터뷰> 주민 : "엄청 많죠. 여기 다예요. 여기가... 아침에 파래요. 이거 다 잡은 거야."

<인터뷰> 주민 : "벌레 때문에 화장실도 못 가겠어요. 무서워서"

대벌레는 산에서 공원 쪽으로 무리를 지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산쪽 등산로는 이미 대벌레가 점령한 상황!

등산객들은 갑자기 몸으로 떨어져 내리는 대벌레에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인터뷰> 김종수(주민) : "혐오스럽죠. 엄청 많은데 한두 마리가 아니고 우르르 떼를 지어서 엄청 많으니까 올라가면 갈수록 더 엄청 많더라고요."

사람의 몸에 달라붙어 기어오르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주민 : "몸에도 달라붙어서 위에서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데 이렇게 있다 보면 기어 올라가잖아요. 굉장히 빨라요. 굉장히 빨라."

이 일대에 이렇게 대벌레가 나타나기 시작한 건 두 세달 전부터.

처음에 한 두 마리 보이기 시작한 게 지금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인터뷰> 공원시설 관리인 : "하루에 몇 번씩 쓸고 다녀요. 불편한 정도가 아니죠. 사람들이 자꾸 항의하고..."

대벌레가 단순히 불편함만 초래하는건 주는건 아닙니다.

참나무 잎을 갉아먹는 대벌레 때문에 주변 산림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인터뷰> 원종한(주민) : "잎을 많이 갉아먹는 것 같아요. 도토리 잎을.. (산에) 올라가면 길가에. 바닥에 (대벌레가) 죽어있어요."

산 속에서는 군데 군데 잎이 사라진 나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요.

<녹취> 심재헌 교수(경상북도 환경연수원) : "(대벌레는) 주로 잎을 갉아먹는 곤충입니다. 그리고 특별하게 사람한테는 해를 직접적으로 끼치지는 않는데 식물들, 특히 어린잎이나 이런 것들을 갉아먹으면 식물 성장에 조금 피해를 줄 수 있는 그런 곤충이에요."

국내에서 서식하는 대벌레는 모두 5종.

남부지역이나 강원도에서 이따금씩 나타나기는 했지만, 수도권에서 그것도 이렇게 많은 개체수가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주변이 대벌레가 좋아하는 참나무 숲으로 우거진데다, 나뭇잎에 의해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면서 대벌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고양시청 공원관리과 관계자 : "주민들이 등산로를 방역을 요청 전화를 하셨는데 저희가 산림에 방역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어요. 어쨌든 시설지 위주에는 일반적으로 진딧물이나 해충에 대해서 방역을 하고 있어요."

대벌레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해를 주지는 않고, 또 일부 농가에서는 관상용으로 길러 소득을 올리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왜 갑자기 이렇게 많은 대벌레가 그것도 도심 공원에서 발생했냐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생태계 훼손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서울 압구정동의 한 거리.

밤마다 거리 곳곳을 날아다니는 날벌레 떼로, 상인들은 울상이 됐습니다.

<인터뷰> 정승재(가게 주인/2013년5월) : "안에 불을 못 켜고 살아요. 장사에 막대한 지장이 있어요. 사람 자체도 안 돌아다닙니다."

도심 번화가를 일순간 초토화 시킨 이 날벌레.

이 벌레의 정체는 동양 하루살이였는데요.

당시 이 하루살이가 갑자기 창궐했던건 한강변에서 날벌레의 유충을 잡아먹는 민물고기의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생태계 교란이 원인이라는 건데요.

숲에서 주로 서식하는 대벌레가 도심 주변에서 집단 발생한 이유도 비슷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벌레의 알은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4,5월에 부화를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지난 겨울 이상 고온으로 알의 생존률이 높아진데다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천적 감소 등 생태계 교란이 심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원일 박사(국립산림과학원) : "도시 인근 산림이라는 것들이 도시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열섬 효과에 의해서 온도들이 다른 지역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고 개발에 의한 교란이 있기 때문에 일부 해충들을 잡아먹고 사는 천적들이 좀 더 민감하거든요. 개발에 의한 교란에 의해서..."

생태 교란이 지속된다면, 대벌레 집단발생이나 하루살이 창궐 같은 이상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인터뷰> 최원일 박사(국립산림과학원) : "눈에 잘 안 보이는 벌레가 자꾸 보인다는 얘기는 우리 환경이 뭔가 바뀌고 있다는 거죠. 주기가 있는데 그런 새로운 해충이 늘어나는 빈도나 확률들이 있다는 것들은 우리 환경이 뭔가 바뀌고 있는 게 아닌가."

대벌레로 인한 주민 민원이 잇따르자, 관할 자치단체는 대벌레를 구제하기 위한 긴급 방역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방역보다 더 시급한건 환경을 보존하고 생태계를 지키려는 노력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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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대벌레’ 이상 번식…생태계 교란?
    • 입력 2014-07-18 08:16:16
    • 수정2014-07-18 12: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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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해 도심에 날벌레 떼가 출현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은 데 이어서 최근에는 도심 공원지역에 대벌레떼가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승훈 기자 나와 있는데요.

우선 대벌레라는 게 생소하기도 하고 이런 현상이 자꾸 나타나는 이유도 궁금하네요?

<기자 멘트>

네,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요.

나뭇가지처럼 길쭉하게 생긴 곤충인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몸의 색을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학자들은 대벌레가 집단 발생한 원인을 이상 고온 현상과 도시화 등에서 찾고 있는데요.

결국 개발에 따른 환경파괴와 생태계 훼손이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먼저, 대벌레가 집단 발생한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리포트>

벌레 떼가 극성이라는 경기도 고양시의 한 체육공원.

<인터뷰> 주민 : "아침에 약을 뿌렸는데 엄청 많아. 메뚜기 비슷한 것... 저기 바퀴에 봐. 처음 봤다니까. 여기에 운동하러 10년을 다녔는데 처음 봤어."

가늘고 긴~ 나뭇가지처럼 생긴 다소 생소한 모양의 벌레.

바로 문제의 대벌레입니다.

벽에 붙어 기어다니는 것부터 바닥에 널부러진 벌레까지.

공원은 온통 이 대벌레로 뒤덮였습니다.

<인터뷰> 주민 : "말도 못해요. 대벌레가 요즘 근래 들어서 심하게 많아요."

몸 길이를 재봤더니 무려 13센티미터.

천적을 피하기 위해 평소에는 녹색을 띄다가 주위 환경에 따라 담갈색로 변하는가 하면 모양도 나뭇가지와 흡사하게 바꿉니다.

언뜻봐서는 나뭇가지인지, 곤충인지 잘 모르시겠죠?

모양 자체가 크게 혐오스러운건 아니지만, 주민들은 낯선 벌레의 출현에 놀라 공원에 오는 것조차 꺼려하고 있었는데요.

<인터뷰> 주민 : "엄청 많죠. 여기 다예요. 여기가... 아침에 파래요. 이거 다 잡은 거야."

<인터뷰> 주민 : "벌레 때문에 화장실도 못 가겠어요. 무서워서"

대벌레는 산에서 공원 쪽으로 무리를 지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산쪽 등산로는 이미 대벌레가 점령한 상황!

등산객들은 갑자기 몸으로 떨어져 내리는 대벌레에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인터뷰> 김종수(주민) : "혐오스럽죠. 엄청 많은데 한두 마리가 아니고 우르르 떼를 지어서 엄청 많으니까 올라가면 갈수록 더 엄청 많더라고요."

사람의 몸에 달라붙어 기어오르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주민 : "몸에도 달라붙어서 위에서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데 이렇게 있다 보면 기어 올라가잖아요. 굉장히 빨라요. 굉장히 빨라."

이 일대에 이렇게 대벌레가 나타나기 시작한 건 두 세달 전부터.

처음에 한 두 마리 보이기 시작한 게 지금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인터뷰> 공원시설 관리인 : "하루에 몇 번씩 쓸고 다녀요. 불편한 정도가 아니죠. 사람들이 자꾸 항의하고..."

대벌레가 단순히 불편함만 초래하는건 주는건 아닙니다.

참나무 잎을 갉아먹는 대벌레 때문에 주변 산림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인터뷰> 원종한(주민) : "잎을 많이 갉아먹는 것 같아요. 도토리 잎을.. (산에) 올라가면 길가에. 바닥에 (대벌레가) 죽어있어요."

산 속에서는 군데 군데 잎이 사라진 나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요.

<녹취> 심재헌 교수(경상북도 환경연수원) : "(대벌레는) 주로 잎을 갉아먹는 곤충입니다. 그리고 특별하게 사람한테는 해를 직접적으로 끼치지는 않는데 식물들, 특히 어린잎이나 이런 것들을 갉아먹으면 식물 성장에 조금 피해를 줄 수 있는 그런 곤충이에요."

국내에서 서식하는 대벌레는 모두 5종.

남부지역이나 강원도에서 이따금씩 나타나기는 했지만, 수도권에서 그것도 이렇게 많은 개체수가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주변이 대벌레가 좋아하는 참나무 숲으로 우거진데다, 나뭇잎에 의해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면서 대벌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고양시청 공원관리과 관계자 : "주민들이 등산로를 방역을 요청 전화를 하셨는데 저희가 산림에 방역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어요. 어쨌든 시설지 위주에는 일반적으로 진딧물이나 해충에 대해서 방역을 하고 있어요."

대벌레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해를 주지는 않고, 또 일부 농가에서는 관상용으로 길러 소득을 올리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왜 갑자기 이렇게 많은 대벌레가 그것도 도심 공원에서 발생했냐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생태계 훼손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서울 압구정동의 한 거리.

밤마다 거리 곳곳을 날아다니는 날벌레 떼로, 상인들은 울상이 됐습니다.

<인터뷰> 정승재(가게 주인/2013년5월) : "안에 불을 못 켜고 살아요. 장사에 막대한 지장이 있어요. 사람 자체도 안 돌아다닙니다."

도심 번화가를 일순간 초토화 시킨 이 날벌레.

이 벌레의 정체는 동양 하루살이였는데요.

당시 이 하루살이가 갑자기 창궐했던건 한강변에서 날벌레의 유충을 잡아먹는 민물고기의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생태계 교란이 원인이라는 건데요.

숲에서 주로 서식하는 대벌레가 도심 주변에서 집단 발생한 이유도 비슷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벌레의 알은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4,5월에 부화를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지난 겨울 이상 고온으로 알의 생존률이 높아진데다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천적 감소 등 생태계 교란이 심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원일 박사(국립산림과학원) : "도시 인근 산림이라는 것들이 도시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열섬 효과에 의해서 온도들이 다른 지역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고 개발에 의한 교란이 있기 때문에 일부 해충들을 잡아먹고 사는 천적들이 좀 더 민감하거든요. 개발에 의한 교란에 의해서..."

생태 교란이 지속된다면, 대벌레 집단발생이나 하루살이 창궐 같은 이상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인터뷰> 최원일 박사(국립산림과학원) : "눈에 잘 안 보이는 벌레가 자꾸 보인다는 얘기는 우리 환경이 뭔가 바뀌고 있다는 거죠. 주기가 있는데 그런 새로운 해충이 늘어나는 빈도나 확률들이 있다는 것들은 우리 환경이 뭔가 바뀌고 있는 게 아닌가."

대벌레로 인한 주민 민원이 잇따르자, 관할 자치단체는 대벌레를 구제하기 위한 긴급 방역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방역보다 더 시급한건 환경을 보존하고 생태계를 지키려는 노력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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