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수몰 위기 마셜 제도 ‘안간힘’

입력 2014.08.02 (08:39) 수정 2014.08.0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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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태평양의 섬나라 마셜제돕니다.

지난주에는 핵실험 피해를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이 섬나라가 바닷물에 잠겨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입니다.

투발루와 몰디브가 수십 년 안에 수몰돼 나라가 없어질 것이란 예측 많이 들어보셨죠?

마셜제도도 그렇게 될 거란 얘깁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원인인데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대부분 선진국 아닙니까?

핵실험처럼 온난화 피해도 죄 없는 약소국들이 당하는 겁니다.

존망 위기에 놓인 마셜제도는 화석연료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정작 미국과 중국 등 화석연료 과다 소비국은 강 건너 불구경이라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호을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평양의 섬나라 마셜제도의 한없이 평화로운 풍경입니다.

그러나 마셜제도는 나라 전체가 사라질 지도 모를 운명에 놓여 있습니다.

해수면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위가 높아진 바다는 육지의 나무까지 침범했습니다.

소금기를 머금은 나무는 하얗게 말라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곳은 아름다운 풍광 덕분에 마셜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해변입니다.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바닷물이 차고 올라와서

백사장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휴식처였던 해변은 20년 사이 폭 200미터 가량이 바다 속으로 잠겼습니다.

<인터뷰> 윌 모레(마을 주민) : "예전엔 백사장이 무척 넓고 길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좁아지고 모래도 쓸려가고 있어요."

바닷가의 공동묘지.

폭격을 맞은 듯 처참히 파괴된 묘지석들이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습니다.

수위가 높아지면서 만조 때 들어온 바닷물이 묘지를 쑥대밭으로 만든 겁니다.

주택가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 3월, 이 마을은 온 동네가 바다 속에 잠겼습니다.

새벽 시간에 덮친 바닷물을 피해 주민들은 간신히 몸만 빠져나왔습니다.

<인터뷰> 하니디(마을 주민) : "바깥쪽 바닷물이 넘어와서 안쪽 바다로 넘어갔어요. 옷, 냉장고, 음식까지 모두 다 물에 떠내려갔어요."

긴 띠 모양의 섬들은 폭이 길어야 300미터에 불과합니다.

양쪽에서 밀려드는 바다가 합쳐지는 순간, 마셜제도는 지도상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이미 국지적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어서 문제가 심각합니다.

마셜제도를 외부 세계와 이어주는 유일한 국제공항.

바닷물을 막기 위해 쌓아놓은 방조벽 곳곳이 무너져 있습니다.

엄지손가락 굵기의 철근을 심은 콘크리트 벽은 최고 7미터 높이의 파도를 견디지 못하고 시루떡처럼 잘려나갔습니다.

<인터뷰> 토머스 매디슨(마셜 국제공항 관리인) : "바닷물이 넘어와서 주 활주로까지 덮쳤습니다. 활주로를 정비하느라 공항을 일시 폐쇄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해수면이 올라가 태평양 섬들이 잠기고 있는 것은 지구 온난화 때문,

유엔은 금세기 말까지 지구의 기온이 평균 3.7도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온난화와 함께 전 세계 해수면은 1년에 평균 3밀리미터씩 올라가고 있습니다.

마셜제도의 해수면은 1년에 무려 7밀리미터나 상승해, 세계 평균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입니다.

산업시설이 별로 없어 온실가스 배출 책임은 없는데도 온난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겁니다.

29개의 산호섬 지대로 이뤄진 마셜제도는 평균 해발 고도가 불과 2미터.

이 나라에서 바닷물을 피할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상황이 더 심각한 투발루에서 이주해온 이 남성은 또다시 짐을 싸야 할지도 모릅니다.

<인터뷰> 이시보 토핑아(투발루 이주민) : "무섭습니다. 저에게 대안은 딸들이 살고 있는 호주나 미국으로 옮겨가는 것뿐입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영토가 수몰될 위기에 처한 것은 태평양의 다른 섬나라들도 마찬가집니다.

투발루는 뉴질랜드로 자국민들을 이주시키고 있고, 키리바시는 피지에 이주 목적의 땅을 대규모로 사들였습니다.

그런데 마셜제도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섬을 떠나는 것은 종족이 사라지는 것이란 생각에서 어떻게든 섬을 지키기로 한 겁니다.

건물 옥상에 대형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습니다.

적도나 다름없는 북위 9도, 끝없이 쏟아지는 강렬한 햇볕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화석 에너지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조금이라도 낮추려고 마셜제도가 2년 전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인터뷰> 빌리 슈츠(태양광 시설 기술자) : "날씨가 맑은 날에는 나라 전체에서 소비하는 전력의 2%를 공급합니다. 적은 양이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마셜 정부는 태양광 발전 비중을 9%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전 주택 지붕에 소형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기로 하고 비용 마련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마셜제도가 갖고 있는 또다른 천혜의 자원은 바람입니다.

마셜 정부는 풍력 발전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최근 상업적 활용 여부를 시험하고 있습니다.

마셜 제도의 이런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어떻게 보면 별 의미 없는 행동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등 거대 오염 유발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를 거부하는 등 지구 온난화를 사실상 방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마셜제도의 작은 몸부림이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지 모릅니다.

<인터뷰> 토니 드 브룸(마셜제도 외무장관) : "우리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입니다. 우리가 가라앉는다면 기후 변화가 멈추지 않는다는 뜻이죠. 그때는 온난화를 막기에 이미 늦고 치러야 할 비용도 너무 큽니다. 때문에 우리는 바로 지금 행동해야 합니다."

바다는 마셜제도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텁니다.

<녹취> "(여기서 계속 놀고 싶어요?) 네! (어른이 될 때까지도?) 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바다. 그러나 그 공존의 추억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지도 모를 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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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eye] 수몰 위기 마셜 제도 ‘안간힘’
    • 입력 2014-08-02 08:49:39
    • 수정2014-08-02 09:5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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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태평양의 섬나라 마셜제돕니다.

지난주에는 핵실험 피해를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이 섬나라가 바닷물에 잠겨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입니다.

투발루와 몰디브가 수십 년 안에 수몰돼 나라가 없어질 것이란 예측 많이 들어보셨죠?

마셜제도도 그렇게 될 거란 얘깁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원인인데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대부분 선진국 아닙니까?

핵실험처럼 온난화 피해도 죄 없는 약소국들이 당하는 겁니다.

존망 위기에 놓인 마셜제도는 화석연료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정작 미국과 중국 등 화석연료 과다 소비국은 강 건너 불구경이라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호을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평양의 섬나라 마셜제도의 한없이 평화로운 풍경입니다.

그러나 마셜제도는 나라 전체가 사라질 지도 모를 운명에 놓여 있습니다.

해수면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위가 높아진 바다는 육지의 나무까지 침범했습니다.

소금기를 머금은 나무는 하얗게 말라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곳은 아름다운 풍광 덕분에 마셜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해변입니다.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바닷물이 차고 올라와서

백사장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휴식처였던 해변은 20년 사이 폭 200미터 가량이 바다 속으로 잠겼습니다.

<인터뷰> 윌 모레(마을 주민) : "예전엔 백사장이 무척 넓고 길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좁아지고 모래도 쓸려가고 있어요."

바닷가의 공동묘지.

폭격을 맞은 듯 처참히 파괴된 묘지석들이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습니다.

수위가 높아지면서 만조 때 들어온 바닷물이 묘지를 쑥대밭으로 만든 겁니다.

주택가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 3월, 이 마을은 온 동네가 바다 속에 잠겼습니다.

새벽 시간에 덮친 바닷물을 피해 주민들은 간신히 몸만 빠져나왔습니다.

<인터뷰> 하니디(마을 주민) : "바깥쪽 바닷물이 넘어와서 안쪽 바다로 넘어갔어요. 옷, 냉장고, 음식까지 모두 다 물에 떠내려갔어요."

긴 띠 모양의 섬들은 폭이 길어야 300미터에 불과합니다.

양쪽에서 밀려드는 바다가 합쳐지는 순간, 마셜제도는 지도상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이미 국지적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어서 문제가 심각합니다.

마셜제도를 외부 세계와 이어주는 유일한 국제공항.

바닷물을 막기 위해 쌓아놓은 방조벽 곳곳이 무너져 있습니다.

엄지손가락 굵기의 철근을 심은 콘크리트 벽은 최고 7미터 높이의 파도를 견디지 못하고 시루떡처럼 잘려나갔습니다.

<인터뷰> 토머스 매디슨(마셜 국제공항 관리인) : "바닷물이 넘어와서 주 활주로까지 덮쳤습니다. 활주로를 정비하느라 공항을 일시 폐쇄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해수면이 올라가 태평양 섬들이 잠기고 있는 것은 지구 온난화 때문,

유엔은 금세기 말까지 지구의 기온이 평균 3.7도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온난화와 함께 전 세계 해수면은 1년에 평균 3밀리미터씩 올라가고 있습니다.

마셜제도의 해수면은 1년에 무려 7밀리미터나 상승해, 세계 평균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입니다.

산업시설이 별로 없어 온실가스 배출 책임은 없는데도 온난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겁니다.

29개의 산호섬 지대로 이뤄진 마셜제도는 평균 해발 고도가 불과 2미터.

이 나라에서 바닷물을 피할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상황이 더 심각한 투발루에서 이주해온 이 남성은 또다시 짐을 싸야 할지도 모릅니다.

<인터뷰> 이시보 토핑아(투발루 이주민) : "무섭습니다. 저에게 대안은 딸들이 살고 있는 호주나 미국으로 옮겨가는 것뿐입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영토가 수몰될 위기에 처한 것은 태평양의 다른 섬나라들도 마찬가집니다.

투발루는 뉴질랜드로 자국민들을 이주시키고 있고, 키리바시는 피지에 이주 목적의 땅을 대규모로 사들였습니다.

그런데 마셜제도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섬을 떠나는 것은 종족이 사라지는 것이란 생각에서 어떻게든 섬을 지키기로 한 겁니다.

건물 옥상에 대형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습니다.

적도나 다름없는 북위 9도, 끝없이 쏟아지는 강렬한 햇볕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화석 에너지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조금이라도 낮추려고 마셜제도가 2년 전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인터뷰> 빌리 슈츠(태양광 시설 기술자) : "날씨가 맑은 날에는 나라 전체에서 소비하는 전력의 2%를 공급합니다. 적은 양이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마셜 정부는 태양광 발전 비중을 9%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전 주택 지붕에 소형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기로 하고 비용 마련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마셜제도가 갖고 있는 또다른 천혜의 자원은 바람입니다.

마셜 정부는 풍력 발전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최근 상업적 활용 여부를 시험하고 있습니다.

마셜 제도의 이런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어떻게 보면 별 의미 없는 행동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등 거대 오염 유발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를 거부하는 등 지구 온난화를 사실상 방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마셜제도의 작은 몸부림이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지 모릅니다.

<인터뷰> 토니 드 브룸(마셜제도 외무장관) : "우리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입니다. 우리가 가라앉는다면 기후 변화가 멈추지 않는다는 뜻이죠. 그때는 온난화를 막기에 이미 늦고 치러야 할 비용도 너무 큽니다. 때문에 우리는 바로 지금 행동해야 합니다."

바다는 마셜제도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텁니다.

<녹취> "(여기서 계속 놀고 싶어요?) 네! (어른이 될 때까지도?) 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바다. 그러나 그 공존의 추억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지도 모를 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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