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체조 동메달 이상욱 “이런 기분은 처음”

입력 2014.09.23 (19:33) 수정 2014.09.2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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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기계체조 대표팀의 주장 이상욱(29·전북도청)이 처음이자 마지막 아시안게임을 불꽃처럼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상욱은 23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남자 기계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87.200점을 획득, 일본의 카모토 유야(87.950점), 야마모토 마사요시(87.500점)에 이어 동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을 차지한 카모토, 은메달을 목에 건 야마모토와의 점수 차는 각각 0.750점, 0.300점밖에 나지 않았다.

개인종합 결선의 마지막 종목은 철봉이었다. 철봉에서 첫 주자로 나선 이상욱은 완벽한 연기로 14.750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세 번째로 나선 황위궈(중국)가 13.450점에 그치면서 이상욱은 자동으로 동메달을 확보했다.

남은 두 선수, 야마모토와 카모토의 점수 여부에 따라 금메달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상욱은 초조하게 두 선수의 연기를 지켜봤다.

야마모토와 카모토는 삐끗하기라도 하면 메달 색깔이 바뀐다는 사실에 긴장해서인지 실수를 연발했다. 야마모토는 14.450점, 카모토는 14.400점을 받았다. 아슬아슬한 차이였지만, 역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욱은 동메달로 만족했고, 웃었다. 예선 성적이 8위에 불과해 그가 메달을 따낼 것이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체조 선수로는 '환갑' 취급을 받았던 그이기에 스스로도 쉽게 믿을 수 없는 성취였다.

내로라하는 선수들도 큰 무대가 주는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곤 하지만, 이상욱은 자신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놀라운 집중력으로 전 종목에서 큰 실수 없이 자신의 기량을 100% 이상 발휘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국 체조는 이상욱의 개인종합 동메달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김동화 현 충남대 체육교육과 교수가 은메달을 따낸 이후 12년 만에 메달을 획득하는 경사를 누렸다.

이상욱은 시상식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메달은) 기대를 크게 안 하고 있었다"면서 "워낙 뛰어난 선수들이 있었고, 제가 고령의 선수다 보니까 오늘은 실수없이 내 할 도리를 하자는 마음으로 시합에 임했는데, 운이 따라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전 종목에서 100%보다 150%의 실력을 발휘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실수를 많이 해서 떨어지는 선수들도 있었는데, 처음 아시안게임에 나와서 동메달이라는 큰 성적을 거둬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상욱은 "단체전에서 안마 내리기에서 주춤했고 철봉에서도 실수했다"고 자책한 뒤 "개인종합 결선에서 각국당 2명이 들어가는데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워낙 일본, 중국 선수들이 뛰어나고 막내 박민수도 뛰어나 무난하게 내 실력만 발휘하자고 생각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상욱은 "오늘 최고로 잘했다고 생각해서 기쁘고 체조하면서 이런 기분을 처음으로 느꼈다"면서 "서른 살인데 처음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준 여러분, 선수들, 부모님에게 감사드린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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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 체조 동메달 이상욱 “이런 기분은 처음”
    • 입력 2014-09-23 19:33:39
    • 수정2014-09-23 20:13:37
    연합뉴스
남자 기계체조 대표팀의 주장 이상욱(29·전북도청)이 처음이자 마지막 아시안게임을 불꽃처럼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상욱은 23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남자 기계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87.200점을 획득, 일본의 카모토 유야(87.950점), 야마모토 마사요시(87.500점)에 이어 동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을 차지한 카모토, 은메달을 목에 건 야마모토와의 점수 차는 각각 0.750점, 0.300점밖에 나지 않았다. 개인종합 결선의 마지막 종목은 철봉이었다. 철봉에서 첫 주자로 나선 이상욱은 완벽한 연기로 14.750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세 번째로 나선 황위궈(중국)가 13.450점에 그치면서 이상욱은 자동으로 동메달을 확보했다. 남은 두 선수, 야마모토와 카모토의 점수 여부에 따라 금메달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상욱은 초조하게 두 선수의 연기를 지켜봤다. 야마모토와 카모토는 삐끗하기라도 하면 메달 색깔이 바뀐다는 사실에 긴장해서인지 실수를 연발했다. 야마모토는 14.450점, 카모토는 14.400점을 받았다. 아슬아슬한 차이였지만, 역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욱은 동메달로 만족했고, 웃었다. 예선 성적이 8위에 불과해 그가 메달을 따낼 것이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체조 선수로는 '환갑' 취급을 받았던 그이기에 스스로도 쉽게 믿을 수 없는 성취였다. 내로라하는 선수들도 큰 무대가 주는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곤 하지만, 이상욱은 자신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놀라운 집중력으로 전 종목에서 큰 실수 없이 자신의 기량을 100% 이상 발휘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국 체조는 이상욱의 개인종합 동메달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김동화 현 충남대 체육교육과 교수가 은메달을 따낸 이후 12년 만에 메달을 획득하는 경사를 누렸다. 이상욱은 시상식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메달은) 기대를 크게 안 하고 있었다"면서 "워낙 뛰어난 선수들이 있었고, 제가 고령의 선수다 보니까 오늘은 실수없이 내 할 도리를 하자는 마음으로 시합에 임했는데, 운이 따라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전 종목에서 100%보다 150%의 실력을 발휘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실수를 많이 해서 떨어지는 선수들도 있었는데, 처음 아시안게임에 나와서 동메달이라는 큰 성적을 거둬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상욱은 "단체전에서 안마 내리기에서 주춤했고 철봉에서도 실수했다"고 자책한 뒤 "개인종합 결선에서 각국당 2명이 들어가는데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워낙 일본, 중국 선수들이 뛰어나고 막내 박민수도 뛰어나 무난하게 내 실력만 발휘하자고 생각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상욱은 "오늘 최고로 잘했다고 생각해서 기쁘고 체조하면서 이런 기분을 처음으로 느꼈다"면서 "서른 살인데 처음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준 여러분, 선수들, 부모님에게 감사드린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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