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의 부담…펜싱 정진선이 흘린 눈물

입력 2014.09.23 (21:44) 수정 2014.09.2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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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3연패를 달성한 한국 펜싱 남자 에페 대표팀 선수들의 표정은 한없이 밝았다.

한국은 23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의 단체전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하며 2006·2010년에 이어 3회 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선수, 코칭스태프 할 것 없이 모두가 기쁨에 겨운 와중에 남자 에페 주장 정진선(30·화성시청)은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정진선은 경기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한참 눈물을 흘리다가 "맏형으로서 부담이 심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마지막 경기에서 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고 속에 담았던 말을 털어놨다.

통상 펜싱 단체전에서는 8번이나 9번 자리에 에이스를 배치한다.

막판까지 가기 전에 리드를 크게 벌릴 전략이면 8번에,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몇 점을 뒤져 있건 45점을 낼 때까지 계속해서 피스트에 머무를 수 있는 9번에 최고 고수를 둔다.

맏형, 주장, 그리고 한국 남자 에페의 최고봉인 정진선은 이날 결승에서 마지막 9번 주자로 피스트에 올랐다.

17-12, 5점 차 리드까지 안고 있어 여유로운 상황이었지만 정진선은 일본의 사력을 다한 마지막 공세에 밀려 한때 1점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끝내 승리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쉽지 않은 한 판이었다.

정진선은 "한 점 차까지 쫓겼을 때는 죽고 싶었고, 도망가고 싶었다"면서 "지금 머릿속에는 아무 생각이 없고 기쁘기만 하다. 형 몫을 해서 기분이 좋다"며 '울고 웃는' 모습을 보였다.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꺼낸 정진선이지만 정작 후배들은 그에게 큰 감사를 전했다.

대표팀 막내 박상영(19·한국체대)은 이날 금메달로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진선은 "상영이가 한 달 전부터 군대 얘기를 계속 했다"며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으니 어머니가 신용 카드를 주신다고 했다"면서 웃었다.

박상영 역시 형의 말에 양팔을 번쩍 치켜들며 "제가 한번 쏴보겠습니다!"고 화답했다.

정진선과 쌍벽을 이루며 한국 남자 에페를 이끌어온 박경두(30·해남군청) 역시 금메달의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박경두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면서 "무엇이든 혼자보다 같이 하는 것이 기쁨이 두 배가 된다. 단체전 우승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는데 똘똘 뭉쳐서 우승했다"며 동료애를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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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맏형’의 부담…펜싱 정진선이 흘린 눈물
    • 입력 2014-09-23 21:44:23
    • 수정2014-09-23 21:45:47
    연합뉴스
대회 3연패를 달성한 한국 펜싱 남자 에페 대표팀 선수들의 표정은 한없이 밝았다. 한국은 23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의 단체전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하며 2006·2010년에 이어 3회 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선수, 코칭스태프 할 것 없이 모두가 기쁨에 겨운 와중에 남자 에페 주장 정진선(30·화성시청)은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정진선은 경기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한참 눈물을 흘리다가 "맏형으로서 부담이 심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마지막 경기에서 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고 속에 담았던 말을 털어놨다. 통상 펜싱 단체전에서는 8번이나 9번 자리에 에이스를 배치한다. 막판까지 가기 전에 리드를 크게 벌릴 전략이면 8번에,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몇 점을 뒤져 있건 45점을 낼 때까지 계속해서 피스트에 머무를 수 있는 9번에 최고 고수를 둔다. 맏형, 주장, 그리고 한국 남자 에페의 최고봉인 정진선은 이날 결승에서 마지막 9번 주자로 피스트에 올랐다. 17-12, 5점 차 리드까지 안고 있어 여유로운 상황이었지만 정진선은 일본의 사력을 다한 마지막 공세에 밀려 한때 1점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끝내 승리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쉽지 않은 한 판이었다. 정진선은 "한 점 차까지 쫓겼을 때는 죽고 싶었고, 도망가고 싶었다"면서 "지금 머릿속에는 아무 생각이 없고 기쁘기만 하다. 형 몫을 해서 기분이 좋다"며 '울고 웃는' 모습을 보였다.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꺼낸 정진선이지만 정작 후배들은 그에게 큰 감사를 전했다. 대표팀 막내 박상영(19·한국체대)은 이날 금메달로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진선은 "상영이가 한 달 전부터 군대 얘기를 계속 했다"며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으니 어머니가 신용 카드를 주신다고 했다"면서 웃었다. 박상영 역시 형의 말에 양팔을 번쩍 치켜들며 "제가 한번 쏴보겠습니다!"고 화답했다. 정진선과 쌍벽을 이루며 한국 남자 에페를 이끌어온 박경두(30·해남군청) 역시 금메달의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박경두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면서 "무엇이든 혼자보다 같이 하는 것이 기쁨이 두 배가 된다. 단체전 우승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는데 똘똘 뭉쳐서 우승했다"며 동료애를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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