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학선, 2연패 실패했지만 ‘진정한 승부사’

입력 2014.09.25 (22:44) 수정 2014.09.2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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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아시안게임 2연패 도전은 물거품이 됐지만 양학선(22·한국체대)은 진정한 승부사였다.

25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펼쳐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

도마 결선은 경기 1시간 전에 기술을 신청해야 한다. '도마의 신' 양학선(22·한국체대)은 1차 시기에서 '양학선', 2차 시기에서 '양학선2'를 신청했다.

양학선과 마찬가지로 세계 최고 난도인 6.4 기술을 두 개씩 보유한 북한의 체조 영웅 리세광(29)을 제치려면 낮은 난도의 기술로는 경쟁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변수는 양학선과 리세광의 순서였다. 이날 도마 결선에 출전한 8명의 선수 가운데 리세광은 3번째, 양학선은 5번째 순서를 배정받았다.

리세광의 점수를 확인한 뒤에 전략을 구성할 수 있는 유리한 순서 배정이었다.

도마 결선 기술 신청은 경기 1시간 전에 해야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기술로 바꾸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드디어 도마 결선이 시작됐고,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리세광은 1차 시도에서 최고 난도인 6.4의 '드라굴레스쿠 파이크'를 시도했다가 착지 과정에서 얼굴을 매트에 박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2차 시도에서 난도 6.4의 '리세광'을 깔끔하게 마무리했지만 1차 시도의 실수가 치명적이었다.

리세광의 1, 2차 시도 평균 점수는 예선보다 14.799점에 그쳤고, 자연스레 메달권에서 멀어졌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혔던 리세광을 이제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 양학선은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어졌다.

양학선 역시 도마 결선을 앞두고 신기술인 '양학선2'와 관련해 "굳이 했다가 실수하면 결과가 안 좋을 수 있다"면서 "금메달을 먼저 생각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주영삼 남자 대표팀 감독은 리세광이 낮은 점수를 받을 경우 최고 난도인 6.4 대신 비교적 쉬운 6.0 기술을 사용하기로 양학선과 계획을 짜둔 상태였다.

그러나 양학선은 과감했다. 양학선은 1차 시도부터 최고 난도인 6.4의 '양학선'을 신청했다.

비록 실제로 선보인 기술은 난도 6.0의 '여2'였고, 착지가 불안해 15.000점을 받는데 그쳤지만 2차 시기에서만 안정적인 착지를 선보인다면 충분히 금메달을 노려볼 수 있었다.

이때 양학선의 승부사 기질이 발동했다. 금메달을 먼저 생각하겠다고 말했던 양학선은 그러나 안전하고 쉬운 기술로 금메달을 따내는 것은 성에 차지 않았던 듯 제2의 신기술인 '양학선2'를 꺼내들었다.

'양학선2'는 지난 4월 코리아컵 대회에서 양학선이 처음으로 선보인 신기술로, 양학선 자신이 성공률이 아직 50%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던 기술이었다.

그럼에도, 양학선은 '무대 체질'인 자신을 믿었다. 도마를 짚고 힘차게 뛰어오른 양학선은 거의 완벽한 착지를 선보였다.

전율이 감도는 순간이었다. 경기장 안은 관중의 환호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그러나 전광판에 찍힌 점수는 15.400점에 불과했다. '양학선2'를 구사하지 못하고 난도 6.0의 '로페즈' 기술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기대치보다 훨씬 낮은 점수에 양학선은 물론 관중도 할 말을 잊었다.

비록 그의 자신감과는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아 도마 2연패의 꿈은 날아갔지만 금메달을 앞두고 아무나 그런 과감한 선택을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양학선은 위기에서 더 과감해지는 승부사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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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학선, 2연패 실패했지만 ‘진정한 승부사’
    • 입력 2014-09-25 22:44:58
    • 수정2014-09-25 22:49:17
    연합뉴스
비록 아시안게임 2연패 도전은 물거품이 됐지만 양학선(22·한국체대)은 진정한 승부사였다. 25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펼쳐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 도마 결선은 경기 1시간 전에 기술을 신청해야 한다. '도마의 신' 양학선(22·한국체대)은 1차 시기에서 '양학선', 2차 시기에서 '양학선2'를 신청했다. 양학선과 마찬가지로 세계 최고 난도인 6.4 기술을 두 개씩 보유한 북한의 체조 영웅 리세광(29)을 제치려면 낮은 난도의 기술로는 경쟁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변수는 양학선과 리세광의 순서였다. 이날 도마 결선에 출전한 8명의 선수 가운데 리세광은 3번째, 양학선은 5번째 순서를 배정받았다. 리세광의 점수를 확인한 뒤에 전략을 구성할 수 있는 유리한 순서 배정이었다. 도마 결선 기술 신청은 경기 1시간 전에 해야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기술로 바꾸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드디어 도마 결선이 시작됐고,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리세광은 1차 시도에서 최고 난도인 6.4의 '드라굴레스쿠 파이크'를 시도했다가 착지 과정에서 얼굴을 매트에 박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2차 시도에서 난도 6.4의 '리세광'을 깔끔하게 마무리했지만 1차 시도의 실수가 치명적이었다. 리세광의 1, 2차 시도 평균 점수는 예선보다 14.799점에 그쳤고, 자연스레 메달권에서 멀어졌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혔던 리세광을 이제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 양학선은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어졌다. 양학선 역시 도마 결선을 앞두고 신기술인 '양학선2'와 관련해 "굳이 했다가 실수하면 결과가 안 좋을 수 있다"면서 "금메달을 먼저 생각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주영삼 남자 대표팀 감독은 리세광이 낮은 점수를 받을 경우 최고 난도인 6.4 대신 비교적 쉬운 6.0 기술을 사용하기로 양학선과 계획을 짜둔 상태였다. 그러나 양학선은 과감했다. 양학선은 1차 시도부터 최고 난도인 6.4의 '양학선'을 신청했다. 비록 실제로 선보인 기술은 난도 6.0의 '여2'였고, 착지가 불안해 15.000점을 받는데 그쳤지만 2차 시기에서만 안정적인 착지를 선보인다면 충분히 금메달을 노려볼 수 있었다. 이때 양학선의 승부사 기질이 발동했다. 금메달을 먼저 생각하겠다고 말했던 양학선은 그러나 안전하고 쉬운 기술로 금메달을 따내는 것은 성에 차지 않았던 듯 제2의 신기술인 '양학선2'를 꺼내들었다. '양학선2'는 지난 4월 코리아컵 대회에서 양학선이 처음으로 선보인 신기술로, 양학선 자신이 성공률이 아직 50%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던 기술이었다. 그럼에도, 양학선은 '무대 체질'인 자신을 믿었다. 도마를 짚고 힘차게 뛰어오른 양학선은 거의 완벽한 착지를 선보였다. 전율이 감도는 순간이었다. 경기장 안은 관중의 환호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그러나 전광판에 찍힌 점수는 15.400점에 불과했다. '양학선2'를 구사하지 못하고 난도 6.0의 '로페즈' 기술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기대치보다 훨씬 낮은 점수에 양학선은 물론 관중도 할 말을 잊었다. 비록 그의 자신감과는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아 도마 2연패의 꿈은 날아갔지만 금메달을 앞두고 아무나 그런 과감한 선택을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양학선은 위기에서 더 과감해지는 승부사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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