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K팝의 현지화, 남미의 ‘소녀 시대’

입력 2014.11.01 (08:37) 수정 2014.11.0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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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미 콜롬비아의 걸그룹이 K팝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데요.

남미에서는 K팝의 현지화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K팝을 듣고 즐기는 차원을 넘어서 현지 청소년들이 K팝 가수로 직접 나서는 건데요.

일부는 이미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K팝 그룹도 남미 각 나라마다 2~3개씩은 된다고 하는데, K팝이 아직은 소수의 음악이라 틈새시장을 노리겠다는 전략입니다.

남미의 소녀시대, 남미의 빅뱅을 꿈꾸며 K팝의 현지화를 이끌고 있는 콜롬비아와 브라질의 K팝 그룹들을 박영관 특파원이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스페인어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소녀들, 처음 듣는 노래지만, 리듬과 춤은 K팝처럼 우리에게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올해 초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이 6명의 콜롬비아 소녀들은 남미 최초의 걸그룹, '워리어 앤젤스'입니다.

든든한 맏언니 티엘, 말괄량이 하이엘, 미소천사 키엘, 만능 래퍼 아리, 감성소녀 엘라, 귀염둥이 막내 나나엘.

이 소녀들은 지금 남미의 '소녀시대'를 꿈꾸고 있습니다.

부잣집 외동딸인 티엘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재원입니다.

스페인어와 영어, 불어, 중국어 등 4개국어를 구사하고 발레와 농구도 수준급입니다.

하지만 5년 전 처음 접한 K팝이 그녀의 인생을 바꿨습니다.

<인터뷰> 티엘(워리어앤젤스 리더) : "모든 게 다 인터넷으로 시작됐어요. 처음 K팝 가수들을 봤을 때 성실함이 너무 좋았 어요. 안무와 노래하는 방식, 춤추는 방식 과 연기까지요."

K팝 팬에서 직접 가수로 변신한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루 12시간씩 훈련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늘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인터뷰> 하이엘(워리어앤젤스 멤버) : "너무 힘들고 너무 아파요. 하지만 이렇게 노력해야 모든 걸 잘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은 처음 팬미팅을 갖는 날, 소녀들은 긴장과 기대로 설레는 표정입니다.

워리어앤젤스의 노래와 춤은 모두 한국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남미에는 이렇게 함께 노래하는 여성 그룹도, 함께 춤추는 안무도 그동안 볼 수 없던 모습입니다.

<인터뷰> 실바(팬) : "콜롬비아를 생각해보세요. 이런 컨셉은 없어요. 새로운 방식으로 많은 사람들을 자극할 것 같아요."

지난 8월 데뷔 이후 평범하던 소녀들의 삶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워리어앤젤스는 요즘 방송출연과 공연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미 음악시장에서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낯선, 호기심의 대상입니다.

<인터뷰> 안토니오 갈린도(프로듀서) : "콜롬비아에서는 한류열풍을 포함한 한국 문화 덕분에 K팝이 알려져 있긴 하지만, 워리어앤젤스가 K팝을 가지고 활동한다는 것은 아주 큰 도전입니다."

한국음식을 좋아하고 K팝을 사랑하는 소녀들, 때론 너무 힘들지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도전은 행복합니다.

<인터뷰> 나나엘(워리어앤젤스 멤버) : "우리가 겪는 모든 상황이 헛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함께 있다는 것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죠."

<인터뷰> 엘라(워리어앤젤스 멤버) : "사실 우리는 어떤 꼭 필요한 과정을 겪고 있어요. 하루하루 우리는 무언가를 더 이룰 수 있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브라질 남성그룹 '챔스'는 워리어앤젤스보다 두 달 빠른, 지난 6월에 데뷔했습니다.

이들에겐 벌써 한국의 K팝 그룹처럼 열광적인 팬들이 생겼습니다.

<인터뷰> 켄지(챔스 멤버) : "누구든지 무대 위에서 박수와 환호성을 받는다면 스타가 됐다고 느낄 겁니다. 우리가 매일 노력하고 연습하는 걸 무대 위에서 박수를 받으며 보상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K팝의 영향을 받은 챔스의 노래는 우리에겐 익숙한 리듬, 눈에 익은 춤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활동하고 있는 이곳 브라질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입니다.

삼바의 나라 브라질에서 다른 가수들이 추는 춤과 K팝의 영향을 받은 챔스의 춤은 많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브라질 춤은 온몸을 이용해 자유롭게 추는데 비해 K팝은 미리 짜여진 절제된 동작을 춤으로 표현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나탈리아(챔스 팬) :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는 평범한 편은 아니에요. 우리는 일반적인 친구들과는 다른 리듬(K팝)을 즐기는 겁니다."

남미 음악시장에서 K팝은 아직 소수가 즐기는 문화입니다.

이 때문에 K팝을 바탕으로 결성된 남미 현지 그룹들도 아직은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정신('챔스' 기획사 대표) : "10대 소녀들, 중산층 자녀들, 이 부분 안에서 인정받게 되더라도 제가 보기엔 워낙 시장이 크니까 성공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미 각국에선 현재 최소 2~3개의 K팝 그룹이 데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더 많은 젊은이들이 K팝을 통해 스타의 길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들의 열정과 도전 속에 남미의 K팝은 '현지화'라는 새로운 시험 무대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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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eye] K팝의 현지화, 남미의 ‘소녀 시대’
    • 입력 2014-11-01 08:43:07
    • 수정2014-11-01 09:20:34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남미 콜롬비아의 걸그룹이 K팝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데요.

남미에서는 K팝의 현지화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K팝을 듣고 즐기는 차원을 넘어서 현지 청소년들이 K팝 가수로 직접 나서는 건데요.

일부는 이미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K팝 그룹도 남미 각 나라마다 2~3개씩은 된다고 하는데, K팝이 아직은 소수의 음악이라 틈새시장을 노리겠다는 전략입니다.

남미의 소녀시대, 남미의 빅뱅을 꿈꾸며 K팝의 현지화를 이끌고 있는 콜롬비아와 브라질의 K팝 그룹들을 박영관 특파원이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스페인어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소녀들, 처음 듣는 노래지만, 리듬과 춤은 K팝처럼 우리에게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올해 초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이 6명의 콜롬비아 소녀들은 남미 최초의 걸그룹, '워리어 앤젤스'입니다.

든든한 맏언니 티엘, 말괄량이 하이엘, 미소천사 키엘, 만능 래퍼 아리, 감성소녀 엘라, 귀염둥이 막내 나나엘.

이 소녀들은 지금 남미의 '소녀시대'를 꿈꾸고 있습니다.

부잣집 외동딸인 티엘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재원입니다.

스페인어와 영어, 불어, 중국어 등 4개국어를 구사하고 발레와 농구도 수준급입니다.

하지만 5년 전 처음 접한 K팝이 그녀의 인생을 바꿨습니다.

<인터뷰> 티엘(워리어앤젤스 리더) : "모든 게 다 인터넷으로 시작됐어요. 처음 K팝 가수들을 봤을 때 성실함이 너무 좋았 어요. 안무와 노래하는 방식, 춤추는 방식 과 연기까지요."

K팝 팬에서 직접 가수로 변신한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루 12시간씩 훈련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늘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인터뷰> 하이엘(워리어앤젤스 멤버) : "너무 힘들고 너무 아파요. 하지만 이렇게 노력해야 모든 걸 잘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은 처음 팬미팅을 갖는 날, 소녀들은 긴장과 기대로 설레는 표정입니다.

워리어앤젤스의 노래와 춤은 모두 한국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남미에는 이렇게 함께 노래하는 여성 그룹도, 함께 춤추는 안무도 그동안 볼 수 없던 모습입니다.

<인터뷰> 실바(팬) : "콜롬비아를 생각해보세요. 이런 컨셉은 없어요. 새로운 방식으로 많은 사람들을 자극할 것 같아요."

지난 8월 데뷔 이후 평범하던 소녀들의 삶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워리어앤젤스는 요즘 방송출연과 공연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미 음악시장에서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낯선, 호기심의 대상입니다.

<인터뷰> 안토니오 갈린도(프로듀서) : "콜롬비아에서는 한류열풍을 포함한 한국 문화 덕분에 K팝이 알려져 있긴 하지만, 워리어앤젤스가 K팝을 가지고 활동한다는 것은 아주 큰 도전입니다."

한국음식을 좋아하고 K팝을 사랑하는 소녀들, 때론 너무 힘들지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도전은 행복합니다.

<인터뷰> 나나엘(워리어앤젤스 멤버) : "우리가 겪는 모든 상황이 헛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함께 있다는 것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죠."

<인터뷰> 엘라(워리어앤젤스 멤버) : "사실 우리는 어떤 꼭 필요한 과정을 겪고 있어요. 하루하루 우리는 무언가를 더 이룰 수 있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브라질 남성그룹 '챔스'는 워리어앤젤스보다 두 달 빠른, 지난 6월에 데뷔했습니다.

이들에겐 벌써 한국의 K팝 그룹처럼 열광적인 팬들이 생겼습니다.

<인터뷰> 켄지(챔스 멤버) : "누구든지 무대 위에서 박수와 환호성을 받는다면 스타가 됐다고 느낄 겁니다. 우리가 매일 노력하고 연습하는 걸 무대 위에서 박수를 받으며 보상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K팝의 영향을 받은 챔스의 노래는 우리에겐 익숙한 리듬, 눈에 익은 춤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활동하고 있는 이곳 브라질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입니다.

삼바의 나라 브라질에서 다른 가수들이 추는 춤과 K팝의 영향을 받은 챔스의 춤은 많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브라질 춤은 온몸을 이용해 자유롭게 추는데 비해 K팝은 미리 짜여진 절제된 동작을 춤으로 표현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나탈리아(챔스 팬) :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는 평범한 편은 아니에요. 우리는 일반적인 친구들과는 다른 리듬(K팝)을 즐기는 겁니다."

남미 음악시장에서 K팝은 아직 소수가 즐기는 문화입니다.

이 때문에 K팝을 바탕으로 결성된 남미 현지 그룹들도 아직은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정신('챔스' 기획사 대표) : "10대 소녀들, 중산층 자녀들, 이 부분 안에서 인정받게 되더라도 제가 보기엔 워낙 시장이 크니까 성공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미 각국에선 현재 최소 2~3개의 K팝 그룹이 데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더 많은 젊은이들이 K팝을 통해 스타의 길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들의 열정과 도전 속에 남미의 K팝은 '현지화'라는 새로운 시험 무대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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