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동남아 한국어 열풍, 교사 태부족

<앵커 멘트>

인도네시아 한 대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이 한창인데요.

케이팝이나 드라마 등 한류의 인기와 함께 시작된 한국어 학습 열기가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동남아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취업 등 실용적인 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는 겁니다.

인도네시아 같은 곳에선 한국어 교사가 턱없이 부족해 자체 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한국어 학과를 국립 교원대학교에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태국에서는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한 고등학교가 80개나 된다고 하는데요.

동남아시아의 한국어 열풍 고영태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대형 쇼핑몰, 한국의 유명 아이돌 공연을 따라하는 커버댄스 대회가 한창입니다.

몸짓 하나 하나 그리고 표정까지 그대로 판박입니다.

대회 우승 상금은 150만 루피아, 우리 돈 15만원 정도지만 예선을 거쳐야 자격이 주어질 정도로 경쟁이 치열합니다.

<인터뷰> 커버댄스 참가팀 : "kpop은 음악도 좋고 노래도 좋습니다. 공연할 때마다 무대 의상 안무를 최선으로 준비합니다."

뜨거운 케이팝 열기는 한국어 배우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최고 명문대학인 인도네시아 국립대학, 이 대학의 한국학과 입학 경쟁률은 30 대 1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몰리다 보니 3학년 수업은 한국어 토론이 가능할 정도로 수준이 높습니다.

오늘의 수업 주제는 상대방 설득하기, '심청전'과 '지하철 1호선' 두 공연 가운데 어느 것을 보러 갈지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과젭니다.

<녹취> 라이브밴드를 볼 수 있어 저희는 이공연을 추천합니다." "한국 옛날 문화를 배울 수 있어 우리팀은 이 공연을 추천합니다."

최근 신축한 도서관에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했습니다.

또 이달 초에는 한국어와 인도네시아어로 된 현대 문학을 출판해 한국어 보급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사에풀로(인도네시아 대학교 출판부장) : "한국어 책에 대한 요청이 많아 출판했고 30-60개 서점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대학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에서도 한국어는 인기 과목입니다.

이 공립 공등학교는 한국어를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해 일주일에 2시간을 가르칩니다.

<녹취> "이것은 한국어로 무엇입니까?"

<녹취> "이것은 스마트 폰입니다."

더 많은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지만 선생님이 모자라 수업 시간을 늘릴 수 없습니다.

<인터뷰> 데데(SMKN57 고등학교 교사) : "배우려는 학생들은 많고 한국어 선생님은 적기 때문에 더 많은 교사가 필요합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어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더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카르타 도심의 한국계 대형 쇼핑몰.

매장에 들여올 신상품을 선정하는 회의가 한창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공부한 데위씨는 의류와 가방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유창한 한국어 덕분에 본사와 의사 소통은 물론 한국 상품을 인도네시아에 소개하는 적임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데위(롯데 애비뉴 직원) : "앞으로 인도네시아 물건이나 문화를 가져가서 한국에 소개하고 무역같은 업무를 하고 싶습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대략 2000 여곳, 하지만 업무에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어를 잘 하는 현지 직원을 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 지식에 한국어 구사능력을 갖춘 현지 직원들은 2배에서 5배까지 월급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마르주키(롯데 에비뉴 이사) : "이 때문에(한국기업의 진출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어 가능 직원들의 수요가 더 맣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전체 인구의 5-10 %, 대략 천만명에서 2천만명 정도가 앞으로 한국어를 배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어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교사는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교육부는 내년에 국립교원대학에 한국어과를 신설해 자체 교사 양성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디디수키아디(반둥교원대학교 언어예술대학장) : "내년에 4~50 명의 학생들을 받아들일 예정입니다. 나중에 졸업을 하면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게 될 것입니다."

동남아 한류 중심지인 태국에서도 한국어는 인기가 높습니다.

태국 북동부 작은 도시의 한 중고등학교, 전체 학생 4천명 가운데 1/3 정도가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고등 학생들은 간단한 대화를 주고 받을 정도로 한국어 수준도 높습니다.

<인터뷰>"(선물씨 오늘 뭐할 거예요?) 친구를 만날거예요. 그리고 밥을 먹을 거예요."

현재 한국에서 파견된 교사는 2명 뿐, 이들로는 부족해서 학교가 자체적으로 한국어 교사를 채용했습니다.

또 한국어를 더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한국어 센터까지 갖췄습니다.

이같은 열정 덕분에 지난해 태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이 학교 학생이 1등을 차지했습니다.

<인터뷰> 핌파까(한국어말하기대회 1등 수상자) : "한국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태국에서 한국어 선생님이 되고싶어요"

현재 태국에서 한국어를 정규 과목으로 채택한 공립중고등학교는 80여 곳, 하지만 정식 교육을 받은 현지 한국어 교사는 30여 명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안타나(까라신고등학교) : "한국어 교사가 더 많이 있으면 좋겠구요 오래 머무르면서 가르쳤으면 합니다."

이처럼 한국어 수요가 계속 늘자 태국 교육부는 내년에 한국 교육부와 공동으로 한국어 교과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또 대학입시 외국어 과목으로 채택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동남아에서 한국어 배우기는 케이팝을 따라 부르고 한국 드라마를 보고 싶은 호기심에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와 경제적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취업과 성공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