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다가 ‘날벼락’…맨홀 추락사고 잇따라
입력 2014.11.28 (12:35)
수정 2014.11.2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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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보행자가 길을 가다 느닷없이 맨홀 아래로 추락해 다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심한 경우 보행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한 안전관리는 허술하기만 합니다.
이승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25일 밤.
부산시 강서구의 한 도로변.
길을 걷던 60대 남성 하모 씨가 갑자기 맨홀 안으로 빠졌습니다.
<녹취> 하00(맨홀 추락 부상자) : "푹 내려가 버리는데, 내려가는 그 순간에 이러다가 죽는구나 딱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행히 하 씨는 가지고 있던 휴대전화를 힘겹게 찾아,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녹취> 하00(맨홀 추락 부상자) : "도저히 (혼자) 올라올 방법은 없고, 양쪽 다리가 (다치고) 손에 힘이 없어요. 119에 전화할 생각이 나더라고요."
하 씨는 어쩌다 이 맨홀 안에 빠지게 된 걸까?
하 씨가 빠진 맨홀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인도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런데.
<녹취> 하00(맨홀 추락 피해자) : "합판 조각이라 빠질 때 바로 (부러지면서) 빠삭하더라고요. 둥그런 구멍에다 합판 갖다 얹어놓는 그런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도대체 이해하기 힘듭니다."
철제 뚜껑 대신, 누군가 나무 합판을 덮어놨다는 얘기.
얇은 합판이 하 씨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정효진(소방교/부산 강서소방서) : "(인명구조 후) 주변에 (맨홀) 뚜껑하고 찾아봤는데, 뚜껑은 안 보였고요, 오래된 나무 판자만 두 조각 정도 보였거든요. 나무가 많이 삭아 있더라고요."
이런 어이없는 사고는 도심 한복판에서도 일어납니다.
지난 5일 경기도 수원.
왕복 10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던 40대 여성이 갑자기 도로 아래로 사라졌습니다.
횡단보도 한 가운데 뻥 뚫린 맨홀 속으로 그만 추락하고 만 겁니다.
<인터뷰> 사고 목격자 : “사람 머리가 저쪽으로 빠지고 있는 거예요. 맨홀 뚜껑 세 개가 있어야 하는데 가운데는 아예 없었어요.”
맨홀의 깊이는 무려 4에서 5미터 정도.
피해 여성은 인근에 있던 중장비로 긴급히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녹취> 출동 소방대원(음성변조) : "(구조 당시)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외상 때문에 못 움직이게 했는데요, 경추를 보호하고 들것으로 인양해가지고 구급대에 인계했습니다. 의식은 있었고요."
사고 맨홀은 지하에 매설된 통신선 등을 관리하기 위해 설치한 통로였습니다.
지난 달 말 공사업체가 하나의 맨홀 뚜껑을 3개로 분리해 재설치 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맨홀 안으로 떨어져 보행자 추락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수원시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한테 알려주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렇지 않고, 진행되는 경우도 많이 있거든요. (맨홀 뚜껑 분리) 그 건에 대해서는 점검한 적은 없습니다.”
정화조 추락 사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경기도 시흥에서는 퇴근 중이던 50대 남성이 공사중인 건물 주차장에 설치된 정화조에 빠졌다 극적으로 구조됐고,
<녹취> 마모 씨(정화조 추락사고 피해자) : "소리를 질렀죠. 살려달라고요. 수영을 하고, 옆에 벽에 구멍이 나있는 그곳에 손가락 넣어서 지탱도 해보고, 살겠다고 몸부림을 얼마나 쳤던지 아직도 생각하기도 싫네요. 제가 만약 체력이 없었더라면 그대로 익사(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8일에는 서울 성동구에서, 산책을 나갔던 40대 여성이, 역시 깊이가 4미터에 이르는 정화조에 빠지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습니다.
정화조 뚜껑이 아귀가 맞지 않은채 놓여 있다, 보행자와 함께 추락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이00(정화조 추락 피해자/음성변조) : "그것이 (정화조) 뚜껑이라고 생각도 안 했고, 그냥 밟았는데, 밑으로 쑥 떨어지는 거예요. 사람들이 늘 다니는 길이고, 아이들이 많이 가다가 빠졌다 (하면) 그냥 죽는 거예요."
이렇게 맨홀 추락 사고는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안전대책은 허술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이수곤(서울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 "(특히) 개인 맨홀, 정화조 이런 것들은 거의 방치되고 있다고 봐야죠. (관리를) 개인이 하니까요. 관은 허가해 줄때만 허가해 주지 나중에 유지 관리 책임이 없거든요. 두 번, 세 번 중복해서 확인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봐요.
보행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맨홀 사고.
실태 점검과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KBS 뉴스 이승훈입니다.
보행자가 길을 가다 느닷없이 맨홀 아래로 추락해 다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심한 경우 보행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한 안전관리는 허술하기만 합니다.
이승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25일 밤.
부산시 강서구의 한 도로변.
길을 걷던 60대 남성 하모 씨가 갑자기 맨홀 안으로 빠졌습니다.
<녹취> 하00(맨홀 추락 부상자) : "푹 내려가 버리는데, 내려가는 그 순간에 이러다가 죽는구나 딱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행히 하 씨는 가지고 있던 휴대전화를 힘겹게 찾아,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녹취> 하00(맨홀 추락 부상자) : "도저히 (혼자) 올라올 방법은 없고, 양쪽 다리가 (다치고) 손에 힘이 없어요. 119에 전화할 생각이 나더라고요."
하 씨는 어쩌다 이 맨홀 안에 빠지게 된 걸까?
하 씨가 빠진 맨홀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인도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런데.
<녹취> 하00(맨홀 추락 피해자) : "합판 조각이라 빠질 때 바로 (부러지면서) 빠삭하더라고요. 둥그런 구멍에다 합판 갖다 얹어놓는 그런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도대체 이해하기 힘듭니다."
철제 뚜껑 대신, 누군가 나무 합판을 덮어놨다는 얘기.
얇은 합판이 하 씨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정효진(소방교/부산 강서소방서) : "(인명구조 후) 주변에 (맨홀) 뚜껑하고 찾아봤는데, 뚜껑은 안 보였고요, 오래된 나무 판자만 두 조각 정도 보였거든요. 나무가 많이 삭아 있더라고요."
이런 어이없는 사고는 도심 한복판에서도 일어납니다.
지난 5일 경기도 수원.
왕복 10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던 40대 여성이 갑자기 도로 아래로 사라졌습니다.
횡단보도 한 가운데 뻥 뚫린 맨홀 속으로 그만 추락하고 만 겁니다.
<인터뷰> 사고 목격자 : “사람 머리가 저쪽으로 빠지고 있는 거예요. 맨홀 뚜껑 세 개가 있어야 하는데 가운데는 아예 없었어요.”
맨홀의 깊이는 무려 4에서 5미터 정도.
피해 여성은 인근에 있던 중장비로 긴급히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녹취> 출동 소방대원(음성변조) : "(구조 당시)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외상 때문에 못 움직이게 했는데요, 경추를 보호하고 들것으로 인양해가지고 구급대에 인계했습니다. 의식은 있었고요."
사고 맨홀은 지하에 매설된 통신선 등을 관리하기 위해 설치한 통로였습니다.
지난 달 말 공사업체가 하나의 맨홀 뚜껑을 3개로 분리해 재설치 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맨홀 안으로 떨어져 보행자 추락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수원시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한테 알려주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렇지 않고, 진행되는 경우도 많이 있거든요. (맨홀 뚜껑 분리) 그 건에 대해서는 점검한 적은 없습니다.”
정화조 추락 사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경기도 시흥에서는 퇴근 중이던 50대 남성이 공사중인 건물 주차장에 설치된 정화조에 빠졌다 극적으로 구조됐고,
<녹취> 마모 씨(정화조 추락사고 피해자) : "소리를 질렀죠. 살려달라고요. 수영을 하고, 옆에 벽에 구멍이 나있는 그곳에 손가락 넣어서 지탱도 해보고, 살겠다고 몸부림을 얼마나 쳤던지 아직도 생각하기도 싫네요. 제가 만약 체력이 없었더라면 그대로 익사(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8일에는 서울 성동구에서, 산책을 나갔던 40대 여성이, 역시 깊이가 4미터에 이르는 정화조에 빠지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습니다.
정화조 뚜껑이 아귀가 맞지 않은채 놓여 있다, 보행자와 함께 추락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이00(정화조 추락 피해자/음성변조) : "그것이 (정화조) 뚜껑이라고 생각도 안 했고, 그냥 밟았는데, 밑으로 쑥 떨어지는 거예요. 사람들이 늘 다니는 길이고, 아이들이 많이 가다가 빠졌다 (하면) 그냥 죽는 거예요."
이렇게 맨홀 추락 사고는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안전대책은 허술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이수곤(서울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 "(특히) 개인 맨홀, 정화조 이런 것들은 거의 방치되고 있다고 봐야죠. (관리를) 개인이 하니까요. 관은 허가해 줄때만 허가해 주지 나중에 유지 관리 책임이 없거든요. 두 번, 세 번 중복해서 확인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봐요.
보행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맨홀 사고.
실태 점검과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KBS 뉴스 이승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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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4-11-28 12:41:05
- 수정2014-11-28 13:03:58
<앵커 멘트>
보행자가 길을 가다 느닷없이 맨홀 아래로 추락해 다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심한 경우 보행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한 안전관리는 허술하기만 합니다.
이승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25일 밤.
부산시 강서구의 한 도로변.
길을 걷던 60대 남성 하모 씨가 갑자기 맨홀 안으로 빠졌습니다.
<녹취> 하00(맨홀 추락 부상자) : "푹 내려가 버리는데, 내려가는 그 순간에 이러다가 죽는구나 딱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행히 하 씨는 가지고 있던 휴대전화를 힘겹게 찾아,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녹취> 하00(맨홀 추락 부상자) : "도저히 (혼자) 올라올 방법은 없고, 양쪽 다리가 (다치고) 손에 힘이 없어요. 119에 전화할 생각이 나더라고요."
하 씨는 어쩌다 이 맨홀 안에 빠지게 된 걸까?
하 씨가 빠진 맨홀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인도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런데.
<녹취> 하00(맨홀 추락 피해자) : "합판 조각이라 빠질 때 바로 (부러지면서) 빠삭하더라고요. 둥그런 구멍에다 합판 갖다 얹어놓는 그런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도대체 이해하기 힘듭니다."
철제 뚜껑 대신, 누군가 나무 합판을 덮어놨다는 얘기.
얇은 합판이 하 씨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정효진(소방교/부산 강서소방서) : "(인명구조 후) 주변에 (맨홀) 뚜껑하고 찾아봤는데, 뚜껑은 안 보였고요, 오래된 나무 판자만 두 조각 정도 보였거든요. 나무가 많이 삭아 있더라고요."
이런 어이없는 사고는 도심 한복판에서도 일어납니다.
지난 5일 경기도 수원.
왕복 10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던 40대 여성이 갑자기 도로 아래로 사라졌습니다.
횡단보도 한 가운데 뻥 뚫린 맨홀 속으로 그만 추락하고 만 겁니다.
<인터뷰> 사고 목격자 : “사람 머리가 저쪽으로 빠지고 있는 거예요. 맨홀 뚜껑 세 개가 있어야 하는데 가운데는 아예 없었어요.”
맨홀의 깊이는 무려 4에서 5미터 정도.
피해 여성은 인근에 있던 중장비로 긴급히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녹취> 출동 소방대원(음성변조) : "(구조 당시)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외상 때문에 못 움직이게 했는데요, 경추를 보호하고 들것으로 인양해가지고 구급대에 인계했습니다. 의식은 있었고요."
사고 맨홀은 지하에 매설된 통신선 등을 관리하기 위해 설치한 통로였습니다.
지난 달 말 공사업체가 하나의 맨홀 뚜껑을 3개로 분리해 재설치 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맨홀 안으로 떨어져 보행자 추락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수원시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한테 알려주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렇지 않고, 진행되는 경우도 많이 있거든요. (맨홀 뚜껑 분리) 그 건에 대해서는 점검한 적은 없습니다.”
정화조 추락 사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경기도 시흥에서는 퇴근 중이던 50대 남성이 공사중인 건물 주차장에 설치된 정화조에 빠졌다 극적으로 구조됐고,
<녹취> 마모 씨(정화조 추락사고 피해자) : "소리를 질렀죠. 살려달라고요. 수영을 하고, 옆에 벽에 구멍이 나있는 그곳에 손가락 넣어서 지탱도 해보고, 살겠다고 몸부림을 얼마나 쳤던지 아직도 생각하기도 싫네요. 제가 만약 체력이 없었더라면 그대로 익사(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8일에는 서울 성동구에서, 산책을 나갔던 40대 여성이, 역시 깊이가 4미터에 이르는 정화조에 빠지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습니다.
정화조 뚜껑이 아귀가 맞지 않은채 놓여 있다, 보행자와 함께 추락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이00(정화조 추락 피해자/음성변조) : "그것이 (정화조) 뚜껑이라고 생각도 안 했고, 그냥 밟았는데, 밑으로 쑥 떨어지는 거예요. 사람들이 늘 다니는 길이고, 아이들이 많이 가다가 빠졌다 (하면) 그냥 죽는 거예요."
이렇게 맨홀 추락 사고는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안전대책은 허술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이수곤(서울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 "(특히) 개인 맨홀, 정화조 이런 것들은 거의 방치되고 있다고 봐야죠. (관리를) 개인이 하니까요. 관은 허가해 줄때만 허가해 주지 나중에 유지 관리 책임이 없거든요. 두 번, 세 번 중복해서 확인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봐요.
보행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맨홀 사고.
실태 점검과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KBS 뉴스 이승훈입니다.
보행자가 길을 가다 느닷없이 맨홀 아래로 추락해 다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심한 경우 보행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한 안전관리는 허술하기만 합니다.
이승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25일 밤.
부산시 강서구의 한 도로변.
길을 걷던 60대 남성 하모 씨가 갑자기 맨홀 안으로 빠졌습니다.
<녹취> 하00(맨홀 추락 부상자) : "푹 내려가 버리는데, 내려가는 그 순간에 이러다가 죽는구나 딱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행히 하 씨는 가지고 있던 휴대전화를 힘겹게 찾아,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녹취> 하00(맨홀 추락 부상자) : "도저히 (혼자) 올라올 방법은 없고, 양쪽 다리가 (다치고) 손에 힘이 없어요. 119에 전화할 생각이 나더라고요."
하 씨는 어쩌다 이 맨홀 안에 빠지게 된 걸까?
하 씨가 빠진 맨홀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인도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런데.
<녹취> 하00(맨홀 추락 피해자) : "합판 조각이라 빠질 때 바로 (부러지면서) 빠삭하더라고요. 둥그런 구멍에다 합판 갖다 얹어놓는 그런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도대체 이해하기 힘듭니다."
철제 뚜껑 대신, 누군가 나무 합판을 덮어놨다는 얘기.
얇은 합판이 하 씨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정효진(소방교/부산 강서소방서) : "(인명구조 후) 주변에 (맨홀) 뚜껑하고 찾아봤는데, 뚜껑은 안 보였고요, 오래된 나무 판자만 두 조각 정도 보였거든요. 나무가 많이 삭아 있더라고요."
이런 어이없는 사고는 도심 한복판에서도 일어납니다.
지난 5일 경기도 수원.
왕복 10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던 40대 여성이 갑자기 도로 아래로 사라졌습니다.
횡단보도 한 가운데 뻥 뚫린 맨홀 속으로 그만 추락하고 만 겁니다.
<인터뷰> 사고 목격자 : “사람 머리가 저쪽으로 빠지고 있는 거예요. 맨홀 뚜껑 세 개가 있어야 하는데 가운데는 아예 없었어요.”
맨홀의 깊이는 무려 4에서 5미터 정도.
피해 여성은 인근에 있던 중장비로 긴급히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녹취> 출동 소방대원(음성변조) : "(구조 당시)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외상 때문에 못 움직이게 했는데요, 경추를 보호하고 들것으로 인양해가지고 구급대에 인계했습니다. 의식은 있었고요."
사고 맨홀은 지하에 매설된 통신선 등을 관리하기 위해 설치한 통로였습니다.
지난 달 말 공사업체가 하나의 맨홀 뚜껑을 3개로 분리해 재설치 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맨홀 안으로 떨어져 보행자 추락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수원시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한테 알려주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렇지 않고, 진행되는 경우도 많이 있거든요. (맨홀 뚜껑 분리) 그 건에 대해서는 점검한 적은 없습니다.”
정화조 추락 사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경기도 시흥에서는 퇴근 중이던 50대 남성이 공사중인 건물 주차장에 설치된 정화조에 빠졌다 극적으로 구조됐고,
<녹취> 마모 씨(정화조 추락사고 피해자) : "소리를 질렀죠. 살려달라고요. 수영을 하고, 옆에 벽에 구멍이 나있는 그곳에 손가락 넣어서 지탱도 해보고, 살겠다고 몸부림을 얼마나 쳤던지 아직도 생각하기도 싫네요. 제가 만약 체력이 없었더라면 그대로 익사(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8일에는 서울 성동구에서, 산책을 나갔던 40대 여성이, 역시 깊이가 4미터에 이르는 정화조에 빠지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습니다.
정화조 뚜껑이 아귀가 맞지 않은채 놓여 있다, 보행자와 함께 추락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이00(정화조 추락 피해자/음성변조) : "그것이 (정화조) 뚜껑이라고 생각도 안 했고, 그냥 밟았는데, 밑으로 쑥 떨어지는 거예요. 사람들이 늘 다니는 길이고, 아이들이 많이 가다가 빠졌다 (하면) 그냥 죽는 거예요."
이렇게 맨홀 추락 사고는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안전대책은 허술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이수곤(서울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 "(특히) 개인 맨홀, 정화조 이런 것들은 거의 방치되고 있다고 봐야죠. (관리를) 개인이 하니까요. 관은 허가해 줄때만 허가해 주지 나중에 유지 관리 책임이 없거든요. 두 번, 세 번 중복해서 확인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봐요.
보행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맨홀 사고.
실태 점검과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KBS 뉴스 이승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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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hun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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