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지자체 파산 이끄는 ‘폭주기관차’ 도시철도

입력 2014.12.01 (21:23) 수정 2014.12.0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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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빠르고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도시철도는 그래서 '시민의 발'로 불리는데요.

70~80년대는 주로 땅속을 다니는 지하철이 건설됐지만 최근엔 고가 다리를 오가는 '경전철'이 인기입니다.

건설 비용이 지하철의 절반 수준이고 최대 운송 인원이 시간당 2만 명으로 버스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이 때문에 1호선을 지하철로 건설한 대전광역시와 광주광역시 등 자치단체 10여 곳이 앞다퉈 경전철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랜 논란 끝에 2호선 건설 계획을 확정하고 이미 국비까지 집행한 대전과 광주가 요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 도시 철도 건설싸고 곳곳 갈등▼

<리포트>

고가 자기부상 열차입니다.

2년 전 대전시는 1조 4천억 원을 들여 이 기종으로 2호선을 건설하기로 하고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선거에서 건설비가 절반 수준에, 접근성도 좋다며 노면 트램을 공약한 시장이 당선되면서 기종 재선정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시의회와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아예 2호선 건설을 미루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정현(대전시의회 의원) : "도시철도 2호선을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지금 대전의 대중교통이 마비되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천천히 고민해도 되지 않을까."

광주도 올해 초, 1조 9천억 원이 드는 지하 저심도 경전철 방식의 2호선 건설을 확정했었습니다.

하지만 민선 6기 들어 재정난을 이유로 재검토 카드를 꺼냈다가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자 5개월여 만인 오늘 또다시 원안대로 건설을 확정하는 등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윤장현(광주시장) : "다수 시민들의 뜻을 따라서 도시철도 2호선을 최대한 계획대로 건설하겠습니다."

노면 트램을 추진해 온 창원시는 8천억 원에 이르는 건설비와 한 해 3백억 원이 넘는 운영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지난 10월, 도시철도 건설을 아예 포기했습니다.

▼ 엉터리 수요 예측…지자체 재정난 가중▼

<기자 멘트>

왜 이런 논란이 반복될까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데 반해 수요가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국책연구기관의 수요 예측 결과는 번번이 빗나갔는데요.

대전은 1호선 때 32만 명을 예측했다가 9만 명에 그쳤고 광주나 대구도 차이가 컸습니다.

그러다 보니 건설비 외에도 한 해 수백억 원의 운영 적자가 나 자치단체 예산으로 메꾸고 있습니다.

여기에 광주시는 2호선이 생기면 연간 적자가 750억 원까지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부실한 수요 예측은 정부의 교통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해 교통 수요 분석을 위한 자료를 해당 자치단체가 제공하는 교통량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자치단체의 의도에 따라 예측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대구광역시는 3호선의 예측 수요를 부풀려 차량 구매를 추진했다가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처분을 받기도 했습니다.

잘못된 수요 예측에서 시작한 도시철도 사업은 재정 악화로 이어져 시민을 분노케하고 있습니다.

이재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재정 악화…소송까지▼

<리포트>

7천억 원을 들여 지난해 4월 개통한 용인 경전철입니다.

하루 승객 16만 명이라는 예측에 따라 건설됐지만 실제 이용객은 하루 2만 명에 그쳤고 지난해 적자가 3백억 원을 넘었습니다.

<녹취> 용인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거기에 대해서 우리가 이득을 남기려고 한 것은 아니고.. 교통 복지로 하는 거니까.."

보다 못한 시민단체가 지난해 용인시장에게 전임 시장과 관련자를 상대로 1조 원대 손해배상 청구를 하라며 주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경전철을 추진한 의정부나 김해도 비슷한 상황.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는 건 자치단체들이 도시철도 사업을 대부분 단체장의 선심성 공약이나 자치단체 간 경쟁 구도 속에 추진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도명식(한밭대 교수) : "유지관리비나 보수비, 이런 쪽도 충분히 고려해서 타당한 대중교통 체계로 도입돼야 하는데 정치적인 의사결정, 판단에 의해 도입되는 게 우려스럽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타당성 평가에서 다른 도시 사례와 앞으로 운영 적자에 대한 재원 조달 방안까지 제출하게 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도 필요합니다.

KBS 뉴스 이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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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지자체 파산 이끄는 ‘폭주기관차’ 도시철도
    • 입력 2014-12-01 21:24:13
    • 수정2014-12-01 21:37:38
    뉴스 9
<기자 멘트>

빠르고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도시철도는 그래서 '시민의 발'로 불리는데요.

70~80년대는 주로 땅속을 다니는 지하철이 건설됐지만 최근엔 고가 다리를 오가는 '경전철'이 인기입니다.

건설 비용이 지하철의 절반 수준이고 최대 운송 인원이 시간당 2만 명으로 버스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이 때문에 1호선을 지하철로 건설한 대전광역시와 광주광역시 등 자치단체 10여 곳이 앞다퉈 경전철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랜 논란 끝에 2호선 건설 계획을 확정하고 이미 국비까지 집행한 대전과 광주가 요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 도시 철도 건설싸고 곳곳 갈등▼

<리포트>

고가 자기부상 열차입니다.

2년 전 대전시는 1조 4천억 원을 들여 이 기종으로 2호선을 건설하기로 하고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선거에서 건설비가 절반 수준에, 접근성도 좋다며 노면 트램을 공약한 시장이 당선되면서 기종 재선정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시의회와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아예 2호선 건설을 미루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정현(대전시의회 의원) : "도시철도 2호선을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지금 대전의 대중교통이 마비되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천천히 고민해도 되지 않을까."

광주도 올해 초, 1조 9천억 원이 드는 지하 저심도 경전철 방식의 2호선 건설을 확정했었습니다.

하지만 민선 6기 들어 재정난을 이유로 재검토 카드를 꺼냈다가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자 5개월여 만인 오늘 또다시 원안대로 건설을 확정하는 등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윤장현(광주시장) : "다수 시민들의 뜻을 따라서 도시철도 2호선을 최대한 계획대로 건설하겠습니다."

노면 트램을 추진해 온 창원시는 8천억 원에 이르는 건설비와 한 해 3백억 원이 넘는 운영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지난 10월, 도시철도 건설을 아예 포기했습니다.

▼ 엉터리 수요 예측…지자체 재정난 가중▼

<기자 멘트>

왜 이런 논란이 반복될까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데 반해 수요가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국책연구기관의 수요 예측 결과는 번번이 빗나갔는데요.

대전은 1호선 때 32만 명을 예측했다가 9만 명에 그쳤고 광주나 대구도 차이가 컸습니다.

그러다 보니 건설비 외에도 한 해 수백억 원의 운영 적자가 나 자치단체 예산으로 메꾸고 있습니다.

여기에 광주시는 2호선이 생기면 연간 적자가 750억 원까지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부실한 수요 예측은 정부의 교통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해 교통 수요 분석을 위한 자료를 해당 자치단체가 제공하는 교통량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자치단체의 의도에 따라 예측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대구광역시는 3호선의 예측 수요를 부풀려 차량 구매를 추진했다가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처분을 받기도 했습니다.

잘못된 수요 예측에서 시작한 도시철도 사업은 재정 악화로 이어져 시민을 분노케하고 있습니다.

이재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재정 악화…소송까지▼

<리포트>

7천억 원을 들여 지난해 4월 개통한 용인 경전철입니다.

하루 승객 16만 명이라는 예측에 따라 건설됐지만 실제 이용객은 하루 2만 명에 그쳤고 지난해 적자가 3백억 원을 넘었습니다.

<녹취> 용인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거기에 대해서 우리가 이득을 남기려고 한 것은 아니고.. 교통 복지로 하는 거니까.."

보다 못한 시민단체가 지난해 용인시장에게 전임 시장과 관련자를 상대로 1조 원대 손해배상 청구를 하라며 주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경전철을 추진한 의정부나 김해도 비슷한 상황.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는 건 자치단체들이 도시철도 사업을 대부분 단체장의 선심성 공약이나 자치단체 간 경쟁 구도 속에 추진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도명식(한밭대 교수) : "유지관리비나 보수비, 이런 쪽도 충분히 고려해서 타당한 대중교통 체계로 도입돼야 하는데 정치적인 의사결정, 판단에 의해 도입되는 게 우려스럽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타당성 평가에서 다른 도시 사례와 앞으로 운영 적자에 대한 재원 조달 방안까지 제출하게 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도 필요합니다.

KBS 뉴스 이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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