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탱고의 나라, ‘반도네온’ 지켜라

입력 2015.01.17 (08:43) 수정 2015.01.1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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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춤이죠.

열정과 관능의 춤, 탱고인데요.

아르헨티나 하면 탱고가 빠질 수 없듯, 탱고에서 이게 빠지면 탱고가 될 수 없죠.

바로 반도네온이란 악깁니다.

100여 년 전 유럽을 떠난 이민자들이 아르헨티나로 들고 간 악기인데요.

원산지인 유럽에선 생산이 중단됐고 아르헨티나에선 반도네온을 만들 수 있는 장인이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 연주되는 반도네온은 모두 100년 넘은 골동품이죠.

그런데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관광객들이 반도네온을 쉽게 사갈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대로 가면 반도네온이 씨가 마를 수도 있는데요.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에 반도네온 지키기 비상이 걸렸습니다.

박영관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거리를 걷다보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깜비오', 환전이라는 말입니다.

<녹취> "환전? 환전?"

3, 4미터마다 만나게 되는 길거리 환전상들,

공식 환전소에서 페소-달러 환율은 100달러에 850페소 정도지만 블루달러, 이른바 암달러 시장에서는 100달러에 1,350페소를 바꿔줍니다.

<인터뷰> 펠리페(암달러 환전상) : "이 거리에 500명 정도 되는 환전상들이 있어요. 관광객 입장에서는 공정환율보다 훨씬 많이 받으니까 우리를 찾는 거죠."

페소화 가치 추락은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겐 큰 고통이지만, 외국인 관광객들로서는 싼 값에 관광과 쇼핑을 즐길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히카르도(브라질 관광객) : "페소가 약세이기 때문에 달러를 가지고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왔습니다. 이곳에서 는 달러 가치가 높기 때문에 모든 걸 싸게 살 수 있거든요."

관광객들이 구입하는 물건 중에는 탱고 반주에 사용되는 반도네온이라는 악기도 포함돼 있습니다.

싸고 맛있는 고기와 와인, 그리고 탱고는 아르헨티나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세가지입니다.

탱고는 1800년대 후반 부에노스 아이레스 지역에서 생겨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남녀가 안고 추는 정열적인 춤은 탱고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에리카(관광객) : "너무 환상적이에요. 관능적이고 아름답고 안 봤으면 후회할 뻔했어요."

탱고를 연주하는 악단 한 가운데를 차지한 악기가 바로 반도네온입니다.

1800년대 중반 독일에서 처음 만들어진 반도네온은 선원과 이민자들의 손에 들려 아르헨티나로 넘어와 20세기 초에 탱고를 만났습니다.

<인터뷰> 아벨(탱고박물관 연구관) : "1920년대에 처음으로 반도네온 연주가가 나왔고, 그 이후 탱고 오케스트라를 지휘 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이 시기부터 반도네온은 탱고와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거죠."

반도네온은 버튼이 71개나 되고 주름통을 수축할 때와 늘릴 때 소리가 달라지는 등 연주하기가 너무 어려워 악마의 악기라고 불립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사용이 점차 줄어들었지만, 아르헨티나에서는 그 독특한 음색으로 탱고의 주역이 됐습니다.

반도네온은 독일에서 만들어졌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세계 2차대전 이후 독일에서는 반도네온 제조공장이 모두 문을 닫았는데 정작 아르헨티나에서는 누구도 반도네온을 만들지 않았던 겁니다.

결국 반도네온은 적어도 70년, 많게는 100년이 훨씬 넘은 오래된 악기만 남게 된 겁니다.

가격도 평균 5백만 원이 넘습니다.

<인터뷰> 부르노(반도네온 연주가) : "이 반도네온은 150년 가까이 된 겁니다. 왜냐하면 반도네온이라는 악기가 더이상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죠."

아르헨티나에 있는 반도네온은 현재 약 4천 개 정도.

하지만 페소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외국인들이 골동품을 수집하듯 반도네온을 사가고 있어, 아르헨티나의 반도네온 수는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인터뷰> 크리스티안(탱고채널 대표) : "반도네온은 아르헨티나 국민 입장에서 보면 매우 귀한 재산입니다. 반도네온 소유자들이 악기를 파는 대신 보호하고 지켜나가면 좋겠어요."

반도네온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습니다.

이대로 유출이 계속될 경우 반도네온 연주의 맥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인터뷰> 오스카(반도네온하우스 대표) : "연주가가 반도네온을 사가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새로운 법안은 수집가나 판매상 이 반도네온을 유출하는 것을 막자는 것입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외곽의 한 주택가.

어렸을 때부터 반도네온을 직접 만들고 싶었다는 베지토 씨는 지난 2001년 정년 퇴직 후 아들과 함께 반도네온 제작에 나섰습니다.

독일에서 제작된 오래된 반도네온을 분해해 분석한 뒤 똑같이 만든 겁니다.

바이올린을 분해하면 부품이 16개 정도지만 반도네온은 부품이 4천 개나 되다보니, 쉽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인터뷰> 베지토(반도네온 제작자) : "최초로 반도네온을 만드는 데 거의 6년 반이 걸렸는데 음을 분석하는 게 힘들었 어요. 내장된 금속을 분석하고, 나무와 모든 부품들이 좋을 음을 얻는 데 중요한 요소거든요. "

5년 전부터는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작은 창고 안에서 두 부자가 만들 수 있는 반도네온은 1년에 서너 개에 불과합니다.

이 대학에서는 21세기 첨단기술을 이용해 값비싼 반도네온을 대중화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나무로 된 부품을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등 전체 부품 수를 1/4 이하로 줄일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제작비를 줄이고 값싼 반도네온을 보급해 어린 학생들도 반도네온을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파블로(라누스대 교수) : "현재 있는 반도네온은 시장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또 너무 비싸서 반도네온을 배우려는 학생들이 구입할 생각도 못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1940~50년대 황금시대를 맞았던 아르헨티나의 탱고는 1990년대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탱고의 짝 반도네온은 골동품 같은 오래된 악기만 남은데다, 그나마 해외 유출로 수가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반도네온의 유출을 막고 새로운 반도네온을 제작하는 일은 탱고의 황금기를 이어가기 위한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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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eye] 탱고의 나라, ‘반도네온’ 지켜라
    • 입력 2015-01-16 10:29:22
    • 수정2015-01-17 09:20:25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춤이죠.

열정과 관능의 춤, 탱고인데요.

아르헨티나 하면 탱고가 빠질 수 없듯, 탱고에서 이게 빠지면 탱고가 될 수 없죠.

바로 반도네온이란 악깁니다.

100여 년 전 유럽을 떠난 이민자들이 아르헨티나로 들고 간 악기인데요.

원산지인 유럽에선 생산이 중단됐고 아르헨티나에선 반도네온을 만들 수 있는 장인이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 연주되는 반도네온은 모두 100년 넘은 골동품이죠.

그런데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관광객들이 반도네온을 쉽게 사갈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대로 가면 반도네온이 씨가 마를 수도 있는데요.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에 반도네온 지키기 비상이 걸렸습니다.

박영관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거리를 걷다보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깜비오', 환전이라는 말입니다.

<녹취> "환전? 환전?"

3, 4미터마다 만나게 되는 길거리 환전상들,

공식 환전소에서 페소-달러 환율은 100달러에 850페소 정도지만 블루달러, 이른바 암달러 시장에서는 100달러에 1,350페소를 바꿔줍니다.

<인터뷰> 펠리페(암달러 환전상) : "이 거리에 500명 정도 되는 환전상들이 있어요. 관광객 입장에서는 공정환율보다 훨씬 많이 받으니까 우리를 찾는 거죠."

페소화 가치 추락은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겐 큰 고통이지만, 외국인 관광객들로서는 싼 값에 관광과 쇼핑을 즐길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히카르도(브라질 관광객) : "페소가 약세이기 때문에 달러를 가지고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왔습니다. 이곳에서 는 달러 가치가 높기 때문에 모든 걸 싸게 살 수 있거든요."

관광객들이 구입하는 물건 중에는 탱고 반주에 사용되는 반도네온이라는 악기도 포함돼 있습니다.

싸고 맛있는 고기와 와인, 그리고 탱고는 아르헨티나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세가지입니다.

탱고는 1800년대 후반 부에노스 아이레스 지역에서 생겨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남녀가 안고 추는 정열적인 춤은 탱고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에리카(관광객) : "너무 환상적이에요. 관능적이고 아름답고 안 봤으면 후회할 뻔했어요."

탱고를 연주하는 악단 한 가운데를 차지한 악기가 바로 반도네온입니다.

1800년대 중반 독일에서 처음 만들어진 반도네온은 선원과 이민자들의 손에 들려 아르헨티나로 넘어와 20세기 초에 탱고를 만났습니다.

<인터뷰> 아벨(탱고박물관 연구관) : "1920년대에 처음으로 반도네온 연주가가 나왔고, 그 이후 탱고 오케스트라를 지휘 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이 시기부터 반도네온은 탱고와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거죠."

반도네온은 버튼이 71개나 되고 주름통을 수축할 때와 늘릴 때 소리가 달라지는 등 연주하기가 너무 어려워 악마의 악기라고 불립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사용이 점차 줄어들었지만, 아르헨티나에서는 그 독특한 음색으로 탱고의 주역이 됐습니다.

반도네온은 독일에서 만들어졌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세계 2차대전 이후 독일에서는 반도네온 제조공장이 모두 문을 닫았는데 정작 아르헨티나에서는 누구도 반도네온을 만들지 않았던 겁니다.

결국 반도네온은 적어도 70년, 많게는 100년이 훨씬 넘은 오래된 악기만 남게 된 겁니다.

가격도 평균 5백만 원이 넘습니다.

<인터뷰> 부르노(반도네온 연주가) : "이 반도네온은 150년 가까이 된 겁니다. 왜냐하면 반도네온이라는 악기가 더이상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죠."

아르헨티나에 있는 반도네온은 현재 약 4천 개 정도.

하지만 페소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외국인들이 골동품을 수집하듯 반도네온을 사가고 있어, 아르헨티나의 반도네온 수는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인터뷰> 크리스티안(탱고채널 대표) : "반도네온은 아르헨티나 국민 입장에서 보면 매우 귀한 재산입니다. 반도네온 소유자들이 악기를 파는 대신 보호하고 지켜나가면 좋겠어요."

반도네온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습니다.

이대로 유출이 계속될 경우 반도네온 연주의 맥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인터뷰> 오스카(반도네온하우스 대표) : "연주가가 반도네온을 사가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새로운 법안은 수집가나 판매상 이 반도네온을 유출하는 것을 막자는 것입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외곽의 한 주택가.

어렸을 때부터 반도네온을 직접 만들고 싶었다는 베지토 씨는 지난 2001년 정년 퇴직 후 아들과 함께 반도네온 제작에 나섰습니다.

독일에서 제작된 오래된 반도네온을 분해해 분석한 뒤 똑같이 만든 겁니다.

바이올린을 분해하면 부품이 16개 정도지만 반도네온은 부품이 4천 개나 되다보니, 쉽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인터뷰> 베지토(반도네온 제작자) : "최초로 반도네온을 만드는 데 거의 6년 반이 걸렸는데 음을 분석하는 게 힘들었 어요. 내장된 금속을 분석하고, 나무와 모든 부품들이 좋을 음을 얻는 데 중요한 요소거든요. "

5년 전부터는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작은 창고 안에서 두 부자가 만들 수 있는 반도네온은 1년에 서너 개에 불과합니다.

이 대학에서는 21세기 첨단기술을 이용해 값비싼 반도네온을 대중화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나무로 된 부품을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등 전체 부품 수를 1/4 이하로 줄일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제작비를 줄이고 값싼 반도네온을 보급해 어린 학생들도 반도네온을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파블로(라누스대 교수) : "현재 있는 반도네온은 시장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또 너무 비싸서 반도네온을 배우려는 학생들이 구입할 생각도 못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1940~50년대 황금시대를 맞았던 아르헨티나의 탱고는 1990년대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탱고의 짝 반도네온은 골동품 같은 오래된 악기만 남은데다, 그나마 해외 유출로 수가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반도네온의 유출을 막고 새로운 반도네온을 제작하는 일은 탱고의 황금기를 이어가기 위한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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