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요동치는 유럽 정치…침체·테러의 그늘

입력 2015.02.03 (18:01) 수정 2015.02.0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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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유럽 경제가 침체 수렁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자 기성 지도자들에게 실망한 유권자들이 극우나 극좌쪽으로 기울면서 정치지형을 바꾸고 있습니다.

특히, 국가부채가 쌓여 재정 긴축이 불가피한 나라에서 정치변동의 폭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스에서 극좌파정당이 정권을 잡은 데 이어 스페인에서도 좌파 신생정당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또 최근 프랑스에서는 샤를리 에브도 테러사건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보궐선거 1차투표에서 반 이슬람 성향을 띤 극우정당, "국민전선"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에 테러 위협까지 커지자 비주류 정당들이 반긴축, 반이민 정서를 자극하면서 "기존 정치판을 바꿔보자"라는 구호로 세를 얻은 결과입니다.

프랑스로 가 보겠습니다. 박상용 특파원!

<질문>
먼저 선거 결과부터 짚어보죠. 1차투표긴 하지만 극우 국민전선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례적이지 않습니까?

테러 이후 열린 첫 선거라 관심이 많이 모였었는데.. 프랑스 유권자들의 선택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답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영향으로 이민 확대를 반대하는 극우정당에 힘을 실어준 결과로 풀이됩니다.

지난 1일 프랑스 동부 프랑슈콩테주에서 치러진 하원선거에서 국민전선의 소피 몽텔 후보가 32.6%를 차지했습니다.

집권 사회당 후보를 4%p 차이로 눌렀습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대표로 있는 제1야당 대중운동연합의 드무쥬 후보는 3위에 그치면서 결선투표에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최근 테러 사건 이후 프랑스 사회에서 이민 반대, 반이슬람 성향이 뚜렷해져 극우파 "국민전선"의 약진이 예측됐습니다.

그렇지만, 1위는 예측을 뛰어넘는 결과입니다.

물론, 결선투표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3위를 기록한 드무쥬 후보가 사회당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순위가 바뀌어 2위 사회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질문>
국민전선으로서는 고무적인 결과군요. 여기에 지금 당장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면, 국민전선을 이끌고 있는 마린 르펜 대표가 현직 올랑드 대통령이나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제치고 1위할 것이라는 결과도 나왔다면서요?

<답변>
그렇습니다.

프랑스 시사주간지 마리안은 최근 여론조사를 인용해 르펜 대표가 가상 대결, 1차 대선 투표에서 29% 내지 31% 사이의 득표율을 얻어 전현직 대통령을 누를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물론 이번에도 결선 투표에서는 질 것이라고 예측됐습니다.

국민전선의 르펜 당수는 '인종주의자', '극우주의자'라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닙니다.

그러나, 반이민 정서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고 국민전선이 주류 정치권을 흔들면서 지난해 처음 상원선거에서 당선자를 냈습니다. 르펜 대표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 : "나는 우리 외교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올랑드 대통령에게 말했습니다. 좀 더 명확한 태도로 우리 동맹국들과 함께 이슬람 근본주의를 대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질문>
프랑스에서 극우정당이 약진하는 반면, 반대로 스페인에선 극좌파 정당이 창당 1년만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요?

<답변>
그렇습니다.

프랑스나 스페인 둘쪽 다 기존 정치질서에 실망한 유권자들, 특히 젊은층이 새로운 정당, 새로운 지도자를 갈망하면서 정치지형이 바꾸고 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41세의 젊은 정치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가 이끄는 신생정당, "포데모스"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좌파정당 포데모스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창당 넉 달 만에 8%를 득표했습니다. 1970년대 이후 굳어진 양당 체제를 깨고 전체 54석 가운데 8석을 손에 넣게 된 겁니다.

이런 포데모스 돌풍 뒤에는 독일 주도의 긴축 정책에 대한 반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포데모스 제1의 공약이 바로 긴축반대, 부패추방입니다.

이윤을 내는 기업의 근로자 해고를 금지하고 최저 임금을 대폭 인상하겠다는 공약도 발표했습니다.

공약만 본다면 최근 집권한 그리스의 신임 총리 시리자와 닮아 보입니다.

<질문>
최근 유럽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중도에서 극우파로, 남유럽 국가들은 극좌파로 정치지형이 바뀌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방향이 서로 다르게 보입니다만, 공통점도 뚜렷합니다. 나라 빚이 많다는 점 아닙니까?

<답변>
네, 유럽 재정위기 이후 남유럽의 돼지로 불렸던 이른바 PIGS 국가들이 대표적이죠.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그리스와 스페인의 앞자를 따서 붙여진 이름인데요.

이들 네 나라는 모두 경상수지 적자를 해외 차입 자본으로 채워넣었다가 금융 위기가 닥치자 외자가 자본이 대량 유출되는 '서든드롭' 현상을 겪었습니다.

90년대 한국의 IMF 사태처럼 국가가 부도난 것입니다.' 결국 그 충격파는 유럽 전역으로 퍼졌습니다. 금융시장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유로화의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요즘은, 중부 유럽의 큰 나라, 프랑스와 네덜란드까지 재정 위기가 옮아가 유로존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론이 퍼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유로존 위기가 주변부 국가들의 재정난이라는 국지적인 이슈이었지만 지금은 위기가 심화돼 구조적인 문제로 커졌습니다.

서민들까지 먹고 사는 문제가 버거워졌다고 느끼면 기존 정치체제를 거부하고 새로운 생각과 지도자를 찾고 있는 것입니다.

<질문>
정치적인 안정을 위해서라도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절실해졌습니다.

그래서 유럽중앙은행이 최근 디플레이션, 즉 "경제가 침체된 가운데서도 물가가 계속 떨어지는 악순환"를 막기 위해 양적 완화라는 처방을 내놓았지요?

<답변>
그렇습니다.

유럽중앙은행, ECB는 오는 3월부터 내년 말까지 매년 6백억 유로씩 모두 1조 천 사백억 유로, 우리돈 430조 원을 풀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유로존의 지난 12월 물가상승률이 5년여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0.2%를 기록하는 등 디플레이션이 시작됐다고 평가하고 경기를 본격 부양하기 위해섭니다.

돈 푸는 규모가 유럽 사상 최대로 각국의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돈을 풀게 됩니다.

시장에서는 "때를 놓쳤다.", "구조개혁 없이 더 중요하다"라는 바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ECB 드라기 총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유로존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준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정치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큰 상황에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필요가 그만큼 절실하다는 얘기입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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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요동치는 유럽 정치…침체·테러의 그늘
    • 입력 2015-02-03 19:03:11
    • 수정2015-02-03 20:11:47
    글로벌24
<앵커 멘트>

유럽 경제가 침체 수렁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자 기성 지도자들에게 실망한 유권자들이 극우나 극좌쪽으로 기울면서 정치지형을 바꾸고 있습니다.

특히, 국가부채가 쌓여 재정 긴축이 불가피한 나라에서 정치변동의 폭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스에서 극좌파정당이 정권을 잡은 데 이어 스페인에서도 좌파 신생정당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또 최근 프랑스에서는 샤를리 에브도 테러사건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보궐선거 1차투표에서 반 이슬람 성향을 띤 극우정당, "국민전선"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에 테러 위협까지 커지자 비주류 정당들이 반긴축, 반이민 정서를 자극하면서 "기존 정치판을 바꿔보자"라는 구호로 세를 얻은 결과입니다.

프랑스로 가 보겠습니다. 박상용 특파원!

<질문>
먼저 선거 결과부터 짚어보죠. 1차투표긴 하지만 극우 국민전선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례적이지 않습니까?

테러 이후 열린 첫 선거라 관심이 많이 모였었는데.. 프랑스 유권자들의 선택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답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영향으로 이민 확대를 반대하는 극우정당에 힘을 실어준 결과로 풀이됩니다.

지난 1일 프랑스 동부 프랑슈콩테주에서 치러진 하원선거에서 국민전선의 소피 몽텔 후보가 32.6%를 차지했습니다.

집권 사회당 후보를 4%p 차이로 눌렀습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대표로 있는 제1야당 대중운동연합의 드무쥬 후보는 3위에 그치면서 결선투표에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최근 테러 사건 이후 프랑스 사회에서 이민 반대, 반이슬람 성향이 뚜렷해져 극우파 "국민전선"의 약진이 예측됐습니다.

그렇지만, 1위는 예측을 뛰어넘는 결과입니다.

물론, 결선투표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3위를 기록한 드무쥬 후보가 사회당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순위가 바뀌어 2위 사회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질문>
국민전선으로서는 고무적인 결과군요. 여기에 지금 당장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면, 국민전선을 이끌고 있는 마린 르펜 대표가 현직 올랑드 대통령이나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제치고 1위할 것이라는 결과도 나왔다면서요?

<답변>
그렇습니다.

프랑스 시사주간지 마리안은 최근 여론조사를 인용해 르펜 대표가 가상 대결, 1차 대선 투표에서 29% 내지 31% 사이의 득표율을 얻어 전현직 대통령을 누를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물론 이번에도 결선 투표에서는 질 것이라고 예측됐습니다.

국민전선의 르펜 당수는 '인종주의자', '극우주의자'라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닙니다.

그러나, 반이민 정서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고 국민전선이 주류 정치권을 흔들면서 지난해 처음 상원선거에서 당선자를 냈습니다. 르펜 대표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 : "나는 우리 외교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올랑드 대통령에게 말했습니다. 좀 더 명확한 태도로 우리 동맹국들과 함께 이슬람 근본주의를 대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질문>
프랑스에서 극우정당이 약진하는 반면, 반대로 스페인에선 극좌파 정당이 창당 1년만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요?

<답변>
그렇습니다.

프랑스나 스페인 둘쪽 다 기존 정치질서에 실망한 유권자들, 특히 젊은층이 새로운 정당, 새로운 지도자를 갈망하면서 정치지형이 바꾸고 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41세의 젊은 정치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가 이끄는 신생정당, "포데모스"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좌파정당 포데모스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창당 넉 달 만에 8%를 득표했습니다. 1970년대 이후 굳어진 양당 체제를 깨고 전체 54석 가운데 8석을 손에 넣게 된 겁니다.

이런 포데모스 돌풍 뒤에는 독일 주도의 긴축 정책에 대한 반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포데모스 제1의 공약이 바로 긴축반대, 부패추방입니다.

이윤을 내는 기업의 근로자 해고를 금지하고 최저 임금을 대폭 인상하겠다는 공약도 발표했습니다.

공약만 본다면 최근 집권한 그리스의 신임 총리 시리자와 닮아 보입니다.

<질문>
최근 유럽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중도에서 극우파로, 남유럽 국가들은 극좌파로 정치지형이 바뀌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방향이 서로 다르게 보입니다만, 공통점도 뚜렷합니다. 나라 빚이 많다는 점 아닙니까?

<답변>
네, 유럽 재정위기 이후 남유럽의 돼지로 불렸던 이른바 PIGS 국가들이 대표적이죠.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그리스와 스페인의 앞자를 따서 붙여진 이름인데요.

이들 네 나라는 모두 경상수지 적자를 해외 차입 자본으로 채워넣었다가 금융 위기가 닥치자 외자가 자본이 대량 유출되는 '서든드롭' 현상을 겪었습니다.

90년대 한국의 IMF 사태처럼 국가가 부도난 것입니다.' 결국 그 충격파는 유럽 전역으로 퍼졌습니다. 금융시장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유로화의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요즘은, 중부 유럽의 큰 나라, 프랑스와 네덜란드까지 재정 위기가 옮아가 유로존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론이 퍼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유로존 위기가 주변부 국가들의 재정난이라는 국지적인 이슈이었지만 지금은 위기가 심화돼 구조적인 문제로 커졌습니다.

서민들까지 먹고 사는 문제가 버거워졌다고 느끼면 기존 정치체제를 거부하고 새로운 생각과 지도자를 찾고 있는 것입니다.

<질문>
정치적인 안정을 위해서라도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절실해졌습니다.

그래서 유럽중앙은행이 최근 디플레이션, 즉 "경제가 침체된 가운데서도 물가가 계속 떨어지는 악순환"를 막기 위해 양적 완화라는 처방을 내놓았지요?

<답변>
그렇습니다.

유럽중앙은행, ECB는 오는 3월부터 내년 말까지 매년 6백억 유로씩 모두 1조 천 사백억 유로, 우리돈 430조 원을 풀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유로존의 지난 12월 물가상승률이 5년여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0.2%를 기록하는 등 디플레이션이 시작됐다고 평가하고 경기를 본격 부양하기 위해섭니다.

돈 푸는 규모가 유럽 사상 최대로 각국의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돈을 풀게 됩니다.

시장에서는 "때를 놓쳤다.", "구조개혁 없이 더 중요하다"라는 바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ECB 드라기 총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유로존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준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정치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큰 상황에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필요가 그만큼 절실하다는 얘기입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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