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김정은 시대 ‘먹거리 해법’ 통할까?

입력 2015.02.14 (08:07) 수정 2015.02.1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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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한이 새해 들어 부쩍 농-축-수산의 3대 축을 통한 먹는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고 하지만 식량문제가 여전히 최대 현안인 셈인데요.

김정은 시대 북한의 먹거리 해법과 실상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김정은 신년사(지난달 1일) : "농산과 축산, 수산을 3대 축으로 하여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식생활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합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먹는 문제 해결을 급선무로 내세우며 농업과 함께 축산업과 수산업 발전을 강조했다.

지난달 발표한 축산 관련 논문에서 김정은은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대한 고민을 내비치기도 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28일) : "우리 인민들에게 넉넉한 생활을 마련해주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습니다."

집권 초반인 2012년 연설에서도 이와 비슷한 언급을 한 바 있다.

<녹취> 조선중앙TV(2012년 4월) :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여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입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식량을 비롯한 생활난을 인정하고 개선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전 세대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인터뷰>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김정은은 짧은 시간 안에 이른바 ‘3대 권력세습’을 한 지도자이기 때문에 뭔가 그 정통성이라든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민생활 향상 효과를 보여줘야 되고, 그 주민생활 향상과 관련해서 가장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결국 먹는 문제 해결입니다."

먹는 문제야 말로 체제안정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관건이라고 북한은 판단하고 있다.

<녹취> 박순녀(안주시 송학협동농장 관리위원장/지난달 15일) : "안주시 안의 모든 기관기업소들에서 포전 현장에까지 이렇게 퇴비를 날라다 주니 정말 힘이 솟습니다."

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퇴비전투가 한창이다.

농사에 쓸 화학비료가 부족하다보니 농한기에 퇴비생산에 나설 것을 전국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먹는 문제가 국가대사인 만큼 벌써부터 새해 농사준비로 바쁜 것이다.

지난 6일 노동신문은 포전담당책임제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협동농장의 분조 인원을 기존의 열다섯 명 정도에서 네다섯 명으로 세분화하면서 생산량이 일정 부분 증가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497만 5천 톤으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2012년 445만톤 2013년 484만톤으로 김정은 집권 이후,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

곡물 생산이 늘어난 때문인지 시장의 쌀값도 예년 수준을 유지하며 비교적 안정됐다.

포전담당제 등 김정은 정권이 실시한 농업 개혁정책이 농민들의 의욕을 자극했고 생산량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포전담당제의 성과가 확인되기엔 충분한 시일이 흐르지 않았고, 북한 측이 제공한 통계자료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어 결론을 내리기엔 아직 일러 보인다.

<인터뷰> 권태진(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소위) : "포전담당책임제가 하는 만큼 생산에 기여했나? 이런 부분은 ‘아직은 평가하기 좀 이르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직은 실험단계에 불과하고 북한 협동농장 중에서 포전담당책임제를 실시하는 기관이 아마 절반 정도 될 거다 이렇게 보고 있는데, 그래서 그 성과를 아직까진 확장하는 그런 정책인데도 불구하고 좀 서둘러서 그 정책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는게 아니냐."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10일) : "우리나라를 버섯의 나라로 만들려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하시면서 각 도, 시, 군들에서도 평양시 버섯공장과 같은 현대적인 버섯생산기지를 훌륭히 일떠세우는 것과 함께……. 김정은 스스로도 식량난 해결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며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각종 식품 공장을 시찰하며 종업원들의 노력을 격려하고 공장 시설의 현대화도 지시하고 있다."

쌀과 옥수수 같은 곡물 이외에도 수산물 등 다양한 먹거리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17일) : "물고기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희한한 풍경을 바라보시며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정말 기분이 좋다고, 연간에 쌓였던 피로가 한순간에 다 풀리는 것만 같다’고 기쁨을 금치 못하셨습니다."

김정은은 수산사업소를 찾아 물고기 어획량을 늘릴 것을 지시하고 수산부문 공로자들을 표창하기도 했다.

아울러 토끼와 염소, 양과 같이 사료가 아닌 풀을 먹고 자라는 가축들을 적극 기르도록 권장하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17일) : "한적하던 산골 마을이 염소, 양들이 구름처럼 떼 지어 흐르는 현대적인 육종장으로 천지개벽 되고 풀과 고기를 바꿀 데 대한 위대한 대 원수님들의 높은 뜻을 빛나게 꽃 피울 수 있는..."

<녹취> 김영희(한국산업은행 미래통일사업본부 북한경제팀장) : "북한에서의 고기는 사료를 통한 고기가 아니라 풀을 통한 고기 생산이에요. 그니까 순전히 풀만 먹는 짐승이 많죠. 양, 염소, 토끼 이런 것들은 순전히 풀만 먹어요. 그러기 때문에. 육고기를 많이 먹고 물고기를 많이 먹고 결국 이렇게 되면 당연히 식량을 또 절감할 수가 있어요."

지금 북한은 강원도 세포군에 대규모 축산기지를 조성하고 있다.

육고기를 확보할 뿐만 아니라, 우유 생산량을 늘리고 유가공제품을 공급하는 등 먹거리의 질적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의 구상대로 축산기지건설을 힘 있게 다그치며 축산물 생산과 기지 운영 준비를 착실하게 해나가야 한다!

수산 부문의 일꾼들과 근로자들은 황금해의 새 역사를 창조한 인민군대의 투쟁 기쁨으로 당이 준 과업을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집행해나가자!

축산과 수산의 중요성은 김정일 시대에도 인식했지만 수출용이 아닌 내부 주민들의 먹거리로 강조하는 것은 예전과 달라진 대목이다.

김정일 시대 때 전체 곡물 양을 채우기에 급급했던 것과는 달리 식품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도 포착되고 있다.

<인터뷰>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특히 올해는 또 당 창건 70주년이기 때문에 뭔가 정권의 정당성, 정통성을 높이기 위해서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야 되고 그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핵심이 먹는 문제 해결인데, 이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식량생산 가지고는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은 이제 전국적으로 축산기지라든지 양어기지, 그리고 또 버섯재배단지 이런 걸 다양한 어떤 그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지를 건설하고 또 정상화하기 위한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반 주민들뿐만 아니라, 군인과 체육인, 어린이 등 영양섭취가 중요한 특별 계층에 대한 관심과 식량지원 성과도 활발히 보도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주식(主食) 외에 각종 간식과 부식 등 가공식품 개발과 생산도 강조되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18일) : "공장에서 생산하는 각종 음료들, 효모빵, 단빵, 설기빵을 비롯한 영양빵들과 떡류들, 과일향 사탕, 젖기름 사탕, 콩사탕, 단묵(젤리), 경질과 자, 연질과자 등 고급당과류들, 햄, 꼴바싸(소시지 종류), 소시지를 비롯한 고기 가공제품들은 질도 높고 영양 성분이 충분히 들어있어 인민들과 체육인들 속에서 호평이 대단하다고 하셨습니다."

포전담당제와 퇴비를 이용한 유기농법 등으로 농업 생산량을 확대하고 식품의 다양화와 품질 개선까지 나선 북한.

자체 곡물 생산량으로는 내부 수요를 감당하기에 여전히 모자라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식량 사정이 이전보다는 호전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녹취> 김영희(한국산업은행 미래통일사업본부 북한경제팀장) : "김정은 정권 들어서는 김정일 정권보다 배급사정이 많이 좋아졌어요. 일단은 북한 자국 내 생산량이 커졌고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외부에서 수입하거나 밀무역하거나 들어가는 걸 통해서 기업이 공급해주는 것. 그런 것들도 이젠 양적으로 많아졌기 때문에 과거보다 식량공급이 좀 잘 돼있다고 보면 되겠죠."

김정은 시대 식생활이 다소 호전된 데는 시장의 역할이 컸다.

시장이 확산되면서 농촌은 물론 도시 주민들도 직접 재배한 농산품을 거래할 수 있게 됐고 부족한 먹거리를 이곳을 통해 조달하게 됐다.

빈부 격차가 커지고 끼니를 거르는 빈곤층이 여전히 많지만, 북한도 이젠 ‘고난의 행군’ 시절 같은 최악의 식량난에 처할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곡물 생산량이 일정 부분 늘어난 데다 시장의 유통과 분배 기능이 무너진 배급망을 일부 대체하게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호전상황이 지속될지 여부이다.

<녹취> 권태진(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 "충분하게 식품을 생산하기 위해선 사실 자본이 필요합니다. 농자재가 충분히 공급돼야 되는데 일부분은 북한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한계가 있다고 보는데요. 그리고 북한이 어떤 외부와의 협력, 또 필요에 따라선 지원을 통해서 주민들에게 원하는 식품을 공급하는 그런 정책이 정말 중요한데 이것은 북한 지도자들이 마음을 터놓고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이런 자세를 보인다면 지금보다는 주민들의 식생활이 조금이라고 개선되지 않을까..."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 "올해 농사를 안전하게 짓기 위해 개성시 안의 일꾼들과 근로자들이 요즘 (노) 물 확보 사업을 힘 있게 벌이고 있습니다."

새해 초부터 저수지 확장과 수로 정비 등 가뭄 대비 공사로 북한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이른바 100년 만의 가뭄으로 농사가 타격을 받은데 이어, 밀과 보리 등 겨울작물이 한창 자라야 할 지금도 강수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곡창지대인 평안도와 황해도의 가뭄으로 올해 북한의 농업생산량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고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

체제 안정을 위해 먹는 문제 해결에 나선 북한, 그러나 만성적인 식량난 속에 외부세계의 지원 없이는 일정한 한계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창건 70주년이자, 집권 4년차를 맞은 김정은이 주민들의 식생활 향상을 위해 어떤 행보에 나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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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김정은 시대 ‘먹거리 해법’ 통할까?
    • 입력 2015-02-14 08:40:07
    • 수정2015-02-14 08: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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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한이 새해 들어 부쩍 농-축-수산의 3대 축을 통한 먹는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고 하지만 식량문제가 여전히 최대 현안인 셈인데요.

김정은 시대 북한의 먹거리 해법과 실상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김정은 신년사(지난달 1일) : "농산과 축산, 수산을 3대 축으로 하여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식생활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합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먹는 문제 해결을 급선무로 내세우며 농업과 함께 축산업과 수산업 발전을 강조했다.

지난달 발표한 축산 관련 논문에서 김정은은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대한 고민을 내비치기도 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28일) : "우리 인민들에게 넉넉한 생활을 마련해주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습니다."

집권 초반인 2012년 연설에서도 이와 비슷한 언급을 한 바 있다.

<녹취> 조선중앙TV(2012년 4월) :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여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입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식량을 비롯한 생활난을 인정하고 개선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전 세대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인터뷰>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김정은은 짧은 시간 안에 이른바 ‘3대 권력세습’을 한 지도자이기 때문에 뭔가 그 정통성이라든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민생활 향상 효과를 보여줘야 되고, 그 주민생활 향상과 관련해서 가장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결국 먹는 문제 해결입니다."

먹는 문제야 말로 체제안정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관건이라고 북한은 판단하고 있다.

<녹취> 박순녀(안주시 송학협동농장 관리위원장/지난달 15일) : "안주시 안의 모든 기관기업소들에서 포전 현장에까지 이렇게 퇴비를 날라다 주니 정말 힘이 솟습니다."

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퇴비전투가 한창이다.

농사에 쓸 화학비료가 부족하다보니 농한기에 퇴비생산에 나설 것을 전국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먹는 문제가 국가대사인 만큼 벌써부터 새해 농사준비로 바쁜 것이다.

지난 6일 노동신문은 포전담당책임제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협동농장의 분조 인원을 기존의 열다섯 명 정도에서 네다섯 명으로 세분화하면서 생산량이 일정 부분 증가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497만 5천 톤으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2012년 445만톤 2013년 484만톤으로 김정은 집권 이후,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

곡물 생산이 늘어난 때문인지 시장의 쌀값도 예년 수준을 유지하며 비교적 안정됐다.

포전담당제 등 김정은 정권이 실시한 농업 개혁정책이 농민들의 의욕을 자극했고 생산량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포전담당제의 성과가 확인되기엔 충분한 시일이 흐르지 않았고, 북한 측이 제공한 통계자료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어 결론을 내리기엔 아직 일러 보인다.

<인터뷰> 권태진(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소위) : "포전담당책임제가 하는 만큼 생산에 기여했나? 이런 부분은 ‘아직은 평가하기 좀 이르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직은 실험단계에 불과하고 북한 협동농장 중에서 포전담당책임제를 실시하는 기관이 아마 절반 정도 될 거다 이렇게 보고 있는데, 그래서 그 성과를 아직까진 확장하는 그런 정책인데도 불구하고 좀 서둘러서 그 정책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는게 아니냐."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10일) : "우리나라를 버섯의 나라로 만들려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하시면서 각 도, 시, 군들에서도 평양시 버섯공장과 같은 현대적인 버섯생산기지를 훌륭히 일떠세우는 것과 함께……. 김정은 스스로도 식량난 해결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며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각종 식품 공장을 시찰하며 종업원들의 노력을 격려하고 공장 시설의 현대화도 지시하고 있다."

쌀과 옥수수 같은 곡물 이외에도 수산물 등 다양한 먹거리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17일) : "물고기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희한한 풍경을 바라보시며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정말 기분이 좋다고, 연간에 쌓였던 피로가 한순간에 다 풀리는 것만 같다’고 기쁨을 금치 못하셨습니다."

김정은은 수산사업소를 찾아 물고기 어획량을 늘릴 것을 지시하고 수산부문 공로자들을 표창하기도 했다.

아울러 토끼와 염소, 양과 같이 사료가 아닌 풀을 먹고 자라는 가축들을 적극 기르도록 권장하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17일) : "한적하던 산골 마을이 염소, 양들이 구름처럼 떼 지어 흐르는 현대적인 육종장으로 천지개벽 되고 풀과 고기를 바꿀 데 대한 위대한 대 원수님들의 높은 뜻을 빛나게 꽃 피울 수 있는..."

<녹취> 김영희(한국산업은행 미래통일사업본부 북한경제팀장) : "북한에서의 고기는 사료를 통한 고기가 아니라 풀을 통한 고기 생산이에요. 그니까 순전히 풀만 먹는 짐승이 많죠. 양, 염소, 토끼 이런 것들은 순전히 풀만 먹어요. 그러기 때문에. 육고기를 많이 먹고 물고기를 많이 먹고 결국 이렇게 되면 당연히 식량을 또 절감할 수가 있어요."

지금 북한은 강원도 세포군에 대규모 축산기지를 조성하고 있다.

육고기를 확보할 뿐만 아니라, 우유 생산량을 늘리고 유가공제품을 공급하는 등 먹거리의 질적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의 구상대로 축산기지건설을 힘 있게 다그치며 축산물 생산과 기지 운영 준비를 착실하게 해나가야 한다!

수산 부문의 일꾼들과 근로자들은 황금해의 새 역사를 창조한 인민군대의 투쟁 기쁨으로 당이 준 과업을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집행해나가자!

축산과 수산의 중요성은 김정일 시대에도 인식했지만 수출용이 아닌 내부 주민들의 먹거리로 강조하는 것은 예전과 달라진 대목이다.

김정일 시대 때 전체 곡물 양을 채우기에 급급했던 것과는 달리 식품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도 포착되고 있다.

<인터뷰>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특히 올해는 또 당 창건 70주년이기 때문에 뭔가 정권의 정당성, 정통성을 높이기 위해서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야 되고 그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핵심이 먹는 문제 해결인데, 이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식량생산 가지고는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은 이제 전국적으로 축산기지라든지 양어기지, 그리고 또 버섯재배단지 이런 걸 다양한 어떤 그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지를 건설하고 또 정상화하기 위한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반 주민들뿐만 아니라, 군인과 체육인, 어린이 등 영양섭취가 중요한 특별 계층에 대한 관심과 식량지원 성과도 활발히 보도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주식(主食) 외에 각종 간식과 부식 등 가공식품 개발과 생산도 강조되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18일) : "공장에서 생산하는 각종 음료들, 효모빵, 단빵, 설기빵을 비롯한 영양빵들과 떡류들, 과일향 사탕, 젖기름 사탕, 콩사탕, 단묵(젤리), 경질과 자, 연질과자 등 고급당과류들, 햄, 꼴바싸(소시지 종류), 소시지를 비롯한 고기 가공제품들은 질도 높고 영양 성분이 충분히 들어있어 인민들과 체육인들 속에서 호평이 대단하다고 하셨습니다."

포전담당제와 퇴비를 이용한 유기농법 등으로 농업 생산량을 확대하고 식품의 다양화와 품질 개선까지 나선 북한.

자체 곡물 생산량으로는 내부 수요를 감당하기에 여전히 모자라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식량 사정이 이전보다는 호전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녹취> 김영희(한국산업은행 미래통일사업본부 북한경제팀장) : "김정은 정권 들어서는 김정일 정권보다 배급사정이 많이 좋아졌어요. 일단은 북한 자국 내 생산량이 커졌고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외부에서 수입하거나 밀무역하거나 들어가는 걸 통해서 기업이 공급해주는 것. 그런 것들도 이젠 양적으로 많아졌기 때문에 과거보다 식량공급이 좀 잘 돼있다고 보면 되겠죠."

김정은 시대 식생활이 다소 호전된 데는 시장의 역할이 컸다.

시장이 확산되면서 농촌은 물론 도시 주민들도 직접 재배한 농산품을 거래할 수 있게 됐고 부족한 먹거리를 이곳을 통해 조달하게 됐다.

빈부 격차가 커지고 끼니를 거르는 빈곤층이 여전히 많지만, 북한도 이젠 ‘고난의 행군’ 시절 같은 최악의 식량난에 처할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곡물 생산량이 일정 부분 늘어난 데다 시장의 유통과 분배 기능이 무너진 배급망을 일부 대체하게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호전상황이 지속될지 여부이다.

<녹취> 권태진(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 "충분하게 식품을 생산하기 위해선 사실 자본이 필요합니다. 농자재가 충분히 공급돼야 되는데 일부분은 북한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한계가 있다고 보는데요. 그리고 북한이 어떤 외부와의 협력, 또 필요에 따라선 지원을 통해서 주민들에게 원하는 식품을 공급하는 그런 정책이 정말 중요한데 이것은 북한 지도자들이 마음을 터놓고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이런 자세를 보인다면 지금보다는 주민들의 식생활이 조금이라고 개선되지 않을까..."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 "올해 농사를 안전하게 짓기 위해 개성시 안의 일꾼들과 근로자들이 요즘 (노) 물 확보 사업을 힘 있게 벌이고 있습니다."

새해 초부터 저수지 확장과 수로 정비 등 가뭄 대비 공사로 북한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이른바 100년 만의 가뭄으로 농사가 타격을 받은데 이어, 밀과 보리 등 겨울작물이 한창 자라야 할 지금도 강수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곡창지대인 평안도와 황해도의 가뭄으로 올해 북한의 농업생산량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고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

체제 안정을 위해 먹는 문제 해결에 나선 북한, 그러나 만성적인 식량난 속에 외부세계의 지원 없이는 일정한 한계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창건 70주년이자, 집권 4년차를 맞은 김정은이 주민들의 식생활 향상을 위해 어떤 행보에 나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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