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메르켈, “일본, 과거 직시해야”…아베 정권에 일침

입력 2015.03.10 (18:00) 수정 2015.03.1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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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7년 만에 열린 독-일 정상회담에서 메르켈 총리가 일본의 잘못된 역사 인식을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가해자인 일본이 과거사를 제대로 정리하고 피해국과 화해해야 외교 관계가 달라질 것 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이에 대해 일본 외무상은 독일과 역사 문제를 단순 비교 하는 것은 부적당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일본을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이재호 특파원!!

<질문>
메르켈 총리가 2005년 총리로 취임한 이후 일본을 방문한 것은 7년 만인데요.

오랜만에 일본을 방문한 목적은 무엇인가요?

<답변>
네. 메르켈 총리는 오는 6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 이른바 G7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어제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메르켈 총리가 일본을 찾은 것은 2008년 홋카이도에서 열린 주요 8개국 정상회의 참석 이후 7년 만입니다.

그동안 중국에 치우쳤던 독일의 대아시아 외교에 균형을 잡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일본을 방문한 메르켈 총리는 일본과 유럽연합의 FTA 체결에 대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테러 척결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또, 러시아에 외교와 평화적 수단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러시아가 G8에 재가입할 시기는 아니지만, 다른 7개국이 러시아와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은 내년 독일로부터 G7 의장국 지위를 넘겨받습니다.

그런가 하면 메르켈 총리는 원자력발전의 단계적 폐기 방식인 에너지 전환 정책에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원전은 최악의 극단적 위험이 발생할 수 있으며, 독일의 경우 2022년 마지막 원전을 없앤다"고 알렸습니다.

<질문>
그동안 독일과 일본은 같은 패전국이지만, 과거사 반성에서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왔는데요.

이번 메르켈 총리의 역사 인식에 대한 소신 있는 발언도 주목을 받고 있죠?

<답변>
네. 메르켈 총리는 일본의 전후 역사 인식에 대한 메시지를 남기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위안부 강제 동원 보도로 아베 정권과 갈등을 빚고 있는 '아사히 신문사' 강연에서 독일은 잘못된 역사를 인정했다며 일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녹취> 메르켈(독일 총리) : "유럽 이웃 국가들의 관대한 조처가 없었다면, 독일의 오늘은 없었을 것입니다. 독일이 역사를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이어 정상회담에서도 과거사 정리는 가해국과 피해국 간의 화해를 위한 기본 전제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독일과 일본이 세계 평화와 번영에 공헌해 왔다는 원론적인 발언만 되풀이했습니다.

<녹취> 아베 신조(일본 총리) : "국제 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독-일 양국은 온 힘을 다해 공헌해 왔습니다."

정상회담 뒤, 독일 언론들은 일본이 잘못된 과거 역사의 세척을 시도하고 있다며 비판했습니다.

아베 총리와 각료들이 미-일 동맹 뒤에 숨어서 공격적, 국가주의적 말들을 일삼아 일본 경제 회복을 막는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질문>
메르켈 총리의 따끔한 일침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응은 어떤가요?

또, 일본 언론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변>
네. 기시다 일본 외무상은 메르켈 총리가 일본이 역사를 직시하고, 주변국과 화해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일본과 독일의 전후 처리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부적당하다고 반박했습니다.

<녹취> 기시다 후미오(일본 외무상) : "어떤 상황에서 전후 처리에 임했는지, 어느 국가가 이웃 나라인지 경위가 달라 독-일 양국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부적당합니다."

스가 관방장관도 "일본은 중국과 한국을 중요한 이웃국가라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으며,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놓고 있다"고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엇갈린 시각을 보였습니다.

진보 성향의 아사히 신문은 "과거 정리, 화해의 전제"라는 기사를 1면에 싣고, 역사 문제가 언급됐지만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 신문과 우익 성향의 산케이 신문은 역사 문제에 대한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간단히 언급만 하고 독-일 관계에 비중을 뒀습니다.

<질문>
메르켈 총리는 오늘 일본의 야당 대표를 만나 관심이 주목되고 있는데요.

어떤 대화가 오고 갔습니까?

<답변>
네. 메르켈 총리는 오늘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군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발언은 '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법적으로 종결됐다'며 미온적 태도를 보여온 아베 정권에 태도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전후 침략 사실과 식민지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아베 총리에게 어제 역사를 제대로 봐야 한다고 따끔한 충고를 한 데 이어서, 위안부 문제도 정면 거론한 것입니다.

"일본과 한국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어 화해가 중요하다"는 말도 하며 관계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똑같이 패전했지만, 전후에 확실하게 뉘우치고 보상한 독일과, 이를 어떻게든 부인하고 숨기려는 일본의 국격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번 메르켈 총리의 일본 방문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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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메르켈, “일본, 과거 직시해야”…아베 정권에 일침
    • 입력 2015-03-10 19:02:12
    • 수정2015-03-10 19: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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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열린 독-일 정상회담에서 메르켈 총리가 일본의 잘못된 역사 인식을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가해자인 일본이 과거사를 제대로 정리하고 피해국과 화해해야 외교 관계가 달라질 것 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이에 대해 일본 외무상은 독일과 역사 문제를 단순 비교 하는 것은 부적당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일본을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이재호 특파원!!

<질문>
메르켈 총리가 2005년 총리로 취임한 이후 일본을 방문한 것은 7년 만인데요.

오랜만에 일본을 방문한 목적은 무엇인가요?

<답변>
네. 메르켈 총리는 오는 6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 이른바 G7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어제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메르켈 총리가 일본을 찾은 것은 2008년 홋카이도에서 열린 주요 8개국 정상회의 참석 이후 7년 만입니다.

그동안 중국에 치우쳤던 독일의 대아시아 외교에 균형을 잡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일본을 방문한 메르켈 총리는 일본과 유럽연합의 FTA 체결에 대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테러 척결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또, 러시아에 외교와 평화적 수단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러시아가 G8에 재가입할 시기는 아니지만, 다른 7개국이 러시아와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은 내년 독일로부터 G7 의장국 지위를 넘겨받습니다.

그런가 하면 메르켈 총리는 원자력발전의 단계적 폐기 방식인 에너지 전환 정책에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원전은 최악의 극단적 위험이 발생할 수 있으며, 독일의 경우 2022년 마지막 원전을 없앤다"고 알렸습니다.

<질문>
그동안 독일과 일본은 같은 패전국이지만, 과거사 반성에서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왔는데요.

이번 메르켈 총리의 역사 인식에 대한 소신 있는 발언도 주목을 받고 있죠?

<답변>
네. 메르켈 총리는 일본의 전후 역사 인식에 대한 메시지를 남기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위안부 강제 동원 보도로 아베 정권과 갈등을 빚고 있는 '아사히 신문사' 강연에서 독일은 잘못된 역사를 인정했다며 일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녹취> 메르켈(독일 총리) : "유럽 이웃 국가들의 관대한 조처가 없었다면, 독일의 오늘은 없었을 것입니다. 독일이 역사를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이어 정상회담에서도 과거사 정리는 가해국과 피해국 간의 화해를 위한 기본 전제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독일과 일본이 세계 평화와 번영에 공헌해 왔다는 원론적인 발언만 되풀이했습니다.

<녹취> 아베 신조(일본 총리) : "국제 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독-일 양국은 온 힘을 다해 공헌해 왔습니다."

정상회담 뒤, 독일 언론들은 일본이 잘못된 과거 역사의 세척을 시도하고 있다며 비판했습니다.

아베 총리와 각료들이 미-일 동맹 뒤에 숨어서 공격적, 국가주의적 말들을 일삼아 일본 경제 회복을 막는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질문>
메르켈 총리의 따끔한 일침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응은 어떤가요?

또, 일본 언론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변>
네. 기시다 일본 외무상은 메르켈 총리가 일본이 역사를 직시하고, 주변국과 화해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일본과 독일의 전후 처리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부적당하다고 반박했습니다.

<녹취> 기시다 후미오(일본 외무상) : "어떤 상황에서 전후 처리에 임했는지, 어느 국가가 이웃 나라인지 경위가 달라 독-일 양국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부적당합니다."

스가 관방장관도 "일본은 중국과 한국을 중요한 이웃국가라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으며,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놓고 있다"고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엇갈린 시각을 보였습니다.

진보 성향의 아사히 신문은 "과거 정리, 화해의 전제"라는 기사를 1면에 싣고, 역사 문제가 언급됐지만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 신문과 우익 성향의 산케이 신문은 역사 문제에 대한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간단히 언급만 하고 독-일 관계에 비중을 뒀습니다.

<질문>
메르켈 총리는 오늘 일본의 야당 대표를 만나 관심이 주목되고 있는데요.

어떤 대화가 오고 갔습니까?

<답변>
네. 메르켈 총리는 오늘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군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발언은 '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법적으로 종결됐다'며 미온적 태도를 보여온 아베 정권에 태도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전후 침략 사실과 식민지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아베 총리에게 어제 역사를 제대로 봐야 한다고 따끔한 충고를 한 데 이어서, 위안부 문제도 정면 거론한 것입니다.

"일본과 한국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어 화해가 중요하다"는 말도 하며 관계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똑같이 패전했지만, 전후에 확실하게 뉘우치고 보상한 독일과, 이를 어떻게든 부인하고 숨기려는 일본의 국격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번 메르켈 총리의 일본 방문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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