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위기의 농업’…기업 참여는 약? 독?

입력 2015.03.20 (21:19) 수정 2015.03.2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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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현재 우리 농업은 농산물 수입 개방 확대와 농촌의 고령화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농가 수는 2000년 138만여 가구에서 2013년 114만여 가구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 같은 기간 도시 근로자의 가구 소득은 93% 증가했지만 농가 소득은 50% 밖에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왜, 이렇게 된걸까요?

농산물 수입 개방에 따라 우리 농산물이 가격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인데요.

해법은 없을까요?

정부는 현재의 소규모 자영농 체제로는 생산성을 높이기 어렵다며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통한 대규모 기계농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민들은 민간 기업들이 농업에 진출해 생존권을 뺏고 있다며 이른바, 농업판 '골목상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기업 참여, 농업판 ‘골목상권’ 논란▼

<리포트>

드넓은 간척지 한 가운데 세워진 이 거대한 구조물은 최첨단 유리온실입니다.

축구장 17개 크기, 아시아 최대 규모입니다.

한 대기업이 일본에 수출할 토마토를 재배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지금은 풀 한 포기 찾아볼 수 없습니다.

1년에 토마토 5천 톤 수출을 목표로 수백억 원을 들여 지은 이 유리온실은 보시는 것처럼 가동이 전면 중단된 상탭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농산물 수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유리 온실이 준공됐지만, 곧바로 농민들의 반발이 시작됐습니다.

<녹취> "물러가라, 물러가라!!!"

농민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겁니다.

<녹취> 임준택(전국토마토생산자연합회장) : "정부는 우리 약자인 농업인을 버리고, 기업농 육성 정책으로 소규모 토마토 생산농가를 말살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농민들의 거센 저항에 대기업은 준공 89일 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습니다.

<인터뷰> 김지영(동부팜한농 사업기획팀장) : "일본의 굉장히 좋은 라인으로 토마토 수출라인을 개발해놨고요. 시장도 더 키우고 참여하는 농가도 더 많이 참여시킬 수 있는 기회도 있었거든요. 그런 기회나 노력을 알아봐 주지 않은 게 좀 안타깝습니다."

시설 유지비로만 연간 수십억 원이 나가고 있는 이 온실은 이제 새 주인을 찾고 있습니다.

▼“생산성 향상” vs “농민 생존권 위협”▼

<기자 멘트>

이런 대규모 재배시설은 주로 네덜란드를 비롯한 원예 강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토마토 재배를 예로 들어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네덜란드는 대부분(87%) 대규모 자동화 시설에서 전문화된 기술로 경작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99% 가까이가 이런 소형 비닐온실에서 재배하고 있습니다.

토마토의 품질을 상.중.하로 나눴을 때 대형 온실에선 상품의 비중이 90% 비닐온실에선 50%입니다.

1제곱미터당 생산성은 각각 60킬로그램, 6.6킬로그램으로 9배 차이가 납니다.

이렇게 대규모 자본과 전문 기술이 생산성과 품질 차이를 가져오지만 농민들은 아직 기업이 농업에 뛰어드는 걸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전국의 농민 500명에게 물었더니 기업의 농업참여에 대해 찬성한다는 답은 13%, 기존 농가나 지역과 상생협력을 전제로 찬성한다 15%, 반면에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58%나 됐습니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기업이 영세규모 생산자의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익의 대부분을 기업이 가져간다"(24%), "내수와 수출시장에서 기업이 농민과 경쟁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면서 기업도 농민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는 상생의 해법은 없을까요?

▼농가-기업 상생의 길은?▼

<리포트>

딸기 농사 33년 째인 이경환 씨, 수확한 딸기를 대기업에 공급하는 계약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판로가 안정적이다보니 품질 연구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경환(딸기 재배 농민) : "시간을 투자하니까, 품질이 향상되다 보니까 내 소득도 따라 올라가더라…."

4년전 이씨 등 11개 농가가 조합을 만들어 시작한 대기업과의 계약재배는 농민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고 참여 농가도 29곳으로 늘었습니다.

조합 매출도 3년새 7배나 뛰었습니다.

<인터뷰> 유윤석(CJ프레시웨이 농산팀장) : "데코레이션용으로 굉장히 고품질 딸기가 필요한데/ 저희가 요구하는 품질대로 지속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저희 고객 만족도도 굉장히 좋고요."

파프리카는 일산 이병찬 할아버지 농장에서, 한우는 강진 맥우 조합에서 온 겁니다.

이 백화점은 전국 40여 개 농가에서 친환경 농축산물 250여 가지를 직접 구매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희철(갤러리아백화점 식품팀) : "시세 변동없이 꾸준한 가격으로 매입해드리기 때문에 생산자분들도 좋고, 저희도 좋은 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서..."

농가와 백화점의 상생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태곤(농촌경제연구원 박사) : "기존의 영세 농가들하고 경합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수익성하고 사회성을 동시에 추구하는게 기업이 성장하는 길이다..."

농가와 기업이 협력해 경쟁력을 키울 때 우리 농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라 미래 성장산업이 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이소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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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위기의 농업’…기업 참여는 약? 독?
    • 입력 2015-03-20 21:21:00
    • 수정2015-03-20 22:05:25
    뉴스 9
<기자 멘트>

현재 우리 농업은 농산물 수입 개방 확대와 농촌의 고령화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농가 수는 2000년 138만여 가구에서 2013년 114만여 가구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 같은 기간 도시 근로자의 가구 소득은 93% 증가했지만 농가 소득은 50% 밖에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왜, 이렇게 된걸까요?

농산물 수입 개방에 따라 우리 농산물이 가격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인데요.

해법은 없을까요?

정부는 현재의 소규모 자영농 체제로는 생산성을 높이기 어렵다며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통한 대규모 기계농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민들은 민간 기업들이 농업에 진출해 생존권을 뺏고 있다며 이른바, 농업판 '골목상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기업 참여, 농업판 ‘골목상권’ 논란▼

<리포트>

드넓은 간척지 한 가운데 세워진 이 거대한 구조물은 최첨단 유리온실입니다.

축구장 17개 크기, 아시아 최대 규모입니다.

한 대기업이 일본에 수출할 토마토를 재배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지금은 풀 한 포기 찾아볼 수 없습니다.

1년에 토마토 5천 톤 수출을 목표로 수백억 원을 들여 지은 이 유리온실은 보시는 것처럼 가동이 전면 중단된 상탭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농산물 수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유리 온실이 준공됐지만, 곧바로 농민들의 반발이 시작됐습니다.

<녹취> "물러가라, 물러가라!!!"

농민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겁니다.

<녹취> 임준택(전국토마토생산자연합회장) : "정부는 우리 약자인 농업인을 버리고, 기업농 육성 정책으로 소규모 토마토 생산농가를 말살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농민들의 거센 저항에 대기업은 준공 89일 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습니다.

<인터뷰> 김지영(동부팜한농 사업기획팀장) : "일본의 굉장히 좋은 라인으로 토마토 수출라인을 개발해놨고요. 시장도 더 키우고 참여하는 농가도 더 많이 참여시킬 수 있는 기회도 있었거든요. 그런 기회나 노력을 알아봐 주지 않은 게 좀 안타깝습니다."

시설 유지비로만 연간 수십억 원이 나가고 있는 이 온실은 이제 새 주인을 찾고 있습니다.

▼“생산성 향상” vs “농민 생존권 위협”▼

<기자 멘트>

이런 대규모 재배시설은 주로 네덜란드를 비롯한 원예 강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토마토 재배를 예로 들어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네덜란드는 대부분(87%) 대규모 자동화 시설에서 전문화된 기술로 경작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99% 가까이가 이런 소형 비닐온실에서 재배하고 있습니다.

토마토의 품질을 상.중.하로 나눴을 때 대형 온실에선 상품의 비중이 90% 비닐온실에선 50%입니다.

1제곱미터당 생산성은 각각 60킬로그램, 6.6킬로그램으로 9배 차이가 납니다.

이렇게 대규모 자본과 전문 기술이 생산성과 품질 차이를 가져오지만 농민들은 아직 기업이 농업에 뛰어드는 걸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전국의 농민 500명에게 물었더니 기업의 농업참여에 대해 찬성한다는 답은 13%, 기존 농가나 지역과 상생협력을 전제로 찬성한다 15%, 반면에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58%나 됐습니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기업이 영세규모 생산자의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익의 대부분을 기업이 가져간다"(24%), "내수와 수출시장에서 기업이 농민과 경쟁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면서 기업도 농민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는 상생의 해법은 없을까요?

▼농가-기업 상생의 길은?▼

<리포트>

딸기 농사 33년 째인 이경환 씨, 수확한 딸기를 대기업에 공급하는 계약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판로가 안정적이다보니 품질 연구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경환(딸기 재배 농민) : "시간을 투자하니까, 품질이 향상되다 보니까 내 소득도 따라 올라가더라…."

4년전 이씨 등 11개 농가가 조합을 만들어 시작한 대기업과의 계약재배는 농민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고 참여 농가도 29곳으로 늘었습니다.

조합 매출도 3년새 7배나 뛰었습니다.

<인터뷰> 유윤석(CJ프레시웨이 농산팀장) : "데코레이션용으로 굉장히 고품질 딸기가 필요한데/ 저희가 요구하는 품질대로 지속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저희 고객 만족도도 굉장히 좋고요."

파프리카는 일산 이병찬 할아버지 농장에서, 한우는 강진 맥우 조합에서 온 겁니다.

이 백화점은 전국 40여 개 농가에서 친환경 농축산물 250여 가지를 직접 구매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희철(갤러리아백화점 식품팀) : "시세 변동없이 꾸준한 가격으로 매입해드리기 때문에 생산자분들도 좋고, 저희도 좋은 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서..."

농가와 백화점의 상생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태곤(농촌경제연구원 박사) : "기존의 영세 농가들하고 경합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수익성하고 사회성을 동시에 추구하는게 기업이 성장하는 길이다..."

농가와 기업이 협력해 경쟁력을 키울 때 우리 농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라 미래 성장산업이 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이소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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