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심폐 소생술로 어른 살린 초등생

입력 2015.04.14 (08:33) 수정 2015.04.1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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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아파트 단지에서 갑자기 쓰러진 50대 남성이, 때마침 나타난 은인의 심폐소생술 덕에 귀한 목숨을 구했습니다.

바람처럼 나타난 이 은인은 누구였을까요?

제작진조차 선뜻 믿기 어려웠던 건, 생명을 구한 은인이 주변을 지나던 의사도, 119구조대원도 아닌 바로 초등학교 4학년짜리 여자 어린이였다는 겁니다.

아파트 안에서 일어난 작은 기적은, 이 어린이가 불과 4시간 전에 배운 심폐 소생술 덕이었습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재구성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9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녁 7시쯤, 119 센터로 응급 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됩니다.

<인터뷰> 박지은(대원/강서소방서 현장대응단) : "4월 9일 19시경에 환자가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저희가 출동한 상황인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조차 쉬지 않는다는 응급 환자.

위급한 상황임을 감지한 구급대원들은 출동을 서둘렀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도착한 현장.

그런데,

<인터뷰> 박지은(대원/강서 소방서 현장대응단) : “현장 도착했을 때는 환자분이 의식이 돌아온 상태였고 바로 응급 처치를 시행한 다음에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분명 촌각을 다툴 정도로 위급했다는 환자.

그런데 환자의 상태는 크게 나빠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일까?

<인터뷰> 박지은(대원/강서소방서 현장대응단) : “(여학생이) 환자분 머리 위쪽에 서 있던 상태예요. 그 학생 옆에 어머님이 계셨어요. 제 기억으로는. 그런데 어머님께서 ‘저희 딸이 아저씨를 살렸다’(고 하셨어요.)”

초등학생인 딸이 응급 환자를 살렸다는 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소방대원들이 도착하기 몇 분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서울 강서구의 한아파트에 사는 51살 김 모씨는 평소처럼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분리수거장으로 향하던 김 씨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고 맙니다.

쓰러진 채로 미동도 없던 김 씨.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다들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저 발을 동동 구르며, 119구급대원들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던 사람들.

그런데 이때!

인파 속에서 작은 체구의 여자 어린이가 걸어 나옵니다.

바로 이 학생입니다.

<인터뷰> 이수빈(초등학교 4학년) : “엄마랑 같이 빵을 사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그때 바로 건너편에서 누가 ‘사람 살려’라고 말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랑 엄마랑 뛰어가서 봤는데 쓰러지신 분이 계셨어요.”

이 양이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환자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의식도 없고, 호흡도 고르지 못한 모습.

그때, 수빈 양의 머릿속에 떠오른 게 있었습니다.

바로 4시간 전에 교육받았던 심폐소생술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수빈(초등학교 4학년) : “선생님이 그러니까 낮에 말씀하신 것만 생각나서 그냥 저도 모르게 그게(심폐소생술이) 나왔어요.”

부모님의 권유로 소방서를 찾아가 심폐소생술을 배웠던 이 양.

배운대로라면, 눈앞에 있는 아저씨는 당장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 위급한 상태였습니다.

더 망설일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 이 양은 곧바로 행동에 들어갑니다.

<인터뷰> 이수빈(초등학교 4학년) : “엄마하고 그 쓰러지신 분의 가족분하고 기도를 열어주시고 제가 그때 압박을 했어요. 가슴 압박을. 마음속으로 개수를 세면서 했었어요. 왜냐면 개수가 안 맞으면 정확하지 않아서 뭔 일이 날 수도 있잖아요. “

차근차근, 4시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행한 심폐소생술.

<인터뷰> 이수빈(초등학교 4학년) : “아저씨가 빨리 살아나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이런 이 양의 간절한 마음이 닿은 것일까?

잠시 뒤 미동도 없었던 김 씨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곧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인터뷰> 이수빈(초등학교 4학년) : “이제 30번을 2번 압박한 다음에 17번째 그 정도쯤에 깨어나신 것 같아요. (깨어나서) 고맙다고 하시면서 제 손을 잡아주셨어요.”

이어 도착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김 씨는 입원 하루 만에 퇴원해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인터뷰> 박지은(대원/강서소방서 현장대응단) : “성인이 하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 학생으로서 어린 나이에 그렇게 용기를 내서 했다는 거에 대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도 모두 당황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생명을 구한 이양.

무섭기도 했지만, 이번 일로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더 크게 느꼈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이수빈(초등학교 4학년) : “제가 배워서 정말로 다치신 분한테 해봤잖아요. 친구들도 해보면 심폐소생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권유하고 싶어요..”

사실 심폐소생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는 최근에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지난 2월 대전중앙로 역.

열차 안에서 갑자기 쓰러진 여성을 승객들이 승강장 의자로 옮깁니다.

어쩔 줄 몰라 당황해 하는 사람들.

한 남자가 바람처럼 달려오더니 손을 펼쳐 심폐소생술을 시작합니다.

바로 해당 열차의 기관사였습니다.

<녹취> 고진선(대구도시철도 기관사) : “숨도 안 쉬는 것 같아서 배웠던 심폐소생술을 했거든요. 한 20회 정도 실시하니까 갑자기 가슴이 부풀어 오르면서 숨을 쉬는 것 같더라고요.“

쓰러진 환자는 지하철을 타고 산부인과에 가던 임신부였습니다.

기관사가 몇 달전에 배운 심폐소생술이 어머니와 태아 두 명의 목숨을 구한겁니다.

<녹취> 고진선(대구도시철도 기관사) : “산부인과 가시고 상태 확인한 다음에 무사히 대구로 귀가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어서 보람차고 기뻤습니다.”

심장이 멎은 환자의 뇌가 산소 없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단 4분.

시간이 지체되면 지체될수록 환자의 생존 확률은 더 희박해지기 때문에 응급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도움입니다.

<인터뷰> 안유진(소방사/강서소방서) : “4분이 지나면 그때부터 뇌가 손상되기 시작하거든요. 최초 목격자가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해주시면 이 사람의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해마다 2만 명 이상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주변에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비율은 8.7%에 불과한 형편입니다.

위급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심폐 소생술을 하루빨리 배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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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심폐 소생술로 어른 살린 초등생
    • 입력 2015-04-14 08:34:22
    • 수정2015-04-14 09:3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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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아파트 단지에서 갑자기 쓰러진 50대 남성이, 때마침 나타난 은인의 심폐소생술 덕에 귀한 목숨을 구했습니다.

바람처럼 나타난 이 은인은 누구였을까요?

제작진조차 선뜻 믿기 어려웠던 건, 생명을 구한 은인이 주변을 지나던 의사도, 119구조대원도 아닌 바로 초등학교 4학년짜리 여자 어린이였다는 겁니다.

아파트 안에서 일어난 작은 기적은, 이 어린이가 불과 4시간 전에 배운 심폐 소생술 덕이었습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재구성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9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녁 7시쯤, 119 센터로 응급 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됩니다.

<인터뷰> 박지은(대원/강서소방서 현장대응단) : "4월 9일 19시경에 환자가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저희가 출동한 상황인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조차 쉬지 않는다는 응급 환자.

위급한 상황임을 감지한 구급대원들은 출동을 서둘렀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도착한 현장.

그런데,

<인터뷰> 박지은(대원/강서 소방서 현장대응단) : “현장 도착했을 때는 환자분이 의식이 돌아온 상태였고 바로 응급 처치를 시행한 다음에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분명 촌각을 다툴 정도로 위급했다는 환자.

그런데 환자의 상태는 크게 나빠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일까?

<인터뷰> 박지은(대원/강서소방서 현장대응단) : “(여학생이) 환자분 머리 위쪽에 서 있던 상태예요. 그 학생 옆에 어머님이 계셨어요. 제 기억으로는. 그런데 어머님께서 ‘저희 딸이 아저씨를 살렸다’(고 하셨어요.)”

초등학생인 딸이 응급 환자를 살렸다는 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소방대원들이 도착하기 몇 분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서울 강서구의 한아파트에 사는 51살 김 모씨는 평소처럼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분리수거장으로 향하던 김 씨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고 맙니다.

쓰러진 채로 미동도 없던 김 씨.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다들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저 발을 동동 구르며, 119구급대원들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던 사람들.

그런데 이때!

인파 속에서 작은 체구의 여자 어린이가 걸어 나옵니다.

바로 이 학생입니다.

<인터뷰> 이수빈(초등학교 4학년) : “엄마랑 같이 빵을 사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그때 바로 건너편에서 누가 ‘사람 살려’라고 말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랑 엄마랑 뛰어가서 봤는데 쓰러지신 분이 계셨어요.”

이 양이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환자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의식도 없고, 호흡도 고르지 못한 모습.

그때, 수빈 양의 머릿속에 떠오른 게 있었습니다.

바로 4시간 전에 교육받았던 심폐소생술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수빈(초등학교 4학년) : “선생님이 그러니까 낮에 말씀하신 것만 생각나서 그냥 저도 모르게 그게(심폐소생술이) 나왔어요.”

부모님의 권유로 소방서를 찾아가 심폐소생술을 배웠던 이 양.

배운대로라면, 눈앞에 있는 아저씨는 당장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 위급한 상태였습니다.

더 망설일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 이 양은 곧바로 행동에 들어갑니다.

<인터뷰> 이수빈(초등학교 4학년) : “엄마하고 그 쓰러지신 분의 가족분하고 기도를 열어주시고 제가 그때 압박을 했어요. 가슴 압박을. 마음속으로 개수를 세면서 했었어요. 왜냐면 개수가 안 맞으면 정확하지 않아서 뭔 일이 날 수도 있잖아요. “

차근차근, 4시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행한 심폐소생술.

<인터뷰> 이수빈(초등학교 4학년) : “아저씨가 빨리 살아나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이런 이 양의 간절한 마음이 닿은 것일까?

잠시 뒤 미동도 없었던 김 씨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곧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인터뷰> 이수빈(초등학교 4학년) : “이제 30번을 2번 압박한 다음에 17번째 그 정도쯤에 깨어나신 것 같아요. (깨어나서) 고맙다고 하시면서 제 손을 잡아주셨어요.”

이어 도착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김 씨는 입원 하루 만에 퇴원해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인터뷰> 박지은(대원/강서소방서 현장대응단) : “성인이 하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 학생으로서 어린 나이에 그렇게 용기를 내서 했다는 거에 대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도 모두 당황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생명을 구한 이양.

무섭기도 했지만, 이번 일로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더 크게 느꼈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이수빈(초등학교 4학년) : “제가 배워서 정말로 다치신 분한테 해봤잖아요. 친구들도 해보면 심폐소생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권유하고 싶어요..”

사실 심폐소생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는 최근에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지난 2월 대전중앙로 역.

열차 안에서 갑자기 쓰러진 여성을 승객들이 승강장 의자로 옮깁니다.

어쩔 줄 몰라 당황해 하는 사람들.

한 남자가 바람처럼 달려오더니 손을 펼쳐 심폐소생술을 시작합니다.

바로 해당 열차의 기관사였습니다.

<녹취> 고진선(대구도시철도 기관사) : “숨도 안 쉬는 것 같아서 배웠던 심폐소생술을 했거든요. 한 20회 정도 실시하니까 갑자기 가슴이 부풀어 오르면서 숨을 쉬는 것 같더라고요.“

쓰러진 환자는 지하철을 타고 산부인과에 가던 임신부였습니다.

기관사가 몇 달전에 배운 심폐소생술이 어머니와 태아 두 명의 목숨을 구한겁니다.

<녹취> 고진선(대구도시철도 기관사) : “산부인과 가시고 상태 확인한 다음에 무사히 대구로 귀가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어서 보람차고 기뻤습니다.”

심장이 멎은 환자의 뇌가 산소 없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단 4분.

시간이 지체되면 지체될수록 환자의 생존 확률은 더 희박해지기 때문에 응급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도움입니다.

<인터뷰> 안유진(소방사/강서소방서) : “4분이 지나면 그때부터 뇌가 손상되기 시작하거든요. 최초 목격자가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해주시면 이 사람의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해마다 2만 명 이상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주변에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비율은 8.7%에 불과한 형편입니다.

위급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심폐 소생술을 하루빨리 배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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