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숨진 사장과 사라진 직원, 알고보니…

입력 2015.06.05 (08:30) 수정 2015.06.0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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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경기도 포천에 있는 자그마한 공장입니다.

지난 4월 초 이 공장의 사장이 숨진 채로 발견됩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 공장의 유일한 직원이었던 태국인 근로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됩니다.

사장의 죽음과 외국인 직원의 행방불명.

이 둘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던걸까요?

영원히 미궁에 빠질 수도 있었던 사건은 숨진 사장의 여동생이 자수를 하면서 실마리가 풀리게 됩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사연인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4월 말.

한 40대 여성이 어두운 얼굴로 경찰서를 찾습니다.

어렵게 입을 열기 시작한 여성.

여성의 말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오빠하고 자기 차량을 이용해서 죽어있는 외국인을 김포에 있는 농수로에 시신을 유기했다. 그래서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자수하러 왔다 그렇게 신고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두 달전, 그러니까 지난 4월 초입니다.

경찰은 누군가로부터 걸려온 신고 전화를 한 통 받았는데요.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공장 지인이 공장에 사장이 안 보인다, 공장 문도 닫혀있고 안 보인다고 해서……"

경찰은 곧바로 공장을 방문해봤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공장 문을 열어보니까, 사장이 나일론 끈에 목매달아서……"

굳게 문이 닫힌 공장안에 목을 매 숨져 있는 사람.

사망자는 사라진 공장 사장 42살 김 모씨 였습니다.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미안합니다. 인생에 돈이 무슨 소용이 있나요.’ 메모가 가방 안에서 발견됐는데 이게 뭐 이것 때문에 유서로 써 놓은 건지 정확하게 판단이 안 되는데 가방 속에서 쪽지를 발견했습니다."

숨진 김 씨는 지난해 8월부터 가구를 가공하는 이 소규모 공장을 매입해 운영해왔다고 합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작년) 8월부터 했죠. 아주 착실했었지 걔는 일요일에도 일해요. 명절 때만 하루 쉬고 계속 일해요."

성실하게 일했지만, 공장의 형편은 썩 좋지가 않았다고 하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경제사정 어려웠다던데?) 어렵고 ‘형님 바쁘기만 하지 돈이 안 돼’ 하고 힘들기는 힘들지."

이때까지만해도 경찰은 경영난을 겪던 중소기업의 경영자가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만 여겼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발견됩니다.

이 공장의 유일한 직원인 외국인 근로자의 행방이 묘연한 겁니다.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태국인이고요. 마흔세 살, 만으로 마흔세 살 됐습니다. 다른 데서 일하다가 거기 와서 한 10일 동안 일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태국인 직원 A 모 씨가 보이지 않기 시작한 건, 사장 김 씨가 숨지기 열흘여 전쯤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주말마다 와서 찾았어요. 태국 애들이 와서 찾았어요."

가까운 지인들에게조차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장시간 자취를 감춘 A씨.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태국인 지인이 태국인 종업원이 있는데 왜 안 보이느냐. 사장은 죽고 그러니까 좀 이상하다 생각하고 찾아봤는데 방에도 없고 그러니까 실종 신고로 신고한 거죠."

하지만, 사라진 태국인 근로자의 행방을 가장 잘 알고 있을 사장 김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황.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경찰도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우리도 혹시 (두 사람 사이에) 연관성이 있나 그걸 초점에 두고 수사를 했는데 그 연관성은 없더라고요."

그렇게 별다른 소득 없이 한 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태국인 근로자의 실종과 공장 사장의 자살 사건은 의문만 남긴 채 이대로 묻히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경찰서를 찾아온 한 여성의 고백으로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여성의 말은 이랬습니다.

공장 사장인 오빠 김 씨는 숨지기 얼마 전 태국인 근로자 A씨를 고용해, 공장을 운영했습니다.

A씨는 공 장안에 있는 쪽방에서 숙식을 해결했다고 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뜻하지 않은 변을 당하고 맙니다.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동생 얘기가 오빠가 (태국인이 쓰는) 방에 들어갔더니 (연탄난로) 뚜껑이 조금 열려 있다……"

연탄 난로를 피운채 잠이 든 A씨는 영영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A씨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사장 김 씨.

시신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그리고는 엉뚱하게도 경찰이 아닌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합니다.

왜 그런걸까?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외국인이 불법체류고 그다음에 공장이 무허가기 때문에 벌금 처벌을 받을 것 같아 두려워서……."

불법체류 고용에 대한 벌금과 무허가 공장 운영이 들키는게 두려워 신고를 포기한 김 씨.

결국, 동생을 불러 시신을 몰래 유기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시신을) 가방에 넣고 동생이 차가 있으니까 동생한테 협조를 구해서 함께 차량을 이용해서 사체를 유기한 것 같습니다."

이들은 인적드믄 새벽 시간 시신을 가방에 넣고 경기도 김포의 한 농수로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수색해서 찾아봤는데 거기는 논이 주변에 있었고 주택은 별로 없어서 인적이 드문 농수로이기 때문에 찾기가 (어렵고) 또 이 사람이 시신을 묻었기 때문에 땅속에서 발견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운반을 쉽게 하기 위해, 시신의 일부를 훼손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외국인 근로자의 시신에서 혹시나 의심됐던 타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국과수 결과는 사망 직접 사인이 일산화탄소로 사망했고 특별히 타살 의심되는 것은 전혀 없다. 그렇게 부검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시신을 불법으로 유기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 연구소) : "아무리 불법 공장 운영이나 이런 게 있었다 하더라도 시신 유기죄가 얼마나 무서운 죄인지에 대해 잘 모르셨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냥 임기응변식으로 시신을 처리하면 되겠거니 하고 일을 벌였는데 나중에 상황을 봤더니 큰 거죠. 무지에서 나온 극단적인 비극의 상황이 아닌가 생각이 돼요."

오빠가 목숨을 끊은 뒤 역시 양심의 가책을 느낀 여동생.

고민 끝에 경찰에 자수를 하면서 영원히 묻힐뻔했던 사건은 이렇게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경찰은 여동생 김씨를 시신 유기 혐의로 입건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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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숨진 사장과 사라진 직원, 알고보니…
    • 입력 2015-06-05 08:41:07
    • 수정2015-06-05 09: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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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경기도 포천에 있는 자그마한 공장입니다.

지난 4월 초 이 공장의 사장이 숨진 채로 발견됩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 공장의 유일한 직원이었던 태국인 근로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됩니다.

사장의 죽음과 외국인 직원의 행방불명.

이 둘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던걸까요?

영원히 미궁에 빠질 수도 있었던 사건은 숨진 사장의 여동생이 자수를 하면서 실마리가 풀리게 됩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사연인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4월 말.

한 40대 여성이 어두운 얼굴로 경찰서를 찾습니다.

어렵게 입을 열기 시작한 여성.

여성의 말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오빠하고 자기 차량을 이용해서 죽어있는 외국인을 김포에 있는 농수로에 시신을 유기했다. 그래서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자수하러 왔다 그렇게 신고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두 달전, 그러니까 지난 4월 초입니다.

경찰은 누군가로부터 걸려온 신고 전화를 한 통 받았는데요.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공장 지인이 공장에 사장이 안 보인다, 공장 문도 닫혀있고 안 보인다고 해서……"

경찰은 곧바로 공장을 방문해봤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공장 문을 열어보니까, 사장이 나일론 끈에 목매달아서……"

굳게 문이 닫힌 공장안에 목을 매 숨져 있는 사람.

사망자는 사라진 공장 사장 42살 김 모씨 였습니다.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미안합니다. 인생에 돈이 무슨 소용이 있나요.’ 메모가 가방 안에서 발견됐는데 이게 뭐 이것 때문에 유서로 써 놓은 건지 정확하게 판단이 안 되는데 가방 속에서 쪽지를 발견했습니다."

숨진 김 씨는 지난해 8월부터 가구를 가공하는 이 소규모 공장을 매입해 운영해왔다고 합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작년) 8월부터 했죠. 아주 착실했었지 걔는 일요일에도 일해요. 명절 때만 하루 쉬고 계속 일해요."

성실하게 일했지만, 공장의 형편은 썩 좋지가 않았다고 하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경제사정 어려웠다던데?) 어렵고 ‘형님 바쁘기만 하지 돈이 안 돼’ 하고 힘들기는 힘들지."

이때까지만해도 경찰은 경영난을 겪던 중소기업의 경영자가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만 여겼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발견됩니다.

이 공장의 유일한 직원인 외국인 근로자의 행방이 묘연한 겁니다.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태국인이고요. 마흔세 살, 만으로 마흔세 살 됐습니다. 다른 데서 일하다가 거기 와서 한 10일 동안 일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태국인 직원 A 모 씨가 보이지 않기 시작한 건, 사장 김 씨가 숨지기 열흘여 전쯤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주말마다 와서 찾았어요. 태국 애들이 와서 찾았어요."

가까운 지인들에게조차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장시간 자취를 감춘 A씨.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태국인 지인이 태국인 종업원이 있는데 왜 안 보이느냐. 사장은 죽고 그러니까 좀 이상하다 생각하고 찾아봤는데 방에도 없고 그러니까 실종 신고로 신고한 거죠."

하지만, 사라진 태국인 근로자의 행방을 가장 잘 알고 있을 사장 김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황.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경찰도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우리도 혹시 (두 사람 사이에) 연관성이 있나 그걸 초점에 두고 수사를 했는데 그 연관성은 없더라고요."

그렇게 별다른 소득 없이 한 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태국인 근로자의 실종과 공장 사장의 자살 사건은 의문만 남긴 채 이대로 묻히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경찰서를 찾아온 한 여성의 고백으로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여성의 말은 이랬습니다.

공장 사장인 오빠 김 씨는 숨지기 얼마 전 태국인 근로자 A씨를 고용해, 공장을 운영했습니다.

A씨는 공 장안에 있는 쪽방에서 숙식을 해결했다고 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뜻하지 않은 변을 당하고 맙니다.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동생 얘기가 오빠가 (태국인이 쓰는) 방에 들어갔더니 (연탄난로) 뚜껑이 조금 열려 있다……"

연탄 난로를 피운채 잠이 든 A씨는 영영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A씨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사장 김 씨.

시신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그리고는 엉뚱하게도 경찰이 아닌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합니다.

왜 그런걸까?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외국인이 불법체류고 그다음에 공장이 무허가기 때문에 벌금 처벌을 받을 것 같아 두려워서……."

불법체류 고용에 대한 벌금과 무허가 공장 운영이 들키는게 두려워 신고를 포기한 김 씨.

결국, 동생을 불러 시신을 몰래 유기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시신을) 가방에 넣고 동생이 차가 있으니까 동생한테 협조를 구해서 함께 차량을 이용해서 사체를 유기한 것 같습니다."

이들은 인적드믄 새벽 시간 시신을 가방에 넣고 경기도 김포의 한 농수로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수색해서 찾아봤는데 거기는 논이 주변에 있었고 주택은 별로 없어서 인적이 드문 농수로이기 때문에 찾기가 (어렵고) 또 이 사람이 시신을 묻었기 때문에 땅속에서 발견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운반을 쉽게 하기 위해, 시신의 일부를 훼손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외국인 근로자의 시신에서 혹시나 의심됐던 타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강찬모(수사과장/경기 포천경찰서) : "국과수 결과는 사망 직접 사인이 일산화탄소로 사망했고 특별히 타살 의심되는 것은 전혀 없다. 그렇게 부검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시신을 불법으로 유기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 연구소) : "아무리 불법 공장 운영이나 이런 게 있었다 하더라도 시신 유기죄가 얼마나 무서운 죄인지에 대해 잘 모르셨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냥 임기응변식으로 시신을 처리하면 되겠거니 하고 일을 벌였는데 나중에 상황을 봤더니 큰 거죠. 무지에서 나온 극단적인 비극의 상황이 아닌가 생각이 돼요."

오빠가 목숨을 끊은 뒤 역시 양심의 가책을 느낀 여동생.

고민 끝에 경찰에 자수를 하면서 영원히 묻힐뻔했던 사건은 이렇게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경찰은 여동생 김씨를 시신 유기 혐의로 입건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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