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재벌의 부끄러운 ‘민낯’…골육상쟁 이유는?

입력 2015.08.05 (21:05) 수정 2015.08.1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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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오늘로 열흘쨉니다.

형과 동생이 차례로 여론공세에 나서면서 다툼이 격화되고 있는데요,

신동빈 회장은 평소처럼 업무를 보면서 수장으로서 행보를 이어갔고, 계열사 사장단에 이어 오늘은 노조위원장들까지 신 회장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반면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아버지 곁에서 사흘 째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롯데 사태를 계기로 재벌가의 경영권 다툼 원인과 대안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롯데그룹이 어떻게 성장해왔고, 그리고 열흘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최형원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 롯데는 어떤 기업?…열흘간 분쟁 재구성 ▼

<리포트>

롯데는 19살의 신격호가 일본으로 밀항해 껌사업으로 성공하면서 대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한일 국교 정상화로 한국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지자 1967년에 한국으로 진출합니다

정부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투자금 가운데 절반을 외국자본으로 인정해 각종 세금을 5년간 면제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줬습니다.

이후 롯데는 호텔과 백화점을 건립할 때 정부 부지를 손쉽게 인수했습니다.

또 외국계 자본으론 이례적으로 면세점 사업권까지 확보하는 등 정부 지원과 국민 성원 속에 재계 5위 그룹으로 컸습니다.

롯데의 거침없는 성장에 제동이 걸린 건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알려지면서부텁니다.

9일 전 후계자 구도에서 밀려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를 앞세워 경영권을 되찾으려 했으나, 동생인 신동빈 회장이 하루만에 아버지를 해임하면서 골육상쟁이 시작됐습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각종 문건과 손찌검 사실까지 공개하며 여론 공세를 폈고,

<인터뷰> 신동주(전 부회장) : "7월초에 아버지에게 심하게 혼이 났고 맞고 난 뒤에는 총괄회장 앞에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차남 신동빈을 회장으로 임명한 적조차 없다는 성명까지 발표했습니다.

신동빈 회장은 물러설 뜻이 없다고 밝히면서 반격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신동빈 : " 해임지시서는 법적 효력이 없는 서류라고 생각합니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격화되면서 반세기 가까이 쌓아올린 롯데의 위상과 평판이 나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 피보다 진한 돈?…골육상쟁 이유는? ▼

<기자 멘트>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가장 비슷한 건 2000년대 초 현대그룹의 이른바 '왕자의 난'이죠.

여든 넘은 창업주가 기력이 약해졌을 때, 차남 정몽구 회장이 다섯째 정몽헌 회장의 측근을 경질하면서 격돌했죠.

정몽헌 회장이 후계자라는 아버지 육성이 공개된 것도 롯데 사태와 유사합니다.

현대그룹은 결국 자동차와 건설·증권으로 쪼개졌습니다.

2009년 불거진 금호가의 형제 갈등은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그룹을 살리는 과정에서 셋째 박삼구 회장과 넷째 박찬구 회장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습니다.

서로를 배임 등으로 고소한 사건은 현재 검찰 조사중입니다.

최근에 드러난 효성 그룹의 분쟁은 3세들 간의 갈등이었습니다.

장남과 차남이 후계구도를 경쟁한 것이 비극의 씨앗이었습니다.

이처럼 총수일가의 '골육상쟁'이 벌어진 곳은 30대 그룹 가운데 17곳이나 됩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

우선, 총수의 제왕적 '황제경영'이 원인입니다.

후계자와 관련해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고, 후계자 선정도 제때 이뤄지지 않게 되는 겁니다.

계열사 지분 분포조차 불투명한 전근대적인 지배구조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러다 보니 경영능력을 평가해 후계자를 선정하는 합리적 승계 절차는 딴 나라 이야기가 되기 일쑵니다.

그럼, 한국 재벌의 폐해를 막을 대안은 무엇일까요 ?

유지향 기자가 찾아봤습니다.

▼ 황제경영의 폐해, “합리적 승계절차 마련해야” ▼

<리포트>

1899년 두 가문이 설립한 독일 가전업체 밀레는 4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후계자를 선정하는 과정에 헤드헌터까지 참여해 경영능력을 철저히 검증하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에 잡음이 없습니다.

밀레 회장은 기업의 후손이라도 경영능력까지 세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피보다 중요한 것은 능력이라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재벌은 총수 일가의 밀실 협의로 승계 논의가 이뤄지기 일쑵니다.

40대 재벌 총수 일가의 평균 지분율은 4.3%에 불과하지만 복잡한 순환출자를 통해 전체 계열사의 경영권을 장악했기 때문입니다.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이를 견제해야 하지만 사내 이사 대부분은 총수 일가와 관련된 사람들이라 '거수기 역할'로 전락한지 오랩니다.

<인터뷰> 송민경(한국기업지배구조원 팀장) : "회사가치 혹은 주주의 권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경영이 이뤄져야 하는데 소수의 지배주주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 때문에 능력을 갖춘 후계자를 선임할 수 있도록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같은 독립적인 승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유명 무실해진 사외이사 제도를 보완하고 주주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대책도 필요합니다.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이른바 '오너 리스크'를 줄이고 반복되는 경영권 분쟁도 막을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유지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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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재벌의 부끄러운 ‘민낯’…골육상쟁 이유는?
    • 입력 2015-08-05 21:06:14
    • 수정2015-08-10 13:36:02
    뉴스 9
<앵커 멘트>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오늘로 열흘쨉니다.

형과 동생이 차례로 여론공세에 나서면서 다툼이 격화되고 있는데요,

신동빈 회장은 평소처럼 업무를 보면서 수장으로서 행보를 이어갔고, 계열사 사장단에 이어 오늘은 노조위원장들까지 신 회장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반면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아버지 곁에서 사흘 째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롯데 사태를 계기로 재벌가의 경영권 다툼 원인과 대안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롯데그룹이 어떻게 성장해왔고, 그리고 열흘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최형원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 롯데는 어떤 기업?…열흘간 분쟁 재구성 ▼

<리포트>

롯데는 19살의 신격호가 일본으로 밀항해 껌사업으로 성공하면서 대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한일 국교 정상화로 한국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지자 1967년에 한국으로 진출합니다

정부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투자금 가운데 절반을 외국자본으로 인정해 각종 세금을 5년간 면제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줬습니다.

이후 롯데는 호텔과 백화점을 건립할 때 정부 부지를 손쉽게 인수했습니다.

또 외국계 자본으론 이례적으로 면세점 사업권까지 확보하는 등 정부 지원과 국민 성원 속에 재계 5위 그룹으로 컸습니다.

롯데의 거침없는 성장에 제동이 걸린 건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알려지면서부텁니다.

9일 전 후계자 구도에서 밀려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를 앞세워 경영권을 되찾으려 했으나, 동생인 신동빈 회장이 하루만에 아버지를 해임하면서 골육상쟁이 시작됐습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각종 문건과 손찌검 사실까지 공개하며 여론 공세를 폈고,

<인터뷰> 신동주(전 부회장) : "7월초에 아버지에게 심하게 혼이 났고 맞고 난 뒤에는 총괄회장 앞에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차남 신동빈을 회장으로 임명한 적조차 없다는 성명까지 발표했습니다.

신동빈 회장은 물러설 뜻이 없다고 밝히면서 반격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신동빈 : " 해임지시서는 법적 효력이 없는 서류라고 생각합니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격화되면서 반세기 가까이 쌓아올린 롯데의 위상과 평판이 나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 피보다 진한 돈?…골육상쟁 이유는? ▼

<기자 멘트>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가장 비슷한 건 2000년대 초 현대그룹의 이른바 '왕자의 난'이죠.

여든 넘은 창업주가 기력이 약해졌을 때, 차남 정몽구 회장이 다섯째 정몽헌 회장의 측근을 경질하면서 격돌했죠.

정몽헌 회장이 후계자라는 아버지 육성이 공개된 것도 롯데 사태와 유사합니다.

현대그룹은 결국 자동차와 건설·증권으로 쪼개졌습니다.

2009년 불거진 금호가의 형제 갈등은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그룹을 살리는 과정에서 셋째 박삼구 회장과 넷째 박찬구 회장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습니다.

서로를 배임 등으로 고소한 사건은 현재 검찰 조사중입니다.

최근에 드러난 효성 그룹의 분쟁은 3세들 간의 갈등이었습니다.

장남과 차남이 후계구도를 경쟁한 것이 비극의 씨앗이었습니다.

이처럼 총수일가의 '골육상쟁'이 벌어진 곳은 30대 그룹 가운데 17곳이나 됩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

우선, 총수의 제왕적 '황제경영'이 원인입니다.

후계자와 관련해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고, 후계자 선정도 제때 이뤄지지 않게 되는 겁니다.

계열사 지분 분포조차 불투명한 전근대적인 지배구조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러다 보니 경영능력을 평가해 후계자를 선정하는 합리적 승계 절차는 딴 나라 이야기가 되기 일쑵니다.

그럼, 한국 재벌의 폐해를 막을 대안은 무엇일까요 ?

유지향 기자가 찾아봤습니다.

▼ 황제경영의 폐해, “합리적 승계절차 마련해야” ▼

<리포트>

1899년 두 가문이 설립한 독일 가전업체 밀레는 4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후계자를 선정하는 과정에 헤드헌터까지 참여해 경영능력을 철저히 검증하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에 잡음이 없습니다.

밀레 회장은 기업의 후손이라도 경영능력까지 세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피보다 중요한 것은 능력이라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재벌은 총수 일가의 밀실 협의로 승계 논의가 이뤄지기 일쑵니다.

40대 재벌 총수 일가의 평균 지분율은 4.3%에 불과하지만 복잡한 순환출자를 통해 전체 계열사의 경영권을 장악했기 때문입니다.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이를 견제해야 하지만 사내 이사 대부분은 총수 일가와 관련된 사람들이라 '거수기 역할'로 전락한지 오랩니다.

<인터뷰> 송민경(한국기업지배구조원 팀장) : "회사가치 혹은 주주의 권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경영이 이뤄져야 하는데 소수의 지배주주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 때문에 능력을 갖춘 후계자를 선임할 수 있도록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같은 독립적인 승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유명 무실해진 사외이사 제도를 보완하고 주주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대책도 필요합니다.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이른바 '오너 리스크'를 줄이고 반복되는 경영권 분쟁도 막을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유지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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