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북한을 알리는 얼굴 ‘의례원’
입력 2015.10.31 (08:08)
수정 2015.10.3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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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한 방문객들이 늘면서 행사장마다 등장하는 북한 의례원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상봉 기간에는 이산가족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긴 미녀의 접대원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북한을 알리는 얼굴, 북한 당국이 대외사업의 전초병으로 내세우는 북한 의례원들의 세계.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이 금강산에서 만났다.
65년 만의 만남.
이 극적인 순간을 바로 옆에서 묵묵히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다.
<녹취> "선생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뭘로 하시겠습니까."
앳된 얼굴에 고운 한복 차림.
상차림을 준비하고 음식을 먹기 좋게 덜어주는 일까지 이들이 도맡았다.
<녹취> "백두산 들쭉술입니다. (이게 백두산 들쭉술이랍니다.)"
특히 화제가 된 인물도 있었다.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열여덟 살 양윤미 씨가 그 주인공이다.
2박3일씩 두 차례 진행됐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 내내 관심을 끌었던 이들은 누구일까.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해외에서 오거나 혹은 소위 말하는 남조선에서 오는 바깥사람들을 대접하는 사람들, 그런 직군의 사람들도 있고, 이런 행사를 할 때 나타나는 사람들도 있고...‘의례원’이라는 단어로 하나로 묶어져서 여러 가지 직종의 사람들이 그 안에 속해있는데요."
의례원!
바로 북한을 방문하는 이방인들을 전담하는 사람이다.
1980년대 ‘의전하는 사람’으로 칭하라는 김일성의 명령에 따라 의례원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가장 대표적인 의례원은 ‘접대원’이다.
지난 달 북한을 방문한 한 외국인이 식당을 촬영한 영상.
한복을 차려입은 젊은 여성들이 음식을 차리고 무대에서 공연까지 선보인다.
<녹취> "동포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이들이 바로 접대원이다.
북한의 유명 호텔, 음식점 등에선 이런 접대원들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흥미로운 건, 이들 접대원이 단순 서비스업 종사자가 아닌, 대외봉사총국, 인민봉사위원회 등 국가 기관에 소속된 전문 인력들이라는 점이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등장했던 접대원들의 경우엔 그 전문 인력 가운데서도 철저한 검증을 거쳐 선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서재평(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 : "좀 더 남한의 이산가족들한테 친근감을 줄 수 있고 좀 더 서비스가 좋고 얼굴들이 굉장히 기용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사람들로 선발을 했을 것입니다."
의례원 중에서도 특히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건 해외로 파견되는 접대원들이다.
이들의 근무지는 해외의 북한 식당.
한 관광객이 촬영한 캄보디아 북한 식당의 모습이다.
이채로운 북한식 상차림보다 먼저 눈이 가는 건 접대원들의 화려한 공연.
대부분이 20대 초반.
북한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가장 인기가 높은 직업이다.
<인터뷰> 심하윤(의례원 출신 탈북자) : "외국의 신선한 경험도 할 수 있고 정보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여자 애들이 많이 선호를 합니다. 그리고 경제적인 부분이 많이 채워지잖아요. 월급은 (북한 돈) 5000원이지만 한 번에 받는 팁이, 하루가 아니고 한 번에 받는 팁이 그 월급에 두 배나 세 배 가까이 받을 수도 있어요. 월급에 의존해서 살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인 상황이 굉장히 좋고..."
그렇다면 북한에서 의례원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출신 성분이다.
여기에 출중한 외모와 일정 수준의 대학 교육을 이수해야만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임무와도 관련이 깊다.
<인터뷰> 서재평(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 : "체제 선전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그 체제 선전할 때 아주 능력 있는 체제 선전을 할 수 있는, 수준 있게 북한 사회를 잘 알릴 수 있는 그렇게 준비 잘 된 사람들로 해서 북한 사회를 나름대로 유리하게 북한을 알리고, 어떻게든 좋은 이미지와 좋은 인상을 가지게끔 그렇게 만드는 것이 의례원들의 역할이죠."
이 때문에 가장 중요한 교육 내용 역시 김씨 일가에 대한 홍보라고 의례원 출신 탈북자는 전한다.
<인터뷰> 심하윤(의례원 출신 탈북자) : "우리 수령님, 우리 장군님이 이렇게 위대하고, 대외적 권위가 이렇게 하늘을 찌를 듯 높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제일 살기 좋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해야 된다고 배워주고 있어요. 사무실에 들어가면‘여러분들은 대외 사업의 일선에 나선 전초병들입니다. 당은 여러분들을 믿습니다.’라는 구호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을 해요."
접대원과 더불어, ‘관광 안내원’ 역시 인기가 높은 의례원 직종 가운데 하나이다.
<녹취> "I am 최, (I am 킴.)"
북한을 찾은 관광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는 것이 이들의 주된 업무.
<녹취> "다들 ‘미녀와 야수’ 주제곡 아시죠?"
이동하는 차 안에서 팝송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최신 오락 시설에서 시범을 보이며 이방인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외국인에게는 생소한 북한의 거리 음식을 나눠먹는 모습까지.
<녹취> "이거 사진도 찍습니까? 먹는 거. 게걸스럽게 먹는 거. (이게 뭐예요, 감자?)"
격의 없이 관광객들과 어울리는 의례원들로 인해, 북한에 대한 이미지도 어느 정도 탈바꿈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이라는 곳이 그렇게 험악한 곳만은 아니고 핵무기만 가지고 있지 않고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라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일단 굉장히 중요하고요. 그러니까 북한이라고 하면 우리가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들이 있잖아요. 험한 이미지들이 있는데 그걸 상쇄시키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이 사람들(의례원)이 하고 있고..."
하지만 문제도 뒤따른다.
외국인을 수시로 대하다 보니, 북한의 의례원들에게도 자본주의 가치관이 유입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른바 ‘물빼기’를 위한 북한 당국의 관리 감독도 철저히 이루어진다고 한다.
<인터뷰> 심하윤(의례원 출신 탈북자) : "의례원은 외국인과 직접적으로 맞대고 얘기를 하고 일을 하고 하기 때문에 외국을 굉장히 많이 동경합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굉장히 빨리 빨리 물들잖아요. 그래서 이 사람들에 대한 정치사상 학습, 그런 교양적인 학습을 굉장히 많이 시키고 단속을 강화하려고 해요."
북한을 찾는 외국인들의 필수코스인 유적지, 기념관 등에도 의례원은 존재한다.
다름 아닌 ‘해설 강사’이다.
북한이 자랑하는 김일성 생가 만경대.
화사한 한복을 차려입은 해설 강사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녹취> ‘만경대(김일성 생가)’ 해설 의례원 : "만경대는 1920년대 초반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신성한 장소입니다."
지난 8월 평양을 찾은 KBS 취재진에게도 해설 강사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녹취> ‘주체사상탑’ 해설 의례원 : "1982년 4월 15일을 맞으면서 이 주체사상탑이 건립됐습니다."
이들은 특히 김일성 일가 우상화 홍보에 힘을 쏟고 있는데, 김정은 제 1위원장이 세계 각국에서 받은 선물을 전시해 두었다는 ‘국제친선전람관’도 그 중 하나이다.
<녹취> 국제친선전람관 해설 의례원 : "총 건평은 6만8천여 평방미터, 선물 진열함단은 백 마흔 개나 되는데..."
이들의 또 다른 역할은 통제다.
<녹취> "여기는 찍으면 안 됩니다. 찍지 마세요!"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순발력도 필수라고 한다.
<인터뷰> 심하윤(의례원 출신 탈북자) : "만수대 동상이라고 있어요. 그때 외국인이 거기에 가서 굉장히 궁금했던 거예요. 너무너무 크고. 그래서 저게 몇 톤인가 궁금했겠죠.‘몰라요.’라고 하면 좀 창피하잖아요. 그래서 그 통역원이 약간 순발력을 발휘해서‘저 동상의 무게가 우리 조선 인민의 심장을 다 합친 무게니까 네가 생각을 해봐.’라고 얘기했대요. 그게 막 화제가 됐어요. 그래서 말을 굉장히 잘한 케이스라고 표창을 했어요."
대부분 한복 차림이지만 특별히 의미를 두는 시설물에선 복장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푸에블로호’ 전시장이 대표적이다.
<녹취> 외국 관광객 : "우리는 북한에 의해 나포된 푸에블로호 내부를 구경하고 있네요."
<녹취> ‘푸에블로 호’ 해설 의례원 : "만약 우리가 푸에블로호와 선원들을 돌려보내지 않으면 또 다른 한국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보복은 보복으로 전면전은 전면전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있어 의례원을 적극 활용하는 북한.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은 의례원 양성에 더욱 힘을 쏟는 분위기다.
장철구 상업대학 등 주요 대학에 관련 학과를 증설하고 시설을 대폭 현대화한 것이다.
<녹취> 한영훈(장철구 평양상업대학 학부장 부교수) : "과학연구사업과 함께 실습을 결정적으로 따라세우기 위해서 실습조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해외 파견 의례원의 역할도 한층 강조하고 나섰는데, 여기엔 북한에 대한 이미지 제고 외에 다른 목적도 존재한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예전과 달리 무기를 마음 놓고 팔수도 없고요. 마약이나 외교관들을 통해서 밀수하던 것들이 지금은 길이 막혔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 사람들을 내세워서 얻을 수 있는 외화는 거의 생명선 같이 느껴질 것 같아요."
부정적인 대외 이미지를 탈색하고 새로운 김정은 시대를 선전하기 위해 의례원을 적극 활용하는 북한!
하지만 있는 그대로가 아닌,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만 노출하는 현실에서, 의례원의 활약만으로 북한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한 방문객들이 늘면서 행사장마다 등장하는 북한 의례원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상봉 기간에는 이산가족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긴 미녀의 접대원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북한을 알리는 얼굴, 북한 당국이 대외사업의 전초병으로 내세우는 북한 의례원들의 세계.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이 금강산에서 만났다.
65년 만의 만남.
이 극적인 순간을 바로 옆에서 묵묵히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다.
<녹취> "선생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뭘로 하시겠습니까."
앳된 얼굴에 고운 한복 차림.
상차림을 준비하고 음식을 먹기 좋게 덜어주는 일까지 이들이 도맡았다.
<녹취> "백두산 들쭉술입니다. (이게 백두산 들쭉술이랍니다.)"
특히 화제가 된 인물도 있었다.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열여덟 살 양윤미 씨가 그 주인공이다.
2박3일씩 두 차례 진행됐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 내내 관심을 끌었던 이들은 누구일까.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해외에서 오거나 혹은 소위 말하는 남조선에서 오는 바깥사람들을 대접하는 사람들, 그런 직군의 사람들도 있고, 이런 행사를 할 때 나타나는 사람들도 있고...‘의례원’이라는 단어로 하나로 묶어져서 여러 가지 직종의 사람들이 그 안에 속해있는데요."
의례원!
바로 북한을 방문하는 이방인들을 전담하는 사람이다.
1980년대 ‘의전하는 사람’으로 칭하라는 김일성의 명령에 따라 의례원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가장 대표적인 의례원은 ‘접대원’이다.
지난 달 북한을 방문한 한 외국인이 식당을 촬영한 영상.
한복을 차려입은 젊은 여성들이 음식을 차리고 무대에서 공연까지 선보인다.
<녹취> "동포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이들이 바로 접대원이다.
북한의 유명 호텔, 음식점 등에선 이런 접대원들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흥미로운 건, 이들 접대원이 단순 서비스업 종사자가 아닌, 대외봉사총국, 인민봉사위원회 등 국가 기관에 소속된 전문 인력들이라는 점이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등장했던 접대원들의 경우엔 그 전문 인력 가운데서도 철저한 검증을 거쳐 선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서재평(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 : "좀 더 남한의 이산가족들한테 친근감을 줄 수 있고 좀 더 서비스가 좋고 얼굴들이 굉장히 기용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사람들로 선발을 했을 것입니다."
의례원 중에서도 특히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건 해외로 파견되는 접대원들이다.
이들의 근무지는 해외의 북한 식당.
한 관광객이 촬영한 캄보디아 북한 식당의 모습이다.
이채로운 북한식 상차림보다 먼저 눈이 가는 건 접대원들의 화려한 공연.
대부분이 20대 초반.
북한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가장 인기가 높은 직업이다.
<인터뷰> 심하윤(의례원 출신 탈북자) : "외국의 신선한 경험도 할 수 있고 정보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여자 애들이 많이 선호를 합니다. 그리고 경제적인 부분이 많이 채워지잖아요. 월급은 (북한 돈) 5000원이지만 한 번에 받는 팁이, 하루가 아니고 한 번에 받는 팁이 그 월급에 두 배나 세 배 가까이 받을 수도 있어요. 월급에 의존해서 살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인 상황이 굉장히 좋고..."
그렇다면 북한에서 의례원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출신 성분이다.
여기에 출중한 외모와 일정 수준의 대학 교육을 이수해야만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임무와도 관련이 깊다.
<인터뷰> 서재평(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 : "체제 선전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그 체제 선전할 때 아주 능력 있는 체제 선전을 할 수 있는, 수준 있게 북한 사회를 잘 알릴 수 있는 그렇게 준비 잘 된 사람들로 해서 북한 사회를 나름대로 유리하게 북한을 알리고, 어떻게든 좋은 이미지와 좋은 인상을 가지게끔 그렇게 만드는 것이 의례원들의 역할이죠."
이 때문에 가장 중요한 교육 내용 역시 김씨 일가에 대한 홍보라고 의례원 출신 탈북자는 전한다.
<인터뷰> 심하윤(의례원 출신 탈북자) : "우리 수령님, 우리 장군님이 이렇게 위대하고, 대외적 권위가 이렇게 하늘을 찌를 듯 높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제일 살기 좋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해야 된다고 배워주고 있어요. 사무실에 들어가면‘여러분들은 대외 사업의 일선에 나선 전초병들입니다. 당은 여러분들을 믿습니다.’라는 구호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을 해요."
접대원과 더불어, ‘관광 안내원’ 역시 인기가 높은 의례원 직종 가운데 하나이다.
<녹취> "I am 최, (I am 킴.)"
북한을 찾은 관광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는 것이 이들의 주된 업무.
<녹취> "다들 ‘미녀와 야수’ 주제곡 아시죠?"
이동하는 차 안에서 팝송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최신 오락 시설에서 시범을 보이며 이방인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외국인에게는 생소한 북한의 거리 음식을 나눠먹는 모습까지.
<녹취> "이거 사진도 찍습니까? 먹는 거. 게걸스럽게 먹는 거. (이게 뭐예요, 감자?)"
격의 없이 관광객들과 어울리는 의례원들로 인해, 북한에 대한 이미지도 어느 정도 탈바꿈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이라는 곳이 그렇게 험악한 곳만은 아니고 핵무기만 가지고 있지 않고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라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일단 굉장히 중요하고요. 그러니까 북한이라고 하면 우리가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들이 있잖아요. 험한 이미지들이 있는데 그걸 상쇄시키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이 사람들(의례원)이 하고 있고..."
하지만 문제도 뒤따른다.
외국인을 수시로 대하다 보니, 북한의 의례원들에게도 자본주의 가치관이 유입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른바 ‘물빼기’를 위한 북한 당국의 관리 감독도 철저히 이루어진다고 한다.
<인터뷰> 심하윤(의례원 출신 탈북자) : "의례원은 외국인과 직접적으로 맞대고 얘기를 하고 일을 하고 하기 때문에 외국을 굉장히 많이 동경합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굉장히 빨리 빨리 물들잖아요. 그래서 이 사람들에 대한 정치사상 학습, 그런 교양적인 학습을 굉장히 많이 시키고 단속을 강화하려고 해요."
북한을 찾는 외국인들의 필수코스인 유적지, 기념관 등에도 의례원은 존재한다.
다름 아닌 ‘해설 강사’이다.
북한이 자랑하는 김일성 생가 만경대.
화사한 한복을 차려입은 해설 강사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녹취> ‘만경대(김일성 생가)’ 해설 의례원 : "만경대는 1920년대 초반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신성한 장소입니다."
지난 8월 평양을 찾은 KBS 취재진에게도 해설 강사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녹취> ‘주체사상탑’ 해설 의례원 : "1982년 4월 15일을 맞으면서 이 주체사상탑이 건립됐습니다."
이들은 특히 김일성 일가 우상화 홍보에 힘을 쏟고 있는데, 김정은 제 1위원장이 세계 각국에서 받은 선물을 전시해 두었다는 ‘국제친선전람관’도 그 중 하나이다.
<녹취> 국제친선전람관 해설 의례원 : "총 건평은 6만8천여 평방미터, 선물 진열함단은 백 마흔 개나 되는데..."
이들의 또 다른 역할은 통제다.
<녹취> "여기는 찍으면 안 됩니다. 찍지 마세요!"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순발력도 필수라고 한다.
<인터뷰> 심하윤(의례원 출신 탈북자) : "만수대 동상이라고 있어요. 그때 외국인이 거기에 가서 굉장히 궁금했던 거예요. 너무너무 크고. 그래서 저게 몇 톤인가 궁금했겠죠.‘몰라요.’라고 하면 좀 창피하잖아요. 그래서 그 통역원이 약간 순발력을 발휘해서‘저 동상의 무게가 우리 조선 인민의 심장을 다 합친 무게니까 네가 생각을 해봐.’라고 얘기했대요. 그게 막 화제가 됐어요. 그래서 말을 굉장히 잘한 케이스라고 표창을 했어요."
대부분 한복 차림이지만 특별히 의미를 두는 시설물에선 복장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푸에블로호’ 전시장이 대표적이다.
<녹취> 외국 관광객 : "우리는 북한에 의해 나포된 푸에블로호 내부를 구경하고 있네요."
<녹취> ‘푸에블로 호’ 해설 의례원 : "만약 우리가 푸에블로호와 선원들을 돌려보내지 않으면 또 다른 한국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보복은 보복으로 전면전은 전면전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있어 의례원을 적극 활용하는 북한.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은 의례원 양성에 더욱 힘을 쏟는 분위기다.
장철구 상업대학 등 주요 대학에 관련 학과를 증설하고 시설을 대폭 현대화한 것이다.
<녹취> 한영훈(장철구 평양상업대학 학부장 부교수) : "과학연구사업과 함께 실습을 결정적으로 따라세우기 위해서 실습조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해외 파견 의례원의 역할도 한층 강조하고 나섰는데, 여기엔 북한에 대한 이미지 제고 외에 다른 목적도 존재한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예전과 달리 무기를 마음 놓고 팔수도 없고요. 마약이나 외교관들을 통해서 밀수하던 것들이 지금은 길이 막혔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 사람들을 내세워서 얻을 수 있는 외화는 거의 생명선 같이 느껴질 것 같아요."
부정적인 대외 이미지를 탈색하고 새로운 김정은 시대를 선전하기 위해 의례원을 적극 활용하는 북한!
하지만 있는 그대로가 아닌,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만 노출하는 현실에서, 의례원의 활약만으로 북한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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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즈업 북한] 북한을 알리는 얼굴 ‘의례원’
-
- 입력 2015-10-31 08:43:41
- 수정2015-10-31 11:25:07

<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한 방문객들이 늘면서 행사장마다 등장하는 북한 의례원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상봉 기간에는 이산가족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긴 미녀의 접대원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북한을 알리는 얼굴, 북한 당국이 대외사업의 전초병으로 내세우는 북한 의례원들의 세계.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이 금강산에서 만났다.
65년 만의 만남.
이 극적인 순간을 바로 옆에서 묵묵히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다.
<녹취> "선생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뭘로 하시겠습니까."
앳된 얼굴에 고운 한복 차림.
상차림을 준비하고 음식을 먹기 좋게 덜어주는 일까지 이들이 도맡았다.
<녹취> "백두산 들쭉술입니다. (이게 백두산 들쭉술이랍니다.)"
특히 화제가 된 인물도 있었다.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열여덟 살 양윤미 씨가 그 주인공이다.
2박3일씩 두 차례 진행됐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 내내 관심을 끌었던 이들은 누구일까.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해외에서 오거나 혹은 소위 말하는 남조선에서 오는 바깥사람들을 대접하는 사람들, 그런 직군의 사람들도 있고, 이런 행사를 할 때 나타나는 사람들도 있고...‘의례원’이라는 단어로 하나로 묶어져서 여러 가지 직종의 사람들이 그 안에 속해있는데요."
의례원!
바로 북한을 방문하는 이방인들을 전담하는 사람이다.
1980년대 ‘의전하는 사람’으로 칭하라는 김일성의 명령에 따라 의례원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가장 대표적인 의례원은 ‘접대원’이다.
지난 달 북한을 방문한 한 외국인이 식당을 촬영한 영상.
한복을 차려입은 젊은 여성들이 음식을 차리고 무대에서 공연까지 선보인다.
<녹취> "동포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이들이 바로 접대원이다.
북한의 유명 호텔, 음식점 등에선 이런 접대원들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흥미로운 건, 이들 접대원이 단순 서비스업 종사자가 아닌, 대외봉사총국, 인민봉사위원회 등 국가 기관에 소속된 전문 인력들이라는 점이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등장했던 접대원들의 경우엔 그 전문 인력 가운데서도 철저한 검증을 거쳐 선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서재평(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 : "좀 더 남한의 이산가족들한테 친근감을 줄 수 있고 좀 더 서비스가 좋고 얼굴들이 굉장히 기용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사람들로 선발을 했을 것입니다."
의례원 중에서도 특히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건 해외로 파견되는 접대원들이다.
이들의 근무지는 해외의 북한 식당.
한 관광객이 촬영한 캄보디아 북한 식당의 모습이다.
이채로운 북한식 상차림보다 먼저 눈이 가는 건 접대원들의 화려한 공연.
대부분이 20대 초반.
북한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가장 인기가 높은 직업이다.
<인터뷰> 심하윤(의례원 출신 탈북자) : "외국의 신선한 경험도 할 수 있고 정보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여자 애들이 많이 선호를 합니다. 그리고 경제적인 부분이 많이 채워지잖아요. 월급은 (북한 돈) 5000원이지만 한 번에 받는 팁이, 하루가 아니고 한 번에 받는 팁이 그 월급에 두 배나 세 배 가까이 받을 수도 있어요. 월급에 의존해서 살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인 상황이 굉장히 좋고..."
그렇다면 북한에서 의례원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출신 성분이다.
여기에 출중한 외모와 일정 수준의 대학 교육을 이수해야만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임무와도 관련이 깊다.
<인터뷰> 서재평(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 : "체제 선전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그 체제 선전할 때 아주 능력 있는 체제 선전을 할 수 있는, 수준 있게 북한 사회를 잘 알릴 수 있는 그렇게 준비 잘 된 사람들로 해서 북한 사회를 나름대로 유리하게 북한을 알리고, 어떻게든 좋은 이미지와 좋은 인상을 가지게끔 그렇게 만드는 것이 의례원들의 역할이죠."
이 때문에 가장 중요한 교육 내용 역시 김씨 일가에 대한 홍보라고 의례원 출신 탈북자는 전한다.
<인터뷰> 심하윤(의례원 출신 탈북자) : "우리 수령님, 우리 장군님이 이렇게 위대하고, 대외적 권위가 이렇게 하늘을 찌를 듯 높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제일 살기 좋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해야 된다고 배워주고 있어요. 사무실에 들어가면‘여러분들은 대외 사업의 일선에 나선 전초병들입니다. 당은 여러분들을 믿습니다.’라는 구호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을 해요."
접대원과 더불어, ‘관광 안내원’ 역시 인기가 높은 의례원 직종 가운데 하나이다.
<녹취> "I am 최, (I am 킴.)"
북한을 찾은 관광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는 것이 이들의 주된 업무.
<녹취> "다들 ‘미녀와 야수’ 주제곡 아시죠?"
이동하는 차 안에서 팝송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최신 오락 시설에서 시범을 보이며 이방인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외국인에게는 생소한 북한의 거리 음식을 나눠먹는 모습까지.
<녹취> "이거 사진도 찍습니까? 먹는 거. 게걸스럽게 먹는 거. (이게 뭐예요, 감자?)"
격의 없이 관광객들과 어울리는 의례원들로 인해, 북한에 대한 이미지도 어느 정도 탈바꿈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이라는 곳이 그렇게 험악한 곳만은 아니고 핵무기만 가지고 있지 않고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라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일단 굉장히 중요하고요. 그러니까 북한이라고 하면 우리가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들이 있잖아요. 험한 이미지들이 있는데 그걸 상쇄시키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이 사람들(의례원)이 하고 있고..."
하지만 문제도 뒤따른다.
외국인을 수시로 대하다 보니, 북한의 의례원들에게도 자본주의 가치관이 유입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른바 ‘물빼기’를 위한 북한 당국의 관리 감독도 철저히 이루어진다고 한다.
<인터뷰> 심하윤(의례원 출신 탈북자) : "의례원은 외국인과 직접적으로 맞대고 얘기를 하고 일을 하고 하기 때문에 외국을 굉장히 많이 동경합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굉장히 빨리 빨리 물들잖아요. 그래서 이 사람들에 대한 정치사상 학습, 그런 교양적인 학습을 굉장히 많이 시키고 단속을 강화하려고 해요."
북한을 찾는 외국인들의 필수코스인 유적지, 기념관 등에도 의례원은 존재한다.
다름 아닌 ‘해설 강사’이다.
북한이 자랑하는 김일성 생가 만경대.
화사한 한복을 차려입은 해설 강사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녹취> ‘만경대(김일성 생가)’ 해설 의례원 : "만경대는 1920년대 초반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신성한 장소입니다."
지난 8월 평양을 찾은 KBS 취재진에게도 해설 강사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녹취> ‘주체사상탑’ 해설 의례원 : "1982년 4월 15일을 맞으면서 이 주체사상탑이 건립됐습니다."
이들은 특히 김일성 일가 우상화 홍보에 힘을 쏟고 있는데, 김정은 제 1위원장이 세계 각국에서 받은 선물을 전시해 두었다는 ‘국제친선전람관’도 그 중 하나이다.
<녹취> 국제친선전람관 해설 의례원 : "총 건평은 6만8천여 평방미터, 선물 진열함단은 백 마흔 개나 되는데..."
이들의 또 다른 역할은 통제다.
<녹취> "여기는 찍으면 안 됩니다. 찍지 마세요!"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순발력도 필수라고 한다.
<인터뷰> 심하윤(의례원 출신 탈북자) : "만수대 동상이라고 있어요. 그때 외국인이 거기에 가서 굉장히 궁금했던 거예요. 너무너무 크고. 그래서 저게 몇 톤인가 궁금했겠죠.‘몰라요.’라고 하면 좀 창피하잖아요. 그래서 그 통역원이 약간 순발력을 발휘해서‘저 동상의 무게가 우리 조선 인민의 심장을 다 합친 무게니까 네가 생각을 해봐.’라고 얘기했대요. 그게 막 화제가 됐어요. 그래서 말을 굉장히 잘한 케이스라고 표창을 했어요."
대부분 한복 차림이지만 특별히 의미를 두는 시설물에선 복장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푸에블로호’ 전시장이 대표적이다.
<녹취> 외국 관광객 : "우리는 북한에 의해 나포된 푸에블로호 내부를 구경하고 있네요."
<녹취> ‘푸에블로 호’ 해설 의례원 : "만약 우리가 푸에블로호와 선원들을 돌려보내지 않으면 또 다른 한국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보복은 보복으로 전면전은 전면전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있어 의례원을 적극 활용하는 북한.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은 의례원 양성에 더욱 힘을 쏟는 분위기다.
장철구 상업대학 등 주요 대학에 관련 학과를 증설하고 시설을 대폭 현대화한 것이다.
<녹취> 한영훈(장철구 평양상업대학 학부장 부교수) : "과학연구사업과 함께 실습을 결정적으로 따라세우기 위해서 실습조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해외 파견 의례원의 역할도 한층 강조하고 나섰는데, 여기엔 북한에 대한 이미지 제고 외에 다른 목적도 존재한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예전과 달리 무기를 마음 놓고 팔수도 없고요. 마약이나 외교관들을 통해서 밀수하던 것들이 지금은 길이 막혔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 사람들을 내세워서 얻을 수 있는 외화는 거의 생명선 같이 느껴질 것 같아요."
부정적인 대외 이미지를 탈색하고 새로운 김정은 시대를 선전하기 위해 의례원을 적극 활용하는 북한!
하지만 있는 그대로가 아닌,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만 노출하는 현실에서, 의례원의 활약만으로 북한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한 방문객들이 늘면서 행사장마다 등장하는 북한 의례원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상봉 기간에는 이산가족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긴 미녀의 접대원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북한을 알리는 얼굴, 북한 당국이 대외사업의 전초병으로 내세우는 북한 의례원들의 세계.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이 금강산에서 만났다.
65년 만의 만남.
이 극적인 순간을 바로 옆에서 묵묵히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다.
<녹취> "선생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뭘로 하시겠습니까."
앳된 얼굴에 고운 한복 차림.
상차림을 준비하고 음식을 먹기 좋게 덜어주는 일까지 이들이 도맡았다.
<녹취> "백두산 들쭉술입니다. (이게 백두산 들쭉술이랍니다.)"
특히 화제가 된 인물도 있었다.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열여덟 살 양윤미 씨가 그 주인공이다.
2박3일씩 두 차례 진행됐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 내내 관심을 끌었던 이들은 누구일까.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해외에서 오거나 혹은 소위 말하는 남조선에서 오는 바깥사람들을 대접하는 사람들, 그런 직군의 사람들도 있고, 이런 행사를 할 때 나타나는 사람들도 있고...‘의례원’이라는 단어로 하나로 묶어져서 여러 가지 직종의 사람들이 그 안에 속해있는데요."
의례원!
바로 북한을 방문하는 이방인들을 전담하는 사람이다.
1980년대 ‘의전하는 사람’으로 칭하라는 김일성의 명령에 따라 의례원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가장 대표적인 의례원은 ‘접대원’이다.
지난 달 북한을 방문한 한 외국인이 식당을 촬영한 영상.
한복을 차려입은 젊은 여성들이 음식을 차리고 무대에서 공연까지 선보인다.
<녹취> "동포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이들이 바로 접대원이다.
북한의 유명 호텔, 음식점 등에선 이런 접대원들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흥미로운 건, 이들 접대원이 단순 서비스업 종사자가 아닌, 대외봉사총국, 인민봉사위원회 등 국가 기관에 소속된 전문 인력들이라는 점이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등장했던 접대원들의 경우엔 그 전문 인력 가운데서도 철저한 검증을 거쳐 선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서재평(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 : "좀 더 남한의 이산가족들한테 친근감을 줄 수 있고 좀 더 서비스가 좋고 얼굴들이 굉장히 기용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사람들로 선발을 했을 것입니다."
의례원 중에서도 특히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건 해외로 파견되는 접대원들이다.
이들의 근무지는 해외의 북한 식당.
한 관광객이 촬영한 캄보디아 북한 식당의 모습이다.
이채로운 북한식 상차림보다 먼저 눈이 가는 건 접대원들의 화려한 공연.
대부분이 20대 초반.
북한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가장 인기가 높은 직업이다.
<인터뷰> 심하윤(의례원 출신 탈북자) : "외국의 신선한 경험도 할 수 있고 정보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여자 애들이 많이 선호를 합니다. 그리고 경제적인 부분이 많이 채워지잖아요. 월급은 (북한 돈) 5000원이지만 한 번에 받는 팁이, 하루가 아니고 한 번에 받는 팁이 그 월급에 두 배나 세 배 가까이 받을 수도 있어요. 월급에 의존해서 살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인 상황이 굉장히 좋고..."
그렇다면 북한에서 의례원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출신 성분이다.
여기에 출중한 외모와 일정 수준의 대학 교육을 이수해야만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임무와도 관련이 깊다.
<인터뷰> 서재평(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 : "체제 선전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그 체제 선전할 때 아주 능력 있는 체제 선전을 할 수 있는, 수준 있게 북한 사회를 잘 알릴 수 있는 그렇게 준비 잘 된 사람들로 해서 북한 사회를 나름대로 유리하게 북한을 알리고, 어떻게든 좋은 이미지와 좋은 인상을 가지게끔 그렇게 만드는 것이 의례원들의 역할이죠."
이 때문에 가장 중요한 교육 내용 역시 김씨 일가에 대한 홍보라고 의례원 출신 탈북자는 전한다.
<인터뷰> 심하윤(의례원 출신 탈북자) : "우리 수령님, 우리 장군님이 이렇게 위대하고, 대외적 권위가 이렇게 하늘을 찌를 듯 높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제일 살기 좋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해야 된다고 배워주고 있어요. 사무실에 들어가면‘여러분들은 대외 사업의 일선에 나선 전초병들입니다. 당은 여러분들을 믿습니다.’라는 구호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을 해요."
접대원과 더불어, ‘관광 안내원’ 역시 인기가 높은 의례원 직종 가운데 하나이다.
<녹취> "I am 최, (I am 킴.)"
북한을 찾은 관광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는 것이 이들의 주된 업무.
<녹취> "다들 ‘미녀와 야수’ 주제곡 아시죠?"
이동하는 차 안에서 팝송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최신 오락 시설에서 시범을 보이며 이방인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외국인에게는 생소한 북한의 거리 음식을 나눠먹는 모습까지.
<녹취> "이거 사진도 찍습니까? 먹는 거. 게걸스럽게 먹는 거. (이게 뭐예요, 감자?)"
격의 없이 관광객들과 어울리는 의례원들로 인해, 북한에 대한 이미지도 어느 정도 탈바꿈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이라는 곳이 그렇게 험악한 곳만은 아니고 핵무기만 가지고 있지 않고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라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일단 굉장히 중요하고요. 그러니까 북한이라고 하면 우리가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들이 있잖아요. 험한 이미지들이 있는데 그걸 상쇄시키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이 사람들(의례원)이 하고 있고..."
하지만 문제도 뒤따른다.
외국인을 수시로 대하다 보니, 북한의 의례원들에게도 자본주의 가치관이 유입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른바 ‘물빼기’를 위한 북한 당국의 관리 감독도 철저히 이루어진다고 한다.
<인터뷰> 심하윤(의례원 출신 탈북자) : "의례원은 외국인과 직접적으로 맞대고 얘기를 하고 일을 하고 하기 때문에 외국을 굉장히 많이 동경합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굉장히 빨리 빨리 물들잖아요. 그래서 이 사람들에 대한 정치사상 학습, 그런 교양적인 학습을 굉장히 많이 시키고 단속을 강화하려고 해요."
북한을 찾는 외국인들의 필수코스인 유적지, 기념관 등에도 의례원은 존재한다.
다름 아닌 ‘해설 강사’이다.
북한이 자랑하는 김일성 생가 만경대.
화사한 한복을 차려입은 해설 강사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녹취> ‘만경대(김일성 생가)’ 해설 의례원 : "만경대는 1920년대 초반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신성한 장소입니다."
지난 8월 평양을 찾은 KBS 취재진에게도 해설 강사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녹취> ‘주체사상탑’ 해설 의례원 : "1982년 4월 15일을 맞으면서 이 주체사상탑이 건립됐습니다."
이들은 특히 김일성 일가 우상화 홍보에 힘을 쏟고 있는데, 김정은 제 1위원장이 세계 각국에서 받은 선물을 전시해 두었다는 ‘국제친선전람관’도 그 중 하나이다.
<녹취> 국제친선전람관 해설 의례원 : "총 건평은 6만8천여 평방미터, 선물 진열함단은 백 마흔 개나 되는데..."
이들의 또 다른 역할은 통제다.
<녹취> "여기는 찍으면 안 됩니다. 찍지 마세요!"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순발력도 필수라고 한다.
<인터뷰> 심하윤(의례원 출신 탈북자) : "만수대 동상이라고 있어요. 그때 외국인이 거기에 가서 굉장히 궁금했던 거예요. 너무너무 크고. 그래서 저게 몇 톤인가 궁금했겠죠.‘몰라요.’라고 하면 좀 창피하잖아요. 그래서 그 통역원이 약간 순발력을 발휘해서‘저 동상의 무게가 우리 조선 인민의 심장을 다 합친 무게니까 네가 생각을 해봐.’라고 얘기했대요. 그게 막 화제가 됐어요. 그래서 말을 굉장히 잘한 케이스라고 표창을 했어요."
대부분 한복 차림이지만 특별히 의미를 두는 시설물에선 복장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푸에블로호’ 전시장이 대표적이다.
<녹취> 외국 관광객 : "우리는 북한에 의해 나포된 푸에블로호 내부를 구경하고 있네요."
<녹취> ‘푸에블로 호’ 해설 의례원 : "만약 우리가 푸에블로호와 선원들을 돌려보내지 않으면 또 다른 한국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보복은 보복으로 전면전은 전면전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있어 의례원을 적극 활용하는 북한.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은 의례원 양성에 더욱 힘을 쏟는 분위기다.
장철구 상업대학 등 주요 대학에 관련 학과를 증설하고 시설을 대폭 현대화한 것이다.
<녹취> 한영훈(장철구 평양상업대학 학부장 부교수) : "과학연구사업과 함께 실습을 결정적으로 따라세우기 위해서 실습조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해외 파견 의례원의 역할도 한층 강조하고 나섰는데, 여기엔 북한에 대한 이미지 제고 외에 다른 목적도 존재한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인터뷰>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예전과 달리 무기를 마음 놓고 팔수도 없고요. 마약이나 외교관들을 통해서 밀수하던 것들이 지금은 길이 막혔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 사람들을 내세워서 얻을 수 있는 외화는 거의 생명선 같이 느껴질 것 같아요."
부정적인 대외 이미지를 탈색하고 새로운 김정은 시대를 선전하기 위해 의례원을 적극 활용하는 북한!
하지만 있는 그대로가 아닌,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만 노출하는 현실에서, 의례원의 활약만으로 북한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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