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카스트로의 어색한 ‘핸즈업’

입력 2016.03.22 (14:22) 수정 2016.03.2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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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오바마 대통령은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치고 있고, 카스트로 의장은 팔목을 잡고 억지로 손을 들어 올렸잖아! " 두 정상이 함께 손을 들어올리는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왼손이 힘없이 카스트로의 오른손에 끌려 올라가 있는 모습이 왠지 어색하기만 하다.

이 한 장의 사진이 마치 미국과 쿠바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AFP통신은 "'승리의 팔'을 들어 올리려는 카스트로의 노력은 완전히 실패했다"며 "오바마는 주먹을 불끈 쥔 '좌파 상징' 대신 손목을 흐느적거리는 것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 영상과 사진은 즉시 소셜 미디어에 퍼져 나갔다.

그랬다. 양국의 정상은 대(對) 쿠바 봉쇄정책의 핵심인 금수조치 해제와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반환, 쿠바의 정치 민주화와 인권문제를 놓고 입장 차를 좁히는 데는 실패했다. 특히 정치범 문제를 놓고는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장에서 "회담에서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했다"면서 "미국 정부는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개선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스트로 의장은 기자 회견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만일 쿠바에 정치범이 있다면 명단을 제시해보라"며 쿠바에 정치범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정치범이 있다면 오늘 밤이 다 가기 전에 석방될 거라며 이름을 대보라고 큰소리쳤다.



쿠바에 정치범이 없다는 카스트로 의장의 발언에 대해 미 백악관은 즉시 반박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로이터통신에 쿠바에는 정치범이 있으며 "관련 업무를 맡은 2년 반 동안 수차례 쿠바 정부와 정치범 명단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쿠바 정부에 비판적인 '쿠바 인권과 국가화해 위원회'(CHRNRC)의 집계를 보면 지난해 말 현재 정부 정책에 항의하다가 체포되거나 구금된 인사만 1,447명에 이른다.

백악관의 즉각적인 반박은 이번 방문을 두고 쿠바의 좌파 독재정권과 협조를 한다는 미 공화당의 주장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공산주의나 독재정권을 용인하는 것으로 비치는 인상적 장면은 공화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있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화당 대권 주자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전날 유세에서 "수십 년 좌파들과 할리우드 진보인사들이 피델 카스트로(전 국가평의회 의장)와 라울 카스트로에게 충성을 맹세하려고 쿠바로 성지순례를 떠났다"고 주장했다.

쿠바 이민자 출신인 크루즈 의원은 "좌파들이 사악한 공산주의 독재자들을 찬양하는 꼴이 참 보기 좋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을 저평가하기도 했다.

어쨌든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역사적 회동에서 어색한 풍경은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쿠바 오바마 카스트로 회견쿠바 오바마 카스트로 회견


쿠바 오바마 카스트로 회견쿠바 오바마 카스트로 회견


영국 BBC방송은 21일(현지시각) 자사 트위터에 "오바마-카스트로, 아바나 만남의 불편한 마무리"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의 기자회견장 퇴장 직전 모습을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역사적인 쿠바 방문이 냉전적 적대관계를 청산했다는 의미가 크긴 하지만 양국 간에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히 많이 남았다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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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와 카스트로의 어색한 ‘핸즈업’
    • 입력 2016-03-22 14:22:31
    • 수정2016-03-22 14:28:08
    취재K
"뭐지? 오바마 대통령은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치고 있고, 카스트로 의장은 팔목을 잡고 억지로 손을 들어 올렸잖아! " 두 정상이 함께 손을 들어올리는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왼손이 힘없이 카스트로의 오른손에 끌려 올라가 있는 모습이 왠지 어색하기만 하다.

이 한 장의 사진이 마치 미국과 쿠바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AFP통신은 "'승리의 팔'을 들어 올리려는 카스트로의 노력은 완전히 실패했다"며 "오바마는 주먹을 불끈 쥔 '좌파 상징' 대신 손목을 흐느적거리는 것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 영상과 사진은 즉시 소셜 미디어에 퍼져 나갔다.

그랬다. 양국의 정상은 대(對) 쿠바 봉쇄정책의 핵심인 금수조치 해제와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반환, 쿠바의 정치 민주화와 인권문제를 놓고 입장 차를 좁히는 데는 실패했다. 특히 정치범 문제를 놓고는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장에서 "회담에서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했다"면서 "미국 정부는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개선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스트로 의장은 기자 회견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만일 쿠바에 정치범이 있다면 명단을 제시해보라"며 쿠바에 정치범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정치범이 있다면 오늘 밤이 다 가기 전에 석방될 거라며 이름을 대보라고 큰소리쳤다.



쿠바에 정치범이 없다는 카스트로 의장의 발언에 대해 미 백악관은 즉시 반박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로이터통신에 쿠바에는 정치범이 있으며 "관련 업무를 맡은 2년 반 동안 수차례 쿠바 정부와 정치범 명단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쿠바 정부에 비판적인 '쿠바 인권과 국가화해 위원회'(CHRNRC)의 집계를 보면 지난해 말 현재 정부 정책에 항의하다가 체포되거나 구금된 인사만 1,447명에 이른다.

백악관의 즉각적인 반박은 이번 방문을 두고 쿠바의 좌파 독재정권과 협조를 한다는 미 공화당의 주장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공산주의나 독재정권을 용인하는 것으로 비치는 인상적 장면은 공화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있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화당 대권 주자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전날 유세에서 "수십 년 좌파들과 할리우드 진보인사들이 피델 카스트로(전 국가평의회 의장)와 라울 카스트로에게 충성을 맹세하려고 쿠바로 성지순례를 떠났다"고 주장했다.

쿠바 이민자 출신인 크루즈 의원은 "좌파들이 사악한 공산주의 독재자들을 찬양하는 꼴이 참 보기 좋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을 저평가하기도 했다.

어쨌든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역사적 회동에서 어색한 풍경은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쿠바 오바마 카스트로 회견

쿠바 오바마 카스트로 회견

영국 BBC방송은 21일(현지시각) 자사 트위터에 "오바마-카스트로, 아바나 만남의 불편한 마무리"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의 기자회견장 퇴장 직전 모습을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역사적인 쿠바 방문이 냉전적 적대관계를 청산했다는 의미가 크긴 하지만 양국 간에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히 많이 남았다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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