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핸드백에 범행도구를”…잡고 보니 ‘할머니 도둑’

입력 2016.04.29 (08:32) 수정 2016.04.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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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늦은 밤, 골목을 서성이는 낯선 사람을 보면 혹시 수상한 사람은 아닐까 의심이 들죠.

하지만 그 낯선 사람이 연세가 지긋한 할머니라면 경계심이 다소 누르러질겁니다.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노린 60대 절도범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골목을 돌아다니다 빈집을 발견하면 들어가 물건을 훔친건데요.

예상과 달리 범행 방식이 상당히 전문적이었습니다.

핸드백에 휴대용 절단기까지 넣고 다니며 방범창을 자르고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심지어 보석 감별기로 훔친 귀금속의 진품 여부까지 판단했습니다.

사건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남 사천시의 한 주택가.

지난 2월 말.

밤늦게 집에 돌아온 주민 A 씨는 방문을 열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녹취> 피해자 A(음성변조) : “패물하고 이때까지 제가 했었던 모든 금품 다 가져갔어요. 한 7백만 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마당 쪽에 난 작은 창문으로 누군가 들어와 집 안에 있던 값나가는 물건들을 모두 챙겨 달아난 겁니다.

<녹취> 피해자 A(음성변조) : “완전히 황당하죠. 당황스럽고 좀 무섭기도 하고 처음에는 아이들이 그랬는지 알았어요. 동네 아이들이.”

그런데 이 무렵 관내 경찰서에 비슷한 절도사건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습니다.

<인터뷰> 전양준(팀장/경남 사천경찰서 형사2팀) : “2015년 12월부터 주택가에 빈집털이가 한두 건씩 연달아 발생하게 되면서 이 수사에 착수하게 됐습니다.”

주로 저층의 단독주택에서 일어난 절도 사건들.

경찰은 용의자 추적을 위해 탐문수사와 잠복근무를 하는 등 수사를 이어갔지만 범인은 좀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전양준(팀장/경남 사천경찰서 형사2팀) : “피의자는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장갑을 착용했고 도주 시 택시를 이용하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수사는 답보상태.

그러던 지난 7일. 이번엔 주택가가 아닌 상가에서 절도 피해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녹취> 피해자 B(음성변조) : “아침에 출근하니까 창이 뜯겨 있었고 방이 흐트러져 있었고 공기 청정기, 텔레비전 등이 없어져서 되게 무서웠습니다.”

금품은 물론. 소형 가전에 화장품, 양주까지, 돈이 될 만한 물건은 닥치는 대로 몽땅 쓸어간 도둑.

이번 방범창의 쇠파이프를 잘라내고 생긴 좁은 틈을 이용해 가게 안으로 침입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B(음성변조) : “두 개를 자르고 들어왔더라고요. 이게 두 개 자르면 이 공간이 이것밖에 안 돼요.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은 그래서 아 이거는 남자 두 사람이 한 사람은 덩치가 작고 이렇게 두 명이 뒤에서 받쳐주고 이렇게 올라왔을 거다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좁은 공간으로도 신출귀몰 드나든 절도범.

그런데 이번엔 절도범이 남긴 흔적이 포착됐습니다.

<인터뷰> 전양준(팀장/경남 사천경찰서 형사2팀) : “절단기로 자물쇠 자르고 방범창 뜯고 이런 건 여자들은 잘 안 하거든요. 남자들 수법이거든요. 결정적인 계기가 현장에 남겨진 족적. 족적이 좀 남자 문수보다 작았어요.”

현장에 남겨진 발자국이 남성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았던 건데요.

절도범이 어쩌면 여성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이때부터 수사는 급물살을 탔습니다.

<인터뷰> 전양준(팀장/경남 사천경찰서 형사2팀) : “출입문 망가뜨리고 이런 부분을 볼 때 남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는데 올해 2월에 보니까 빈집털이가 있었는데 그 CCTV 영상에 주변에 통행하는 여자 한 분이 감지됐습니다.”

절도사건이 있던 밤, 현장의 CCTV에 한 여성의 수상한 행동이 담겼습니다.

불 꺼진 상가 앞에 서는 차량 한 대.

한 여성이 차에서 내리고, 잠시 뒤.

양손 가득 뭔가 들고 다시 나타난 여성이 차량에 물건을 싣습니다.

그리고는 한 원룸 건물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여성이 훔친 텔레비전과 공기청정기 등을 자신의 집으로 옮긴 겁니다.

<녹취> 피해자 B(음성변조) : “평소에는 차를 가지고 절도 행각을 안 벌였는데 부피가 크다 보니까 차를 여기 저희 가게 입구까지 댔거든요. 부피가 크다 보니까 자기가 들고 못 가잖아요. 그래서 빌미가 잡힌 거예요.”

CCTV 분석 끝에 절도범을 붙잡은 경찰.

그런데 절도범의 정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인터뷰> 전양준(팀장/경남 사천경찰서 형사2팀) : “중간에 여성으로 아 여자다 이렇게 또 그렇게 판단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나이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40대 많으면 40대 후반 이렇게 봤는데 올해 꼭 환갑 나이더라고요.”

올해 환갑인 김 모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4개월 가까이 상가와 빈집을 돌며 무려 10차례나 절도 행각을 벌였습니다.

훔친 물건이 시가 2천600만 원에 달했는데요.

환갑의 할머니를 도둑으로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불 꺼진 집은 대부분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그런가 보다 하고 갔어요.”

그렇게 사람들의 의심을 사지 않고 두세 차례의 사전 답사까지 마친 김 씨

휴대용 절단기, 드라이버, 파이프 절단기 등 범행도구는 핸드백 안에 넣어 다니다 목표가 정해지면서 순식간에 범행에 들어갔습니다.

<인터뷰> 전양준(팀장/경남 사천경찰서 형사2팀) : “가방 속에 절단기하고 방범용 창살을 자를 수 있는 도구를 미리 가방에 준비해서 그 집으로 담을 뛰어넘거나 출입문을 망가뜨리고 그렇게 침입하게 되는 거죠.”

김 씨는 과거 7년 정도 보석가공업체에서 귀금속 매입 일을 한 전력을 범행에 활용했습니다.

다이아몬드 감별기와 휴대용 확대기까지 가지고 다니며 훔친 귀금속의 진품 여부까지 판단한 겁니다.

진품으로 드러난 귀금속은 서울 등 원거리에 있는 장물 취급업자에게 처분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생활이 어렵고 돈 없으면 불안하고…….”

2012년 절도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9월 출소한 김 씨.

하지만 3개월 만에 다시 범행을 저지른 김 씨는 결국, 또 철창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인터뷰> 전양준(팀장/경남 사천경찰서 형사2팀) : “상습 절도 혐의가 적용되고 그리고 출소한 지 3년 이내에 재범했기 때문에 누범으로 처벌돼서 중형이 예상됩니다.”

경찰은 김 씨의 집에서 추가로 귀금속이 발견됨에 따라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장물 판매처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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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핸드백에 범행도구를”…잡고 보니 ‘할머니 도둑’
    • 입력 2016-04-29 08:36:30
    • 수정2016-04-29 09: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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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늦은 밤, 골목을 서성이는 낯선 사람을 보면 혹시 수상한 사람은 아닐까 의심이 들죠.

하지만 그 낯선 사람이 연세가 지긋한 할머니라면 경계심이 다소 누르러질겁니다.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노린 60대 절도범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골목을 돌아다니다 빈집을 발견하면 들어가 물건을 훔친건데요.

예상과 달리 범행 방식이 상당히 전문적이었습니다.

핸드백에 휴대용 절단기까지 넣고 다니며 방범창을 자르고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심지어 보석 감별기로 훔친 귀금속의 진품 여부까지 판단했습니다.

사건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남 사천시의 한 주택가.

지난 2월 말.

밤늦게 집에 돌아온 주민 A 씨는 방문을 열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녹취> 피해자 A(음성변조) : “패물하고 이때까지 제가 했었던 모든 금품 다 가져갔어요. 한 7백만 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마당 쪽에 난 작은 창문으로 누군가 들어와 집 안에 있던 값나가는 물건들을 모두 챙겨 달아난 겁니다.

<녹취> 피해자 A(음성변조) : “완전히 황당하죠. 당황스럽고 좀 무섭기도 하고 처음에는 아이들이 그랬는지 알았어요. 동네 아이들이.”

그런데 이 무렵 관내 경찰서에 비슷한 절도사건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습니다.

<인터뷰> 전양준(팀장/경남 사천경찰서 형사2팀) : “2015년 12월부터 주택가에 빈집털이가 한두 건씩 연달아 발생하게 되면서 이 수사에 착수하게 됐습니다.”

주로 저층의 단독주택에서 일어난 절도 사건들.

경찰은 용의자 추적을 위해 탐문수사와 잠복근무를 하는 등 수사를 이어갔지만 범인은 좀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전양준(팀장/경남 사천경찰서 형사2팀) : “피의자는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장갑을 착용했고 도주 시 택시를 이용하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수사는 답보상태.

그러던 지난 7일. 이번엔 주택가가 아닌 상가에서 절도 피해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녹취> 피해자 B(음성변조) : “아침에 출근하니까 창이 뜯겨 있었고 방이 흐트러져 있었고 공기 청정기, 텔레비전 등이 없어져서 되게 무서웠습니다.”

금품은 물론. 소형 가전에 화장품, 양주까지, 돈이 될 만한 물건은 닥치는 대로 몽땅 쓸어간 도둑.

이번 방범창의 쇠파이프를 잘라내고 생긴 좁은 틈을 이용해 가게 안으로 침입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B(음성변조) : “두 개를 자르고 들어왔더라고요. 이게 두 개 자르면 이 공간이 이것밖에 안 돼요.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은 그래서 아 이거는 남자 두 사람이 한 사람은 덩치가 작고 이렇게 두 명이 뒤에서 받쳐주고 이렇게 올라왔을 거다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좁은 공간으로도 신출귀몰 드나든 절도범.

그런데 이번엔 절도범이 남긴 흔적이 포착됐습니다.

<인터뷰> 전양준(팀장/경남 사천경찰서 형사2팀) : “절단기로 자물쇠 자르고 방범창 뜯고 이런 건 여자들은 잘 안 하거든요. 남자들 수법이거든요. 결정적인 계기가 현장에 남겨진 족적. 족적이 좀 남자 문수보다 작았어요.”

현장에 남겨진 발자국이 남성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았던 건데요.

절도범이 어쩌면 여성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이때부터 수사는 급물살을 탔습니다.

<인터뷰> 전양준(팀장/경남 사천경찰서 형사2팀) : “출입문 망가뜨리고 이런 부분을 볼 때 남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는데 올해 2월에 보니까 빈집털이가 있었는데 그 CCTV 영상에 주변에 통행하는 여자 한 분이 감지됐습니다.”

절도사건이 있던 밤, 현장의 CCTV에 한 여성의 수상한 행동이 담겼습니다.

불 꺼진 상가 앞에 서는 차량 한 대.

한 여성이 차에서 내리고, 잠시 뒤.

양손 가득 뭔가 들고 다시 나타난 여성이 차량에 물건을 싣습니다.

그리고는 한 원룸 건물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여성이 훔친 텔레비전과 공기청정기 등을 자신의 집으로 옮긴 겁니다.

<녹취> 피해자 B(음성변조) : “평소에는 차를 가지고 절도 행각을 안 벌였는데 부피가 크다 보니까 차를 여기 저희 가게 입구까지 댔거든요. 부피가 크다 보니까 자기가 들고 못 가잖아요. 그래서 빌미가 잡힌 거예요.”

CCTV 분석 끝에 절도범을 붙잡은 경찰.

그런데 절도범의 정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인터뷰> 전양준(팀장/경남 사천경찰서 형사2팀) : “중간에 여성으로 아 여자다 이렇게 또 그렇게 판단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나이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40대 많으면 40대 후반 이렇게 봤는데 올해 꼭 환갑 나이더라고요.”

올해 환갑인 김 모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4개월 가까이 상가와 빈집을 돌며 무려 10차례나 절도 행각을 벌였습니다.

훔친 물건이 시가 2천600만 원에 달했는데요.

환갑의 할머니를 도둑으로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불 꺼진 집은 대부분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그런가 보다 하고 갔어요.”

그렇게 사람들의 의심을 사지 않고 두세 차례의 사전 답사까지 마친 김 씨

휴대용 절단기, 드라이버, 파이프 절단기 등 범행도구는 핸드백 안에 넣어 다니다 목표가 정해지면서 순식간에 범행에 들어갔습니다.

<인터뷰> 전양준(팀장/경남 사천경찰서 형사2팀) : “가방 속에 절단기하고 방범용 창살을 자를 수 있는 도구를 미리 가방에 준비해서 그 집으로 담을 뛰어넘거나 출입문을 망가뜨리고 그렇게 침입하게 되는 거죠.”

김 씨는 과거 7년 정도 보석가공업체에서 귀금속 매입 일을 한 전력을 범행에 활용했습니다.

다이아몬드 감별기와 휴대용 확대기까지 가지고 다니며 훔친 귀금속의 진품 여부까지 판단한 겁니다.

진품으로 드러난 귀금속은 서울 등 원거리에 있는 장물 취급업자에게 처분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생활이 어렵고 돈 없으면 불안하고…….”

2012년 절도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9월 출소한 김 씨.

하지만 3개월 만에 다시 범행을 저지른 김 씨는 결국, 또 철창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인터뷰> 전양준(팀장/경남 사천경찰서 형사2팀) : “상습 절도 혐의가 적용되고 그리고 출소한 지 3년 이내에 재범했기 때문에 누범으로 처벌돼서 중형이 예상됩니다.”

경찰은 김 씨의 집에서 추가로 귀금속이 발견됨에 따라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장물 판매처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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