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가정의 굴레 ‘동거인’ 표기 사라지지만…

입력 2016.07.08 (08:17) 수정 2016.07.0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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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친절한 뉴스 이어서 재혼 가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짚어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이혼하거나 배우자가 사망 한 뒤 다시 결혼해 가정을 꾸린, 재혼 가구수가 6만 6천 가구에 육박합니다.

이 정도면 다섯 가정 가운데 한 가정은 재혼 가정이고, 한해 13만 명 넘게 재혼하고 있단 얘깁니다.

증가 추세인 이혼율을 감안하면 앞으로 재혼 가구는 더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재혼 가정, 특히 전 배우자와의 사이에 자녀를 둔 경우, 결혼하자마자 맞닥뜨리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바로 주민등록상 자녀 표기 문제인데요.

최근 재혼 과정을 실감나게 다뤄 화제인 KBS 주말 드라마 '아이가 다섯'속 가정입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두 자녀를 둔 남자 주인공과, 세 아이의 엄마인 여자 주인공이 재혼해 새 가정을 꾸렸는데요.

주민등록상에는 어떻게 표기될까요?

세대주인 남자 주인공의 두 자녀는 '자'로 표기되지만, 세대주의 처, 여자 주인공의 세 자녀는 모두 '동거인'으로 적힙니다.

이런 식의 등본을 학교에 제출하거나 보게 된 재혼 가정의 아이들은 마음의 큰 상처를 입게되고, 가정 불화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정부가 조만간 '동거인' 대신 '배우자의 자' 등으로 바꿀 방침입니다.

하지만 재혼 가정은 정부 방침이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최진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년 전 재혼해 세 자녀를 키워 온 50대 여성 이 모 씨.

최근 다자녀 가구에 주어지는 전기요금 할인혜택을 신청하려다 포기했습니다.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큰아들이 주민등록등본에 '동거인'으로 표기돼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 모 씨(서울시 도봉구) : "주택청약 할 때 세 자녀가 되면 혜택이 많아요. 학교에서 하는 급식비도 (동거인이라서) 안 되죠."

'동거인'이란 굴레를 벗기 위해 편법도 동원됩니다.

4년 전 재혼한 이 여성은 남편과 따로 세대 등록을 했습니다.

남편 쪽 자녀 셋은 남편 쪽에, 자신의 자녀 둘은 자신 쪽에 등록해 '한 지붕 두 가족'을 만든 겁니다.

<인터뷰> 김 모 씨(경기도 하남시) : "누구는 동거인이고, 누구는 자(子)로 표시되는 게 애들한테는 크게 와닿을 수 있는 부분인데..."

재혼 가정이 늘면서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동거인' 표현을 '배우자의 자' 등으로 바꿀 방침입니다.

재혼가정들은 그러나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반발합니다.

<인터뷰> 이병철 : '차별없는 가정을 위한 시민연합' 대표 "동일한 어떤 자(子)로 표시되든지, 아니면 동일하게 표시가 되지 않든지 이걸 저희들이 원하는 방향이죠. "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민법 등 상위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친부·친모와의 법적 지위, 상속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사회적인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상황입니다.

KBS 뉴스 최진아입니다.

현행 주민등록법상 자녀 '자'는 세대주의 자녀만 표기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그리고 상위법인 민법에서 자녀는 친자와, 입양한 양자인 경우만 해당돼 상속이나 부양 의무같은 법률적인 지위를 부여받습니다.

그러니까 민법상 자녀의 범주를 바꾸지 않는한, 주민등록상 재혼 가정의 자녀 표기도 바꿀 수 없다는 게 행정 당국의 논리입니다.

하지만 재혼 가정이 늘어가는 현실에서 법을 개정하지 않는한 별 도리가 없다는 식의 소극적 행정에서 벗어나,

내 일, 내자녀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은 없는지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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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혼가정의 굴레 ‘동거인’ 표기 사라지지만…
    • 입력 2016-07-08 08:23:50
    • 수정2016-07-08 09: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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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친절한 뉴스 이어서 재혼 가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짚어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이혼하거나 배우자가 사망 한 뒤 다시 결혼해 가정을 꾸린, 재혼 가구수가 6만 6천 가구에 육박합니다.

이 정도면 다섯 가정 가운데 한 가정은 재혼 가정이고, 한해 13만 명 넘게 재혼하고 있단 얘깁니다.

증가 추세인 이혼율을 감안하면 앞으로 재혼 가구는 더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재혼 가정, 특히 전 배우자와의 사이에 자녀를 둔 경우, 결혼하자마자 맞닥뜨리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바로 주민등록상 자녀 표기 문제인데요.

최근 재혼 과정을 실감나게 다뤄 화제인 KBS 주말 드라마 '아이가 다섯'속 가정입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두 자녀를 둔 남자 주인공과, 세 아이의 엄마인 여자 주인공이 재혼해 새 가정을 꾸렸는데요.

주민등록상에는 어떻게 표기될까요?

세대주인 남자 주인공의 두 자녀는 '자'로 표기되지만, 세대주의 처, 여자 주인공의 세 자녀는 모두 '동거인'으로 적힙니다.

이런 식의 등본을 학교에 제출하거나 보게 된 재혼 가정의 아이들은 마음의 큰 상처를 입게되고, 가정 불화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정부가 조만간 '동거인' 대신 '배우자의 자' 등으로 바꿀 방침입니다.

하지만 재혼 가정은 정부 방침이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최진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년 전 재혼해 세 자녀를 키워 온 50대 여성 이 모 씨.

최근 다자녀 가구에 주어지는 전기요금 할인혜택을 신청하려다 포기했습니다.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큰아들이 주민등록등본에 '동거인'으로 표기돼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 모 씨(서울시 도봉구) : "주택청약 할 때 세 자녀가 되면 혜택이 많아요. 학교에서 하는 급식비도 (동거인이라서) 안 되죠."

'동거인'이란 굴레를 벗기 위해 편법도 동원됩니다.

4년 전 재혼한 이 여성은 남편과 따로 세대 등록을 했습니다.

남편 쪽 자녀 셋은 남편 쪽에, 자신의 자녀 둘은 자신 쪽에 등록해 '한 지붕 두 가족'을 만든 겁니다.

<인터뷰> 김 모 씨(경기도 하남시) : "누구는 동거인이고, 누구는 자(子)로 표시되는 게 애들한테는 크게 와닿을 수 있는 부분인데..."

재혼 가정이 늘면서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동거인' 표현을 '배우자의 자' 등으로 바꿀 방침입니다.

재혼가정들은 그러나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반발합니다.

<인터뷰> 이병철 : '차별없는 가정을 위한 시민연합' 대표 "동일한 어떤 자(子)로 표시되든지, 아니면 동일하게 표시가 되지 않든지 이걸 저희들이 원하는 방향이죠. "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민법 등 상위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친부·친모와의 법적 지위, 상속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사회적인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상황입니다.

KBS 뉴스 최진아입니다.

현행 주민등록법상 자녀 '자'는 세대주의 자녀만 표기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그리고 상위법인 민법에서 자녀는 친자와, 입양한 양자인 경우만 해당돼 상속이나 부양 의무같은 법률적인 지위를 부여받습니다.

그러니까 민법상 자녀의 범주를 바꾸지 않는한, 주민등록상 재혼 가정의 자녀 표기도 바꿀 수 없다는 게 행정 당국의 논리입니다.

하지만 재혼 가정이 늘어가는 현실에서 법을 개정하지 않는한 별 도리가 없다는 식의 소극적 행정에서 벗어나,

내 일, 내자녀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은 없는지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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