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구조, 층간소음의 비밀
입력 2016.07.17 (22:40)
수정 2016.07.18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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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녹취> 이00(층간소음 피해 호소/음성변조) : "분노가 치밀어 올라서...가만히 안 두고 싶어요. 살인사건 났잖아요. 그렇게 하면 안 되지만 그 심정이 이해 갈 정도예요."
<녹취> 건설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수요가 늘어나고 공사비는 줄여야 되겠고 빨리 지어야 되겠고 막 지어 올려야 되니까 벽식 구조로 막 짓는 거죠."
<인터뷰> 유현준(홍대 건축학과 교수) : "모든 진동 에너지가 벽으로 더 그대로 전달이 잘돼요. 그렇기 때문에 이게 더 많은 소리들이 아래층으로 더 전달될 가능성이 많죠."
<오프닝>
이웃 간의 층간 소음 다툼이 최근 또다시, 살인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우리 국민의 2/3 정도, 일부 대도시는 80% 이상이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에 삽니다.
결국 우린, 누군가의 위층이고, 누군가의 아래층이라는 겁니다.
층간소음 분쟁을 겪는 사람들은 윗집은 시끄럽다고, 아랫집은 예민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혹시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그래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층간소음 가해자가 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런 의문을 갖고 취재했더니 층간 소음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아파트 공사현장입니다.
18층 콘크리트 작업이 한창입니다.
아파트 바닥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콘크리트는 철근에 묶여진 빨간 선까지 채워집니다.
<녹취> 공사현장 관계자 : "철근에 보면 빨간색으로 선 보이시죠? 그게 바닥에서 210mm 위치를 잡아놓은 거예요."
17층 천장과 18층 바닥, 방과 방을 나누는 벽까지 콘크리트가 채워지면서 비로소 한 층의 골격이 완성되는 겁니다.
제가 서 있는 곳이 공사 현장의 13층입니다.
12층과의 바닥 두께는 210mm, 이 위에 층간 소음을 줄이기 위한 완충재를 깔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다시 타설합니다.
그리고 배관공사를 하고 난 뒤에 마지막 바닥 작업을 하게 됩니다.
기본 바닥인 이른바 슬래브와 완충재, 기포콘크리트, 마감모르터, 바닥 마감재까지 5가지 단면인 겁니다.
층간 소음 문제가 대두되면서 1999년 이전 120mm였던 바닥 슬래브 두께 규정은 210mm 이상으로 강화됐습니다.
이렇게 바닥 두께가 두텁게 지어진 아파트들, 과연 층간 소음도 줄었을까요?
2013년 입주하기 시작해 이제 4년도 채 안 된 새 아파트입니다.
3년 전에 이사 온 이 모 씨, 어렵게 찾은 보금자리지만 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윗집과의 층간 소음 분쟁 때문입니다.
<녹취> 이00(층간소음 피해 호소/음성변조) : "발소리가 너무 난다 쿵쿵댄다고 얘기를 하면 자기가 아니라는 거예요...0340~ 오늘 아침에도 마주쳤어요. 그런데 또 따지죠. 이제 조용하냐고 눈을 부릅뜨고 얘기하시는데..."
신경이 많이 쓰여 위장병이 생길 정도라고 말합니다.
<녹취> 이00(층간소음 피해 호소/음성변조) : "하루하루가 너무 괴로워요. 고문당하는 것 같고...내 집인데 발을 뻗고 편안하게 잠을 잘 수가 없으니까...사는 게 사는 게 아니더라고요."
같은 아파트의 다른 동.
박 모 씨는 아랫집 항의 때문에 힘들다고 호소합니다.
<녹취> 박00(층간 소음 피해 호소/음성변조) : "처음에는 경비실 통해서 연락이 왔다가 인터폰으로도 왔다가 나중에는 문자로도 왔다가 시끄럽다고...힘들다고..."
박 씨의 윗집도 조용한 건 아니라고 합니다.
<녹취> "주로 애들 쿵쾅거리고 뛰는 소리나 미끄럼틀 타고 내려왔을 때 쿵! 이런 소리."
그런데 소음의 원인이 윗집도 아랫집도 아닌 경우가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윗집 아니면 아랫집인가 싶었는데 (확인해보니) 아니더라고요 옆집이나 그 윗집이나 시끄럽게 해도 다 연결되나 봐요 진동이..."
지어진 지 5년이 채 안 된 또 다른 아파트입니다.
<녹취> 아파트 거주자(음성변조) : "(화장실은 소음이 어때요?) 윗집에서 밤중에 물을 내리면 더 크게 들리고 적나라하게 들려요."
화장실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해봤습니다.
평상시 화장실의 소음은 37.3 데시벨 정도 변기 물을 내리자 74데시벨까지 치솟습니다.
물을 내리고 아래층에서 소음을 측정 하자 44.8 데시벨까지 나옵니다.
환경부의 층간 소음 피해 인정 기준인 주간 43㏈, 야간 38㏈을 모두 넘는 수치입니다.
이처럼 아파트 바닥 두께 규정이 강화된 새 아파트들의 경우에도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012년 환경부가 만든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2012년 8,700여 건 접수됐던 층간 소음 민원건수는 지난해 만 9천여 건으로 급증했습니다.
하루 평균 71건 정도의 층간 소음 민원이 접수됩니다.
<녹취> 층간 소음 상담 내용(음성변조) : "(어떤 유형의 소음이 들리시는 거예요?) 쿵쿵 이건 뭐 물건을 놓으시는지 쿵 소리도 엄청 내시고 하루종일 물도 틀었다 잠갔다..."
그러다보니 지난 2013년 국민권익위가 아파트 거주자 3,0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9%가 층간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 9%는 잦은 항의를 받아 스트레스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88%가 층간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녹취> 이00(층간소음 피해 호소/음성변조) : "경찰이 와도 소용이 없고... 관리사무소도 더 이상 못 도와준다고 얘기하니까...우리는 이제 더 이상 누구한테 도움을 요청해야 되나, 우리가 서로 해결할 수밖에 없나? 우리가 어떻게 해결하지?"
그런데 주거 형태별로 나눈 상담 건수를 보니 눈에 띄는 내용이 보입니다.
층간소음은 아파트의 80.4% 다세대 주택의 12.8% 연립주택의 6.1% 순으로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주상복합 아파트는 0.8%, 아파트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분쟁이 가장 많고 주상복합에서 적은 이유는 무얼까?
물론 아파트 거주자가 가장 많고 주상복합에 사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직접적인 이유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원인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우리나라에 공동주택인 아파트가 보급된 건 1960년대.
이후 1970년대, 12층 규모로 지어진 첫 민간 고층아파트인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시작으로 80년 대 까지 아파트가 대중화됩니다.
이 시기의 아파트는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보, 그 위에 천장과 바닥을 시공하는 이른바 기둥식 구조로 지어졌습니다.
<녹취> 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음성변조) : "라멘(기둥식)구조에서는 보라는 게 있잖아 그 보가 아무래도 진동 같은 건 줄여주는 효과가 있죠 한 3~4데시벨 정도는 줄일 수 있다라고 하는 게 일반적인 견해예요."
그런데, 80년대부터 목동과 상계, 과천 등에 대규모 신도시가 개발되는 과정에서 벽식 구조가 등장했습니다.
벽식 구조는 공사기간도 줄이고 층고를 낮춰 공사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녹취> 건설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1986년도 이전에는 우리나라가 라멘(기둥식)구조였어요. 그런데 집을 대량으로 막 찍어내고 짓고 빨리 짓고 하다 보니까 86년 이후부터 점진적으로 벽식 구조로 바꿔간 거예요."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의 90% 이상은 벽식 구조로 지어집니다.
<인터뷰> 유현준(홍대 건축학과 교수) : "벽식(구조)로 돼 있으면 벽이 바닥을 받치고 있어서 이 바닥이 떨렸을 때 그 모든 진동 에너지가 벽으로 더 그대로 전달이 잘돼요 그렇기 때문에 이게 더 많은 소리들이 아래층으로 더 전달될 가능성이 많죠."
이에 비해 건물 저층에 상가가 위치한 주상복합은 더 많은 하중을 견디기 위해 여전히 기둥식 구조를 주로 사용합니다.
<녹취> 건설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아파트보다 주상복합이 소음이 덜한 이유가?) 구조적으로도 조금 더 (소음에) 유리하다고 보는 거니까요 아무래도 주상복합은 벽식보다 기둥식으로, 기둥하고 보로 된 라멘(기둥식)구조가 더 많이 쓰이니까요."
층간의 소음을 보와 기둥이 흡수하고 또 보의 간격만큼 층고가 높은 기둥식 구조와 벽과 천장, 바닥이 일체형으로 붙어있어 벽을 통해 소리 에너지가 더 많이 전달되고 상대적으로 층고가 낮은 벽식 구조의 차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2009년 당시 국토해양부 조사에서 기둥식 구조는 벽식 구조에 비해 바닥 두께 기준은 60mm 얇은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뛰는 소음인 중량 충격음 만족 비중은 80%로 벽식의 65%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3년, 국회에서 열린 장수명아파트 건설방안 공청회 자료입니다.
첫 장, 추진 배경부터 우리나라 아파트의 민낯이 드러납니다.
평균 건축 후 연수, 즉, 새로 지어진 아파트가 재건축 시기에 도달하는 시기입니다.
미국이 55년, 영국이 77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0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소음엔 취약하고 배관에 문제가 생겨도 점검이나 관리가 어렵다는 문제점들이 지적됐습니다.
장수명 주택을 짓기 위한 조건으로 배관방식의 변화와 함께 기둥식 구조가 꼽혔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짓고 있는 서울의 한 행복주택입니다.
올 12월 완공 목표로 362세대가 입주하는데, 드물게 기둥식 구조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비교적 좁은 면적에 지어야 하고 철길 바로 옆에 있어 진동과 소음을 줄이기 위해 기둥식 구조를 택했습니다.
<녹취> 공사 현장 관계자 : "(이게 기둥이에요? 4419~이렇게 돼서 이쪽이 보로 연결이 쫙 되어있는 거군요?) 기둥식으로 하면 밑에 공간을 활용을 잘할 수가 있어요. 주차장도 넓게 쓰고 편의시설 같은 것도..."
배관 방식을 바꿔 층간 소음을 줄이려는 노력도 있습니다.
화장실에서 층간 소음이 유독 심한 이유는 대부분 아파트의 위층 화장실 배관이 아랫집 화장실 바로 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최재원(벽면 배관 공법 업체) : "안 보이는 걸로 해놨을 뿐이지 배관은 그대로 노출된 상태거든요. 그리고 여기 꺾이는 부분 이렇게 90도 각도로 꺾이는 부분에서 물이 쭉 내려오면서 마찰되는 소음이 그대로 전달이 되는 겁니다."
때문에 층간 소음을 줄이고 배관 관리를 쉽게 하기 위해 배관을 아래층으로 보내지 않고 자신의 집에 설치하는 방식이 도입됐습니다.
2019년까지 전국 아파트 10만 호에 공급될 예정입니다.
이처럼 층간 소음을 구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식이 있지만 여전히 2009년 이후 90% 넘는 아파트가 벽식구조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녹취> 00 건설(현장 관계자/음성변조) : "(왜 벽식구조를 많이 쓰죠?) 벽식이 좋아서 다 벽식으로 하고 있어요 벽식이 저렴하고 아무튼...벽식으로 해야되는게 가장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건설비 상승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건설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경제적인 부분이 분명히 손해 본다는 거죠. 그 손해를 조용하게 사는 사람까지도 다 가지고 가서 분양가를 그 돈만큼 내면서 살아야 하는 문제가 있는 거고.."
그러나 빨리빨리 싸게 짓는 수명 20~30년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에 시달리는 게 답이냐는 반문도 많습니다.
비용 절감이 우선시 되면서 요즘 지은 아파트 입주자들은 오히려 30여 년 전에 지어진 아파트보다 더 시끄러운 곳에서 살 수밖에 없는 실정 아니냐는 겁니다.
<녹취> 이00(층간소음 피해 호소/음성변조) : "분노가 치밀어 올라서...가만히 안 두고 싶어요. 살인사건 났잖아요. 그렇게 하면 안 되지만 그 심정이 이해 갈 정도예요."
<녹취> 건설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수요가 늘어나고 공사비는 줄여야 되겠고 빨리 지어야 되겠고 막 지어 올려야 되니까 벽식 구조로 막 짓는 거죠."
<인터뷰> 유현준(홍대 건축학과 교수) : "모든 진동 에너지가 벽으로 더 그대로 전달이 잘돼요. 그렇기 때문에 이게 더 많은 소리들이 아래층으로 더 전달될 가능성이 많죠."
<오프닝>
이웃 간의 층간 소음 다툼이 최근 또다시, 살인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우리 국민의 2/3 정도, 일부 대도시는 80% 이상이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에 삽니다.
결국 우린, 누군가의 위층이고, 누군가의 아래층이라는 겁니다.
층간소음 분쟁을 겪는 사람들은 윗집은 시끄럽다고, 아랫집은 예민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혹시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그래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층간소음 가해자가 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런 의문을 갖고 취재했더니 층간 소음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아파트 공사현장입니다.
18층 콘크리트 작업이 한창입니다.
아파트 바닥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콘크리트는 철근에 묶여진 빨간 선까지 채워집니다.
<녹취> 공사현장 관계자 : "철근에 보면 빨간색으로 선 보이시죠? 그게 바닥에서 210mm 위치를 잡아놓은 거예요."
17층 천장과 18층 바닥, 방과 방을 나누는 벽까지 콘크리트가 채워지면서 비로소 한 층의 골격이 완성되는 겁니다.
제가 서 있는 곳이 공사 현장의 13층입니다.
12층과의 바닥 두께는 210mm, 이 위에 층간 소음을 줄이기 위한 완충재를 깔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다시 타설합니다.
그리고 배관공사를 하고 난 뒤에 마지막 바닥 작업을 하게 됩니다.
기본 바닥인 이른바 슬래브와 완충재, 기포콘크리트, 마감모르터, 바닥 마감재까지 5가지 단면인 겁니다.
층간 소음 문제가 대두되면서 1999년 이전 120mm였던 바닥 슬래브 두께 규정은 210mm 이상으로 강화됐습니다.
이렇게 바닥 두께가 두텁게 지어진 아파트들, 과연 층간 소음도 줄었을까요?
2013년 입주하기 시작해 이제 4년도 채 안 된 새 아파트입니다.
3년 전에 이사 온 이 모 씨, 어렵게 찾은 보금자리지만 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윗집과의 층간 소음 분쟁 때문입니다.
<녹취> 이00(층간소음 피해 호소/음성변조) : "발소리가 너무 난다 쿵쿵댄다고 얘기를 하면 자기가 아니라는 거예요...0340~ 오늘 아침에도 마주쳤어요. 그런데 또 따지죠. 이제 조용하냐고 눈을 부릅뜨고 얘기하시는데..."
신경이 많이 쓰여 위장병이 생길 정도라고 말합니다.
<녹취> 이00(층간소음 피해 호소/음성변조) : "하루하루가 너무 괴로워요. 고문당하는 것 같고...내 집인데 발을 뻗고 편안하게 잠을 잘 수가 없으니까...사는 게 사는 게 아니더라고요."
같은 아파트의 다른 동.
박 모 씨는 아랫집 항의 때문에 힘들다고 호소합니다.
<녹취> 박00(층간 소음 피해 호소/음성변조) : "처음에는 경비실 통해서 연락이 왔다가 인터폰으로도 왔다가 나중에는 문자로도 왔다가 시끄럽다고...힘들다고..."
박 씨의 윗집도 조용한 건 아니라고 합니다.
<녹취> "주로 애들 쿵쾅거리고 뛰는 소리나 미끄럼틀 타고 내려왔을 때 쿵! 이런 소리."
그런데 소음의 원인이 윗집도 아랫집도 아닌 경우가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윗집 아니면 아랫집인가 싶었는데 (확인해보니) 아니더라고요 옆집이나 그 윗집이나 시끄럽게 해도 다 연결되나 봐요 진동이..."
지어진 지 5년이 채 안 된 또 다른 아파트입니다.
<녹취> 아파트 거주자(음성변조) : "(화장실은 소음이 어때요?) 윗집에서 밤중에 물을 내리면 더 크게 들리고 적나라하게 들려요."
화장실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해봤습니다.
평상시 화장실의 소음은 37.3 데시벨 정도 변기 물을 내리자 74데시벨까지 치솟습니다.
물을 내리고 아래층에서 소음을 측정 하자 44.8 데시벨까지 나옵니다.
환경부의 층간 소음 피해 인정 기준인 주간 43㏈, 야간 38㏈을 모두 넘는 수치입니다.
이처럼 아파트 바닥 두께 규정이 강화된 새 아파트들의 경우에도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012년 환경부가 만든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2012년 8,700여 건 접수됐던 층간 소음 민원건수는 지난해 만 9천여 건으로 급증했습니다.
하루 평균 71건 정도의 층간 소음 민원이 접수됩니다.
<녹취> 층간 소음 상담 내용(음성변조) : "(어떤 유형의 소음이 들리시는 거예요?) 쿵쿵 이건 뭐 물건을 놓으시는지 쿵 소리도 엄청 내시고 하루종일 물도 틀었다 잠갔다..."
그러다보니 지난 2013년 국민권익위가 아파트 거주자 3,0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9%가 층간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 9%는 잦은 항의를 받아 스트레스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88%가 층간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녹취> 이00(층간소음 피해 호소/음성변조) : "경찰이 와도 소용이 없고... 관리사무소도 더 이상 못 도와준다고 얘기하니까...우리는 이제 더 이상 누구한테 도움을 요청해야 되나, 우리가 서로 해결할 수밖에 없나? 우리가 어떻게 해결하지?"
그런데 주거 형태별로 나눈 상담 건수를 보니 눈에 띄는 내용이 보입니다.
층간소음은 아파트의 80.4% 다세대 주택의 12.8% 연립주택의 6.1% 순으로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주상복합 아파트는 0.8%, 아파트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분쟁이 가장 많고 주상복합에서 적은 이유는 무얼까?
물론 아파트 거주자가 가장 많고 주상복합에 사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직접적인 이유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원인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우리나라에 공동주택인 아파트가 보급된 건 1960년대.
이후 1970년대, 12층 규모로 지어진 첫 민간 고층아파트인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시작으로 80년 대 까지 아파트가 대중화됩니다.
이 시기의 아파트는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보, 그 위에 천장과 바닥을 시공하는 이른바 기둥식 구조로 지어졌습니다.
<녹취> 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음성변조) : "라멘(기둥식)구조에서는 보라는 게 있잖아 그 보가 아무래도 진동 같은 건 줄여주는 효과가 있죠 한 3~4데시벨 정도는 줄일 수 있다라고 하는 게 일반적인 견해예요."
그런데, 80년대부터 목동과 상계, 과천 등에 대규모 신도시가 개발되는 과정에서 벽식 구조가 등장했습니다.
벽식 구조는 공사기간도 줄이고 층고를 낮춰 공사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녹취> 건설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1986년도 이전에는 우리나라가 라멘(기둥식)구조였어요. 그런데 집을 대량으로 막 찍어내고 짓고 빨리 짓고 하다 보니까 86년 이후부터 점진적으로 벽식 구조로 바꿔간 거예요."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의 90% 이상은 벽식 구조로 지어집니다.
<인터뷰> 유현준(홍대 건축학과 교수) : "벽식(구조)로 돼 있으면 벽이 바닥을 받치고 있어서 이 바닥이 떨렸을 때 그 모든 진동 에너지가 벽으로 더 그대로 전달이 잘돼요 그렇기 때문에 이게 더 많은 소리들이 아래층으로 더 전달될 가능성이 많죠."
이에 비해 건물 저층에 상가가 위치한 주상복합은 더 많은 하중을 견디기 위해 여전히 기둥식 구조를 주로 사용합니다.
<녹취> 건설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아파트보다 주상복합이 소음이 덜한 이유가?) 구조적으로도 조금 더 (소음에) 유리하다고 보는 거니까요 아무래도 주상복합은 벽식보다 기둥식으로, 기둥하고 보로 된 라멘(기둥식)구조가 더 많이 쓰이니까요."
층간의 소음을 보와 기둥이 흡수하고 또 보의 간격만큼 층고가 높은 기둥식 구조와 벽과 천장, 바닥이 일체형으로 붙어있어 벽을 통해 소리 에너지가 더 많이 전달되고 상대적으로 층고가 낮은 벽식 구조의 차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2009년 당시 국토해양부 조사에서 기둥식 구조는 벽식 구조에 비해 바닥 두께 기준은 60mm 얇은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뛰는 소음인 중량 충격음 만족 비중은 80%로 벽식의 65%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3년, 국회에서 열린 장수명아파트 건설방안 공청회 자료입니다.
첫 장, 추진 배경부터 우리나라 아파트의 민낯이 드러납니다.
평균 건축 후 연수, 즉, 새로 지어진 아파트가 재건축 시기에 도달하는 시기입니다.
미국이 55년, 영국이 77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0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소음엔 취약하고 배관에 문제가 생겨도 점검이나 관리가 어렵다는 문제점들이 지적됐습니다.
장수명 주택을 짓기 위한 조건으로 배관방식의 변화와 함께 기둥식 구조가 꼽혔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짓고 있는 서울의 한 행복주택입니다.
올 12월 완공 목표로 362세대가 입주하는데, 드물게 기둥식 구조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비교적 좁은 면적에 지어야 하고 철길 바로 옆에 있어 진동과 소음을 줄이기 위해 기둥식 구조를 택했습니다.
<녹취> 공사 현장 관계자 : "(이게 기둥이에요? 4419~이렇게 돼서 이쪽이 보로 연결이 쫙 되어있는 거군요?) 기둥식으로 하면 밑에 공간을 활용을 잘할 수가 있어요. 주차장도 넓게 쓰고 편의시설 같은 것도..."
배관 방식을 바꿔 층간 소음을 줄이려는 노력도 있습니다.
화장실에서 층간 소음이 유독 심한 이유는 대부분 아파트의 위층 화장실 배관이 아랫집 화장실 바로 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최재원(벽면 배관 공법 업체) : "안 보이는 걸로 해놨을 뿐이지 배관은 그대로 노출된 상태거든요. 그리고 여기 꺾이는 부분 이렇게 90도 각도로 꺾이는 부분에서 물이 쭉 내려오면서 마찰되는 소음이 그대로 전달이 되는 겁니다."
때문에 층간 소음을 줄이고 배관 관리를 쉽게 하기 위해 배관을 아래층으로 보내지 않고 자신의 집에 설치하는 방식이 도입됐습니다.
2019년까지 전국 아파트 10만 호에 공급될 예정입니다.
이처럼 층간 소음을 구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식이 있지만 여전히 2009년 이후 90% 넘는 아파트가 벽식구조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녹취> 00 건설(현장 관계자/음성변조) : "(왜 벽식구조를 많이 쓰죠?) 벽식이 좋아서 다 벽식으로 하고 있어요 벽식이 저렴하고 아무튼...벽식으로 해야되는게 가장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건설비 상승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건설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경제적인 부분이 분명히 손해 본다는 거죠. 그 손해를 조용하게 사는 사람까지도 다 가지고 가서 분양가를 그 돈만큼 내면서 살아야 하는 문제가 있는 거고.."
그러나 빨리빨리 싸게 짓는 수명 20~30년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에 시달리는 게 답이냐는 반문도 많습니다.
비용 절감이 우선시 되면서 요즘 지은 아파트 입주자들은 오히려 30여 년 전에 지어진 아파트보다 더 시끄러운 곳에서 살 수밖에 없는 실정 아니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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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구조, 층간소음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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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6-07-17 23:16:04
- 수정2016-07-18 02:13:23
<프롤로그>
<녹취> 이00(층간소음 피해 호소/음성변조) : "분노가 치밀어 올라서...가만히 안 두고 싶어요. 살인사건 났잖아요. 그렇게 하면 안 되지만 그 심정이 이해 갈 정도예요."
<녹취> 건설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수요가 늘어나고 공사비는 줄여야 되겠고 빨리 지어야 되겠고 막 지어 올려야 되니까 벽식 구조로 막 짓는 거죠."
<인터뷰> 유현준(홍대 건축학과 교수) : "모든 진동 에너지가 벽으로 더 그대로 전달이 잘돼요. 그렇기 때문에 이게 더 많은 소리들이 아래층으로 더 전달될 가능성이 많죠."
<오프닝>
이웃 간의 층간 소음 다툼이 최근 또다시, 살인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우리 국민의 2/3 정도, 일부 대도시는 80% 이상이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에 삽니다.
결국 우린, 누군가의 위층이고, 누군가의 아래층이라는 겁니다.
층간소음 분쟁을 겪는 사람들은 윗집은 시끄럽다고, 아랫집은 예민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혹시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그래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층간소음 가해자가 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런 의문을 갖고 취재했더니 층간 소음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아파트 공사현장입니다.
18층 콘크리트 작업이 한창입니다.
아파트 바닥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콘크리트는 철근에 묶여진 빨간 선까지 채워집니다.
<녹취> 공사현장 관계자 : "철근에 보면 빨간색으로 선 보이시죠? 그게 바닥에서 210mm 위치를 잡아놓은 거예요."
17층 천장과 18층 바닥, 방과 방을 나누는 벽까지 콘크리트가 채워지면서 비로소 한 층의 골격이 완성되는 겁니다.
제가 서 있는 곳이 공사 현장의 13층입니다.
12층과의 바닥 두께는 210mm, 이 위에 층간 소음을 줄이기 위한 완충재를 깔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다시 타설합니다.
그리고 배관공사를 하고 난 뒤에 마지막 바닥 작업을 하게 됩니다.
기본 바닥인 이른바 슬래브와 완충재, 기포콘크리트, 마감모르터, 바닥 마감재까지 5가지 단면인 겁니다.
층간 소음 문제가 대두되면서 1999년 이전 120mm였던 바닥 슬래브 두께 규정은 210mm 이상으로 강화됐습니다.
이렇게 바닥 두께가 두텁게 지어진 아파트들, 과연 층간 소음도 줄었을까요?
2013년 입주하기 시작해 이제 4년도 채 안 된 새 아파트입니다.
3년 전에 이사 온 이 모 씨, 어렵게 찾은 보금자리지만 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윗집과의 층간 소음 분쟁 때문입니다.
<녹취> 이00(층간소음 피해 호소/음성변조) : "발소리가 너무 난다 쿵쿵댄다고 얘기를 하면 자기가 아니라는 거예요...0340~ 오늘 아침에도 마주쳤어요. 그런데 또 따지죠. 이제 조용하냐고 눈을 부릅뜨고 얘기하시는데..."
신경이 많이 쓰여 위장병이 생길 정도라고 말합니다.
<녹취> 이00(층간소음 피해 호소/음성변조) : "하루하루가 너무 괴로워요. 고문당하는 것 같고...내 집인데 발을 뻗고 편안하게 잠을 잘 수가 없으니까...사는 게 사는 게 아니더라고요."
같은 아파트의 다른 동.
박 모 씨는 아랫집 항의 때문에 힘들다고 호소합니다.
<녹취> 박00(층간 소음 피해 호소/음성변조) : "처음에는 경비실 통해서 연락이 왔다가 인터폰으로도 왔다가 나중에는 문자로도 왔다가 시끄럽다고...힘들다고..."
박 씨의 윗집도 조용한 건 아니라고 합니다.
<녹취> "주로 애들 쿵쾅거리고 뛰는 소리나 미끄럼틀 타고 내려왔을 때 쿵! 이런 소리."
그런데 소음의 원인이 윗집도 아랫집도 아닌 경우가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윗집 아니면 아랫집인가 싶었는데 (확인해보니) 아니더라고요 옆집이나 그 윗집이나 시끄럽게 해도 다 연결되나 봐요 진동이..."
지어진 지 5년이 채 안 된 또 다른 아파트입니다.
<녹취> 아파트 거주자(음성변조) : "(화장실은 소음이 어때요?) 윗집에서 밤중에 물을 내리면 더 크게 들리고 적나라하게 들려요."
화장실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해봤습니다.
평상시 화장실의 소음은 37.3 데시벨 정도 변기 물을 내리자 74데시벨까지 치솟습니다.
물을 내리고 아래층에서 소음을 측정 하자 44.8 데시벨까지 나옵니다.
환경부의 층간 소음 피해 인정 기준인 주간 43㏈, 야간 38㏈을 모두 넘는 수치입니다.
이처럼 아파트 바닥 두께 규정이 강화된 새 아파트들의 경우에도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012년 환경부가 만든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2012년 8,700여 건 접수됐던 층간 소음 민원건수는 지난해 만 9천여 건으로 급증했습니다.
하루 평균 71건 정도의 층간 소음 민원이 접수됩니다.
<녹취> 층간 소음 상담 내용(음성변조) : "(어떤 유형의 소음이 들리시는 거예요?) 쿵쿵 이건 뭐 물건을 놓으시는지 쿵 소리도 엄청 내시고 하루종일 물도 틀었다 잠갔다..."
그러다보니 지난 2013년 국민권익위가 아파트 거주자 3,0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9%가 층간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 9%는 잦은 항의를 받아 스트레스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88%가 층간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녹취> 이00(층간소음 피해 호소/음성변조) : "경찰이 와도 소용이 없고... 관리사무소도 더 이상 못 도와준다고 얘기하니까...우리는 이제 더 이상 누구한테 도움을 요청해야 되나, 우리가 서로 해결할 수밖에 없나? 우리가 어떻게 해결하지?"
그런데 주거 형태별로 나눈 상담 건수를 보니 눈에 띄는 내용이 보입니다.
층간소음은 아파트의 80.4% 다세대 주택의 12.8% 연립주택의 6.1% 순으로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주상복합 아파트는 0.8%, 아파트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분쟁이 가장 많고 주상복합에서 적은 이유는 무얼까?
물론 아파트 거주자가 가장 많고 주상복합에 사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직접적인 이유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원인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우리나라에 공동주택인 아파트가 보급된 건 1960년대.
이후 1970년대, 12층 규모로 지어진 첫 민간 고층아파트인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시작으로 80년 대 까지 아파트가 대중화됩니다.
이 시기의 아파트는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보, 그 위에 천장과 바닥을 시공하는 이른바 기둥식 구조로 지어졌습니다.
<녹취> 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음성변조) : "라멘(기둥식)구조에서는 보라는 게 있잖아 그 보가 아무래도 진동 같은 건 줄여주는 효과가 있죠 한 3~4데시벨 정도는 줄일 수 있다라고 하는 게 일반적인 견해예요."
그런데, 80년대부터 목동과 상계, 과천 등에 대규모 신도시가 개발되는 과정에서 벽식 구조가 등장했습니다.
벽식 구조는 공사기간도 줄이고 층고를 낮춰 공사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녹취> 건설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1986년도 이전에는 우리나라가 라멘(기둥식)구조였어요. 그런데 집을 대량으로 막 찍어내고 짓고 빨리 짓고 하다 보니까 86년 이후부터 점진적으로 벽식 구조로 바꿔간 거예요."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의 90% 이상은 벽식 구조로 지어집니다.
<인터뷰> 유현준(홍대 건축학과 교수) : "벽식(구조)로 돼 있으면 벽이 바닥을 받치고 있어서 이 바닥이 떨렸을 때 그 모든 진동 에너지가 벽으로 더 그대로 전달이 잘돼요 그렇기 때문에 이게 더 많은 소리들이 아래층으로 더 전달될 가능성이 많죠."
이에 비해 건물 저층에 상가가 위치한 주상복합은 더 많은 하중을 견디기 위해 여전히 기둥식 구조를 주로 사용합니다.
<녹취> 건설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아파트보다 주상복합이 소음이 덜한 이유가?) 구조적으로도 조금 더 (소음에) 유리하다고 보는 거니까요 아무래도 주상복합은 벽식보다 기둥식으로, 기둥하고 보로 된 라멘(기둥식)구조가 더 많이 쓰이니까요."
층간의 소음을 보와 기둥이 흡수하고 또 보의 간격만큼 층고가 높은 기둥식 구조와 벽과 천장, 바닥이 일체형으로 붙어있어 벽을 통해 소리 에너지가 더 많이 전달되고 상대적으로 층고가 낮은 벽식 구조의 차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2009년 당시 국토해양부 조사에서 기둥식 구조는 벽식 구조에 비해 바닥 두께 기준은 60mm 얇은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뛰는 소음인 중량 충격음 만족 비중은 80%로 벽식의 65%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3년, 국회에서 열린 장수명아파트 건설방안 공청회 자료입니다.
첫 장, 추진 배경부터 우리나라 아파트의 민낯이 드러납니다.
평균 건축 후 연수, 즉, 새로 지어진 아파트가 재건축 시기에 도달하는 시기입니다.
미국이 55년, 영국이 77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0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소음엔 취약하고 배관에 문제가 생겨도 점검이나 관리가 어렵다는 문제점들이 지적됐습니다.
장수명 주택을 짓기 위한 조건으로 배관방식의 변화와 함께 기둥식 구조가 꼽혔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짓고 있는 서울의 한 행복주택입니다.
올 12월 완공 목표로 362세대가 입주하는데, 드물게 기둥식 구조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비교적 좁은 면적에 지어야 하고 철길 바로 옆에 있어 진동과 소음을 줄이기 위해 기둥식 구조를 택했습니다.
<녹취> 공사 현장 관계자 : "(이게 기둥이에요? 4419~이렇게 돼서 이쪽이 보로 연결이 쫙 되어있는 거군요?) 기둥식으로 하면 밑에 공간을 활용을 잘할 수가 있어요. 주차장도 넓게 쓰고 편의시설 같은 것도..."
배관 방식을 바꿔 층간 소음을 줄이려는 노력도 있습니다.
화장실에서 층간 소음이 유독 심한 이유는 대부분 아파트의 위층 화장실 배관이 아랫집 화장실 바로 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최재원(벽면 배관 공법 업체) : "안 보이는 걸로 해놨을 뿐이지 배관은 그대로 노출된 상태거든요. 그리고 여기 꺾이는 부분 이렇게 90도 각도로 꺾이는 부분에서 물이 쭉 내려오면서 마찰되는 소음이 그대로 전달이 되는 겁니다."
때문에 층간 소음을 줄이고 배관 관리를 쉽게 하기 위해 배관을 아래층으로 보내지 않고 자신의 집에 설치하는 방식이 도입됐습니다.
2019년까지 전국 아파트 10만 호에 공급될 예정입니다.
이처럼 층간 소음을 구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식이 있지만 여전히 2009년 이후 90% 넘는 아파트가 벽식구조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녹취> 00 건설(현장 관계자/음성변조) : "(왜 벽식구조를 많이 쓰죠?) 벽식이 좋아서 다 벽식으로 하고 있어요 벽식이 저렴하고 아무튼...벽식으로 해야되는게 가장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건설비 상승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건설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경제적인 부분이 분명히 손해 본다는 거죠. 그 손해를 조용하게 사는 사람까지도 다 가지고 가서 분양가를 그 돈만큼 내면서 살아야 하는 문제가 있는 거고.."
그러나 빨리빨리 싸게 짓는 수명 20~30년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에 시달리는 게 답이냐는 반문도 많습니다.
비용 절감이 우선시 되면서 요즘 지은 아파트 입주자들은 오히려 30여 년 전에 지어진 아파트보다 더 시끄러운 곳에서 살 수밖에 없는 실정 아니냐는 겁니다.
<녹취> 이00(층간소음 피해 호소/음성변조) : "분노가 치밀어 올라서...가만히 안 두고 싶어요. 살인사건 났잖아요. 그렇게 하면 안 되지만 그 심정이 이해 갈 정도예요."
<녹취> 건설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수요가 늘어나고 공사비는 줄여야 되겠고 빨리 지어야 되겠고 막 지어 올려야 되니까 벽식 구조로 막 짓는 거죠."
<인터뷰> 유현준(홍대 건축학과 교수) : "모든 진동 에너지가 벽으로 더 그대로 전달이 잘돼요. 그렇기 때문에 이게 더 많은 소리들이 아래층으로 더 전달될 가능성이 많죠."
<오프닝>
이웃 간의 층간 소음 다툼이 최근 또다시, 살인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우리 국민의 2/3 정도, 일부 대도시는 80% 이상이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에 삽니다.
결국 우린, 누군가의 위층이고, 누군가의 아래층이라는 겁니다.
층간소음 분쟁을 겪는 사람들은 윗집은 시끄럽다고, 아랫집은 예민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혹시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그래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층간소음 가해자가 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런 의문을 갖고 취재했더니 층간 소음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아파트 공사현장입니다.
18층 콘크리트 작업이 한창입니다.
아파트 바닥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콘크리트는 철근에 묶여진 빨간 선까지 채워집니다.
<녹취> 공사현장 관계자 : "철근에 보면 빨간색으로 선 보이시죠? 그게 바닥에서 210mm 위치를 잡아놓은 거예요."
17층 천장과 18층 바닥, 방과 방을 나누는 벽까지 콘크리트가 채워지면서 비로소 한 층의 골격이 완성되는 겁니다.
제가 서 있는 곳이 공사 현장의 13층입니다.
12층과의 바닥 두께는 210mm, 이 위에 층간 소음을 줄이기 위한 완충재를 깔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다시 타설합니다.
그리고 배관공사를 하고 난 뒤에 마지막 바닥 작업을 하게 됩니다.
기본 바닥인 이른바 슬래브와 완충재, 기포콘크리트, 마감모르터, 바닥 마감재까지 5가지 단면인 겁니다.
층간 소음 문제가 대두되면서 1999년 이전 120mm였던 바닥 슬래브 두께 규정은 210mm 이상으로 강화됐습니다.
이렇게 바닥 두께가 두텁게 지어진 아파트들, 과연 층간 소음도 줄었을까요?
2013년 입주하기 시작해 이제 4년도 채 안 된 새 아파트입니다.
3년 전에 이사 온 이 모 씨, 어렵게 찾은 보금자리지만 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윗집과의 층간 소음 분쟁 때문입니다.
<녹취> 이00(층간소음 피해 호소/음성변조) : "발소리가 너무 난다 쿵쿵댄다고 얘기를 하면 자기가 아니라는 거예요...0340~ 오늘 아침에도 마주쳤어요. 그런데 또 따지죠. 이제 조용하냐고 눈을 부릅뜨고 얘기하시는데..."
신경이 많이 쓰여 위장병이 생길 정도라고 말합니다.
<녹취> 이00(층간소음 피해 호소/음성변조) : "하루하루가 너무 괴로워요. 고문당하는 것 같고...내 집인데 발을 뻗고 편안하게 잠을 잘 수가 없으니까...사는 게 사는 게 아니더라고요."
같은 아파트의 다른 동.
박 모 씨는 아랫집 항의 때문에 힘들다고 호소합니다.
<녹취> 박00(층간 소음 피해 호소/음성변조) : "처음에는 경비실 통해서 연락이 왔다가 인터폰으로도 왔다가 나중에는 문자로도 왔다가 시끄럽다고...힘들다고..."
박 씨의 윗집도 조용한 건 아니라고 합니다.
<녹취> "주로 애들 쿵쾅거리고 뛰는 소리나 미끄럼틀 타고 내려왔을 때 쿵! 이런 소리."
그런데 소음의 원인이 윗집도 아랫집도 아닌 경우가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윗집 아니면 아랫집인가 싶었는데 (확인해보니) 아니더라고요 옆집이나 그 윗집이나 시끄럽게 해도 다 연결되나 봐요 진동이..."
지어진 지 5년이 채 안 된 또 다른 아파트입니다.
<녹취> 아파트 거주자(음성변조) : "(화장실은 소음이 어때요?) 윗집에서 밤중에 물을 내리면 더 크게 들리고 적나라하게 들려요."
화장실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해봤습니다.
평상시 화장실의 소음은 37.3 데시벨 정도 변기 물을 내리자 74데시벨까지 치솟습니다.
물을 내리고 아래층에서 소음을 측정 하자 44.8 데시벨까지 나옵니다.
환경부의 층간 소음 피해 인정 기준인 주간 43㏈, 야간 38㏈을 모두 넘는 수치입니다.
이처럼 아파트 바닥 두께 규정이 강화된 새 아파트들의 경우에도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012년 환경부가 만든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2012년 8,700여 건 접수됐던 층간 소음 민원건수는 지난해 만 9천여 건으로 급증했습니다.
하루 평균 71건 정도의 층간 소음 민원이 접수됩니다.
<녹취> 층간 소음 상담 내용(음성변조) : "(어떤 유형의 소음이 들리시는 거예요?) 쿵쿵 이건 뭐 물건을 놓으시는지 쿵 소리도 엄청 내시고 하루종일 물도 틀었다 잠갔다..."
그러다보니 지난 2013년 국민권익위가 아파트 거주자 3,0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9%가 층간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 9%는 잦은 항의를 받아 스트레스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88%가 층간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녹취> 이00(층간소음 피해 호소/음성변조) : "경찰이 와도 소용이 없고... 관리사무소도 더 이상 못 도와준다고 얘기하니까...우리는 이제 더 이상 누구한테 도움을 요청해야 되나, 우리가 서로 해결할 수밖에 없나? 우리가 어떻게 해결하지?"
그런데 주거 형태별로 나눈 상담 건수를 보니 눈에 띄는 내용이 보입니다.
층간소음은 아파트의 80.4% 다세대 주택의 12.8% 연립주택의 6.1% 순으로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주상복합 아파트는 0.8%, 아파트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분쟁이 가장 많고 주상복합에서 적은 이유는 무얼까?
물론 아파트 거주자가 가장 많고 주상복합에 사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직접적인 이유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원인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우리나라에 공동주택인 아파트가 보급된 건 1960년대.
이후 1970년대, 12층 규모로 지어진 첫 민간 고층아파트인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시작으로 80년 대 까지 아파트가 대중화됩니다.
이 시기의 아파트는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보, 그 위에 천장과 바닥을 시공하는 이른바 기둥식 구조로 지어졌습니다.
<녹취> 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음성변조) : "라멘(기둥식)구조에서는 보라는 게 있잖아 그 보가 아무래도 진동 같은 건 줄여주는 효과가 있죠 한 3~4데시벨 정도는 줄일 수 있다라고 하는 게 일반적인 견해예요."
그런데, 80년대부터 목동과 상계, 과천 등에 대규모 신도시가 개발되는 과정에서 벽식 구조가 등장했습니다.
벽식 구조는 공사기간도 줄이고 층고를 낮춰 공사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녹취> 건설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1986년도 이전에는 우리나라가 라멘(기둥식)구조였어요. 그런데 집을 대량으로 막 찍어내고 짓고 빨리 짓고 하다 보니까 86년 이후부터 점진적으로 벽식 구조로 바꿔간 거예요."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의 90% 이상은 벽식 구조로 지어집니다.
<인터뷰> 유현준(홍대 건축학과 교수) : "벽식(구조)로 돼 있으면 벽이 바닥을 받치고 있어서 이 바닥이 떨렸을 때 그 모든 진동 에너지가 벽으로 더 그대로 전달이 잘돼요 그렇기 때문에 이게 더 많은 소리들이 아래층으로 더 전달될 가능성이 많죠."
이에 비해 건물 저층에 상가가 위치한 주상복합은 더 많은 하중을 견디기 위해 여전히 기둥식 구조를 주로 사용합니다.
<녹취> 건설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아파트보다 주상복합이 소음이 덜한 이유가?) 구조적으로도 조금 더 (소음에) 유리하다고 보는 거니까요 아무래도 주상복합은 벽식보다 기둥식으로, 기둥하고 보로 된 라멘(기둥식)구조가 더 많이 쓰이니까요."
층간의 소음을 보와 기둥이 흡수하고 또 보의 간격만큼 층고가 높은 기둥식 구조와 벽과 천장, 바닥이 일체형으로 붙어있어 벽을 통해 소리 에너지가 더 많이 전달되고 상대적으로 층고가 낮은 벽식 구조의 차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2009년 당시 국토해양부 조사에서 기둥식 구조는 벽식 구조에 비해 바닥 두께 기준은 60mm 얇은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뛰는 소음인 중량 충격음 만족 비중은 80%로 벽식의 65%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3년, 국회에서 열린 장수명아파트 건설방안 공청회 자료입니다.
첫 장, 추진 배경부터 우리나라 아파트의 민낯이 드러납니다.
평균 건축 후 연수, 즉, 새로 지어진 아파트가 재건축 시기에 도달하는 시기입니다.
미국이 55년, 영국이 77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0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소음엔 취약하고 배관에 문제가 생겨도 점검이나 관리가 어렵다는 문제점들이 지적됐습니다.
장수명 주택을 짓기 위한 조건으로 배관방식의 변화와 함께 기둥식 구조가 꼽혔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짓고 있는 서울의 한 행복주택입니다.
올 12월 완공 목표로 362세대가 입주하는데, 드물게 기둥식 구조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비교적 좁은 면적에 지어야 하고 철길 바로 옆에 있어 진동과 소음을 줄이기 위해 기둥식 구조를 택했습니다.
<녹취> 공사 현장 관계자 : "(이게 기둥이에요? 4419~이렇게 돼서 이쪽이 보로 연결이 쫙 되어있는 거군요?) 기둥식으로 하면 밑에 공간을 활용을 잘할 수가 있어요. 주차장도 넓게 쓰고 편의시설 같은 것도..."
배관 방식을 바꿔 층간 소음을 줄이려는 노력도 있습니다.
화장실에서 층간 소음이 유독 심한 이유는 대부분 아파트의 위층 화장실 배관이 아랫집 화장실 바로 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최재원(벽면 배관 공법 업체) : "안 보이는 걸로 해놨을 뿐이지 배관은 그대로 노출된 상태거든요. 그리고 여기 꺾이는 부분 이렇게 90도 각도로 꺾이는 부분에서 물이 쭉 내려오면서 마찰되는 소음이 그대로 전달이 되는 겁니다."
때문에 층간 소음을 줄이고 배관 관리를 쉽게 하기 위해 배관을 아래층으로 보내지 않고 자신의 집에 설치하는 방식이 도입됐습니다.
2019년까지 전국 아파트 10만 호에 공급될 예정입니다.
이처럼 층간 소음을 구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식이 있지만 여전히 2009년 이후 90% 넘는 아파트가 벽식구조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녹취> 00 건설(현장 관계자/음성변조) : "(왜 벽식구조를 많이 쓰죠?) 벽식이 좋아서 다 벽식으로 하고 있어요 벽식이 저렴하고 아무튼...벽식으로 해야되는게 가장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건설비 상승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건설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경제적인 부분이 분명히 손해 본다는 거죠. 그 손해를 조용하게 사는 사람까지도 다 가지고 가서 분양가를 그 돈만큼 내면서 살아야 하는 문제가 있는 거고.."
그러나 빨리빨리 싸게 짓는 수명 20~30년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에 시달리는 게 답이냐는 반문도 많습니다.
비용 절감이 우선시 되면서 요즘 지은 아파트 입주자들은 오히려 30여 년 전에 지어진 아파트보다 더 시끄러운 곳에서 살 수밖에 없는 실정 아니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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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 기자 wh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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