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생활가전 OIT 검출 파문…소비자 불안 확산

입력 2016.07.21 (21:14) 수정 2016.07.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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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공기청정기에 가정용과 자동차 에어컨, 젖병 소독기까지.

생활가전제품 필터에서 또다시 OIT라는 유독물질이 검출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국적 기업 3M가 공급한 문제의 필터는 삼성과 LG,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 제품에도 모두 납품됐는데요.

환경부가 공개한 OIT 필터 목록을 보면 적어도 5,6년 전부터 유통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습기 살균제와 마찬가지로 유독물질이 들어간 필터가 그만큼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는 얘기인데요.

정부의 회수 조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먼저 이번 사태의 파장을 최대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소비자 불안 확산…기업도 초비상▼

<리포트>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 늘상 에어컨을 켜야 하는 택시 운전자들.

하루 10시간 넘게 밀폐된 차 안에서 운전하면서 항균 필터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을 고스란히 들이마시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인터뷰> 천용욱(택시기사) : "에어컨은 어차피 더운 날이니까 틀어야 되는데, 필터를 어떤 제품을 써야 할지 걱정입니다."

아이들 건강을 챙겨야 하는 가정주부들도 민감해졌습니다.

전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이제는 필터가 어떤 제품인지도 챙겨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정나나(가정주부) : "공기청정기나 에어컨 필터에서 문제가 있다고 하니까 쓰기가 꺼려지는 면이 있죠."

가전제품 매장에는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필터의 유해성 여부를 묻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업체들은 서둘러 필터 교환을 진행하며 불안감 확산 차단에 나서고 있습니다.

<녹취> 최희정(LG전자 차장) : "지난 6월 말부터 원하시는 고객에게는 OIT가 포함되지 않은 필터로 무상으로 교체해드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일단 교체를 할 때까지는 해당 필터가 장착된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OIT가 검출된 필터가 들어있는 제품을 내일(22일) 오전 공개할 예정입니다.

KBS 뉴스 최대수입니다.

▼OIT 필터도 한국만 ‘봉’▼

<기자 멘트>

미세먼지 걱정 때문에 이렇게 집 안 거실에 공기청정기를 두신 분 많이 계시죠?

한번 가동시켜볼까요?

작은 입자가 보이는데요.

필터에 들어있는 유독물질 OIT가 공기 중으로까지 방출된다는 정부 발표를 가상으로 재현한 겁니다.

OIT가 함유된 문제의 필터는 무려 88개 제품에 이르는데요.

97%가 다국적 기업인 3M사의 제품입니다.

3M 측은 OIT가 들어 있는 항균 필터를 유독 우리나라에만 공급해왔는데요.

여러 면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닮아 보입니다.

2003년 '사스' 사태 이후 항균과 살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에 관련 제품이 대거 등장했고, 이 틈을 노린 업체들이 유해성 검증도 채 마치지 않은 제품들을 마구 시장에 쏟아낸 결과입니다.

정부 역시 2014년 OIT를 유독물질로 규정만 했을 뿐 사실상 방치해왔는데요.

결국 문제의 필터를 공급한 3M, 제조 판매업체와 정부 모두 이번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계속해서 위재천 기자의 보도입니다.

▼3M·제조사·정부 모두 뒷북 대응▼

<리포트>

3M사가 최근 1년 반 동안 국내 유통 시킨 공기청정기 필터만 최소 118만 개.

3M 측은 지난달 자사 필터에서 OIT가 검출된 뒤에도 공기 중에는 방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입장은 정부 실험 결과가 나온 뒤 뒤집힙니다.

<녹취> 한국 3M 관계자 : "자발적으로 회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일로 발생한 불편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삼성과 LG, 현대차 등 제조 대기업들도 정작 필터의 위해성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녹취> 제조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고요, 자료 만들려면 쉽지 않고 우리나라는 그런 요구 자료가 없으니까..."

정부의 관리 체계는 이번에도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가전제품과 공산품은 산업부, 차량은 국토부, 유독물질은 환경부 소관, 제품에 들어간 OIT 필터에 대해 5,6년 동안 관리 감독한 부처는 없었습니다.

<녹취> 정부 관계자(음성변조) : "전류가 흐르는 부분은 자기네(산업부)가 관리하는 건 맞는데 그런 부분까지, 필터 항균 처리를 하는 부분까지는 관리가 좀 어렵다"

늘 언론의 문제 제기가 있고 나서야 안전성 검증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박용욱(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 교수) : "여전히 이제 이런 사건이 일어나도 그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 가습기 살균제 때도 그렇고요,제품이 몇 개가 되는지 판매량은 어느 정도 됐는지 이런 것도 통 자료가 없고 그러니까..."

항균 물질의 안전성을 업체 스스로 입증하도록 하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보다 강력한 법과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위재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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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생활가전 OIT 검출 파문…소비자 불안 확산
    • 입력 2016-07-21 21:18:48
    • 수정2016-07-22 10: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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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공기청정기에 가정용과 자동차 에어컨, 젖병 소독기까지. 생활가전제품 필터에서 또다시 OIT라는 유독물질이 검출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국적 기업 3M가 공급한 문제의 필터는 삼성과 LG,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 제품에도 모두 납품됐는데요. 환경부가 공개한 OIT 필터 목록을 보면 적어도 5,6년 전부터 유통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습기 살균제와 마찬가지로 유독물질이 들어간 필터가 그만큼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는 얘기인데요. 정부의 회수 조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먼저 이번 사태의 파장을 최대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소비자 불안 확산…기업도 초비상▼ <리포트>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 늘상 에어컨을 켜야 하는 택시 운전자들. 하루 10시간 넘게 밀폐된 차 안에서 운전하면서 항균 필터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을 고스란히 들이마시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인터뷰> 천용욱(택시기사) : "에어컨은 어차피 더운 날이니까 틀어야 되는데, 필터를 어떤 제품을 써야 할지 걱정입니다." 아이들 건강을 챙겨야 하는 가정주부들도 민감해졌습니다. 전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이제는 필터가 어떤 제품인지도 챙겨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정나나(가정주부) : "공기청정기나 에어컨 필터에서 문제가 있다고 하니까 쓰기가 꺼려지는 면이 있죠." 가전제품 매장에는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필터의 유해성 여부를 묻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업체들은 서둘러 필터 교환을 진행하며 불안감 확산 차단에 나서고 있습니다. <녹취> 최희정(LG전자 차장) : "지난 6월 말부터 원하시는 고객에게는 OIT가 포함되지 않은 필터로 무상으로 교체해드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일단 교체를 할 때까지는 해당 필터가 장착된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OIT가 검출된 필터가 들어있는 제품을 내일(22일) 오전 공개할 예정입니다. KBS 뉴스 최대수입니다. ▼OIT 필터도 한국만 ‘봉’▼ <기자 멘트> 미세먼지 걱정 때문에 이렇게 집 안 거실에 공기청정기를 두신 분 많이 계시죠? 한번 가동시켜볼까요? 작은 입자가 보이는데요. 필터에 들어있는 유독물질 OIT가 공기 중으로까지 방출된다는 정부 발표를 가상으로 재현한 겁니다. OIT가 함유된 문제의 필터는 무려 88개 제품에 이르는데요. 97%가 다국적 기업인 3M사의 제품입니다. 3M 측은 OIT가 들어 있는 항균 필터를 유독 우리나라에만 공급해왔는데요. 여러 면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닮아 보입니다. 2003년 '사스' 사태 이후 항균과 살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에 관련 제품이 대거 등장했고, 이 틈을 노린 업체들이 유해성 검증도 채 마치지 않은 제품들을 마구 시장에 쏟아낸 결과입니다. 정부 역시 2014년 OIT를 유독물질로 규정만 했을 뿐 사실상 방치해왔는데요. 결국 문제의 필터를 공급한 3M, 제조 판매업체와 정부 모두 이번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계속해서 위재천 기자의 보도입니다. ▼3M·제조사·정부 모두 뒷북 대응▼ <리포트> 3M사가 최근 1년 반 동안 국내 유통 시킨 공기청정기 필터만 최소 118만 개. 3M 측은 지난달 자사 필터에서 OIT가 검출된 뒤에도 공기 중에는 방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입장은 정부 실험 결과가 나온 뒤 뒤집힙니다. <녹취> 한국 3M 관계자 : "자발적으로 회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일로 발생한 불편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삼성과 LG, 현대차 등 제조 대기업들도 정작 필터의 위해성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녹취> 제조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고요, 자료 만들려면 쉽지 않고 우리나라는 그런 요구 자료가 없으니까..." 정부의 관리 체계는 이번에도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가전제품과 공산품은 산업부, 차량은 국토부, 유독물질은 환경부 소관, 제품에 들어간 OIT 필터에 대해 5,6년 동안 관리 감독한 부처는 없었습니다. <녹취> 정부 관계자(음성변조) : "전류가 흐르는 부분은 자기네(산업부)가 관리하는 건 맞는데 그런 부분까지, 필터 항균 처리를 하는 부분까지는 관리가 좀 어렵다" 늘 언론의 문제 제기가 있고 나서야 안전성 검증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박용욱(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 교수) : "여전히 이제 이런 사건이 일어나도 그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 가습기 살균제 때도 그렇고요,제품이 몇 개가 되는지 판매량은 어느 정도 됐는지 이런 것도 통 자료가 없고 그러니까..." 항균 물질의 안전성을 업체 스스로 입증하도록 하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보다 강력한 법과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위재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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