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해법은?

입력 2016.08.11 (21:04) 수정 2016.08.1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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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전기요금 누진제가 이렇게 뜨거운 이슈가 된 건 전기요금 걱정에 열대야에도 에어콘 한번 속시원하게 틀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실제 가정용 전기는 요금이 싼 구간과 비싼 구간의 차이가 12배에 가깝습니다.

미국이나 일본도 누진제가 있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누진제가 처음 도입된 1974년만 해도 에어콘은 사치품이었지만 지금은 가정의 에어컨 보급율이 80%를 넘었습니다.

먼저 일반가정의 힘겨운 여름나기 실태를 최대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에어컨 켜기 겁나요…‘요금 폭탄’ 전전긍긍▼

<리포트>

네 살과 두 살배기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가정집.

거실과 안방에 에어컨이 한 대씩 있습니다.

6월 16일부터 7월 15일 사이 전력소비량은 426킬로와트시, 요금은 9만 7천 원이 부과됐습니다.

지난달 중순 이후엔 폭염 탓에 에어컨을 자주 틀었더니 아직 만 한 달이 안 됐는데도, 528킬로와트 시로 전기 사용량이 23% 늘었습니다.

전기요금을 계산해 봤더니 누진제 탓에 무려 64%나 늘어나 15만 9천 원이 넘었습니다.

<녹취> 주부 : "이게 정말 말로만 듣던 요금 폭탄이구나. 실감 못했는데, 이렇게 직접 계산해보니까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전기요금 고지서 받기가 두려운 건 다른 주부들도 마찬가집니다.

<인터뷰> 손정숙(서울시 관악구) : "밤에 되게 더운데 아이들이 많이 보채거든요. 에어컨 틀어달라고. 그런데 전기료 걱정 때문에 맘대로 못 틀고 있어요."

하루 4시간 정도만 쓰면 요금 폭탄은 없을 거란 며칠 전 전력 당국자의 설명엔 더 분통이 터집니다.

<인터뷰> 정하나(서울시 용산구) : "솔직히 아기 데리고 살면서 4시간 틀고 사는 건 진짜 가당치 않거든요."

전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지고, 휴가로 잠시 멈췄던 산업시설이 재가동되면서 전력 수요 최고기록은 3일 만에 또 경신됐습니다.

KBS 뉴스 최대수입니다.

▼전력 피크타임은 14~15시…가정용 피크는 21시대▼

<기자 멘트>

그러면 누진제를 폐지하면 정말 전력대란이 올까요?

그런 우려가 타당한지, 전체 전력수요와 가정용 전력사용 패턴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전체 전력수요는 이른 아침부터 오르기 시작해, 오후 3시에 정점을 찍었습니다.

가정에선 이 시간에 전력 사용이 오히려 줄었네요.

이땐 집이 아니라 외출하거나 직장에 있는 사람들이 많죠.

전체 전력 사용량은 점점 줄다가 퇴근시간인 저녁 6시를 전후해 급격히 감소합니다.

그런데 귀가 시간인 이때부터 가정용 전기 사용이 본격적으로 늘어, 밤 9시에 정점을 찍습니다.

이 시간 전체 전력사용량은 오전 10시 수준으로 떨어져서 전체 전력사정에 여유가 있었습니다.

자 이건, 같은 기간 시간대별 산업용 전기 사용 패턴입니다.

전체 전력 사용량과 정확히 일치하죠.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전기의 57%를 산업체가 쓰고, 가정에서 쓰는건 14%에 불과합니다.

가정에서 전기를 20% 더 써도 전체 전력소비 증가는 3%가 채 되지 않습니다.

전기는 절약해야 합니다. 발전소를 무한정 지을 순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누진제가 무더운 여름나기를 더욱 고되게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해법은 없을까요? 정윤섭 기자입니다.

▼누진제 합리적 조정 방안은?▼

<리포트>

최근 6년 동안 에어컨을 쓰지 않았을 때 가구당 월평균 전력 소비량은 300킬로와트시입니다.

이미 누진제 구간 3단계로, 요금은 4만 원 댑니다.

여기에 한 달동안 매일 3시간 씩 에어컨을 틀면 5 단계가 되면서 9만 원.

6시간을 틀면 560킬로와트시를 써 최고단계인 6단계로 올라가고 전기요금은 20만 원 가까이로 급증합니다.

평균적으로 전기를 쓰는 가구가 에어컨을 틀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도 이런 누진제 때문입니다.

<인터뷰> 유승훈(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 "기후 변화에 따라서 냉방과 난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이와 관련된 생활의 기본권이 보장되기 어려운 상황이 초래된 것이 (누진제의 문제점입니다.)"

이번 누진제 완화 결정으로 상당수 가구는 혜택을 보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때문에 6단계의 누진제 3-4 단계로, 최저와 최고 단계의 요금차이도 현행 11.7배가 아닌 2-3배로 줄이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녹취> 우태희(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 "누진제 자체에 대한 개편은 중장기적으로 TF를 구성해서 저희가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전기요금 누진제도 개편이 전기 사용가구의 부담을 줄이면서 전기 과소비도 막을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KBS 뉴스 정윤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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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해법은?
    • 입력 2016-08-11 21:06:13
    • 수정2016-08-12 0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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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전기요금 누진제가 이렇게 뜨거운 이슈가 된 건 전기요금 걱정에 열대야에도 에어콘 한번 속시원하게 틀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실제 가정용 전기는 요금이 싼 구간과 비싼 구간의 차이가 12배에 가깝습니다. 미국이나 일본도 누진제가 있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누진제가 처음 도입된 1974년만 해도 에어콘은 사치품이었지만 지금은 가정의 에어컨 보급율이 80%를 넘었습니다. 먼저 일반가정의 힘겨운 여름나기 실태를 최대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에어컨 켜기 겁나요…‘요금 폭탄’ 전전긍긍▼ <리포트> 네 살과 두 살배기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가정집. 거실과 안방에 에어컨이 한 대씩 있습니다. 6월 16일부터 7월 15일 사이 전력소비량은 426킬로와트시, 요금은 9만 7천 원이 부과됐습니다. 지난달 중순 이후엔 폭염 탓에 에어컨을 자주 틀었더니 아직 만 한 달이 안 됐는데도, 528킬로와트 시로 전기 사용량이 23% 늘었습니다. 전기요금을 계산해 봤더니 누진제 탓에 무려 64%나 늘어나 15만 9천 원이 넘었습니다. <녹취> 주부 : "이게 정말 말로만 듣던 요금 폭탄이구나. 실감 못했는데, 이렇게 직접 계산해보니까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전기요금 고지서 받기가 두려운 건 다른 주부들도 마찬가집니다. <인터뷰> 손정숙(서울시 관악구) : "밤에 되게 더운데 아이들이 많이 보채거든요. 에어컨 틀어달라고. 그런데 전기료 걱정 때문에 맘대로 못 틀고 있어요." 하루 4시간 정도만 쓰면 요금 폭탄은 없을 거란 며칠 전 전력 당국자의 설명엔 더 분통이 터집니다. <인터뷰> 정하나(서울시 용산구) : "솔직히 아기 데리고 살면서 4시간 틀고 사는 건 진짜 가당치 않거든요." 전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지고, 휴가로 잠시 멈췄던 산업시설이 재가동되면서 전력 수요 최고기록은 3일 만에 또 경신됐습니다. KBS 뉴스 최대수입니다. ▼전력 피크타임은 14~15시…가정용 피크는 21시대▼ <기자 멘트> 그러면 누진제를 폐지하면 정말 전력대란이 올까요? 그런 우려가 타당한지, 전체 전력수요와 가정용 전력사용 패턴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전체 전력수요는 이른 아침부터 오르기 시작해, 오후 3시에 정점을 찍었습니다. 가정에선 이 시간에 전력 사용이 오히려 줄었네요. 이땐 집이 아니라 외출하거나 직장에 있는 사람들이 많죠. 전체 전력 사용량은 점점 줄다가 퇴근시간인 저녁 6시를 전후해 급격히 감소합니다. 그런데 귀가 시간인 이때부터 가정용 전기 사용이 본격적으로 늘어, 밤 9시에 정점을 찍습니다. 이 시간 전체 전력사용량은 오전 10시 수준으로 떨어져서 전체 전력사정에 여유가 있었습니다. 자 이건, 같은 기간 시간대별 산업용 전기 사용 패턴입니다. 전체 전력 사용량과 정확히 일치하죠.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전기의 57%를 산업체가 쓰고, 가정에서 쓰는건 14%에 불과합니다. 가정에서 전기를 20% 더 써도 전체 전력소비 증가는 3%가 채 되지 않습니다. 전기는 절약해야 합니다. 발전소를 무한정 지을 순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누진제가 무더운 여름나기를 더욱 고되게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해법은 없을까요? 정윤섭 기자입니다. ▼누진제 합리적 조정 방안은?▼ <리포트> 최근 6년 동안 에어컨을 쓰지 않았을 때 가구당 월평균 전력 소비량은 300킬로와트시입니다. 이미 누진제 구간 3단계로, 요금은 4만 원 댑니다. 여기에 한 달동안 매일 3시간 씩 에어컨을 틀면 5 단계가 되면서 9만 원. 6시간을 틀면 560킬로와트시를 써 최고단계인 6단계로 올라가고 전기요금은 20만 원 가까이로 급증합니다. 평균적으로 전기를 쓰는 가구가 에어컨을 틀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도 이런 누진제 때문입니다. <인터뷰> 유승훈(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 "기후 변화에 따라서 냉방과 난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이와 관련된 생활의 기본권이 보장되기 어려운 상황이 초래된 것이 (누진제의 문제점입니다.)" 이번 누진제 완화 결정으로 상당수 가구는 혜택을 보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때문에 6단계의 누진제 3-4 단계로, 최저와 최고 단계의 요금차이도 현행 11.7배가 아닌 2-3배로 줄이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녹취> 우태희(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 "누진제 자체에 대한 개편은 중장기적으로 TF를 구성해서 저희가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전기요금 누진제도 개편이 전기 사용가구의 부담을 줄이면서 전기 과소비도 막을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KBS 뉴스 정윤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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