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김영란법 시대…이제는 ‘각자 내기’로

입력 2016.09.29 (21:22) 수정 2016.09.29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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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30대 여성들의 SNS 대화입니다.

같이 식사한 돈을 똑같이 나눠내는 이른바 'N 분의 1'이죠.

이보다 더 정확한 게 바로 '각자 내기'.

본인이 시킨 음식을 따로 내는 겁니다.

이 '각자 내기'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더 주목받고 있는데요.

논란이나 처벌을 피해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슈앤뉴스> 오늘은 이 '각자 내기'를 집중 조명합니다.

먼저 달라지고 있는 밥값 계산 풍경을 김민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김영란법 시대’ 생존 전략은 각자내기 ▼

<리포트>

식사를 함께한 일행이 각자 계산대로 향합니다.

<녹취> "따로 계산해주세요."

김영란법 시행 전까지만 해도 통상 일행 중 한 명이 계산했던 밥값은 정확하게 4분의 1씩 쪼개집니다.

<인터뷰> 임혜진(서울 서대문구) : "한 명씩 결제하는 식사 문화가 된다면 누구랑 먹어도 부담 없이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부청사 인근의 이 식당도 계산대가 갑자기 바빠졌습니다.

<녹취> "2번 타자!"

황태 미역국을 먹은 세 명이 8천 원씩 각자 계산하는 겁니다.

아직은 낯설고 매정해 보이기도 하는 이 풍경은 김영란법 시대의 생존전략이 됐습니다.

<인터뷰> 원소영(서울시 마포구) : "나눠서 부담하는 게 훨씬 부담이 적을 것 같습니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틀 전부터 급증한 현상입니다.

<인터뷰> 오성민(음식점 대표) : "(김영란법 이후) 한 20% 정도 증가했습니다. 지금 여기 광화문이고, 공직자와 회사원들이 좀 많아요."

각자 내기를 할 때 계산을 해주는 스마트폰 앱입니다. 저희도 식사를 하고 직접 이 앱을 사용해보겠습니다.

인원과 식사비 총액을 입력하자 곧바로 각자 계산할 금액이 나옵니다.

각자 계산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용 전달은 물론 송금까지 바로 가능한 앱도 나왔습니다.

한때 외국 문화라고 여겨졌던 밥값 각자 내기 관행이 김영란법을 통해 우리 사회에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민지입니다.

▼ 각자내기 vs “한턱 내라”, “내가 낼게” ▼

<기자 멘트>

1960년대 잔치 모습입니다.

예로부터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서 '한턱'내는 게 우리 문화였죠,

직장에서는 상사가, 각종 모임에서는 선배가 으레 후배들의 밥값을 내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색한 사람을 묘사할 때 평소에 밥 한 끼 안 사는 사람이란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또 친구나 동료들끼리는 '이번엔 내가 낼게, 다음엔 네가 내'라며 돌아가며 계산하는 것이 익숙합니다.

이런 문화 탓에 식당에서 돈을 따로 계산하는 '각자 내기'는 익숙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인터뷰> 서정호(39살) : "깔끔한 건 있지만 비인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요."

<인터뷰> 김재현(15살) : "다툼없이 합리적으로 돈을 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각자 내기'는 이제 현실이 됐습니다.

상사가 밥값을 책임지는 관행이 부패로 연결될 소지도 있는 데다, 직장인 10명 가운데 4명은 "억지로 한턱을 낸 적이 있다"고 할 정도로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가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제는 필수가 된 '각자 내기' 문화가 정착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 석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각자 내기 이젠 현실”…‘인식 변화’ 필수 ▼

<리포트>

서울의 한 음식점.

손님들이 자판기에서 음식을 고른 뒤 각자 결제를 합니다.

<인터뷰> 이은주(인천 서구) : "깔끔하게 내가 먹을 밥만 딱 계산하고 들어가서 먹고, 또 결제 없이 그냥 나가면 되니까."

이미 식권 자판기가 보편화된 일본에선 밥값은 각자 내는 게 일반적입니다.

미국에선 주문할 때부터 자기가 먹을 음식만 시키고, 계산서를 나눠 각자 결제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습니다.

<인터뷰> 알렉스 메이트(미국인) : "각자 내는 게 굉장히 친숙하죠. 나눠 내자고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합니다."

각자 내기가 확산되면 정을 중시해 온 전통과 미덕이 사라질 것이란 부정적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인터뷰> 칸노 히로미(일본인) : "항상 영수증을 보고 따로따로 계산합니다. 나 500엔, 너 500엔 이렇게 계산하는 게 당연한 거죠."

김영란법 시행 이후 식당 주인들도 변화에 적응하려는 모습입니다.

실속 있는 메뉴와 서비스로 시대 변화에 적응하고, 카드 결제기를 추가 설치하려는 곳도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오병택(식당 주인) : "요즘에 분할 결제를 많이 하시니까 영수증도 아예 따로따로 나오게끔 메뉴 설정을 바꿔 놨어요."

무엇보다 각자 내기가 우리 문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단속과 처벌 위주보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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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김영란법 시대…이제는 ‘각자 내기’로
    • 입력 2016-09-29 21:27:16
    • 수정2016-09-29 22:26:35
    뉴스 9
<앵커 멘트>

30대 여성들의 SNS 대화입니다.

같이 식사한 돈을 똑같이 나눠내는 이른바 'N 분의 1'이죠.

이보다 더 정확한 게 바로 '각자 내기'.

본인이 시킨 음식을 따로 내는 겁니다.

이 '각자 내기'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더 주목받고 있는데요.

논란이나 처벌을 피해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슈앤뉴스> 오늘은 이 '각자 내기'를 집중 조명합니다.

먼저 달라지고 있는 밥값 계산 풍경을 김민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김영란법 시대’ 생존 전략은 각자내기 ▼

<리포트>

식사를 함께한 일행이 각자 계산대로 향합니다.

<녹취> "따로 계산해주세요."

김영란법 시행 전까지만 해도 통상 일행 중 한 명이 계산했던 밥값은 정확하게 4분의 1씩 쪼개집니다.

<인터뷰> 임혜진(서울 서대문구) : "한 명씩 결제하는 식사 문화가 된다면 누구랑 먹어도 부담 없이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부청사 인근의 이 식당도 계산대가 갑자기 바빠졌습니다.

<녹취> "2번 타자!"

황태 미역국을 먹은 세 명이 8천 원씩 각자 계산하는 겁니다.

아직은 낯설고 매정해 보이기도 하는 이 풍경은 김영란법 시대의 생존전략이 됐습니다.

<인터뷰> 원소영(서울시 마포구) : "나눠서 부담하는 게 훨씬 부담이 적을 것 같습니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틀 전부터 급증한 현상입니다.

<인터뷰> 오성민(음식점 대표) : "(김영란법 이후) 한 20% 정도 증가했습니다. 지금 여기 광화문이고, 공직자와 회사원들이 좀 많아요."

각자 내기를 할 때 계산을 해주는 스마트폰 앱입니다. 저희도 식사를 하고 직접 이 앱을 사용해보겠습니다.

인원과 식사비 총액을 입력하자 곧바로 각자 계산할 금액이 나옵니다.

각자 계산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용 전달은 물론 송금까지 바로 가능한 앱도 나왔습니다.

한때 외국 문화라고 여겨졌던 밥값 각자 내기 관행이 김영란법을 통해 우리 사회에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민지입니다.

▼ 각자내기 vs “한턱 내라”, “내가 낼게” ▼

<기자 멘트>

1960년대 잔치 모습입니다.

예로부터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서 '한턱'내는 게 우리 문화였죠,

직장에서는 상사가, 각종 모임에서는 선배가 으레 후배들의 밥값을 내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색한 사람을 묘사할 때 평소에 밥 한 끼 안 사는 사람이란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또 친구나 동료들끼리는 '이번엔 내가 낼게, 다음엔 네가 내'라며 돌아가며 계산하는 것이 익숙합니다.

이런 문화 탓에 식당에서 돈을 따로 계산하는 '각자 내기'는 익숙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인터뷰> 서정호(39살) : "깔끔한 건 있지만 비인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요."

<인터뷰> 김재현(15살) : "다툼없이 합리적으로 돈을 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각자 내기'는 이제 현실이 됐습니다.

상사가 밥값을 책임지는 관행이 부패로 연결될 소지도 있는 데다, 직장인 10명 가운데 4명은 "억지로 한턱을 낸 적이 있다"고 할 정도로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가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제는 필수가 된 '각자 내기' 문화가 정착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 석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각자 내기 이젠 현실”…‘인식 변화’ 필수 ▼

<리포트>

서울의 한 음식점.

손님들이 자판기에서 음식을 고른 뒤 각자 결제를 합니다.

<인터뷰> 이은주(인천 서구) : "깔끔하게 내가 먹을 밥만 딱 계산하고 들어가서 먹고, 또 결제 없이 그냥 나가면 되니까."

이미 식권 자판기가 보편화된 일본에선 밥값은 각자 내는 게 일반적입니다.

미국에선 주문할 때부터 자기가 먹을 음식만 시키고, 계산서를 나눠 각자 결제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습니다.

<인터뷰> 알렉스 메이트(미국인) : "각자 내는 게 굉장히 친숙하죠. 나눠 내자고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합니다."

각자 내기가 확산되면 정을 중시해 온 전통과 미덕이 사라질 것이란 부정적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인터뷰> 칸노 히로미(일본인) : "항상 영수증을 보고 따로따로 계산합니다. 나 500엔, 너 500엔 이렇게 계산하는 게 당연한 거죠."

김영란법 시행 이후 식당 주인들도 변화에 적응하려는 모습입니다.

실속 있는 메뉴와 서비스로 시대 변화에 적응하고, 카드 결제기를 추가 설치하려는 곳도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오병택(식당 주인) : "요즘에 분할 결제를 많이 하시니까 영수증도 아예 따로따로 나오게끔 메뉴 설정을 바꿔 놨어요."

무엇보다 각자 내기가 우리 문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단속과 처벌 위주보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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